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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86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3.21 02:07
조회
85
추천
1
글자
7쪽

제 4 부 개화(開花) (74)

DUMMY

일랑이 무거운 목소리로

김태균을 향해 한 마디를 던졌다.


"금강산 세 조장 중에

재주가 남다른 놈이 하나 있다던데,


그게 너냐?


땅 재주꾼 출신이라

몸놀림이나 발길질이

과감하다던데...."


김태균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평정심을 흐트러트리려는,


일랑의 뻔한 도발에

김태균도 지지 않고 맞받았다.


"팔도에 이름 높은

흑랑의 부조장치고는

상당히 유치한 도발을 하는구나.


아쉽게도 내가

그 재주 좋은 사내는 아니다만,


흑호도 아닌 너 정도를 상대하는데

우리 아우님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지.


나로도 충분할 테니..."


"그 불손한 입을 갈가리 찢어주마!"




김태균의 모욕적인 독설에

자존심이 크게 상한 일랑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매서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상대를 도발하려다

오히려 자신이 도발에 걸린 탓인지,

평정심을 잃은 듯 보이는

일랑의 공격은


언뜻 보기엔

매우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다.


양손에 짧은 비수를 쥐고

연속적으로 급소를 노리는

일랑의 특이한 찌르기를,


김태균이

피하고 막고 흘리고 쳐내며

마치 덫을 놓듯

천천히 자신의 간격 안으로

상대를 끌어들였다.




양손 연속 찌르기라...

참으로 독특한 공격법을 쓰는군.


역시 이름값은 한다, 이건가.




난생 처음 접하는

생경한 연속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상대의 기술과 역량을 분석하는데

최대한의 집중력을 할애하던

김태균은


적의 기세를 무너트리고

싸움의 흐름을 바꿔

자신이 주도권을 빼앗아 올 수 있는

한순간의 빈틈을 찾아내려 애썼다.


공격을 방어할 때마다

점차 익숙해져가는

상대의 간격과 호흡이


그에게

침착함을 가져다주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우세를 점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랑의 칼이 치고 빠지는 순간에 맞춰

공격을 내지르려

적의 호흡을 가늠하며

온 신경을 집중하던 김태균에게

또 다시 연속 찌르기가 치고 들어왔다.


일랑이 오른손에 쥔 비수로

김태균의 목을,


왼손에 쥔 비수로

김태균의 명치를 찔러왔다.


거의 동시에 한 호흡으로 이루어지는

매서운 찌르기를,


김태균이

두 손을 위아래로 차분하게 휘둘러

가볍게 쳐냈다.


그러자 이번엔 순서를 바꾸어,


왼손의 비수로는 김태균의 단전을,


오른손의 비수로는 김태균의 허벅지를

일랑이 연속해서 노렸다.


아래쪽의 급소를 향해 날아오는

일랑의 연속공격을,


김태균은

이번엔 가볍게 한 발 뒤로 뛰어서

간격을 훌쩍 벌리며

다시 한 번 흘려냈다.


목에서 시작해

명치, 단전, 허벅지로 이어지는

연속공격이 모두 무위로 돌아가자

일랑이 잠시 멈칫하며 공격을 멈췄다.


아주 잠깐 동안,

두 고수 사이에

탐색의 시간이 지나갔다.




무언가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호흡을 길게 들이마신 일랑이

땅을 박차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김태균을 향해

다시 한 번 비수를 날렸다.


눈을 향해 날아오는

일랑의 비수 하나를

김태균이 오른손으로 쳐냄과 동시에

단도를 쥔 왼손을 곧게 뻗어

일랑의 턱을 노렸다.


김태균이

일랑의 호흡과 간격에 맞춰 내지른

회심의 일격이었으나,


일랑은 허리를 뒤로 살짝 젖혀 피하며

또 하나의 비수를 크게 휘둘러

김태균의 목을 그으려 했다.


갑자기 변화한 일랑의 공격법에

김태균의 두 눈에서

당혹감이 확 피어났다.




헉, 이런 젠장...


꾹 참으며 덫을 놓았건만,

찌르기에 베기를 섞다니...낭패다.




예상치 못한 사각에서

갑자기 날아온 비수에

깜짝 놀란 김태균이

급히 몸을 숙여 피해나자,


이번엔

일랑의 또 다른 비수가 궤도를 바꿔

등의 급소를 향해 내리찍듯 날아왔다.


직선에서 곡선으로


그리고 바로 방향을 바꿔


위에서 아래를 향해


한 호흡으로 이어지며

날아온 공격이었기에,


이번만큼은

김태균도 각오를 해야 했다.


적극적인 방어를 포기한 김태균이

자신의 급소 하나를 내어주고

적의 급소 하나를 가져가기 위해,


몸을 더욱 깊이 숙이며

왼손에 든 단도를

일랑의 발등을 향해 내리찍었다.




그때,

어디선가 표창이 날아와

일랑의 오른쪽 팔뚝을

할퀴고 지나갔다.


크윽, 하는 짧은 신음과 함께

일랑이 급히 몸을 뒤로 뺐다.


일랑의 발등을 노린 김태균의 단도도

순간적으로 목표를 잃고

땅바닥을 긁었다.




일랑을 물러서게 한 그 표창은

송진우가 던진 것이었다.


일랑의 비수가

김태균의 등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자칫하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까 염려하여

급히 표창을 날려 저지시킨 것이었다.




일대일의 싸움에

갑자기 끼어든 적 때문에

기분이 확 잡친 일랑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이런 치사한 놈 같으니,


내가 이 자와의 대결을 위해

일부러 부하들까지

잠시 물려주었는데...


감히 틈을 노려 암기를 날려?"


일랑의 말을 들은 송진우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 민철이랑 싸우는 것도 봤지만,

실로 웃기는 놈이로군.


어디 암습이나 일삼는 살수 따위가

싸움 중에 치사함을 입에 담느냐.


자꾸 무사흉내를 내려하다니,

어이가 없구나, 정말."




송진우의 살수에 대한 비하는

일랑의 분노를 결국 터지게 만들었다.


비록

밝은 하늘 아래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살수로서

평생을 살아왔지만,


그는 자신이

충(忠)과 신(信)을 바위처럼 지켜가는

올곧은 무사라고 굳게 믿어왔고,


그것이 그의 자부심이자

모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냐.


네놈들이 빨리 죽고 싶은 것이

그리도 소원이라면,


우리 살수들의 특기를

유감없이 보여주마.


이제 곱게 죽진 못할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일랑이

자신의 뒤에 서있던

부하들에게 명했다.


"독수를 써라.


오랜만의 흥취가 깨졌다.

저놈들에게 대가를 치러줘라."




드디어 일랑의 명이 떨어지자,

흑랑의 살수들이

각자의 품에서

독이 발라진 무기들을 꺼내

돌격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본 김태균이

뒤에 서있는 젊은 후배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뒤로 물러나라.


이제부턴 지켜주기 힘들 것이니...

정신 바짝 차리고, 행운을 빈다."


비장한 표정의 송진우가

품안에서 표창 여러 개를 꺼내

손에 쥐었고,


김태균이

평상시에는 잘 쓰지 않는

자신의 환도를 빼어들었다.


"남은 표창은 일곱 개,

놈들은 열한 놈...


잘 부탁하오. 김동지."


송진우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하자,

김태균이 자신 있는 얼굴로 답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반드시

송동지가 표창을 날릴 만한 틈을

만들어 드릴 테니..."


김태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독수를 뽑아든 흑랑의 살수들이

둘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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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제 4 부 개화(開花) (85) 22.04.15 83 1 8쪽
190 제 4 부 개화(開花) (84) 22.04.13 78 1 7쪽
189 제 4 부 개화(開花) (83) 22.04.11 75 1 8쪽
188 제 4 부 개화(開花) (82) 22.04.08 79 1 6쪽
187 제 4 부 개화(開花) (81) 22.04.06 82 1 7쪽
186 제 4 부 개화(開花) (80) 22.04.04 81 1 6쪽
185 제 4 부 개화(開花) (79) 22.04.01 89 1 6쪽
184 제 4 부 개화(開花) (78) 22.03.30 76 1 6쪽
183 제 4 부 개화(開花) (77) 22.03.28 79 1 8쪽
182 제 4 부 개화(開花) (76) 22.03.25 80 1 11쪽
181 제 4 부 개화(開花) (75) 22.03.23 77 1 8쪽
» 제 4 부 개화(開花) (74) 22.03.21 86 1 7쪽
179 제 4 부 개화(開花) (73) 22.03.18 85 1 7쪽
178 제 4 부 개화(開花) (72) 22.03.16 86 1 8쪽
177 제 4 부 개화(開花) (71) 22.03.14 81 1 8쪽
176 제 4 부 개화(開花) (70) 22.03.11 84 1 7쪽
175 제 4 부 개화(開花) (69) 22.03.09 84 1 9쪽
174 제 4 부 개화(開花) (68) 22.03.07 80 1 9쪽
173 제 4 부 개화(開花) (67) 22.03.04 77 1 6쪽
172 제 4 부 개화(開花) (66) 22.03.02 82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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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제 4 부 개화(開花) (64) 22.02.25 8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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