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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좋아함 님의 서재입니다.

21세기 검마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글좋아함
작품등록일 :
2022.08.23 16:11
최근연재일 :
2022.09.27 19: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7,638
추천수 :
206
글자수 :
192,008

작성
22.08.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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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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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양아치를 상대하는 방법

DUMMY

10화. 양아치를 상대하는 방법


길이 트였다.

나는 5층짜리 건물 꼭대기 층으로 걸어 올라갔는데 층마다 자리 잡은 떡대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최자철이 미리 언질을 준 건가. 쳐다만 볼 뿐 덤비진 않았다.


“뭘 봐.”

그러다가 유독 심하게 노려보는 놈이 있으면 한 번씩 이렇게 꼽을 주곤 했다.

그래도 뺨은 때리진 않았다.


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문이 하나 보였다.

열고 들어가니, 벽에 다닥다닥 붙어서 떡대들이 도열해있었다.

그것 외에는 문밖에 없는 빈방.

그리고 맞은 편에서야 문이 하나 보였다.

히틀러가 생각나는 방이었다. 히틀러의 집무실에 들어가려면 웅장해 보이는 여러 방을 거쳐야 하는데, 거기서 착안해 온 게 아닌가 싶었다.

역시 이 동네에서 한 가닥 한다는 놈 중 정상적인 놈은 없다.


‘하여튼 가오 잡기는.’

어떻게든 기세를 잡으려는 모양이었다.

맞은편 문을 열고 들어가자, 똑같은 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세 번쯤 반복하자, 이제야 녀석의 집무실이 보였다.


‘미친 새끼.’

나는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야, 형 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백두 사무소에서 맞은 놈들, 최승철, 안경잽이, 최자철.

그리고 방을 채우고 있는 떡대도 둘이나 있었다.


“왔냐?”

최자철이 앉아서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러자, 나는 문득 내 바로 옆에 있는 떡대의 뺨을 갈겼다.


“사람이 왔으면 쳐다는 봐야지. 넌 어떻게 생각해?”

살살 쳤기 때문에 얼얼한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말을 할 수 있을 텐데도 이놈은 입을 열지 않았다.


짝-

이번에 맞았을 때는 힘을 주었기 때문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런데도, 최자철은 나랑 힘겨루기하려는 건지 여전히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짝- 짝-

나는 또 다른 떡대의 뺨을 휘갈겼다.

그래도 쳐다보지 않자, 나는 놈의 책상에 마주 앉았다.


“어떤 용건으로 왔나?”

그제야 날 쳐다봤다.


짝-

나는 그때, 놈의 뺨을 시원하게 갈겼다.

그러자, 도열한 놈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야, 사람이 왔으면 대화를 하자. 지금 내가 기분이 안 좋거든. 그러니까 좋게 좀 가자.”

놈은 어제 싸움에서 진 탓인지 성을 내지 않고 말을 했다.


“어제 싸움은 공정하지 않았네.”

“공정? 맞아, 공정하지 않았지. 삼대일 다구리를 까는데 그게 공정하지 않았을까.”

“내 주무기는 단검이네. 그걸 들지 않고 싸웠으니, 공정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밖에.”

“...?”

나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나는 과거에 이런 놈의 성격까지 몰랐기에. 이제 와서 이런 치졸한 성격임을 알게 되자 뭔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럼 제대로 한 판 뜰까?”

“얼마든지.”

나는 그러면서 도열해있는 최승철의 얼굴을 바라봤다.

대화를 한다며? 이런 식의 표정을 짓자 잠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나도 대화를 하고 싶다. 너희 형이 이런 망나니인 걸 어떡하냐.


어차피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나에게 있어서 이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는 데 필요한 기강잡기라고 생각하지 뭐.


“내 주무기는 검인데. 검 좀 빌려주지.”

최자철이 손짓하자, 도열해있던 안경잽이가 벽에 걸려있던 장검을 가져왔다.


“이거면 되겠나?”

“충분하지.”


*


놈은 어느 정도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 어제도 내공을 맘대로 주입하고 그런 식으로 싸웠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자부심에 절어 있는 놈.

이런 놈들은 쉽게 죽는다. 칼침이 일상인 동네. 실력도 안 되면서 깝치고 다니는 새끼들은 골로 가기 일상이다.

내가 어제 말했던 두 번째 교훈. ‘깝치지 마라.’ 이걸 안 지키는 놈들이 현천 바닥에선 천지삐까리다. 그리고 내 앞엔 단검을 다듬는 천지삐까리 중 하나가 있었다.


“모두 잘 들어라. 이건 일대일 싸움이다. 절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끼어들지 마라.”

“예.”

꼴에 가오잡기는.

아마도 놈은 지금 이렇게 생각할 거다.

어제 내가 진 것은 삼대일로 싸우느라 흐름이 끊겼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 쪽에서 다구리를 깠지만, 내가 충분히 강하다.

뭐, 이런 식으로 자아도취에 빠졌겠지.

참 병신같긴.

뭐, 어쩌겠나. 여기는 병신들이 모여 사는 병신같은 동네인데.

기대하면 기대를 한 사람이 병신이 된다.


여차해서, 우리는 마주 섰다.

단검을 든 거구가 눈앞에 있었고, 최승철이 비무의 시작을 알렸다.


“시작하겠습니다.”

멘트가 끝나자마자, 최자철이 코앞으로 왔다.

장검과 단검의 거리를 고려한 거겠지. 당연한 선택이다.


놈은 그러면서 검식을 펼치는 듯 보였는데, 마치 커다란 뱀이 집어삼킬 듯한 동작이었다.

정확히 가슴을 노리는 동작. 어제 가슴을 얻어맞은 것에 대한 복수인 건가.

나는 발검(拔劍)조차 하지 않은 채, 발차기하듯 휘두르는 검을 발로만 막아냈다.

검로를 정확히 막아섰기에, 단검은 신발 밑창도 뚫지 못한 채 막혔다.


“뭐하냐?”

“...!”

놈은 칼을 내빼더니 뒤로 잽싸게 물러났다.

하책이다.

지금과도 같은 상황에선 상책은 적당히 공격하면서 간을 보는 것이고, 중책은 그 외에 뭐라도 하는 것이다.

이때, 놈의 선택은 하책인데, 장검을 상대로 두면서 단검의 무인이 뒤로 물러났다. 그대로 장검의 무인에게 거리를 준 것이다.


‘내 차례다.’

나는 지금 놈이 필요로 했다.

병신같기는 해도 집단의 우두머리. 최소한 놈을 꺾고 들어가야 밑에 있는 놈들도 고분고분 말을 들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놈을 일검(一劍)에 압도적으로 꺾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가오도 챙기면서.


나는 발검과 동시에 검식을 펼쳤다.


“건곤십이식. 제일식(第一式) 섬진.”

순간, 내려치는 듯한 유려한 검식이 펼쳐졌다.


*


건곤십이식은 노검(老劍)이 가르쳤던 검법이다. 검법의 전승자들은 각지의 심산유곡을 유람해야 하는데, 열두 초식 모두 산과 바다에서 기인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건곤십이식을 배우면서 노검에게 참 많이 끌려다녔다.

제일식인 섬진을 배우기 위해 섬진강으로, 제이식인 한라를 배우기 위해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이런 식으로 끌려다니면서 초식을 몸에 새겼다.


그 중, 내가 지금 펼친 초식은 제일식인 섬진이었다.

이걸 펼친 이유는 다름 아닌 내가 아직 유수의 경지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산의 형상을 딴 몇 개의 초식은 건곤심법 중 태산의 경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반쪽짜리나 다름이 없어서였다.


“건곤십이식 제일식 섬진.”

내가 검식을 큰소리로 외치며 끝을 보자, 벽에 금이 간 게 보였다.

동시에 놈의 독문 무기인 비명검이 부러졌는지 검날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확실히 기술명을 외치면서 한 게 효과가 있었다.

뒷짐을 지면서 관람하던 놈들의 뒷짐마저 풀려있지 않은가.

역시 기술명을 외치는 거만큼 가오잡을 만한 게 없다.


여기저기 은은한 매화향이 났다.

섬진의 봄에는 매화가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금이 간 벽을 보면서, 아직 몸에 검초가 완전히 숙달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노검이 말하길.

본래, 섬진은 바다와 이어져 있으며 전라와 경상을 잇는 화합이다. 바다와 이어져 있기에 민물과 바닷물의 섞이는 영역도 있는데 이 또한 섬진이다. 그렇기에 섬진은 화합의 검이므로 다른 열하나의 초식보다도 더 유려해야 한다고 강조를 했는데.


벽을 부신 걸 보니, 유려는 개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이걸 노검이 보셨다면, 섬진의 묘리를 깨달으라면서 섬진강을 상류에서 하류까지 헤엄시킬 게 분명했다.


나는 넘어져 있는 최자철의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짝-

그러고는 놈의 뺨을 때렸다.

순간, 얼타고 있던 최자철의 정신이 돌아왔다.


“내가 말했지. 깝치지 말라고. 이제 정신이 드냐?”

“...”

아무 말도 없자, 나는 다시 손을 올렸다.


“예, 듭니다.”

그러자, 녀석은 존대를 쓰면서 대답했다.

방금의 검초를 보고 뭔가 깨달은 게 있는 건가. 혹은 맞기 싫어서 그런 건가. 그런 것도 아니면 죽이지 않고 살려둬서인가. 녀석은 멍을 때리면서 대답을 했다.


“제가 졌습니다.”

“이제야 깔끔하네.”

“앉으시죠.”

그러면서 녀석이 직접 내가 있는 곳으로 의자를 갖다 주었다.

그러고는 녀석은 다른 놈들이 갖다 주는 의자에 마주 앉았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깝치지 않겠습니다.”

“그게 끝이야? 하고픈 말이 더 있을 텐데.”

나는 무언가를 더 말하고픈 놈을 보면서 말했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예상한 말은 아니었다. 조금 더 기어 다니거나 비굴하게 할 줄 알았는데.

뭔가 심적으로 느낀 게 있는 건가.


“내가 왜? 나한테 뭔 이득이 된다고.”

“원하신다면, 동장 자리도 양보하겠습니다.”

그러자, 동그랗게 뜬 눈으로 도열한 놈들이 쳐다봤다.


“아냐, 그건 필요 없어. 대신 하나만 묻자. 왜 강해지려 하는 거지? 동장 자리면 만족할 만하지 않나?”

나한텐 어차피 필요 없는 자리다.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형국이라 밑에 놈들도 잘 따르지 않을 것이다.


“야망이 있습니다. 저는 남구를 통···”

나는 놈의 말을 끊었다.


“남구를 통합하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그 지랄을 도와주라고? 내가 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뭔 줄 알아? 너희 같은 씨발 양아치들이다. 뭐만 하면 보호세니 자릿세니 품위 유지비니 그걸 다 뜯어가 놓고서는 경호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사업체를 내는데. 내가 그거에 일조하라고? 씨발 너가 미쳤구나.”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냐. 여기 가만 보니까 양아치들 집합소네.”

나는 차례로 도열한 놈들을 돌아봤다.


“소상공인 파괴범 있고.”

최승철을 바라봤다.


“돈 뜯어 가는 깡패 있고.”

최승철 부하들을 바라봤다.


“청부살인마들 있고.”

안경잽이들을 바라봤다.


“깨끗한 척하는 위선자 있고.”

시선의 끝은 최자철이었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너희들은 스스로에게 역겹지 않냐? 나라면 거울보다가 구역질이 나올 거 같은데. 너희들의 그 좆같은 위선적인 모습 때문에.”

“죄송합니다.”

“아냐, 나한테 죄송할 게 뭐 있어. 너가 갈구고 다닌 애들한테 죄송해야지.”

“...”

나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십 초에 가까운 침묵을 깨고 말을 이었다.


“강해지고 싶다고?”

최자 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고?”

끄덕.


“그래, 잘 들어라. 오늘부터 효천동의 새로운 규칙을 알려준다. 효천동에선 앞으로 보호세든 상납금이든 일종의 돈을 뜯는 행위는 없다. 돈을 벌고 싶으면, 각자가 땀 흘려가면서 돈을 벌어. 돈을 뜯지 말고. 씨발, 양아치 짓거리 하지 말고. 알아들었지? 이게 내 조건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최자철을 노려보았다. 과연 놈은 뭔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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