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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몽키님의 서재입니다

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글래스몽키
작품등록일 :
2017.03.09 18:09
최근연재일 :
2018.12.25 23:38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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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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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7
글자수 :
481,064

작성
17.03.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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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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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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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회차 1

DUMMY

세레나가 몸을 비틀며 얼굴을 가리자 보란 듯이 필리아가 달라 붙었다. 필리아는 모두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세레나를 걱정했다.

“세상에! 공주님, 괜찮으세요? 어디 편찮으신가요?”

세레나는 손을 뻗어 필리아의 입을 막고 어떻게 탐사대의 정원을 줄일지 고민했다. 그러니까, 돌아오는 시점이 문제다. 탐사대를 꾸리고 있을 때 돌아오면 좀 좋아? 왜 출발 직전으로 돌아오는 거냐고!

‘또 사기를 쳐?’

거국적 사기를 치기에 니도 여왕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세레나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고 세이 호오! 외치면 니도 여왕은 저년 잡아, 할 위인이었다. 세레나는 골치가 아팠다. 머리가 아파 죽을 것 같은데 내내 쉴 틈이 없다.

어쨌든 중요한 건 탐사대의 수를 줄여 미궁의 난이도를 낮추는 것. 당면한 제1과제다. 난이도를 1회차 때와 동일하게 바꾸지 않으면 2층 돌파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니도 여왕을 설득해 탐사대 인원을 줄일 수 있으면 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왕 폐하, 긴히 드릴 말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공주. 이제와 마음을 바꾸겠다고 말하면 곤란하네.”

“잠시 주변을 물려주시길 간청드립니다.”

니도 여왕의 고매한 턱짓에 주위 사람들이 일정 걸음 물러났다. 왕이란 결국 이러한 직업이다. 단 둘이서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어도 사실은 그럴 수 없는 비운의 직종. 대신 다른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이 따른다지만 전생의 기억이 있는 세레나가 보기엔 큰 메리트가 없는 직종이었다. 바로 그 직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둔 덕분에 목숨이 간당간당 하지만 말이다.

‘그만큼 단물도 빨았으니까.’

“여왕 폐하, 제가 미궁에 들어가기 앞서 떠오른 기억이 있습니다.”

“얼마나 중한 기억이기에 이렇듯 탐사대의 발을 붙잡는가?”

안 중요하면 가만 안 두겠다는 여왕의 엄포가 이어졌다. 세레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미궁 신의 사도 사기는 효과는 좋으나 이렇게 초장부터 사용하기엔 너무 아깝고 후환이 두려운 거짓말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자신이 말해야 할 정보는 딱 한 가지.

“미궁 중에 탐사대원의 수에 따라 난이도를 바꾸는 미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 인원은 너무 많습니다. 자칫, 미궁의 난이도를 높여 공략을 어렵게하는 게 아닐런지요.”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가?”

니도 여왕이 주위 사람들의 면면을 둘러보며 의향을 물었다. 다들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망할 왕따. 망할 정보 약자’

여러 번 적지만 비에타 왕국은 미궁을 취급하는 데에 있어 타 국가 및 단체들에게 은근슬쩍 왕따를 당하는 처지다. 그러니 여왕과 그 측근들이 이러한 내용을 알 리가 있나. 여기서 동의를 얻으려면 정보 취약 계층이 아닌 지식정보의 최전선 트렌드세터들, 즉 모험가들이 필요했다.

니도 여왕은 고용된 두 명의 모험가, 올리브와 영에게 진짜냐고 물었다. 둘은 세레나가 가진 정보에 놀라워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입니다. 와, 공주님 별 걸 다 알고 있네요. 그거 모험가 길드에서 별 3개 붙여서 파는 정본데.”

“그렇게 기밀은 아니잖아? 시도해보면 다 아는데 별이 3개나 붙어?”

“그거 알려다 죽은 목숨이 많잖아.”

“천 년만 해도 다들 알고 있는 상식이었는데 요즘 젊은 것들은 치사하다니까.”

“영, 방금 그 농담 웃겼어!”

처음 듣는 이야기에 여왕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 하마터면 소중한 목숨들을 잃을 뻔 했지 않은가. 니도 여왕이 불쾌한 낌새를 내비치며 두 명의 모험가를 질책했다.

“어째서 알려주지 않았느냐.”

“음, 변명을 하자면 모든 미궁이 그런 게 아니에요. 미궁마다 다르고, 층마다 다르고, 인원 마다 다르죠.”

“동의.”

“그리고 이쪽 세계에 친절하게 하나하나 일러주는 법은 없습니다. 미궁 안으로 들어가 저희에게서 노하우를 훔쳐 배우는 것. 그게 계약 조건 아니었나요?”

“미궁 난이도가 오르면 그대들 또한 힘들어질텐데?”

“훌륭한 모험가란 비장의 한수 정도는 가지고 있는 법이죠!”

올리브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영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한수를 알고 있는 세레나로선 죽빵을 날리고 싶어지는 얄미움이었다. 하나는 탈출 도구가, 다른 하나는 정체를 숨기고 있다니.

‘어쩜 이렇게 재수가 없을 수가.’

세레나는 새삼 어디서 저런 모험가를 데려와 고용했는지, 하고 니도 여왕이 측은해졌다. 모험가의 수가 많고, 거기서 실력 있는 모험가를 거르고, 거기서 다시 여성이라는 성별로 거른다. 그렇게 간신히 구해 고용한 두 명이 저런 인물들이라는 게 정말 놀라웠다.

‘모험가들이 다 기인집단일지도.’

사실은 모험가들이 전부다 한가락하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누구는 이백년 전에 왕국을 구하고 누구는 오천년 전에 세계를 구하고. 뭐 그랬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본인 주장에 따르면 천년 전에 흑염룡과 싸워 흑염룡을 봉인했다는 암흑신의 성녀도 있는데 이세계로 떨어진 고교생이 있어도 놀랍지 않다. 일단, 세레나 본인이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는 환생자이니까.

“경험을 살려 보자면 열 명! 최대가 15명! 그 정도가 딱 좋다고 봐요.”

“다섯이 최고입니다. 용사, 궁수, 전사, 마법사, 성직자.”

어쨌든 공통적인 의견은 탐사대원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세레나는 이참에 짐덩이들을 파티에서 빼자고 주장했다.

“랜디 백작 부인과 세라프 왕세자를 탐사대에서 제하면 호위를 더 줄일 수 있습니다.”

“공주, 둘의 참가는 내가 백작 부인과 거래한 내용일세. 공주가 간섭할 수 없네.”

“랜디 백작이 마음에 걸리신다면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폐하, 제발 부탁드립니다. 백작부인과 왕세자와 동행하면 제 마음이 불안하여 탐사에 집중할 수 없사옵니다.”

세레나는 어둠 속에서 바닥으로 쓰러진 작은 빛과 필리아의 새된 유언이 생생했다. 자신에겐 불과 몇십 분 전에 일어난 일이고 다른 사람에겐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 이제는 벌어지지 않을 일이다. 그 간극에 마음이 쏠리기 전, 세레나는 너무 정신없어서 역으로 아직 정신이 말짱한 이 때에 미궁을 가고 싶었다.

“부인의 안전을 위한 일이니 랜디 백작도 이해할 것이옵니다.”

“그렇기야 하다만...”

니도 여왕의 마음이 흔들렸다. 짐짝 하나를 미궁에 발붙이는 것도 곤란한데 짐짝이 둘이나 늘게 되는 건 여왕 또한 탐탁치않은 일이었을 터. 세레나는 가볍게 밀어 붙였다.

“처음 꾸려졌던 탐사대원이면 충분하옵니다. 그 인원 그대로 가게 해주세요. 간절히 청합니다.”

필리아가 징징 울고, 공정 거래 위반이라며 간 크게도 타국의 여왕에게 진상질을 부리는 일이 있었으나 세레나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이상 필리아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필리아와 함께 진상질을 하던 세라프는 세레나의 눈짓에 루카스에게 붙잡혔다.

남들보다 하나 부족한 세레나의 눈이 비에타의 미궁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직시했다.

‘이번엔 반드시 살아 나오겠어.’

세레나의 주황색 눈이 의지로 불탔다. 2층 생환을 위해 세레나가 내세운 목표는 단 하나.

‘랜턴 챙기고 왼쪽!’

그 외의 루트는 용납하지 않는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저 목표를 채우고 살아서 미궁을 빠져나오는 것. 가능하면 탐사대원 전원을 생존시키는 것(올리브는 죽어도 된다)이 세레나의 목표였다. 올리브를 니도 여왕에게 고발하지 않은 건 물증이 전혀 없고 올리브가 자기가 유리하지 않을 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위협에선 영이 구해준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걱정이 되진 않았다.

비에타의 미궁 2층에서 어두운 공간엔 함정이 없다. 그러니 올리브가 함정을 숨겨놓고 자기 이득을 챙겨먹는 일이 쉽지 않다. 또한 영은 본인 주장에 따르면 암흑신의 성녀. 그녀가 하는 말의 대부분이 사실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둠 속에서 더 강해지고 시야도 밝을 것이다. 왼쪽 길을 선택했을 때 올리브는 약화되고 영은 강화된다. 올리브를 경계해야하는 세레나 입장에선 꽤나 이점이었다.

랜턴을 챙기는 이유야 두 말할 것도 없다. 마법이나 인공적으로 만든 빛을 기이하게 차단하는 미궁의 기묘한 어둠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시야를 확보해주는 마법 도구다. 애초에 미궁에서 나오는 건, 그 미궁에서 쓰기 좋은 아이템이라는 소리 아니겠나. 챙기지 않는 건 아까웠다.

그렇게 즉석에서 탐사대가 추려졌다.

기사 오네, 투위블, 스라이. 마법사 아루파, 브브. 모험가 올리브와 영. 파티의 짐덩이이자 행운의 부적인 세레나. 1회차 때와 동일한 파티 구성을 마치고 세레나는 루카스에게 붙잡힌 세라프에게 요구했다.

“세자 전하.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몸 성히, 얌전히 기다리세요.”

빡친 세라프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뭐라뭐라 지랄했지만 정작 세레나는 죽었던 동생이 살아있는 게 기뻐 그것마저도 귀여웠다.

‘이쁜 우리 꽃쓰레기.’

세레나는 세라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손을 거뒀다. 쓰다듬었다가 물릴 것 같았다. 루카스와 필리아에게 세라프를 절대안정 시키라고 신신당부한 뒤 공주는 4번째로 2층 계단에 발을 디뎠다. 이번으로 끝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었으나 과연 그 소원은 이루어질지.

‘이번에도 꿈에서 리처드를 만난다면...’

두 번이나 만났는데 세 번이라고 없을까. 만약 이번에도 리처드와 꿈속에서 대면한다면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하는가. 다짜고짜 너 세계 멸망 시킬 생각이니? 하고 물어볼까? 아니면 미궁에서 반복해서 살아나는 것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해야할까. 리처드야말로 세레나의 유일무이한 이해자이나 그가 세레나의 목을 노리고 100만 골드 현상금에 주홍열쇠라는 신비한 열쇠까지 내건 자이니 참으로 모순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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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복습 2 17.04.19 568 39 10쪽
58 복습 1 +2 17.04.19 569 39 7쪽
57 공주가 다시 미궁에 가야하는 사정 4 +3 17.04.16 636 40 13쪽
56 공주가 다시 미궁에 가야하는 사정 3 +2 17.04.15 594 42 10쪽
55 공주가 다시 미궁에 가야하는 사정 2 +2 17.04.15 574 35 6쪽
54 공주가 다시 미궁에 가야하는 사정 1 17.04.15 597 36 12쪽
53 리처드 외전 +3 17.04.15 604 38 9쪽
52 4회차 9 +2 17.04.01 605 42 14쪽
51 4회차 8 +4 17.04.01 579 39 12쪽
50 4회차 7 +1 17.04.01 578 45 13쪽
49 4회차 6 +1 17.04.01 596 40 9쪽
48 4회차 5 +4 17.04.01 579 43 11쪽
47 4회차 4 17.04.01 588 36 11쪽
46 4회차 3 17.03.30 589 38 10쪽
45 4회차 2 +2 17.03.30 587 37 19쪽
» 4회차 1 +1 17.03.30 579 37 10쪽
43 3회차 17 +1 17.03.23 576 36 3쪽
42 3회차 16 +2 17.03.23 620 44 15쪽
41 3회차 15 17.03.23 563 40 11쪽
40 3회차 14 17.03.23 605 33 11쪽
39 3회차 13 17.03.23 565 38 10쪽
38 3회차 12 +1 17.03.21 588 40 11쪽
37 3회차 11 17.03.21 628 35 10쪽
36 3회차 10 +1 17.03.21 575 35 8쪽
35 3회차 9 17.03.21 584 40 15쪽
34 3회차 8 17.03.21 621 38 9쪽
33 3회차 7 +1 17.03.21 625 37 12쪽
32 3회차 6 17.03.18 657 35 9쪽
31 3회차 5 +4 17.03.18 639 40 8쪽
30 3회차 4 +3 17.03.18 609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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