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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좋아함 님의 서재입니다.

21세기 검마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글좋아함
작품등록일 :
2022.08.23 16:11
최근연재일 :
2022.09.27 19: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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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6
추천수 :
206
글자수 :
19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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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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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가면을 벗고 정체를 공개해주세요

DUMMY

21화. 가면을 벗고 정체를 공개해주세요


시야에 들어온 놈들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어차피 잡졸에 불과한 놈들이라 수를 세는 거에 있어 의미는 없었으나

불현듯 주제 파악 못 하는 놈들이 몇이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둘.’

나는 숫자를 세어가며, 눈에 보이는 놈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현재 내가 어느 정도까지 성장했는지 시험하는 기회였다.

문득,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뭔가 박자감에 맞게 타격이 가해질 때였다.


쿵짜작- 쿵짝-

마음속에서 이런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일 초에 한 대씩.

이번에는 장법을 쓸까? 이번에는 수법(手法)을?

어떨 때는 각법을 쓰기도 했다.

가끔가다가 지나치게 약해 보이는 놈도 있었는데 동네 주민을 죽일 수는 없는 처지니 이럴 때는 힘을 빼고 때리기도 했다.

한 1분쯤 지났을 때, 주변을 둘러보자 더 때릴 놈이 없음을 깨닫고 나는 미처 상석에서 내려와 우리 주민들에게로 다가갔다.


“우리 효천동 주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접니다.”

내가 내려가자, 날 둘러싸듯이 원이 그려졌다.

자연스레 내가 원의 중심에 있었는데 나는 그 안에서 가면을 벗었다.

순간, 왜인지 티비 가요 프로그램에 나온 기분이었다.

마치 이제 MC가 나와서 ‘자, 하회탈 동장은 가면을 벗고 정체를 공개해주세요’라고 말할 법한 분위기랄까.

역시 동네 주민들 반응도 티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반지하 살던 김지성이라고?”

뭔가 상상도 못 한 정체를 마주하는 반응이랄까.

꽤 반응이 만족스러웠다.


“김지성이라고?”

“그게 누군데?”

“있어. 웬 병신새끼.”

수군거리는 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왔다.

무식하다면 용감하다고 할까나.

원에서 한 명이 튀어나오더니 내게 시비를 걸어댔다.


“지성아, 여기서 지랄하지 말고 집에 들어가 발이나 닦고 자라.”

그러자, 뒤에서 큭큭거리는 듯한 웃음소리가 여러 개 들렸다.

내가 동네에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듯이, 나를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아는 사람들로 보이는 놈들은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몇 놈 더 나와서 내게 시비를 걸려고 하자, 최자철이 문득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저것들은 나 대신 최자철을 의식이라도 하는 듯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들어 최자철을 막고는 말을 꺼냈다.


“동네 사람들, 어때? 야심 차게 준비한 서프라이즈가. 놀랄 만하지?”

그래도 몇은 눈치가 있는 모양인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원 안에서 내게 깝죽거리는 놈들은 여전했다.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동네 살던 병신새끼? 맞습니다. 여러분한테 돈 뜯기며 살던 새끼? 맞습니다. 저에요. 어때? 이렇게 보니까 반갑나. 그래서 하나만 묻자. 아직도 내가 그때 그 병신으로 보여?”

나는 문득 나한테 발이나 닦으라던 놈한테 다가갔다.

내가 최자철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내밀자, 최자철이 나를 향해 검을 던졌다.

나는 그걸 낚아채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씨발 동네 사람들은 왜 이리 눈치가 없지? 상황판단이 안 되나 봐. 자, 말해 봐. 내가 언제까지 봐줘야 우리가 사람답게 대화를 할까?”

내가 칼을 들이밀자, 화들짝 놀란 녀석은 뒤로 자빠졌다.

하, 병신 같기는.


“왜 그래 다들. 왜 동장이라고 할 때는 꽤 높아 보이더니, 이제 당신들이 돈 뜯고 무시했던 병신이라고 생각하니까 이제 와서 이길 마음이 돌연 생기나 봐. 본질은 다를 바가 없는데.”

나는 자빠져 있는 녀석을 발로 한 대 치면서 말을 꺼냈다.


“가 봐. 병신아. 더는 내 눈에 띄지 말고.”

나는 멀어지는 놈을 보더니 잠깐 침묵하고 말을 이었다.


“뭐, 서론이 길어져서 미안합니다. 어쨌든, 여러분의 새로운 동장 김지성입니다.”

나는 마치 마술사가 무대 인사를 하듯 허리를 반쯤 숙여 인사했다.

아쉽게도 굳어버린 분위기에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


“뭐, 여러분을 불러모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제 소개도 할 겸 좀 말할 게 하나 있어서. 칼밥 먹는 우리 양아치 아저씨들은 듣고들 있나?”

나는 시야를 뒤로 돌려 쓰러진 놈들을 바라봤다.


“저놈들은 나중에 알아서 여러분께서 전파를 해주시고. 하고 싶은 말은 더 이상 보호세를 받지 않겠다는 겁니다. 우리 양아치 아저씨들한테 꽤 힘든 소식이겠지만, 모두 알잖아? 우리 고향만 유별나다는 거. 다른 지역 가면 이 지랄은 안 해. 삥도 안 뜯고 각자 땀 흘려가면서 돈 번다고. 우리도 뭐 약간 벤치마킹 비스무리한 거 하자는 거지. 이해 가?”

아직 하고픈 말이 더 남았는데, 원 안에서 질문이 흘러나왔다.


“정말인 거죠? 보호세를 받지 않겠다는 게?”

누군가 했더니 아는 얼굴이었다. 저기 윗집에서 국밥집을 하는 오 씨 이모였다.


“예.”

나는 짤막이 대답했다.


“그러면 우린 뭐 먹고 사나?”

이번에는 누군가 해서 봤더니 아까 나를 비웃던 놈 중 하나였다.

이번에도 아는 얼굴인데, 내 돈을 신실 되게도 뜯어먹던 놈이었다.

나는 이번엔 대답하지 않고, 원 안으로 파고 들어가 놈의 뺨을 때렸다.


“밥이나 처먹고 살아라.”

내공을 싣지도 않았는데 뺨을 맞더니 덜컥 기절했다.

순간, 내가 이런 놈들한테까지도 돈을 뜯기면서 살았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잘 들어. 다시 말하는데 다들 알잖아. 이거 제대로 된 거 아니란 거. 다들 언제까지 이렇게 병신마냥 살 거야. 돈을 벌려면 일을 하고, 일했으면 땀을 흘리는 게 당연한 거 아녔어? 왜 다들 당연한 걸 하자고 하니까 혓바닥 깨물어가면서 지랄발광이지?”

나는 쓰러진 놈을 살피는 다른 놈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잘들 들어. 이건 일방적인 통보야. 앞으로 효천동에선 일절의 상납은 금지다. 어디서 그런 얘기 들리면 굳이 내가 안 갈 거야. 보아 하니까 나보다 서대흥이나 최자철을 더 무서워하는 거 같은데. 무서운 게 그렇게 보고 싶다면 내가 불러줄 테니까, 알아서들 처신 관리하세요.”

나는 다시 상석으로 올라갔다.

올라가서는 마무리 멘트를 꺼냈다.


“다들 뒤통수칠 생각은 엄금하시고, 훠이 훠이 집이나 가. 할 말 끝났으니까.”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니 하나둘 빠지기 시작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공장 안에서는 낯익은 얼굴만 남게 되었다.

갱생단과 최자철 일당.


“자철아, 정말로 저것들이 상납이나 다른 걸 관둘 수 있을까?”

“뭐, 사람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나아지겠습니까?”

“그러지. 그러면 너희가 죽이진 말고 죽기 직전까지 패라.”

“예.”

나는 최자철을 바라보다, 상념에 잠겼다.


“이게 잘하는 짓일까?”

“후회되십니까?”

“전혀.”

“그러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네.”

나랑 최자철이 다시 눈을 마주치자, 서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뒤를 돌아봤는데 어느새 술판이 준비돼있었다.


“단장님, 대화는 끝나셨습니까?”

“그래.”

“그럼 같이 술이나 드시죠.”

나는 다시 또 다른 면의 묘함을 느꼈다.

나는 그런 단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답했다.


“그래, 술이나 마시자.”


*


술자리가 무르익자, 사내놈들은 웃기게도 금세 친해졌다.

서로 집단의 구별이 안 되게 술자리가 섞였는데.

그제야 나는 이 두 집단이 서로 앙숙이었다는 게 기억이 나자 다시 한번 묘한 기분을 느꼈다.

참, 웃기는 짓이었다.

이렇게 쉽게 친해지면서 그깟 감투 하나 놓고 웬 지랄을 다들 벌였던 건지.


나는 굳이 주독을 해독하지 않으면서, 나 또한 취해갔다.

그러면서 술자리에 끼기보다는 관조하는 듯 있었는데 서대흥과 최자철은 둘 다 상석에 가까이 있어서 자리가 가까움에도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놈들을 향해 다가갔다.


“대흥이랑 자철아.”

“예.”

“너희 둘이랑 나랑 싸우면 누가 이길 거 같냐?”

서대흥이 많이 취했는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단장님, 저희가 그래도 동장 출신입니다. 막 그냥 저희 둘이면 막 단장님도 막. 어? 에이, 느낌 아시잖습니까?”

나는 바람 빠지는 웃음을 지었다.


“그래, 한 번 해볼까?”

“예, 예?”

“잘 못 들었어? 한 번 하자고.”

그러자, 최자철이 나무라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 병신이 취해서 이 지랄을 떠네요. 실언한 셈 치고 넘어가시죠.”

“아냐,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야. 그리고 자철아, 강해지고 싶다면서. 비무라 생각해.”

최자철이 눈을 밝혔다.


“정말입니까?”

“물론.”

서대흥도 이게 무슨 말인지 깨달은 듯했다.

순식간에 배움을 얻을 비무가 마련된 것이다.

단원들도 눈치가 있었는데 금세 술자리를 후다닥 정리하더니 널찍한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나는 주무기가 검인데, 각자 어떻게 되지?”

“저는 단검입니다.”

“저는 맨손이죠.”

최자철과 서대흥이 차례로 답했다.

내가 서대흥에게 물었다.


“너는 야차랑 싸울 때 검을 쓰지 않았냐?”

“그때는 다구리 칠 때 무기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까 챙긴 거죠. 원래는 맨손으로 합니다.”

나는 알겠다는 식의 말을 하고는 검을 쥐어 들었다.


“비무는 내공 없이. 불만 없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철검을, 최자철은 단검을, 서대흥은 맨손을.

시작과 동시에 두 사내가 달려들었다.


나는 사내들이 적당히 거리 안에 들어왔을 때.

검을 놈들의 눈높이에 맞춰 던지고는.

신형을 날렸다.

시야에 갑자기 등장한 검 탓에 두 놈의 시야에서 내가 잠시 사라진 상황.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검을 쥐어 들고선.

순차적으로 최자철과 서대흥을 베었다.


탁- 타닥-

둔탁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일단 한 번 죽었고, 자, 계속할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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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술래잡기의 규칙 +1 22.09.14 100 4 10쪽
23 손님 맞이 +1 22.09.13 102 3 10쪽
22 쥐새끼처럼 +1 22.09.12 101 5 14쪽
» 가면을 벗고 정체를 공개해주세요 +3 22.09.11 126 5 10쪽
20 새로운 동장 +1 22.09.10 138 5 13쪽
19 미친 놈에서 정상인으로 +3 22.09.09 131 5 12쪽
18 다다익선식 전략 +1 22.09.08 128 5 14쪽
17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3 22.09.07 136 5 11쪽
16 갱생을 위하여 +3 22.09.06 156 6 13쪽
15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1 22.09.05 170 9 13쪽
14 머리 끝 화가 치밀어 오를 때 +1 22.09.04 184 6 11쪽
13 삼 초가 지나갔다 +1 22.09.03 194 7 12쪽
12 의리 빼면 시체 +1 22.09.02 20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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