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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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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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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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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9,887

작성
21.08.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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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isode 15. 플레이어 유도 계획 (4)

DUMMY

내가 선택한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생각을 포기하고 직설적으로 정보를 넘기기로 했다.

이로 인해 바티스 백작이 나를 수상쩍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정보를 건네지 못해서 알파 도시가 위험해지는 게 더 큰 손해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를 어떻게 생각하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다행히 바티스 백작은 무력으로 대응하지 않을 모양이다.

나는 최악의 경우로, 바티스 백작이 나를 구속한다고 생각했다.

바티스 백작이 나를 구속하지 않고 이야기를 듣는 건.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다기보다는 나의 행동을 경계한 탓인 모양이다.


‘뻔뻔하게 백작의 앞에서 플레이어의 이름을 들먹였으니 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수상쩍은 분위기가 엄청나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플레이어인 내가 NPC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만큼 위험한 거래도 없다.

차라리 수상쩍더라도 확실한 정보가 낫다.


“제가 하고자 하는 내용을 아시지 않습니까?”

“다음 작전···. 몬스터 집락 토벌 작전의 건인가. ···그게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와 어떻게 이어지지? 아니, 작전에 이용된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질문의 의도는 뭐지? 마치···.”


바티스 백작은 얼굴을 찌푸렸다.

백작이 어떤 생각을 떠올렸는지, 알고 있다.

플레이어를 단순한 패로 사용한다.

이는 이번 작전의 핵심이다.

그렇기에 나는 바티스 백작에게 말했다.


‘플레이어를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작전을 입안하고, 채용한 이들은 플레이어를 효율적인 패로 이용하려 했다.

바티스 백작도 다르지 않다.

아이작 공작의 신임받는 바티스 백작은 군에 관한 영향력도 크다.

이번 작전의 상세를 모를 리 없다.


“네. 맞습니다. 저는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의 취급에 관해서 말씀드리려 합니다.”

“···취급, 인가.”


이야기를 들은 바티스 백작은 황당함과 당황이 뒤섞인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위정자인 바티스 백작의 관점에서 플레이어는 최상의 패다.

그런 패를, 도덕적인 이유를 들먹이며 치우려 한다면 위정자로서는 곤란해질 뿐이다.


‘내가 하려는 건 그 반대지만.’


바티스 백작은 잠시 입을 닫았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는 불사다. 게다가, 최근 알아낸 사실로는 그들 대부분이 통각이 없다고 하더군. 몬스터에 달려들고, 죽어도 살아나는 이들이다. 그들 자신이 원한 취급이다. 불만은 없을 텐데?”

“그렇습니다. 그들은 불사. 통각 또한 대부분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엄연히 감정을 지녔습니다.”


물론, 이쪽에 한 명 정도 통각이 백 퍼센트인 사람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우리, 땅에 속박된 자(NPC)의 피해를 늘리자는 이야기인가?”


이야기의 주제를 잘못 잡은 바티스 백작이 물었다.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분노와 의문.

더 흔들어도 되겠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하다.

괜히 모호하게 말했다가는 백작의 심기가 흐트러진다.

NPC로 살기로 한 이상, 신분 차이에 신경 쓰는 게 좋다.

이미 늦은 걸지도 모르지만.


“아닙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더욱 나서서 움직이는 상황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감정을 지녔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나서서 전선으로 향하게끔 할 수 있습니다.”

“전선으로 나선 다라···? 그게 무슨···.”


플레이어는 이곳(가상현실)을 게임으로 보고 있다.

확실히, 이곳(가상현실)은 게임이다.

그러나 단순한 게임은 아니다.

NPC들이 저마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세계다.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어들이 게임으로 생각한다는 점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는 단순한 명예와 자부심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대신, 확실한 이윤과 명성으로 움직입니다.”

“···상당한 확신이 있는 모양이다만, 그 이야기를 믿기는 어렵군. 주장이 빈약해. 또한, 모든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같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군요. 확실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통점···?”


바티스 백작은 당연한 의문을 들며 쉽게 믿지 않았다.

나는 플레이어로서 설득하기보다, NPC의 이야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NPC들 사이에서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별을 건너는 자다.

자신의 별에서 넘어온 이들.

이 이야기는 이용할 수 있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들은 저마다 목적을 들면서 자신의 별을 떠난 이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즐거움을 찾아 떠난 이들입니다.”

“즐거움이라···? 그런 이유로 별을 떠났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들은 재미를 찾아 이곳(가상현실)으로 왔습니다. 그렇기에 이윤을 우선하며, 즐거움을 우선하며, 자신이 인정받는 일을 높게 삽니다.”

“그렇기에 명성과 실리인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군···.”


명성과 실리.

이는 비교적 흔한 이유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다하지 않을 이야기다.

그렇기에 바티스 백작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이용한다는 말이지?”


여전히 경계심은 숨기지 못했지만, 이야기 자체에 흥미는 보인다.

나는 내심 안도하며 이야기를 이었다.


‘이야기가 잘 풀릴 모양이네.’


플레이어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귀족 가문 몇몇이 플레이어에게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접촉한다.

그들에게 비밀 의뢰라는 형태로 임무를 건넨다.

플레이어라면 이를 비밀 퀘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귀족들은 가문 문양이 들어간 물건을 건넨다.

자신 가문의 문양을 든 플레이어가 활약할수록 이는 귀족의 공적이 된다.

귀족들은 공적에 따라서 별도로 플레이어에게 공을 치하하면 된다.

이런 흐름이다.


“그건···. 흠···. 전속 기사를 고용하는 건가?”

“그것과 닮았습니다만, 전속은 아닙니다. 기한은 의뢰 기간까지. 즉, 다음 작전에 한정된 내용입니다.”

“그렇군···.”


바티스 백작은 나의 이야기가 유용한 이야기란 걸 이해한 모양이다.

저대로 귀족들이 움직인다면 몇 가지 이점이 있다.

가장 큰 이점은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퀘스트. 의뢰를 수행하는 중에는 고분고분할 테니.’


의뢰에 성공하려면 조건을 따라야 한다.

이로써 크나큰 변수인 플레이어의 행동을 제한할 수 있다.

게다가.


‘귀족들의 움직임도 나름 세세하게 볼 수 있지.’


몇몇 귀족들은 이번 작전에서 공을 세우려 할 것이다.

그로 인해 돌발적인 행동을, 플레이어를 내세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활약할수록 귀족 가문 전체에 공적이 쌓이는 상황이다.

귀족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물자의 건이라던가, 병사들의 일이라던가. 아직 문제는 많네.’


내가 플레이어 이외의 일을 생각하는 동안 바티스 백작은 생각을 끝마친 모양이다.

바티스 백작은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나는 생각을 잠시 미뤄두고, 바티스 백작에게 시선을 맞췄다.


“이야기는 알겠다. 다만···. 이 이야기를 함으로써 로우. 네가 얻은 이득은 뭐지?”

“···이득 말씀입니까?”

“그래. 상인은 이득과 이윤에 민감하지. 이번 일은 네가 나의 심기를 거스르면서 전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만.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지금이라면 들어줄 테니, 할 이야기가 있다면 하는 게 좋다.”


아무래도 바티스 백작은 나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모양이다.

바티스 백작은 정보 값으로서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딱히 할 이야기가 없다.


‘뭐···. 굳이 따지자면, 알파 도시의 존속을 위해서 한 일이니까.’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바티스 백작은 얼굴을 찌푸리며 의심하기 시작했다.

바티스 백작은 이야기가 통하는 인물이긴 하다.

의심이 많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좋은 사람이다.


“쉽게 하기 힘든 이야기인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이후, 저 로우를 기억해주시고 자주 애용해주시면 됩니다.”


상인으로서 나를 기억하고, 상인으로서 나를 찾아달라.

이게 나의 조건이다.

이야기를 들은 바티스 백작은 잠시, 나를 지긋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정말, 그게 다인가?”

“네?”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군.”


바티스 백작의 얼굴이 이상한 것을 봤다는 모습이다.

아무리 그래도 정면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상당히 충격이다.

나는 평범한 내용을 말했을 뿐이다.


“이야기가 그게 끝이라면 돌아가도록. 로우, 네가 한 이야기 덕분에 일이 늘어났으니 이 이상은 시간을 내어주기 힘들겠어.”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베리아, 로우를 배웅하도록.”

“예.”


바티스 백작이 일어나려는 분위기였기에 나도 편승하기로 했다.

이야기는 전부 전했다.

나는 베리아라 불린 하녀의 뒤를 따라서 저택을 나서기 시작했다.

시간은 어느덧 해가 뜬 아침이다.


‘지금 돌아가면 아침 식사 시간이려나.’


나는 느긋이 여관의 아침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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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Episode 22. 범죄 길드 (1) 21.09.16 1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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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Episode 20. 세계의 태동 21.09.12 159 2 13쪽
86 Episode 19. 보상 확인과 초대 (4) 21.09.11 15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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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pisode 19. 보상 확인과 초대 (2) 21.09.09 15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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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Episode 18. 보스와의 전투, 그리고 전직 (4) 21.09.04 155 2 11쪽
81 Episode 18. 보스와의 전투, 그리고 전직 (3) 21.09.03 15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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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Episode 17. 레벨과 스킬 (3) 21.08.27 152 3 9쪽
76 Episode 17. 레벨과 스킬 (2) 21.08.26 15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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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Episode 16. 사냥 준비 (2) 21.08.19 154 3 10쪽
71 Episode 16. 사냥 준비 (1) 21.08.18 163 3 10쪽
70 Extra 4. 바티스 백작의 중얼거림 21.08.18 159 3 10쪽
» Episode 15. 플레이어 유도 계획 (4) 21.08.14 15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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