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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좋아함 님의 서재입니다.

21세기 검마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글좋아함
작품등록일 :
2022.08.23 16:11
최근연재일 :
2022.09.27 19: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7,660
추천수 :
206
글자수 :
192,008

작성
22.08.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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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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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DUMMY

9화.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얘네 치워.”

“예?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몇 놈들 때문에 허비할 시간은 없었다.

최승철이 자신의 형과 그 패거리들을 등에 업은 채 끌고 가는 걸 몇 번 반복하면서 나는 바닥을 닦아냈다.

둘이서 간신히 이 짓거리를 반복하자 한 시진 정도가 흘렀는데 그제야 바닥에는 얼룩은 물론이고 널브러져 있는 덩치들도 사라졌다.


“승철아.”

“예.”

나는 깨끗해진 바닥 위에 무릎 꿇고 있는 승철이를 바라봤다.


“서 있어. 방금 닦았는데 더러워진다.”

“아, 예.”

최승철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조심히 말을 꺼냈다.


“저, 정말로 돈은 안 필요하십니까?”

언제 모은 건지,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지폐 뭉치를 꺼내 들었다.

이미 피로 얼룩진.


“됐어. 그냥 깽값만 챙긴다.”

나는 그러면서 5만원권 하나만 빼 들었다.


“나머지는 걔네들 병원비로 써라.”

“알겠습니다.”

“승철아.”

“예.”

“저기 너희 동장 있잖아.”

“예.”

“세게 안 때렸거든. 곧 있으면 일어날 거야. 그럼 내가 찾아간다고 전해라.”

“예.”

최승철이 머뭇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혹시, 또 때리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야, 뭔 내가 니들 같은 양아치로 보이냐?”

“...”

아무래도 그러나 보다.

말을 말아야지.


“아니다, 됐다. 으휴. 가라.”

“예, 편히 쉬십쇼.”

내가 가라는 말을 기다렸다는 듯 녀석은 고개를 돌린 채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갔다.


*


방이 깨끗해지고, 조용해지자 나는 집에 남은 음식이 벽곡단 밖에 없음을 다시금 되새기며 또 조용히 그거나 씹어댔다.


나는 통조림에 남은 벽곡단을 삼키고는 다시 운기조식을 했다.

가부좌를 틀자, 기시감이 또 들었다.

그리고 일주천을 한 바퀴 또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속에서 구역질이 나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우웩- 우웩-

벽곡단이 섞인 초록색 토사물이 보였다.

조금 구토를 하자, 머리가 맑아졌는데 그러면서 나는 축적된 내공의 양을 살펴보았다.


‘뭐지.’

도대체 뭘까. 나는 예상보다 빨리 쌓인 내공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게 암이나 혹은 다른 합병증의 전조가 될 수도 있음을 알기에 좋은 일로만 받아들이긴 힘들었다.


나는 잠시 상념에 빠지기로 했다.

그러면서 기억이 나는 걸 최대한 복기했다. 받았던 가르침들.

특히 그중에서도 심법에 관한 것.

여러 기억을 뒤지자, 도박을 즐기던 노숙자 스승이 떠올랐다.

잠시 눈앞이 암전되더니 나는 깊은 상념에 빠졌다.


*

*

*


“단전을 잃었다고요?”

스승이 남은 한 손으로 복부를 가르쳤다.


“밑 장 빼다가 걸렸거든.”

“아, 그러면 그 손도 혹시.”

“아니, 이 손은 다른 거.”

“참 도박도 많이 하고 사기도 많이 치셨습니다.”

“너는 씨발 니 스승한테 못하는 말도 없다.”

“아, 그만 좀 때리십쇼. 제대로 가르쳐준 것도 없으면서.”

스승은 남은 한 손으로 툭툭 치다가, 양심에 찔렸는지 목을 다듬었다.


“큼, 큼. 아무튼, 그러고는 신의를 만났지. 신의가 고등학교 동창이었거든. 친했어. 그때는 체벌도 심했는데 특히 교련 시간에는 곡괭이로 때리는 데 또 그때 같이 맞던 매정이 있지.”

“아.”

“그러고 다행히 수술이 잘 돼서 어찌어찌해서 고쳤어.”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염병. 수십 년 전을 일을 지금 와서야 축하하냐? 아무쪼록 그러고 딱 든 생각이 뭔 줄 아냐?”

“도박하고 싶다?”

그러자, 스승은 한 손으로 냅다 팼다.


“아, 아파. 아파요.”

“사람은 욕심이 끝이 없더라. 단전이 고쳐지니까 그간 쌓아왔던 내공이 생각이 나더라.”

“뭐, 그렇죠. 하긴, 욕심이 끝이 없는 건 특히 맞는 거 같네요.”

나는 그러면서 사부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그러자, ‘이 새끼가?’라는 표정으로 또 냅다 팼다.


“그러고 축공(築功)을 시작했지. 당황스러웠어. 예전보다 더 빨리 쌓이던 거야.”

“음, 왜냐하면 그동안의 깨달음이 있으니까? 그거 아닐까요?”

“반은 맞아. 하지만, 이게 축공의 속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없지. 그래, 이건 관성 같은 거야. 내가 그간 쌓아온 깨달음이 있으니까. 몸이 그거에 맞춰서 축공의 속도를 높이는 거지.”

스승은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면서 화투패를 꺼냈다.


“어때? 얘기도 끝났는데 한 판 칠까? 점 당 백?”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게 맞는 말 같다.


*

*

*


깨달음의 관성.

왜 이걸 생각지 못했을까.

뭐, 내가 빡대가리라서 그런 것도 있긴 하겠지만. 회귀해서 신체가 기억하지 못할 거로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았다.

내 머릿속에선 그 깨달음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제야 모든 게 설명이 됐다.


순차적으로 이러했다.

회귀했고, 축공을 했다.

내공이 빨리 쌓였다. 그 이유는 내가 검마 시절의 깨달음에서 기인한다.

몸이 자동으로 그 깨달음에 맞춰 내공을 쌓기 위해 축공의 속도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스승은 기존의 육체가 그 깨달음에 맞게 체화(體化)되었기 때문에 부작용은 없었다.

허나, 지금의 내 몸은 건곤심법을 모르는 시기의 것이기에 신체가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대박.’

이런 상념을 마치고 눈을 뜨자,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몸을 덮쳤다.

이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최소한 지금의 상태 정도만 되어도 동네에선 일대일 싸움으로는 날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속도라면, 다른 곳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자 흐뭇해져 고양감에 빠져들었다.

날도 밝고 참 기분 좋은 날이다.


*


나는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목적지는 최자철의 본거지였다.


어느덧 해도 중천에 떠 있었고, 동네 중앙쯤에 도착하자 혼자서만 광이 나는 건물 하나가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저게 동장(洞長)의 건물임을 알았다.


‘혼자만 좋은 데 쓰네.’

주위에는 무너질 것만 같은 폐건물이 있었고, 낮인데도 꺼지지 않은 네온사인이 건물의 광을 돋보이게 했다.


‘최자철 경호업체.’라고 적힌 간판과 건물 앞을 지키는 떡대들.

떡대들의 손에도 삼단봉 하나씩은 들려있었다.


참, 별의별 지랄들은 다 하는 놈들이다.

보호세를 뜯어놓고서는 그걸 경호업체로 포장하는 짓거리에서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내가 웃으면서 건물 입구로 다가가자, 건물 앞을 지키던 청년 둘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꼴에 별호가 흑사라고 제 새끼들 옷 다 시꺼먼 거 봐라.

나와 마주 선 두 청년 중 왼쪽에 있는 놈이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오른쪽 놈의 선임인 듯 보였다.


“여기는 외부인 출입금지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친구 좀 보려고.”

“친구 말입니까?”

“어.”

내가 반말을 하자, 녀석이 표정을 구겼다.


“친구분이 누구십니까?”

“자철이.”

“자철이라 하면.”

“있잖아. 너희 대가리.”

“동장님 친구분이셨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표정을 흘겨봤는데, 구겼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혹시 성함 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지성이라고 하면 알아들을 거야.”

그러자, 왼쪽에 있는 놈이 가슴팍에 있던 워키토키를 꺼내려 들었다.

그때, 오른쪽에 있던 놈이 내 얼굴을 노려보더니, 제 선임의 워키토키를 빼서 들었다.


“선배님, 이 새끼 기억 못 하십니까?”

“왜 그러냐? 손님 오셨는데 싸가지 없이.”

“아니, 이 새끼 그 새끼 아닙니까? 민준이 놈 따까리.”

그러자, 왼쪽에 있는 놈도 내 얼굴을 노려다 보았다.

나한테 돈 뜯어 간 놈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민준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날 대충 알고 있는 듯 보였다.


“하, 씨발. 이 새끼가. 야, 돌았냐? 싸가지없이 큰형님 친구 흉내를 내고 있네.”

내 얼굴을 알아본 건지, 왼쪽에 있는 태도가 싹 바뀌었다.


“야, 돌았냐? 왜 형님 불러줘? 씨발, 저기서부터 쪼개면서 들어올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에 있는 놈이었다.

그러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야, 얼마 있냐? 조용히 넘어가 줄게.”

문득, 나는 이때의 내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밑바닥에 있었는지가 궁금해졌다.

걸어 다니는 지갑. 움직이는 샌드백. 아니면 그보다 더 밑바닥?


호기심이 동해 답을 알아봐야 할 거 같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오만원권 한 장을 꺼내고 비굴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돌았었나 봅니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랬습니다. 이게 전 재산이라서 한 번만 넘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

“음, 그래? 정말 이게 전부야? 아닐 텐데. 주머니 까봐.”

주머니를 까면서, 놈들이 내 몸을 뒤져댔다.

이 정도로 가까이 붙었는데도 일체의 경계 없이 내 주머니만 뒤져대는 걸 보면서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경계할 만한 가치도 없었나.


이제 됐다.

순간, 나는 이놈들을 부르려고 했지만, 딱히 뭐라 불러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형님이라고 해야 하나. 선배님이라고 해야 하나. 아저씨라고 해야 하나.

그냥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말 아무거나 불러봤다.


“형님, 이게 제 전 재산입니다. 좋은 데 쓸 수 있는 방법 알려드려도 될까요?”

“좋은데?”

“예.”

나는 그러면서 놈의 뺨을 때렸다.

짝-

그러자, 놈이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오만원권을 쓰러진 놈 위에 던져놨다.


“병원비로 쓰시면 될 거 같아요. 형님.”

오른쪽 놈이 일격에 쓰러지자, 왼쪽 놈이 얼을 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선배님, 그니까 왜 지랄을 하세요. 사람 기분 좆같게끔. 친구라 했잖아. 그럼 곧이곧대로 믿으면 되지. 하여튼간에, 요즘 사람들은 씨발 신뢰가 없어. 신뢰가.”

나는 그러면서 왼쪽 놈의 어깨를 붙잡고 짓눌렀다. 비명이 귀를 찔렀다.

나는 아혈을 짚고 더 짓누르자 조용히 놈이 쓰러졌다.

덩칫값도 못 하는 놈들.


이렇게나 사람 기분이 빨리 변할 수가 있을까. 전에 집 밖으로 나올 때만 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이전의 내가 얼마나 밑바닥인지 확인을 해보자 기분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괜한 짓을 한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순간 짜증이 확 돋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내 기분을 해소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

나는 쓰러진 놈의 무전기를 잡아 버튼을 눌렀다.


“자철아, 듣고 있냐. 지성이 형이다. 지금 올라가니까 길 터놓고 있어라. 거슬리게 지랄해놓지 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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