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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엘 작가의 서재.

신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시그니엘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4
최근연재일 :
2022.02.01 02:21
연재수 :
5 회
조회수 :
633
추천수 :
12
글자수 :
17,531

작성
19.04.01 12:29
조회
213
추천
6
글자
8쪽

Prologue. 각오

DUMMY

신의 계승자


Prologue. 각오



불이 전부 꺼진 어둑한 집.

현관의 센서등이 틱, 하고 켜졌다.

그 곳엔 어린 소년이 옹알거리는 아기를 엉거주춤 업고서 현관의 여인을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 어디가?”

“······.”


여인이 고개만 돌려 피붙이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슬픔과 미안함 따위의 여러 감정들이 뒤섞인 눈빛으로.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미 체념한 여인은 결국 현관문을 열었다.

그 뒤로 들려오는 소년의 다급한 음성.


“어디 가냐고!”

“마트, 동생 잘보고 있어.”

“거짓말, 나랑 무혁이도 데려가.”

“······아빠 말 잘 듣고, 잘 지내.”


끼이익-


“엄마아아아아아!!”


철커덕.


그게 끝이었다.

그 뒤로 소년과 아기는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없었고, 매일을 주정뱅이의 폭언과 구타에 바들바들 떨어야만했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바득바득 버텨갔다.

주정뱅이가 집에 돌아오면 방 안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방문을 잠궈놓고 서로를 껴안은 채 오열한 적이 대체 몇 번인지 셀 수도 없었다.

그 뿐이랴? 때릴 곳도 없는 동생에게 주먹을 들어 올리는 주정뱅이를 막아서며, 이 인간이 티비에서 나오는 괴물들에게 콱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아등바등 하길 4년.

소년은 발길질에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이러다 진짜 죽을 수도 있겠구나.’


무작정 5살이 된 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

경찰서에 갈까 잠시 망설였지만, 주정뱅이에게 다시 데려다 줄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허겁지겁 나오는 바람에 놀란 동생을 달래며 고민하길 한참.


‘돈. 돈을 벌어야한다.’


그 즉시 행동에 나섰다.

소년은 인근에 있던 모든 상가 안을 헤집고 다니며 일을 시켜달라고 애원했다.

식당, 카페, 옷 가게, 꽃집, 마트 등 발길이 닿는데로, 눈길이 가는 데로 악착같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렇게 어린 애들을 누가 거두어 주겠는가?


발바닥이 시큰거려 올 때쯤 이름 모를 공원 앞에서 멈추어 섰다.

어느새 하늘이 노랗게 물들며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 빛이 어린 두 형제를 쓸쓸히 비추었다.

소년의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딱히··· 많은 걸 바랬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저 동생과 굶지 않고, 맞지 않고 살았으면 했다.

그 지옥같은 곳에서 나오면 그렇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었다.

냉혹한 현실을 견디기엔 너무 어렸던 걸까?

머릿 속에 헛 된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며 가슴속으로 비산했다.

소년의 푹 꺼진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혀엉···.”


소년의 꽉 쥔 주먹 위에 포개진 고사리 같은 손.


“형아 우지마! 우리 저기도 가보자. 저기는 아직 안 갔서!”


동생의 작은 손가락이 가리킨 곳.

정무 검도관.

소년이 흐르던 눈물을 소매로 거칠게 닦았다.


“그래.”


해가 저물어 날씨가 쌀쌀하다.

소년은 자신이 입고있던 외투를 벗어 동생에게 입히며 다짐하듯 말했다.


“최무혁! 너는 형아가 끝까지 지켜줄게.”

“웅!”


하얗게 웃고있는 동생의 손을 꼭 붙잡고, 소년은 정무 검도관으로 향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심정으로.


그래, 씨발. 이건 내 얘기다.

누가 들으면 신파극이니, 세상에 가정사 없는 집안이 어디 있니 하고 혀를 찼겠지만 오늘 만큼은 이 좆같은 과거를 끄집어내서라도 나오지 않는 눈물을 쥐어짜고 싶었다.

하지만 허탈함과 분노라는 복잡한 심정 때문일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후우-


나는 반짝거리는 야경이 펼쳐진 장례식장 옥상에서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상념에서 깨어났다.


“케켁, 켁! 씨발···.”

“이 녀석아, 운동하는 놈이 피우지도 않던 담배를 피우니까 그렇지.”


엄하면서도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

고갤 돌려보니, 어느새 관장님이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서 옥상 난간에 팔을 얹고 계셨다.

나는 다시 네온사인 가득한 야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현실감이 없어요, 현실감이. 이 모든게 꿈 같단 말이죠.”

“······괜찮은 거냐?”

“하하, 괜찮으냐고요? 관장님은요?”

“······.”


나의 되물음에 관장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만 들어가자. 상주가 이렇게 오래 자릴 비우면 쓰나.”

“······약속 했었는데.”

“뭐?”

“지켜주겠다고··· 약속 했었다고요.”

“······그랬냐.”

“관장님. 지금 난 하나도 안 괜찮아요.”


나는 가슴속에서 천 불이 끓어오르는 것을 오늘 처음 느꼈다.

이 부조리한 세상에 화가 난다.

나는 주먹으로 아려오는 가슴을 쿵쿵 치며 말했다.


“화가 나요. 진심으로 화가 납니다.”

“그럼 어쩌겠냐? 다 가슴에 묻고 사는 거다. 진정해.”


관장님은 격앙된 나의 모습에 등을 툭툭 두드렸다.


“관장님. 난요, 어렸을 때 그 인간이 나랑 무혁이를 죽어라 팰 때마다 참 궁금했어요. 이 인간한테 나랑 무혁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우린 왜 맞는 걸까? 욕은 왜 먹는 걸까?”

“인마, 오늘은 그런 얘기······”


나는 관장님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 수위가 점점 강해질수록 궁금함이 원망으로 바뀌었어요. 뉴스에 나오는 괴물들이 이 인간 좀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죽여줬으면 좋겠다고! 제발··· 이 나쁜 인간을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요!”

“이 자식아, 그만해!”

“그런 인간이나 죽여 버릴 것이지 대체 왜! 내 동생 무혁이를 죽인 거랍니까. 예? 그냥도 아니고 아주 갈갈이! 이런, 씨바알!!”


순간 사랑하는 내 동생의 조각난 사체가 떠올랐다.

허탈함과 분노라는 두 개의 감정이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합쳐지며 폭발했다.

그렇게 쥐어짜내려 해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쉴 새 없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쯧···!”


생전 처음 보는 내 모습에 혀를 찬 관장님이 말없이 안아주었다.

나는 한참동안 그의 어깨를 적시고 나서야 품에서 떨어졌다.


“관장님. 나 오늘부로 검도 그만둘래요.”

“······!”


젖은 어깨가 움찔거린다.

나는 관장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무혁이 저렇게 만든 괴물 새끼들 내가 다 부숴버릴 겁니다.”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제가 허투루 말하는거 보셨어요?”

“야 인마, 너 민간인이야. 가디언도 아닌 놈이 도대체 무슨 수로?”

“죽기 살기로 매달리다 보면 방법이 있겠죠. 나 같은 놈도 괴물들을 때려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미친 새끼.”


한동안 뚫어지게 나를 노려보던 관장님이 홱 하고 몸을 돌렸다.

그가 옥상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엄한 놈들 먹여주고 재워주고 다 키워놨더니···. 네가 무혁이 때문에 감정적으로 까부는 건 알겠는데, 적당히 좀 해라. 재능 하나로 검도 끝자락까지 올라서더니 세상이 쉬워 보이냐? 가디언은 커녕 각성도 못한 새끼가 대체 뭘 어쩌겠단 거야!”

“······.”

“감정적으로 행동하면 될 일도 그르치는 법이다. 장례 마치고 나서 이성적으로 다시 생각해봐.”


쾅!


관장님이 옥상 문을 거칠게 닫고서 내려갔다.


그 후로 3일이 지났다.

나는 23살의 새파란 나이로 군복무 중 순직한 내 동생 최무혁의 장례를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관장님의 말씀처럼 이성적으로 다시 생각했다.


세계검도선수권대회 개인전 부문 3연패의 빛나는 경력과

세계검도랭킹 1위의 자리를 버리고

그 녀석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이것은 오롯이 나의 의지였으며, 가엾은 내 동생을 죽인 놈들에 대한 각오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최달팽입니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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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dd 22.02.01 146 0 6쪽
4 ㅇㅇ 19.11.28 72 0 4쪽
3 Episode 1. 검귀 (2) +2 19.04.02 87 3 9쪽
2 Episode 1. 검귀 (1) +4 19.04.01 115 3 13쪽
» Prologue. 각오 +10 19.04.01 214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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