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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88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01.16 10:13
조회
447
추천
5
글자
5쪽

제 1 부 운명 (9)

DUMMY

-4-


그러던 어느 날,

마포의 한 주막에서

일거리를 기다리며

국밥을 먹던 중이었다.


송파의 쇠살쭈들이

수십 명의 패거리를 몰고 와서는,

그들에게 일거리를 알선해주는

운봉객주의 김 행수 멱살을 붙잡고

목에 낫까지 들이대며

살기등등하게 시비를 따졌다.


아마 거래하는 과정에서

서로 단단히 틀어질 만한

오해가 생긴 듯 보였으나,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그들의 눈엔

그저 어른들끼리 싸움을 하나보다 하며

신기한 눈으로 구경을 할 뿐이었다.


쇠살쭈 패거리가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김 행수를 도우러 나온

운봉객주의 고용인들과

주먹질이 오가던 중이었다.


평상시에 날품팔이로 연명하는

같은 처치임에도

고향에 두고 온 아들들 생각이 난다며,

덕관과 그를 이것저것 살갑게 챙겨주는

박 씨 아저씨가


쇠살쭈 패거리 중 한 명에게

얼굴과 배를 두드려 맞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아마 근처에서 싸움구경을 하던 박 씨를

운봉객주의 사람이라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박 씨 아저씨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모습을 본 그들의 눈에서

순간 불똥이 튀었다.


그가 박 씨에게 주먹질을 한

쇠살쭈 패거리의 사내에게 달려들어

사정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너무나 쉽게,

그 사내는 자신의 얼굴에 꽂힌

소년의 주먹 두 방에 나가떨어졌다.


동료가 쓰러지는 모습을 본 다른 사내가

그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것을

그의 뒤를 따라 튀어나온 덕관이

팔을 잡아 올려 꺾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메쳐버렸다.


그들이 싸움에 가세하기 전까지

객주의 사람들이

거의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는 중이었으나,


소년 둘이 객주의 편에 서자

싸움의 균형이 비등하게 맞춰졌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 격렬하게 싸움을 하던 도중

드디어 객주와 계약된

‘검계의 사람’이

왈짜패거리들을 이끌고

현장에 도착했고,


그때부터 싸움은

일각도 안 되어 쉽게 정리되었다.


아무리 쇠살쭈들이

사나운 패거리라고 해도

칼질과 주먹질을 직업으로 하는

불한당들에게 어디 상대가 되겠는가.


모든 상황을 정리한 후

김 행수와 그날의 일에 대한

‘계산’을 맞추던

‘검계의 사람’이 그들을 불러 말했다.


“난 박장호라고 한다.


‘북대’ 사람으로

이 동네에 있는 ‘화갑(花鉀)’의 접주지.


마포 나루터에서 먹고사는 왈짜패들은

다 내 애들인데,

니들은 처음 보는 거 같구나...


아까 보니,

아직 꼬맹이 티도 다 못 벗은 거 같은데

솜씨가 아주 괜찮더라.


꽤 쓸 만한 주먹질이야...


니들, 나이는 몇 살이고 이름은 뭐냐?”


두 소년은

얼떨결에 각자의 나이와 이름을 말했고,


열일곱, 열여섯이라는

그들의 나이를 들은 사내의 얼굴에

살짝 놀란 표정이 나타났다.


잠시 땅을 쳐다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사내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고 씩 웃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그 나이에 그 정도 실력이라면,

여기서 일할 것이 아니라

나하고 일을 해야지.


따라와라. 밥부터 먹자.”


그렇게 그들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




-5-


박장호의 밑에서 일을 배우며

몇 가지 성과를 내자,

날품팔이를 하던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벌이가

‘너무도 쉽게’ 손에 들어왔다.


딱히 일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것이,

힘을 쓰는 일이라고는,

지목한 사람을 두드려 패거나

빚을 받으러 가서

인상을 쓰고 서있는 것이

거의 다였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같은 패거리들의 여럿과 함께

운종가까지 나가


사대문 근처의

또 다른 ‘동류’들하고

피터지게 패싸움을 하고 오는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그런 일은 그리 흔치않았다.


그렇게 일 년 정도를

빈둥거리며 지내자

두 소년은

더 이상 힘든 일을 하지도,

할 생각도 없었다.


그렇게 둘의 인생은

낮에서 밤으로 활동무대를 옮겼고,


벌이는 전보다 훨씬 좋아졌으나,


집을 지키며 그들을 기다리던

여동생 운영과는

사이가 전보다 훨씬 멀어졌다.


오빠들이

한 달에 한두 번씩 집으로 가져오는

값나가는 재물들 덕에

살림살이는 풍족해졌지만,


재물들이 늘어갈수록

오빠들의 태도가 불성실해지고

온몸으로 불량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에

운영은 점점 화가 났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자며

집에서 빈둥거리는 오빠들에게

거세게 핀잔을 주기도 했으나,


오빠들은 그저 껄껄 웃으며

집을 나가선 며칠씩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의 단란했던 시간은 끝이 났고


마치 그 대가처럼 삶은 풍족해졌으나,


운영은

여전히 삯바느질을 그만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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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 1 부 운명 (17) +1 21.02.04 353 7 6쪽
16 제 1 부 운명 (16) 21.02.02 357 6 9쪽
15 제 1 부 운명 (15) 21.01.30 386 5 8쪽
14 제 1 부 운명 (14) 21.01.28 357 5 7쪽
13 제 1 부 운명 (13) 21.01.26 362 5 8쪽
12 제 1 부 운명 (12) 21.01.23 369 5 7쪽
11 제 1 부 운명 (11) +1 21.01.21 384 3 9쪽
10 제 1 부 운명 (10) 21.01.19 414 5 7쪽
» 제 1 부 운명 (9) 21.01.16 448 5 5쪽
8 제 1 부 운명 (8) 21.01.14 498 5 6쪽
7 제 1 부 운명 (7) 21.01.12 543 6 5쪽
6 제 1 부 운명 (6) 21.01.09 565 4 4쪽
5 제 1 부 운명 (5) +1 21.01.07 588 4 4쪽
4 제 1 부 운명 (4) +1 21.01.05 638 5 5쪽
3 제 1 부 운명 (3) +2 21.01.02 763 6 8쪽
2 제 1 부 운명 (2) +2 20.12.31 981 4 4쪽
1 제 1 부 운명 (1) +4 20.12.29 1,466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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