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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엘 작가의 서재.

신의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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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엘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4
최근연재일 :
2022.02.01 02:21
연재수 :
5 회
조회수 :
637
추천수 :
12
글자수 :
17,531

작성
19.04.02 20:29
조회
87
추천
3
글자
9쪽

Episode 1. 검귀 (2)

DUMMY

사락.




기록하기에 앞서···.


이 일지는, 먼 훗날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 그쳐버릴 활자쓰레기가 될 수도 있고.


또는 일생일대의 기록이 되어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후자가 되길 간절히 기원하며, 정말이지 오랜만에 펜대를 잡는다.




바실력 1,023년 3월.


나는 언젠가부터 인간을 사랑하게 됐다.


아니, 사랑보다는 강렬한 탐구심과 호기심이 드는 생명체로 느꼈다고 보는 게 정확하겠지.


참 신기하지 않은가.


엘프보다 오감이 뛰어나지 못하고, 오크보다 약한 육신에, 작디작은 페어리보다도 수명이 짧다.


헌데 그렇게나 열등한 신체조건 속에서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는 자가 나타나는가 하면, 최근에는 꽤 강력한 8서클의 마법을 다루는 대마법사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물론 저런 케이스는 매우 드물었지만, 이것만으로도 나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하여, 나는 진심으로 인간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약한 인간이 어떻게 짧은 수명을 가지고 강해질 수 있는 지, 또 어떠한 환경 속에서 무슨 습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건···?”


첫 부분을 읽은 남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보아하니 이 친구가 작성한 일기 형식의 기록지 같은데 이게 왜 여기에 들어있단 말인가.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아예 석관에 등지고 앉아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 친구의 기록지를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사락.




바실력 1,023년 4월.


인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나는 가장 먼저, 역대 인간들 중 최강이라 평가받는 소드마스터 이스타르와 대마법사 엔피루스를 레어에 초빙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고, 신체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육체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고 부탁했다.


뭐, 말이 부탁이지 거절하면 기절을 시켜서라도 연구를 감행할 생각이었지만, 녀석들은 다행히도 내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고 덕분에 별다른 시간 낭비 없이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근데 얘네들 왜 이렇게 떨지?


내 레어가 인간들한테는 조금 춥나?




바실력 1,023년 7월.


이스타르와 엔피루스의 기술 우수성을 세밀히 살펴보는 과정에서 조금 문제가 생겼다.


둘 다 나를 매우 어렵게 느끼는 탓인지, 기술 시연에 있어서 제대로 된 실력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만 보면 얼어붙는 턱에 다른 무엇도 강제가 아니면 시도하기가 힘들어 곤란한 상황이다.


물론 정신 조작 마법을 통해 연구 환경을 억지로 끌어올릴 수야 있겠지만 나는 그들이 자발적으로 연구에 협조해 준 이상, 최대한 존중 해주기로 마음먹었기에 이 편리한 방법은 불가하다.


으음, 뭔가 큰 결단이 필요하다.


그들과 나의 벽을 허물 수 있을만한 큰 결단이.




바실력 1,023년 9월.


나는 고심 끝에 한 가지 해결 방안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이 해결책엔 커다란 문제점이 뒤따른다.


바로 내 고결한 자존감이 크게 상할 수도 있다는 큰 문제점이.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방법 말고는 이렇다 할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빌어먹을.




바실력 1,024년 1월.


결국 저질러버렸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종족의 상하관계를 잠시 내려놓고, 인간으로 폴리모프하여 그들과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기로.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착각하도록 만드는 거겠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뭐, 남는 게 시간이니 지금부터 천천히 진행해도 되겠지.




바실력 1,034년 3월.


인간으로 폴리모프를 하고 지낸 지 어언 10년이 지났다.


10년이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 아닌가.


그런데 녀석들은 수명이 극도로 짧은 탓인지 10년이란 시간을 상당한 세월로 느끼는 듯했다.


어느샌가부터 내게 ‘아켈라’라는 인간 이름을 지어주며 서슴없이 대하는 걸 보면 말이다.


어쨌든 생각보다 성과가 너무 빨리 나와서 얼떨떨했지만, 나는 기어코 그들이 가진 기술을 모두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또 그들을 통해 인간의 습성이나, 환경, 그 외에도 정말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으니.


그 결과물을 아래에 기술한다.


.

.

.


인간의 삶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었다.


기 백년을 넘게 사는 엘프와 드워프 같은 족속들의 삶을 밀도 있게 압축해 놓은 것과 같다고.


그만큼 인간들은 한정된 삶 속에서 의미 있는 노동만을 하려 노력했고,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인간의 육신은 어떠한 환경이 주어지냐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한대에 가까워서, 그 잠재력을 끌어올릴만한 시간과 동력원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 가능해 보였다.


심지어 그들은 짧은 수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극도로 효율적인 검술과 마법을 일생일대에 걸쳐 구축하고 있었고, 후손에게 세습까지 해가며 기술의 정교함을 다듬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수많은 대를 거쳐 탄생한 인간 기술의 결정체를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는 이스타르와 엔피루스를 통해 처음으로 목도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특히 이스타르가 보여준 검술과 체술은 나조차도 입이 벌어질 만큼의 훌륭하고 세련된 신체 마나 술식의 집약체였으니.


티끌만큼의 낭비 없이 최소한의 마나만을 소모하여 아다만티움을 무 썰듯 베어버렸을 때는, 전율이 일었다. 이 정도면 나의 본신에도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열등한 조건을 지니고도 필사적으로 노력하여 이 정도의 초월적인 힘을 발현해낸다라.


나는 이때 처음으로 타종족에게 우월감이 아닌 뭐랄까. 그래, 경이로움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는 연구를 떠나 궁금했다.


불멸에 가까운 수명을 지닌 이 내가, 인간의 모습을 유지한 채 그들과 같이 밀도 있는 삶을 살아가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또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두뇌와 무한대에 가까운 동력원으로, 이스타르와 엔피루스의 기술을 가다듬고 보완하여 갈고 닦으면 궁극적으로 어떠한 결과물이 튀어 나올까.


어쩌면 폴리모프를 한 인간의 몸뚱아리로 본신의 힘을 넘어서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정말이지 오랜만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바실력 1,042년 7월.


엔피루스는 나보다 마법 실력이 미천하지만, 그렇다고 배울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내게 인간이 어떠한 원리로 마법을 구현해내는 지 정밀히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본체로만 펼칠 수 있었던 용언 마법을 인간의 몸으로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타종족으로 폴리모프한 상태에서 용언 마법을 이토록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내가 최초였기에 이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였다.


해서, 나는 함께한 지 약 20년 만에 엔피루스를 고국으로 보내주기로했다.


그렇게 레어 밖으로 나온 엔피루스는 한동안 눈을 감고서 눈부신 햇살과 신선한 공기를 만끽했다.


그 모습에 왜인지 죄책감이 밀려왔지만 녀석은 한낱 인간일 뿐이었기에 애써 무시했다.




바실력 1,062년 9월.


한동안 기록이 뜸했다.


나는 요즘 이스타르의 검술에 흠뻑 빠져있다.


이스타르의 검술은 분명 인간이 창조한 기술이건만, 아무리 익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이가 있었다.


아니 오히려 깊게 파면 팔수록 더 두텁고 커다란 벽과 마주할 뿐이어서 감히 내게 답답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벽을 깨면 확실한 경지 상승이라는 달콤한 보상까지 쥐여주니 어찌 이 기술에 빠지지 않고 배기겠는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성장을 해나간다는 것.


이것은 마법의 종주로 태어나 숨 쉬듯 당연스레 체득해버리는 그 무엇과는 차원이 다른 희열감을 선사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이스타르의 지도 아래, 레어에 쳐박혀 검술 수련에 몰두했다.




바실력 1,088년 3월.


이스타르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이스타르의 경지를 뛰어넘어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에 맞닿았다.


기뻐할 일이다. 분명 기뻐할 일이다. 그런데 전혀 기쁘지 않았다.


공허했다.


이건 이스타르라는 기존의 목표를 잃어서 오는 감정인 것일까, 아니면 나의 벗 이스타르가 떠났기에 오는 감정인 것일까.


돌이켜보니 녀석과 함께 한 65년이란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이게 인간의 시간 감각인가?


...녀석들은 과연 그 긴 시간동안 내 레어에 처박혀 있으면서 행복했을까?




바실력 1,102년 6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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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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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4 몽묘
    작성일
    19.04.03 03:03
    No. 1

    글쓰는 분들의 상상력이란....많은 분들의 글을 읽어갈수록 그저 입만 떡 벌어집니다...ㅎㅎ 끝까지 응원할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홍길통
    작성일
    19.04.12 21:47
    No. 2

    응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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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ㅇㅇ 19.11.28 73 0 4쪽
» Episode 1. 검귀 (2) +2 19.04.02 88 3 9쪽
2 Episode 1. 검귀 (1) +4 19.04.01 116 3 13쪽
1 Prologue. 각오 +10 19.04.01 215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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