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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카나에요

피로 만들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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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카나카나
작품등록일 :
2020.05.28 17:39
최근연재일 :
2020.11.06 03:26
연재수 :
1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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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9
추천수 :
336
글자수 :
1,018,225

작성
20.10.23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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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장 8화]

DUMMY

치료소 지하, ‘휘몰아치는 스톰’이 있는 방.

슬럼가의 테러리스트였던 스톰의 독방은 점차 독방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그냥 방’이 되었다.


범죄자들 중에서도 개심의 의지가 있고, 도시 위기 상황에서도 여러 번 도와주었기에 20년이었던 형량은 이미 지나간 1년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5년 정도 남았다.


그리고 방 내부의 메신저로 데이원 체포 임무에 자신이 배속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형량이 줄어드는 것은 좋지만 아무 소음 없이 조용한 치료소 지하 환경이 마음에 들었던 스톰 입장에서는 계속되는 임무들이 부담스러웠다.


다름 아니라 하필 영감이 떠오를 때 마다 불러서 다


“또 차출 임무야···? 삘 받는 때에 또 부르기는 제기랄··· 예술가의 영감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도대체가...”


스톰은 1년간 대부분을 베이스와 키보드, 드럼을 배우는 것에 집중했다.

절대음감의 소유자였던 스톰은 최근에야 드디어 밴드곡 하나를 작곡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마다 불려 나와서 스트레스가 쌓인 상황이다.


다만 이번에는 아예 형량이 끝나는 것을 보수로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달랐다.

앞으로는 이 감옥 같지도 않은 안식처에서 벗어나서 살아야 하는 것이 신경 쓰일 뿐이었다.


“또 그때로 돌아가는 건가···”


스톰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했다.

사회로 방출되는 이상, 생각날 수밖에 없는 과거이기 때문이다.


/


초능력 밴드, ‘천상천하’의 스타팅 멤버였던 스톰은 서로 마음이 맞아서 만나게 된 개성 강한 이들과 함께 하늘 위에, 하늘 아래 없는 최고 밴드가 되자는 뜻에서 밴드 이름을 ‘천상천하’라고 지었다.


그런데 서로 웃고 떠들고 마실 때의 활기찬 분위기는 첫 작곡을 위한 회의에서 차갑게 바뀌었다.


“야! 네가 만든 소리를 우리가 따라하라고?”


바로 스톰이 자신의 초능력으로 만들어내는 소리를 배껴서 연주해달라는 것이었다.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 = 자존심 더럽게 강하고 무진장 개성적인 사람들이었기에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게 되는 스톰의 방식은 너무나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일단 체계적으로 구색이 맞춰야 뭐든 될 꺼 아니야, 그게 가능한 건 거의 모든 소리를 낼 수 있는 내 초능력뿐이고.”


천상천하의 멤버들은 모두 자신만의 특별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초능력자지만 자기 소리 이외에 다른 소리를 낼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한 건 스톰 뿐인데 너무 강한 개성 때문에 작사 작곡 모두 생각한 것보다 오래 진행되고 있었기에 제안한 말이었지만 결국 팀원들의 분노를 이끌어냈다.


“그래도 우리가 한 팀이 된 건 하늘 위에도 하늘 아래도 없는 단 하나의 밴드가 되기 위해서 아니었어? 그런데 네가 혼자 작곡하면 어쩌라는 거야?”

“그럼 평생 회의만 하게?”

“당연히 해야지!”


결국 스톰 vs 나머지 멤버들 같은 구도가 되자 팀원 중 한 명이 제안했다.


‘곡을 두개 만들고, 어느 쪽이 더 좋은 지 관객이 정하게 하자.’

‘결과가 나오는 대로 팀에서 나갈 건지 아니면 존속할 것인지 정하자.’


즉, 누가 이기든지 어느 쪽이 더 좋은 방법인지만 알면 되는 대결이었다.


결국 스톰은 혼자 기타, 보컬, 베이스, 드럼, 키보드 모든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뚝딱 곡을 완성했지만.


나머지 팀원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몽땅 집어넣은 괴작을 만들어냈다.


결과는 6대 4의 비율로 스톰의 승리였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관객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의 패배.’ 라는 이유로 전부 팀에서 나가기로 했다.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개성의 집합이지만 괴작을 만들어내는 과정속에서 서로의 감성과 세계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속에서 자신들 개인의 심상 또한 넓어졌다.


그 과정이 절대 순탄치 않았고 서로 싸우기도 했지만 그 과정속에서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된 것이다.


선의의 경쟁속에서 결국 자신들이 모인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스톰은 그 과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다른 어중이 떠중이들을 모아봤 자 똑 같을 것이라며 1인 밴드로 노선을 바꾸어 혼자 천상천하를 이끌었다.


1인 밴드로서 대단하다는 평과 함께 나름 괜찮은 명성을 얻었다.


반면 새로운 기타리스트를 영입한 ‘천.상.천.하’인 나머지 멤버들의 새 밴드는 처음엔 부진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천.상.천.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중적인 개성에 심취한 사람들이 등장했고 그 결과 어느 순간 스톰은 이들에게 추월 당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팬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관객의 평가는 절대적이었기에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이 점점 뒤쳐지고 있음을 느끼자 스톰은 끝내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내 자존심 때문에 도시 내에 얼굴을 들고 살기 부끄러웠던 스톰은 슬럼가로 향했다.


스톰은 자신이 초능력 아티스트로서 만, 초능력을 사용해왔기에 물리적으로 매우 강한 초능력이라는 사실에 대해 몰랐다.

그리고 알게 된 후에는 하루파, 페파포, 시현에 버금가는 세력을 슬럼가 내에서 유지할 수 있었다.


관객의 평가가 곧 법칙인 대중예술의 세계와는 달리, 슬럼가의 법칙은 오로지 세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힘]이었다.


강한 초능력자는 자연스레 세력을 만들 수 있었다.

스톰은 그걸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곡을 듣고 환호하는 이들에게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양식을 얻었다.

그래서 자신의 세력에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람푸아가 들이닥쳐 시현의 세력을 박살내고 ‘제압 불가능 일방적 확증파괴 재해’나 다름없던 페파포까지 제압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결국 스톰의 세력은 지도자 간의 결투로 단박에 패배하게 되어 하루파의 세력에 흡수되었다.


“꿇어라.”


어린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절대적인 힘, 예술가 이전에 인간인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찾아오는 공포, 생에 대한 갈망, 이 모든 게 저 한마디에서 느껴졌다.


스톰은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누르고 람푸아에게 복종했다.

그러고 나서야 느낀 것은 자신이 모든 걸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안심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서로 상처 입어가면서까지 이해해 나갈 필요 없으며, 그로 인해 고통받지도 않고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조차 버렸다.


삶은 투쟁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처음으로 싸우는 것도, 증명하는 것도, 이해시키려는 것도 그만두자 스톰이 가진 자신만의 세계가 더욱 넓어졌다.


바로 중2병이 늦게 도진 것이다.

남에게 이해 받을 필요도 없고, 증명할 필요도 없으며 극한까지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개성을 끌어낸 결과가 중2병이다.


“캬아··· ”


가장 원초적인 희로애락에 모든 걸 집중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게 된 스톰은 해방감을 얻었다.

자신의 개성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 없이, 그 누구의 시선도 바라지 않은 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를 설득할 의지도 없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숨기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낸다.


스톰은 절대적인 힘에 의해 속박되고 나서야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람푸아를 제외하면 눈치가 없어졌고 이로 인해 스톰의 추종자들도 한 두 명씩 떨어져 나갔다.


비록 대중 예술인으로서의 자신은 버리게 되었지만 지금도 나쁘지는 않다.

그 뒤로 진심으로 화를 내본 적이 없다 보니 이마의 주름이 펴졌기 때문이다.


이게 스톰이 얻은 눈에 보이는 가치였다.


/


회상을 마친 스톰은 차분해졌다.

딱히 사형되는 것도 아닌 데 인생 전체를 돌아보고 있으니 스스로 숙연해지는 느낌도 받았다.


그리고 독방 내에 설치된 메신저를 다시 들여다본 스톰은 자신에게 파트너가 붙는다는 걸 알고 인상을 찌푸렸다.

메이든 간에 원거리 의사소통 능력과 준 초능력자 급 성능을 통한 초능력자 보조가 역할이다.


적어도 이들의 성능에 대해 스스로 싸울 수도 있고 준 초능력자급 성능을 가지는 2세대 생체 이어폰 정도로 여기는 시선도 있다.


초능력자의 위험이 증대되는 시기이기에 존재가 허락된 자들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서로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이 3일 주어졌다.



/



스톰에게 배정된 메이든은 ‘스파이더’다.

타 메이든과 차별화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안구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파동을 감지할 수 있는 의안이 심어져 있으며 이 때문에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이다.

-극도로 발달한 촉각 덕분에 와이어를 타고 흐르는 진동으로 상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신체능력은 하이엔드 메이든 중에서 가장 약하다.


스톰은 이러한 사실을 치료소 내에 있는 강당에 와서 스파이더 본인의 입으로 들었다.


“저에 대한 건 대충 아시겠죠?”


눈을 감고 말하는 스파이더를 보며 스톰은 팀을 이루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넌 제대로 못 싸운다는 거야?”

“아니요, 아무리 약해도 당신을 업고 100km 넘게 쉬지 않고 뛸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엄연히 하이엔드 메이든 중에서 약한 것이기 때문에 초능력자와의 육탄전에서도 신체 강화 초능력이 아닌 이상 딱히 밀리지는 않는다.


“하! 그래 봤자 때리는 걸 맞추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는 거 아니야? 같잖은 실 같은 거나 다루면 뭐해? 그런 건 초능력자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너 같은 게 왜 필요하다는 거야? 난 혼자 음악 하는 사람이야! ”


스톰의 의심은 정당했다, 일단 힘이 있어도 그걸 활용해서 싸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스파이더는 자신의 명령권자인 링링에게 명령 받은 대로, 평소 자기 성격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말로 설득한다.


“그러면 저와 함께 모의전을 해보는 게 어떠신지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는데 적어도 당신에게 마이너스가 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모의전?”

“제 실력에는 저도 자신이 있으니까요.”


스파이더는 일자로 자른 자신의 앞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살짝 올린 체로 ‘꼬우면 싸워보든가?‘를 표현하기 위해 눈을 가늘게 치켜 떴다.

무례하게 말하지 말라고 만 했으니 기분대로 행동할 것이다.


“그래···?”


스톰은 자기 나름대로 ‘실력’에 자신이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냥 넘어가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붙어보자, 여자에 장애인이라고 내가 봐줄 것 같아?”

“저는 이 상태로 완제품이라 장애인이 아닌데요?”


한마디도 지지 않으려고 하는 스파이더는 승부를 받아들였다.



/



초능력 연구소 내, 대련장.

보통 모의전은 싸움에 대한 조건을 가지고 AI 심판을 동원해서 주고받음을 연마하지만 스톰과 스파이더가 할 모의전의 규칙은 심플하다.


맞고 쓰러지면 패배다.

다르게 말하면 아무리 처 맞아도 쓰러지지만 않는 다면 패배가 아니다.


대련장은 거대한 강당이다.

복잡한 지형지물이 존재하는 곳에서 유리한 스파이더와는 다르게 탁 트인 이 대련장은 스톰에게 유리했다.


장애물에 의해 소리가 흩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맞고 쓰러지면 지는 거에요, 뭐 추가할 규칙 있어요?”

“지면 군 소리 말고 내 말만 들어,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고 하라는 것만 해.”

“그 규칙 제가 이기면 그쪽에게 적용되는 걸로도 해도 될까요?”

“그러든가! 내가 이길거지만!”


이어서 Ai심판 로봇이 나오고 경기 진행을 시작한다.

3,2,1! 스피커로 카운트다운을 세자 마자 스파이터의 몸 구석구석에서 수많은 와이어가 튀어나오며 대련장 내 벽에 박혔고, 스톰은 소리가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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