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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좋아함 님의 서재입니다.

21세기 검마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글좋아함
작품등록일 :
2022.08.23 16:11
최근연재일 :
2022.09.27 19: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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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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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글자수 :
192,008

작성
22.09.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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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미친놈과 미친놈

DUMMY

30화. 미친놈 그리고 미친놈


화기를 도난당했다는 건 큰일이다.

한 정만 사라져도 현상금을 걸고 뉴스에 나오는데.

자그마치 삼천 정이라는 건.


어떠한 군 내‧외부 집단이 작정하고 탈취한 것이다.

문제는 그게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다.


과연 홍 노인은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이 능구렁이는 잘못 상대하다간 금세 나도 모르게 늪에 빠지고야 만다.

정말로 모르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알면서도 나중에 꼬리 끊기를 위해 모르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없다.

감이다. 왜인지 저 영감네라면 그러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기, 탄약 탈취라니.

작지 않은 사안에 내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홍 노인이 내 표정을 보더니 놀랍다는 듯 물었다.


“그래도 놀라 자빠지지는 않는군.”

“뭐, 별의별 최악의 수는 다 예상해서. 만약 맹주까지 왔다면 기절했을 거야.”

나와 홍 노인은 다시 걷다가 그쯤 궁금한 게 생겨서 물었다.


“내부자는 잡았나?”

“관련 간부나 병사들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데 제가 볼 때는 꼬리 자르기 같아서···. 사실 이 준장이 여기 있는 이유도 이와 관련된 거지. 그가 군 내부에서 비밀리에 꾸려진 조사단의 단장이니.”

“그렇다면 외부세력은? 그 많은 양을 내부에서 빼돌렸을 리가 없는데. 게다가 걸린다면 군사법에 뭐에 대가리 복잡해질 일만 남았을 거 아닌가.”

내가 외부세력을 묻자, 홍 노인은 고민하다 말했다.


“외부세력은 정말 추려지는 게 많네. 국내만 봐도 반정부단체, 중국에서 건너온 건달들, 조선족, 시민단체, 대한맹의 일부. 국외로 가면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정말일까.

나는 그래도 마음 한쪽에 의심을 남겨둔 채, 물었다.


“사건이 발생한 게 3달 전인데, 당신은 어째서 5년 전부터 현천시에 머무른 거지? 앞뒤가 맞지 않지 않나. 암중대와 시기가 맞지 않는 거 같은데.”

“암중대는 별개의 일이지. 암중대는 원래부터 맹에서 각지의 무재(武才)들을 데려다 만들 계획이었네. 허나, 지금같이 예기치 못한 일로 시기가 앞당겨진 거지. 원래 우리는 현천시의 최자철도 후보로 두고 있었어. 만약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최자철이 대원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었겠군.”

나는 홍 노인의 말을 듣다가 웬 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조진욱 경감이라고 소개됐던 경찰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내는 평균의 키에 평균의 체형이었는데.

얼굴조차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잠시 얘기를 하죠.”

“얘기요?”

“예.”

나는 고개를 까닥이며 답했다.


“그럼 같이 걷죠.”

나와 홍적산 사이에 조진욱 경감이 껴서 무역회사 한 바퀴를 돌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 조 경감이 내게 물었다.


“현천시에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암중대의 활동을 잘 이어갈 수 있겠습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까?”

“그럼요.”

“아뇨. 일단 심적으로도 암중대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

그 말에 홍 노인의 안면근육이 움직이는 듯 보였다.

웃음을 참는 걸까. 모르겠다. 다시 보니 아닌 거 같았다.

내 말에 조 경감이 다시 물었다.


“설마 버림받을 거라 생각하시는 거 때문입니까?”

“예.”

“그 문제는 이미 끝난 거 아니었습니까?”

“의심을 멈춰서 득이 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이 일은 신뢰로 하는 거 아닙니까?”

“신뢰라···. 저는 신뢰가 납치와 협박으로 이루어져 있는 건지 이제야 알게 되었군요.”

나는 홍 노인을 쳐다봤다.

나는 비꼬듯 홍 노인에게 말했다.


“어르신, 혹시 신뢰라는 단어를 형상화하면 철제 무기가 되지 않는지요? 흔히들 총이라고 부르는.”

홍 노인이 내 사무실에 와서 내게 총을 겨눴던 일을 가리켰다.

홍 노인은 굳이 대꾸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조 경감에게 말했다.


“세상에 신뢰라는 건 없어요. 특히 시작부터 꼬인 이런 관계에서는.”

“그럼 저희가 뭘 어떻게 해드립니까. 막말로 이제 김지성 씨는 대주에서 못 내려옵니다. 대주를 그만두겠다면 빙제 님이나 이일악 준장님을 포함해서 다른 고수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꼬우면 지들이 해야지, 왜 나를 사지에 몰아넣습니까?”

“···.”

“뭐, 저는 어차피 이런 관계에서 신뢰는 기대도 안했습니다. 신뢰는 믿지도 않고.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거래와 계약, 그리고 보상입니다.”

내가 멈춰서자, 홍적산과 조 경감도 멈춰서 나를 봤다.


“얼마까지 해줄 수 있습니까?”

둘이 고개를 돌려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쉽게 답을 하지 않자, 내가 대신 말했다.


“쉽게 정하지 못한다면 제가 말해도 될까요?”

“생각해 놓은 것이라도 있나요?”

나는 조 경감을 보며 답했다.


“일단, 경찰 쪽에서는 절 체포하지 마십시오.”

“저한테 그런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예, 이 자리에 있다는 거 하나만으로 당신의 계급이 뭐든 내공이 얼마만큼 쌓였든 경찰 내부에서 영향력 하나 행사할 위치에 있다는 게 증명된 겁니다. 어차피 당신들로서도 손해는 없을 겁니다. 괜히 대주가 잡혀가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보다는 낫지.”

나는 말하다가 잠시 멈추고는 홍 노인을 바라본 채 말을 이었다.


“어떤 양반 때문에 콩밥이 더럽게 맛없다는 사실도 하나 깨달아서 더욱 가기 싫더군요.”

홍적산이 나를 보며 말했다.


“맹에도 요구할 게 있나 보군.”

“정답.”

우리 셋은 걷다가 멈춰서서는 서로를 살폈다.

이렇게 보니, 조합이 묘했다.

무림맹, 경찰, 깡패가 길에 서서는 미래를 도모했다.

더 나아가서는 빙제와 준장, 팀장 하나까지 포함하니.


무림맹, 경찰, 깡패, 무림 고수, 군인, 기업인이 서로 해결책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사실이 너무 기묘해 뜯어먹을 게 많다는 생각은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야 들었다.

나는 홍적산을 보고 말했다.


“철저한 자유 보장. 괜히 어디 대주라고 해서 끌려다니고 싶지는 않아서.”

홍적산을 바라보자, 트집 잡을 게 생겨서인지 나는 말을 다시 이었다.


“한 번 생각을 해 봅시다. 몇 달 전만 해도 삼류 수준에 불과했던 놈이 이제는 어느새 빙공 최고수인 빙제와 비무를 벌일 정도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은데. 괜히 또 가치 운운하지 마시고. 되려 맹한테 이득이니까.”

“···그러지.”

홍 노인이 짤막이 대답하고는 고개를 떨궜다.

어느새 대화 주제가 끊겨버린 셋은 사담(私談)으로는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닫자, 산책을 마저 끝내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셋이 들어가니, 날 향해 빙제가 다가왔다.


“어이, 대주.”

“불렀나, 빙제 선배?”

빙제가 내 앞에 우뚝 서더니 자신만만한 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정말로 끝까지 가면 누가 이겼을 거 같나?”

왜 왔나 했더니 아직도 치졸하게 싸움의 끝을 논하려고 했다.


“뭐, 끝을 볼까?”

내가 투덜댔다.

갑자기 빙제가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꼬리를 내렸다.


“···그건 아니지.”

왜 저러나 했더니 홍 노인이 빙제를 째려보고 있었다.

꼬리를 내린 빙제가 단정 짓는 듯 말을 툭 던졌다.


“내가 이겼겠지.”

왜인지 저 인간하고는 말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았다.

무시하고 지나가도 되는 걸 내가 굳이 답했다.


“선배, 선배는 무공을 정식으로 얼마나 익혔나?”

빙제가 머리를 굴렸다.


“나? 나는 모르겠다. 지금 내 나이가 서른여덟이니 그거랑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정식으로 익힌 게?”

“그러지.”

나는 코웃음을 치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빙제가 내 손바닥을 빤히 보자, 나는 그 중 손가락 2개를 접었다.


“이게 뭔 거 같나?”

“삼···. 삼이라. 무공을 정식으로 익힌 지 삼 년밖에 안 됐다는 건가?”

“틀렸어. 삼 개월이야. 그전에는 기초교육도 제대로 못 받아서 삼류 수준도 턱걸이였지.”

“···삼 개월 만에 그 수준이라고?”

빙제가 믿지 못하는 듯 홍 노인을 쳐다보자, 홍 노인이 대답했다.


“정말이네. 확인도 다 끝났지.”

“무재로군요.”

빙제가 덥석 내 손을 잡았다.

갑자기 두 눈을 밝혔다.


“대주.”

“말할 게 있나?”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지. 하나는 그 비무에서 끝까지 갔으면 내가 이겼을 거야.”

이제는 귀찮아져 대충 넘겼다.


“뭐, 그렇게 합시다.”

“정말로 익힌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면 정말 유례없는 무재겠지. 나중에 시간이 나면 날 찾아오도록 해. 그때는 저 조그만 곳이 아니라 정식으로 겨루고 싶다.”

“정말로?”

빙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로서는 거절할 필요가 없다.

빙제와 같은 고수와의 비무는 경험으로도 좋은 양분이 되니까.

빙제가 대답했다.


“정말이지, 그럼.”

나는 문득 빙제를 바라보더니, 왜인지 호승심이 생겼다.

더 답하면 호승심이 끓어서 바로 이 자리에서 겨루게 될 거 같아 웃으면서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빙제가 인사를 했다.


“대주, 다음에 보게.”

“좋지, 선배.”

“만약에 다음에 본다면, 그때는 다시 겨뤄보는 거로 하지. 어떤가?”

“내가 반길 일이지.”

빙제가 홍 노인을 보며 안부를 전했다.


“어르신, 먼저 가겠습니다.”

“다음 회의 때 보지.”

빙제가 가자, 홍 노인이 나를 보며 말했다.


“대주도 가도 상관없네.”

“더 할 게 남아있는 게 아니었나?”

“어차피 이번 회의의 목적은 자네를 여기 간부들한테 소개하는 일이었어. 아직 암중대에 임무는 배정하지 않았네. 실제로 탈취 사건의 주모 세력도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암중대를 투입하기도 애매해.”

“그런가, 그럼 가기 전에 하나만 묻지. 내가 대주라면, 다른 대원들은 누가 있지?”

홍 노인이 고심하며 답했다.


“아직은 몰라. 다른 간부들이 하나하나씩 데려오겠지. 내가 재촉을 했으니, 슬슬 다른 간부들이 하나둘씩 데려오기 시작할 거네. 금방일 거야. 대원들이 다 구해지면 그때 한 번 더 부르도록 하지.”

나는 가려고 했다가, 다시 궁금한 게 생겨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던졌다.


“총기를 탈취당했다고 했는데, 정말 짐작 가는 세력이 없나?”

“없다곤 안 했네. 많다고 했지.”

“···그러면, 먼저 가보도록 하지.”

나는 고개를 돌려 이만 나가보았다.


밖으로 나가보니, 아직 빙제가 자리를 뜨지 못하고 건물 밖에 있었는데.

보아하니 홍 노인을 기다리는 건가 싶었다.


“선배는 아직도 안 가고 뭐 하고 있나?”

“대주, 금방 나왔네.”

“홍 노인이라도 기다리나?”

“어르신? 아니. 너를 기다렸지.”

“나?”

빙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헤어지기 전에 말했지? 다음에 만나면 다시 겨뤄보는 거로. 지금이 다시 만난 때가 아닌가.”

빙공을 쓴 거 같지도 않았는데 어이가 없어서 입이 얼어붙었다.

내가 중얼거렸다.


“···나보다 미친놈이 여기 있었구나.”

순식간에 주위가 얼어붙으면서 빙제가 미소를 지었다.


“설영잠식을 깬 건 오랜만이라서 말이야. 몸이 근질근질해. 다시 붙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미친놈 하나를 건드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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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기도를 올리다 +1 22.09.21 73 3 11쪽
» 미친놈과 미친놈 +1 22.09.20 8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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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심술이 나서 +1 22.09.18 90 4 11쪽
27 깨닫는 게 많은 밤에 +1 22.09.17 95 4 13쪽
26 날아오르다 +1 22.09.16 94 4 13쪽
25 미친놈과 약쟁이 +1 22.09.15 98 4 13쪽
24 술래잡기의 규칙 +1 22.09.14 100 4 10쪽
23 손님 맞이 +1 22.09.13 102 3 10쪽
22 쥐새끼처럼 +1 22.09.12 101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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