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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90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4.04 02:10
조회
81
추천
1
글자
6쪽

제 4 부 개화(開花) (80)

DUMMY

-22-


"아, 다행입니다. 정신이 드셨군요.

조장님."


눈을 뜬 이정훈에게

박정현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이정훈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은 것이냐?"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일각쯤 될 것입니다."


"그래..."


그때,

두 명의 젊은이와 함께

계곡 쪽에서 올라오는

송진우의 모습이

이정훈의 눈에 들어왔다.


정신을 차린 이정훈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는지,

송진우가 다가와

얼굴 가득 미소를 띠우며 물었다.


"정신이 드셨구려, 이동지.


상처가 생각보다 많이 깊어서...

다들 걱정했다오."


"태균이한테도...

지리산 동지들께도 폐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할 뿐입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지요."


"송동지는 어떠십니까.

부상 입으신 곳은 좀..."


"지금 후배들과 함께 물을 좀 뜨러

저 아래 계곡에 다녀왔는데,


왼쪽 어깨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거 빼곤

견딜 만합니다.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김동지의 응급처치가

워낙 훌륭해서..."


"태균이 치료가

좀 아프고 과격하긴 해도,

효과는 확실하지요.


그 정도에서 그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송동지."




그렇게 둘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을 때,


계곡에서 길어온

물이 담긴 가죽주머니를

이정훈에게 내밀며

금강산의 척살조원 김민우가 말했다.


"갈증이 나실 텐데, 얼른 드십시오.

조장님."


반갑게 물을 받아들며

이정훈이 물었다.


"그래, 고맙다.


그런데

네 조장인 현진이는 어디 갔느냐?


그러고 보니

정동지랑 태균이도

안 보이는 것 같고....


장가 놈도 없네?"


김민우를 대신해

송진우가 입을 열었다.


"아까

총사님과 어르신들이 걱정된다고,

서둘러 원적암으로 먼저 떠났습니다.


어차피 우리야 지금은 짐만 될 테니,


제가 후배들과

이동지 곁에 남아있겠다고 했지요."


"아...그러셨군요.


하긴 그쪽도 급하죠.

분명 무슨 일이 있긴 할 텐데..."


"총사님과 어르신들이 같이 계시니


흑호가 아니라

임두령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뭐 큰일이야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네네. 그렇죠. 당연한 말씀입니다."




다소 우울한 표정인 이정훈의 기분을

좀 바꿔주고 싶었는지,

송진우가 빙긋 웃으며

금강산의 젊은이들을 칭찬했다.


"그나저나

후배들을 아주 견실하게 키우셨더군요.


이동지 제자인

여기 정현이도 그렇고,


김동지가 후계자로 삼았다는

저기 시환이도 그렇고...


현진이 조의 부조장이라는

이 친구 민우도 그렇고...


많이 부럽습니다."


"하하...과찬이십니다.

아직 이놈들은 멀었죠.


제 눈에는 오히려

송동지 후임이라는

저 은원이라는 친구가

무척 대단해 보입니다.


나이에 비해

아주 야무지고 날카로운 것이

인상적입니다."


"나이에 비해 가진 재주가 많은

친구이긴 합니다만...


좀 더 정밀하게 다듬어야죠."


"하하, 너무 엄격하시네요.


하긴 뭐,

그런 점이 지리산 동지들의 장점이죠.


그래서 그럴까요?


정동지가 공들여 키우고 있다는

주석이라는 친구는

이미 거의 완성이 된 듯하고,


장가 놈이 맨날 자랑하는

태연이란 친구도

힘과 기술 양쪽 모두 엄청나더군요.


걱정 없으시겠습니다."


"네...


저희 쪽도 금강산 쪽도

저 후배들이

지금처럼만 계속 성장해준다면,


아마 저희들 세대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고 봅니다만...


아직은 좀

경험이나 능력이 많이 부족하죠."


"네, 그럼요.

아직 가르칠 것이 한참 남았죠."




둘이 주거니 받거니

젊은 후배들을 칭찬하던 대화가

마무리 될 무렵,


고갯길 아래쪽을 정탐하러 갔던

세 명의 젊은이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 셋이란

지리산의 젊은 고수들인

하주석, 정은원, 김태연이었다.


"조장님, 큰일입니다.

새로운 적이 나타났습니다."


정은원의 보고에

송진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정훈도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송진우가 차분히 말했다.


"어디냐. 가보자."




원적암과 금강굴로 갈라지는

고갯길의 정상에서

송진우 일행은

새롭게 나타난 적들을 살펴보았다.


수는 대략 육십여 명 쯤,

칠십은 넘어 보이지 않았다.


앞장서서 걸어오고 있는 몇몇은

아까 칠성각 싸움에서

보았던 얼굴이었고,


그 뒤로 활을 든 궁수들,


그리고 특이하게도

갑옷과 방패를 장비한 무사들이

대열의 마지막에 따라오고 있었다.


'뭐지...

저 마지막에 따라오는 놈들은...


예감이 안 좋은데...'


이정훈도

송진우처럼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맨 뒤의 저건...


아무래도

우리 쪽 인간들이 아닌 듯싶소...


방패에 갑옷이라니,


꼭 북방정병들 같은

복색을 하고 있구려."


송진우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뭐가 됐든 여기서 막아야합니다.


그나마 지금 다행인 것은,


우리가 저들을 내려다보는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니...


은원아, 내 무기들을 가져와라."




조장의 명령에

정은원이 재빨리 움직여

송진우의 상징과도 같은

투척용 바늘창 다섯 자루와

각궁을 챙겨왔다.


이정훈도

호흡을 길게 한 번 내뱉더니

자신의 무기인 철봉을

크게 한 번 휘둘러보았다.


옆구리에서 통증이 느껴졌는지

얼굴을 한 번 찡그렸으나,

다행히 동작에 큰 무리는 없었다.


무기점검을 끝낸 송진우가

비장한 표정으로

젊은 후배들에게 말했다.


"시환이랑 태연이는,

최대한 빨리 원적암으로 가서

이 사실을 알려라.


우린 지형의 이점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저격 위주로 막고 있을 것이니,


근접전이 특기인 너희들은

지금 싸움에 가세하기보단

전령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가능하면, 조장들을 모두 데려와라."


"넷!"




송진우의 명을 받은 둘이

바람처럼 재빨리

원적암 방향으로 뛰었고,


남은 이들은

서둘러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밤의 한가운데를

환한 달빛이 천천히 지나고 있었다.


새벽은 여전히 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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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제 4 부 개화(開花) (84) 22.04.13 78 1 7쪽
189 제 4 부 개화(開花) (83) 22.04.11 75 1 8쪽
188 제 4 부 개화(開花) (82) 22.04.08 79 1 6쪽
187 제 4 부 개화(開花) (81) 22.04.06 82 1 7쪽
» 제 4 부 개화(開花) (80) 22.04.04 82 1 6쪽
185 제 4 부 개화(開花) (79) 22.04.01 89 1 6쪽
184 제 4 부 개화(開花) (78) 22.03.30 76 1 6쪽
183 제 4 부 개화(開花) (77) 22.03.28 79 1 8쪽
182 제 4 부 개화(開花) (76) 22.03.25 80 1 11쪽
181 제 4 부 개화(開花) (75) 22.03.23 77 1 8쪽
180 제 4 부 개화(開花) (74) 22.03.21 86 1 7쪽
179 제 4 부 개화(開花) (73) 22.03.18 85 1 7쪽
178 제 4 부 개화(開花) (72) 22.03.16 86 1 8쪽
177 제 4 부 개화(開花) (71) 22.03.14 8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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