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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카나에요

피로 만들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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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카나카나
작품등록일 :
2020.05.28 17:39
최근연재일 :
2020.11.06 03:26
연재수 :
1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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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36
글자수 :
1,01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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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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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8장 5화]

DUMMY

9구 999아파트 단지.

독소의 하위 조직이자, 독소의 후계를 위해 양성하는 그룹, ‘정원’의 멤버들은 하나된 목적 아래 창규의 집에 모였다.


바로 시험 공부다.


본래라면 독소의 수장인 데이원이 바라는 대로 사회 문제 일부를 해결하게 한다던가, 아니면 초능력을 다루는 훈련을 한다던가, 여러가지 했을 것이지만 그런 거 없이 친목을 다지는 데만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독소와 관련된 일이 붕 떠버리자 진학을 위한 시험공부만이 이들의 목표가 되었다.


애초에 정원의 교사로서 선생님인 티어가 붙은 이유도 진학 또한 열심히 하게 하기 위해서다.

도시에 암약하는 범죄자집단의 일원이 되도 공부는 해야 한다.


왜냐하면 범죄자로 산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원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건 의중, 창규, 구영, 은화 순이다.

의중은 공부에 소질이 있기 때문이고, 창규는 구영과 서로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며, 은화는 절망적이다.


“왜 그걸 이해 못하는 거야!!”

“어··· 미안하다···”

“미안한 게 아니고!!! 너 중학교는 제대로 나왔냐?”


의중은 은화를 갈궜다.

처음에는 같이 시험범위까지 공부하며 한 명씩 자신이 아는 대로 말하고 제대로 이해했는지 레포트를 써오는 시험도 있고 수학문제처럼 시험을 보는 과목이 있는 데 양쪽 다 검정고시로 들어온 자신보다도 못했기 때문이다.


은화는 반투명 플라스틱 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순순히 갈굼 받았다.

의중의 분노가 진심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난 오늘 공부 다했다, 너 이거 이해하기 전까지는 집 못 간다.”

“뭐···!? 잠깐··· 여기는 창규의 집이잖아, 창규 본인이 허락이 없으면···”

“상관 없어, 어차피 부모님 잘 오시지도 않으니까 아예 며칠 동안 살지 그래? 우리 집 안쓰는 방도 많으니까.”

“야··· 창규 너···”

“은화, 어차피 정원 활동도 없으니까 넌 무조건 반 평균 이상으로 점수 올리게 할거다.”


원망스러운 눈으로 창규를 바라보던 은화는 의중의 날카로운 눈빛에 압도되어 되려 플라스틱 가면을 벗고 울먹였다.


“호에엑!!!”


그 울음소리는 듣기 거북했다.


“시끄러! 네 수준을 보면 이차방정식부터 다시 해야하니까! 아예 자고 가!”

“오에엑!!!!!”

“의중아 그러면 은화 공부 잘 시켜 나는 집에 갈 테니까.”

“호에에엑!! 가지마 구영아!!”

“갈거야, 공부해, 저리가, 이거놔, 안녕, 내일 봐, 잘 있어.”


숨도 쉬지 않고 하고 싶은 말 다 해버린 구영은 치맛자락 붙잡고 늘어지는 은화를 때어 놓고 가버렸다.


“창규야, 안쓰는 방 하나 빌려도 될까?”


의중은 일단은 남의 집이니 창규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창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바로 옆방에 책상 있으니까 거기서 공부하라고 말해주었다.


“저 방에서 공부해.”

“오에에엑!!! 날 버리지마 창규야!!!”

“그럼 나도 잠시 나가 있을 게.”

“호에에에엑!!”

“어딜 도망가!”


창규는 어차피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이 없다.

그냥 자신의 짐(물리)을 놓을 수 있고, 돈 안내고 잠을 잘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한 것이 싫어서 한창 막 나가던 시절 모텔 등에서 잠을 자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모든 모텔에서 블랙리스트로 등록되었기에 더 이상 이용할 수조차 없다.


의중은 정말 밤새도록 공부시킬 생각인지 문에 달린 전자 도어락 기능으로 문까지 잠궈버렸다.

전자 도어락 기능이기 때문에 [시간을 정지한 상태]에선 열 수 없다.


은화는 꼼짝없이 공부의 늪에 갇혀버렸다.


“호에에에에에에엑!!!”


그 비명소리를 마지막으로 창규는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공부를 게을리한 은화 잘못이기 때문에, 창규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


집으로 돌아간 구영과는 다르게 창규는 할 것이 없었다.


집에서 자기에는 의중과 은화가 신경 쓰여서 어쩔 수 없고, 손님이 왔는 데 나가는 것도 그렇지만 자는 것 또한 도리가 아니라 여겼기 때문이다.


PC방에 갈까 생각했지만 이미 자신이 하던 게임에서 자신이 쓰던 장비는 개 쓰레기가 되어 현금을 통해 얻은 보람 없이 이제는 이벤트에서 공짜로 주는 아이템 수준이 되었기에 게임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바닥나버렸다.


현금 없이 얻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콘텐츠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어차피 현금 내고 사더라도 한 달간은 쉬지 않고 4시간 이상은 꼬박꼬박 해야 한다.

따라잡을 수야 있겠지만 그 사이에 신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 법도 없고, 결국에 산 정상을 향해 돌을 굴리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아주 잘 알기에 눈을 돌렸다.


그러고나니 창규는 너무 일찍 자신이 노래방이니 당구장이니 PC방등을 즐겼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혼자 가봤자 자신이 방황하던 시절 있었던 흑역사만 기억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각종 문제나 위기를 정원의 멤버들과 함께 해결하는 것이 더 보람차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때가 되면 결국 이들과 헤어질 지도 모른다.

창규 본인의 장래 때문이다.


찬우 같은 사람이 되고자 초능력특수경찰이 된다면 결국 정원의 멤버들과 헤어져야 한다.

의중과는 처음에 티격태격했지만 지금은 서로 나쁘지 않은 관계다.


은화는 알면 알수록 피곤한 아이지만 나쁜 아이는 아니고 여러가지, 특히 지능이 모자라지만 착한 아이이며 24시간 깨어있는 동시에 굶어야 쓸 수 있는 초능력을 생각해보면 의지력도 강하다.

창규 본인이라면 어지간해선 은화의 초능력을 쓰지 못할 것이다.


구영은 처음에는 그냥 말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주관이 뚜렷함에도 드러내지 않을 뿐이라는 걸 알았다.

마치 말 안하는 식물 인줄 알았더니 속으로는 엄청 험한 말과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모두 하나하나 개성적이고 좋은 친구들이다.

서로 성격이 다르고 싸우게 되는 점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함께 위기를 극복하니 신뢰가 커졌다.


창규에게 있어서는 협동과 함께하는 것의 즐거움을 알려준 고마운 아이들이다.


그렇게 이제 막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던 9구 중심가를 걸어 다니던 도중,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사람을 만났다.


“창규야.”

“찬우 형?”


찬우였다.

원래 찬우에게는 독소의 멤버이자 하위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4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선생님, ‘말랭’이 자주 만나는 학생들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며 켄드로와 라디안에게 명령 받았었다.


당시 후루카와 문제 때문에 실행이 꽤나 늦어졌지만 찬우는 드디어 이들과 한 명 한 명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잠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어디 좀 갈까?”


찬우라면 믿을 수 있다.

그러한 생각에 창규는 찬우를 따라 나섰다.


/


9구 농촌지역 인근에 있는 어느 카페.

콘크리트 숲과 자동차소리에서 벗어나 녹색의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 인기가 있는 곳이다.

도시에는 사람이 많으니 한적한 시골의 내음을 느끼러 온 것이지만, 그런 생각하는 사람은 너도 나도 다 그렇기 때문에 배경만 시골일 뿐, 여전히 사람이 북적거렸고 여기저기 새로운 카페가 지어지고 있었다.


찬우는 미리 각방이 딸린 자리를 예약해놓았기에 카페 내에 손님들의 방해 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의자에 앉은 체로 꾸물꾸물 거리던 창규는 찬우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


“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게 어떤 거죠···?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뭐죠?”

“다름은 아니야, 그냥 네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초능력이 생겼는지,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고 싶어서 그래.”


창규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을 지원해주려 하는 찬우를 보고 감동받았다.

당연하지만 부모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여름에 친구들이랑 캠프에 다녀왔어요, 뭐 캠프가 아니라 거의 조난에 가까웠지만 요, 그리고 이제 작년처럼 유급 안 당하고 제대로 진학하려고 공부도 친구들이랑 잘 하고 있어요.”

“그렇구나.”


찬우는 비행청소년이 지금 이렇게까지 바뀌어 왔다는 것에 안심했다.

그대로 절망해버리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오랜만에 봤을 때 이후로 정상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다만 독소와 연관되어 있는 점은 꺼림칙했다.


창규는 막힘 없이 계속 말했다.


“제 초능력은 [운동력 동화] 라는 것 같아요, 어떤 물건이든지 지반에 고정 되어있는 물체만 아니면 저의 속도나 움직임에 맞춰서 물체를 움직이거나 멈출 수 있는 초능력이에요.”

“그럼 잠깐 밖에 나가서 확인해 볼까?”

“네?”

“네 초능력을 어떻게 쓰는 지 보고 싶어서 그래.”

“네.”


창규와 찬우는 잠시 밖으로 나갔다.

정원을 포함해서 꽤 넒은 카페라서 내부에는 돗자리를 펴고 놀 수 있거나, 캐치볼 정도는 할 수 있을 만큼 큰 잔디 딸린 정원이 있었다.


찬우는 근처에 흐르고 있는 강가에 내려가서 돌 몇 개를 주워 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잔디밭으로 돌아왔다.


“그럼 던진다?”


찬우는 i.F에게 말해 두어 [초능력 파괴]를 하지 않으면서 조약돌을 적당한 힘으로 던졌다.

창규의 몸에 맞자 힘 없이 떨어졌다.


“아프지 않았니?”

“더 쌔게 던지셔도 되요.”

“그래?”


찬우는 맞으면 100% 뼈가 부러지는 정도의 힘으로 돌을 던졌다.


결과는 이번에도 마찬가지, 창규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돌을 받아 내었고 이내 창규의 몸에 닿은 돌은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정말 대단한 초능력이구나?”

“저도 더 대단한 거 보여드리고 싶어요, 한 번 더 던져 보시겠어요?”


창규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캐치볼(?)에 마음이 들 떠있었다.


-휭!


찬우는 아까보다도 강하게 돌을 던졌다.

순간 바람소리가 들릴 정도로 강하게 날아갔다.


“(빨라···!)”


창규는 실내 야구장에서 연습하던 대로 초능력을 썼다.

바로 물체가 몸에 닿는 순간 자신의 몸을 빠르게 회전시켜 힘의 방향을 역전하는 것이다.


손에 돌이 닿는 순간 자신의 몸을 빠르게 회전시켜 다시 상대방에게 돌리는 것이다.


자신이 지은 이 기술의 이름은 [회전 후크]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모든 방향의 투척 물을 되돌릴 수 있도록 여름방학 내내 틈틈히 연습했다.


물론 고등학생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은 모자라다.


돌 입장에선 그저 힘의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고 창규의 회전력이 모자라서 운동량 손실이 있었지만 적어도 평범한 사람이 던진 돌보다는 빠른 수준이라 카운터 기술로는 애매하다.


-탓!

찬우는 자신에게 되돌아온 돌을 잡아내었다.

자신의 초능력을 갈고 닦는 것에서 스스로의 향상심 느끼며 삶의 활력을 얻고 있는 창규를 보니 찬우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대단한데 창규야? 초능력 보조 도구의 도움만 받으면 내가 날리는 펀치로 되돌릴 수 있겠어.”

“그 정도 인가요!?”


이론상 가능하다, 적어도 찬우의 눈과 판단은 정확하다.


“맞아, 네가 가만히만 있으면 어떤 공격도 막을 수 있고, 회전하는 걸로도 모든 공격을 받아 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네가 붙잡고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하는 거 아닐까? 그 외에도 네가 물건을 들고 달리다가 잠깐 놔도 네 운동에 따라 움직이니까 공중에 띄워 놓은 체로 달리기만 유지하면 그대로 공중에 띄울 수 있어, 달리는 것만 멈추지 않으면 네가 들 수 있는 양의 물건은 한계가 없다는 거지.”

“아···”


찬우는 창규 본인이 고민한 것보다도 더 창규의 초능력에 대해 잘 분석했다.

찬우의 노련함도 있지만 역시 별의별 초능력자들 다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상대의 성질을 알아내는 것에 도가 텄다,


초능력이란 그런 것이다.

자신이 것일수록 더욱 주관적이되고 상대의 것일수록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뒤틀린 인간일수록 자신이 자신을 객관적이라 생각하고 그 객관적이라 착각하는 주관으로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지만 찬우는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


물론 그것도 찬우 자신의 기준이기 때문에 100%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적어도 눈 앞에 있는 창규보다는 잘 본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어른이 믿을 만한 어른으로 인정받는 것은 이러한 통찰이고, 그 통찰은 존경심이 된다.


창규는 점차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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