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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89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1.01.05 10:53
조회
638
추천
5
글자
5쪽

제 1 부 운명 (4)

DUMMY

-4-


열 발짝 정도 앞에

사냥꾼들이 만든 구름다리가 보였다.


사내는 뒤를 돌아보았다.


한쪽 다리를 절면서

여인이 따라오고 있었다.


사내의 얼굴에 짙은 수심이 드리웠다.


일각 전,

남매의 행보에 악운이 따라 붙었다.


가파른 길에서 서두르던 여인이

발목을 접질리면서

그들의 속도는 반으로 줄었고,


그들의 속도가 줄어든 만큼

추격자들의 속도는 빨라졌다.


쫓아오는 자들이

이곳의 지리에 어둡다는 것이,


오늘 밤은 달도 뜨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남매에게 남아있는

얼마 안 되는 행운이었다.


“너무 서두르지 마라.

이제 건너기만 하면 되니...”


“그러니까 더더욱 서둘러야 합니다.

자꾸 저 때문에 뒤를 돌아보지 마세요.”


부어오른 발목의 상태로 보아

고통이 상당할 텐데,

이를 악물고 걸음을 재촉하는

여동생에게

사내는 일순 존경심까지 들 정도였다.


어미란, 정말 강하구나...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는 그녀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사내가 입을 열었다.


“알았다. 건너보자.

힘들겠지만,

날 따라서하면 된다.”


사내는

자신의 두 발을 일자로 만들어

허공에 매달린 세 개의 줄 중에

밑에 있는 가장 두꺼운 줄에 올려놓고,


양 손을 들어

위에 좌우로 걸려 있는

두 가닥의 얇은 줄을 잡았다.


“이렇게 손으로 먼저 앞으로 나가고서,

천천히 앞뒤의 발을 바꾸면 된다.”


사내가 시범을 보이며

신중하게 앞으로 나아가자

그의 뒤를 따라

여인이 줄을 잡고 다리에 올라섰다.


그러나 부어오른 오른쪽 발목이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해

똑바로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다.


점점 멀어지는 오빠의 등을 보며

그녀의 마음에 조급함이 밀려왔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가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뒤처진 자신을 기다려주는 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부상이

자식의 발목을 잡는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언짢은 마음도 모른 채

그녀가 따라잡을 때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려주었다.


“밑을 보지 마라.

이제 열 발짝이면 된다.”


“네, 저는 걱정 마시고, 서두르세요.”


사내의 한 발이

드디어 건너편 땅에 닿았다.


두 발을 모두

안전한 곳에 올려놓은 사내가

뒤 돌아 손을 뻗어

여인을 잡아주려 하던 순간,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열 개 정도의 불화살이 날아와

주변의 나무에 박혔다.


캄캄했던 주변이 한 순간 확 밝아졌다.


나무에 붙은 불길이 서서히 타오르면서

사내와 여인의 형체가 드러나자

추격자들의 고함이

고요한 밤공기를 찢듯

건너편에서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저기 있다!”


“이미 건넜다. 불화살을 더 쏴라!

시야를 확보해야한다.”


사내의 마음이 급해졌다.


번개 같은 속도로 팔을 뻗어

여인의 손을 낚아채며

자신이 있는 쪽으로

힘을 주어 끌어당겼다.


여인은 앞으로 고꾸라지듯

순간 붕 떠서

사내의 바로 옆으로 떨어졌다.


다리 건너편으로 구르듯 넘어온 순간,

여인의 머릿속에

우두둑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난생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고통이

오른발 쪽에서부터

다리와 허리를 타고 목까지 올라왔다.


아, 하며

무의식적으로 짧은 비명을 내뱉은 여인이

자신의 접질렸던 오른 발목을 쳐다보았다.


발의 방향이

약간 기이한 모양새로 뒤틀려있었다.

힘을 주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부러졌구나...


아찔한 기분이 전신을 엄습하며

그녀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녀의 그런 사정도 모르는 채,

동생이 안전한 곳으로 건너온 것을

확인한 사내가

급하게 도끼를 들어

다리의 줄을 세차게 내려쳤다.


두 번의 도끼질에

가장 굵은 아래쪽 줄이 끊어졌다.


그 순간에도 건너편에서

여러 개의 불화살이 계속 날아오면서

그들의 주변은

서서히 화마(火魔)에 휩싸였다.


세 번째의 줄까지 모두 끊어

구름다리를 없앤 사내가

아직도 땅에 주저앉아 멍하니 있는

여인의 몸을 힘주어 일으키며

크게 소리쳤다.


“뭘 하고 있는 거냐!

지금이 바로 서두를 때다!”


여인은

입술에 피가 나도록 이빨을 꽉 깨물며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한쪽 다리만으로는 쉽지가 않았다.


그제야 그녀의 상태를 알아챈 사내가

깜짝 놀라며

급히 자신의 등을 내주었다.


“업혀라. 빨리!”


“놔두고 가세요. 제발...”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조차

고집을 피우는 여동생에게

그는 너무나 화가 났지만,


혼을 낼만할 여유조차 없이

마음이 급했던 사내는

우악스럽게 그녀의 몸을 끌어당겨

자신의 등에 얹고서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앞으로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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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 1 부 운명 (16) 21.02.02 35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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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 1 부 운명 (14) 21.01.28 357 5 7쪽
13 제 1 부 운명 (13) 21.01.26 362 5 8쪽
12 제 1 부 운명 (12) 21.01.23 369 5 7쪽
11 제 1 부 운명 (11) +1 21.01.21 38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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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 1 부 운명 (9) 21.01.16 448 5 5쪽
8 제 1 부 운명 (8) 21.01.14 498 5 6쪽
7 제 1 부 운명 (7) 21.01.12 543 6 5쪽
6 제 1 부 운명 (6) 21.01.09 565 4 4쪽
5 제 1 부 운명 (5) +1 21.01.07 588 4 4쪽
» 제 1 부 운명 (4) +1 21.01.05 639 5 5쪽
3 제 1 부 운명 (3) +2 21.01.02 763 6 8쪽
2 제 1 부 운명 (2) +2 20.12.31 981 4 4쪽
1 제 1 부 운명 (1) +4 20.12.29 1,466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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