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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빌런을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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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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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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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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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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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티팩트 쟁탈전 (2)

DUMMY

“···뭐였지.”


백이린은 김선우가 떠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폭풍이 사람이라면 저런 느낌이 아닐까?


“송 비서, 저 말 확실한 거야?”

“지금 알아보고 있습니다.”


김선우가 길드에 갑자기 찾아왔다.

문전박대 할 수도 없었다. 한국의 새로운 S급 헌터였으니까.

그런 그가 백이린과 만나서 한 말은 서너 마디가 전부였다.

쪽지 하나를 내밀며 하는 말.


이곳에 대단한 아티팩트가 잠들어 있습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곧 밝혀진다는 게 도대체 뭔 뜻이야?”


그러니 일단 속는 셈 치고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밑도 끝도 없이 뭐 하자는 건지.”

“약속에는 응하실 건가요?”

“정말 아티팩트를 얻게 된다면 한 끼 정도는 어울려줘도 괜찮겠지.”


아티팩트를 얻으면 밥 한 번 먹자니. 정말 생각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에 진이 다 빠진 백이린이 접객용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어. 송 비서는 감이 와?”

“그가 악의를 가지고 있다면 이 건은 약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약점이라···.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어.”


이쪽 업계에서 정보는 목숨과 같다.

지금 정보를 한 번 제공해 준 것으로 꼬투리를 잡아 언제 이용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러면 아티팩트를 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대단한 아티팩트면 자기가 가져야지. 적이 될 사람에게 굳이 쥐여주면 손해잖아.

노트북 자판을 쉴 새 없이 두드리던 비서가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지요.”

“뭐하러?”

“···팬이 아닐까요? 김선우 헌터는 D급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온 경우이니, 팬이라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

“그만. 됐어.”


테이블에 놓인 커피를 들고, 다시 책상으로 향했다.


“그래서, 이 좌표는 어디인데?”



***



중국 쓰촨성, 서부.

높고 거친 산악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남한을 집어넣고도 남는 면적이다.

이곳에 게이트가 발생하면 접근 자체가 상당히 힘들다.

그렇기에 멸지가 되었다.


쓰촨성 멸지는 가장 활발히 경제 활동이 일어나는 멸지로 유명한 곳이다. 규모가 가장 큰 멸지이기 때문이 아니다. 애초에 가장 넓지도 않다.

아프리카와 아마존을 넘어설 수 없다.


어쨌든, 이유는.

주위에 인구 1,500만의 대도시 청두가 있고, 산맥 사이의 천연 요새와도 같은 지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덕분에 체계적인 멸지 원정이 가능했다.


아티팩트가 많이 발견되는 곳으로도 유명하기에, 세계 헌터들의 수도이기도 하다.


드르르륵-


울창한 산악지대 사이에 숨겨진 던전의 입구가 열렸다.


“흐어억!”


죽기살기로 뛰어나온 헌터가 바닥에 드리누웠다.


“젠장···. 던전 생긴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일본어였다.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네 신호기를 설치했다.

마법진을 바닥에 심어, 해당 위치에서 레이저를 끊임없이 뿜어내는 구조 신호기였다.

밤에는 청두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며칠 뒤의 청두.

백이린은 한 호텔에서 태블릿을 살펴보았다.


“결국 맞았네.”


평범한 기사에서는 해당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헌터 포럼은 이미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김선우가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알만한 소식이었다. 뭐, 덕분에 넉넉하게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포럼에는 온통 야마시로 던전 이야기뿐이었다. 쓰촨성에는 던전이 워낙 많기에, 최초 발견자의 이름을 딴다.


-[프랑스] 야마시로 던전 아직도 공략 안 됨?

└[인도] 아직. 그리고 앞으로도 힘들 거야. 야마시로도 S급이었고, 동행한 A급도 모두 전멸했어.

└[미국] 지금 레드번 길드 가는 중. 이번 아티팩트는 우리 것이다.

└[중국] 얘는 댓글마다 이러고 다니네. 그런 댓글 달수록 더 노려질 뿐이야.


글을 읽으니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것 같다.


“레드번 까지 오는 건가···.”


미국의 1위 길드, 레드번.

세계의 경찰 역할을 자처하는 미국이라는 국가와는 달리, 잔악한 짓을 일삼는 길드다.

그게 어떻게 리터너랑 같은 나라의 길드일까.


그래도 1위 길드인 만큼, 그 실력은 확실하다.

분명 레드번 길드가 던전을 공략할 거다.


“생각보다 일이 복잡하게 돌아가는구나.”


하지만, 백이린은 중국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레드번이 이 일에 개입했기에 비로소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이번에야말로 그 누구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혼자 해내겠다.



***



레드번이 입국했다.

백이린은 기척을 숨기는 로브를 뒤집어쓴 채, 산을 올랐다.

이미 신호기의 레이저는 사라진 지 오래였지만, 좌표계는 잘 작동했다.

김선우가 보내주었던 좌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맞은편 산맥의 위로 올랐다.


스윽


고개를 돌리니, 눈 덮인 울창한 산의 한가운데, 나무가 없고 눈이 녹아있는 부분이 보였다. 그곳에는 거대한 던전이 있었다.

나무를 전부 밀어버려, 잠입이 어렵고 외부에서 볼 때 더욱 잘 보이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미 아티팩트 쟁탈전의 신경전은 시작되었다.


돋보기 아티팩트를 꺼내 그곳을 바라보았다.

동전만 한 크기의 렌즈에 금테를 두른 허접한 모양새였지만, 성능은 확실···.


뽀득 뽀득


렌즈를 닦고 본 던전의 모습은, 유적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비쥬얼이었다.

고대 잉카 문명이나 이집트 문명이 만들어놓았을 것 같은, 구조물이 있었다. 그렇지만 피라미드는 아니었다. 기둥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으며, 중앙에는 제단이 있었다. 그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다.


이번 던전의 특이한 점이라면, 던전 밖에 마법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둥과 제단이 알아볼 수 없는 마법진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난이도가 꽤 있는 던전 같았다.


‘안 늦었구나.’


머리를 붉게 물들인 사람들이 그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레드번의 헌터들이었다.


백이린은 눈 덮인 풀숲에 몸을 숨겼다.

눈까지 끌어모아 몸을 덮었다.

춥지는 않았다. 마법 처리가 된 방한용 내의를 준비했다.


뽀드득 뽀드득


알 수 없는 말소리와 함께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바위 절벽의 위쪽. 그들은 산 정상에 있었다.

놈들은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잠시.


철컥


볼트액션 소총 특유의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격발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말소리가 들렸다.

준비 단계인 듯했다.


그렇지만.


크르르르-


어느새 그들의 등 뒤에는 흑색의 늑대가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비명 이후 말이 멎었다.

랭커 및 S급 다수가 포함된 레드번. 그들의 앞에서 입을 놀린 대가이다.

흑색의 연기로 변한 늑대가 소용돌이치며 그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바로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산을 오르는 헌터들이 꾸물꾸물 보였다.

한 두 그룹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양한 경로로 던전에 접근했다.

백이린처럼 맞은편의 산을 오르는 이들도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던전 바깥의 마법진이 사라졌다.


공략이 완료된 건가?

아니나 다를까, 붉은 머리의 헌터들이 던전에서 걸어나왔다.


그 수가 줄어들어 있었다.


‘힐러가 당했나?’


팔꿈치 아래를 잃은 헌터와, 다리 없이 동료의 등에 업혀있는 헌터가 보였다.

레드번도 피해가 작지 않았다. 허나 이것이 레드번의 방식이다. 필요 없는 자는 빠르게 쳐 내는 것.

그 증거로 랭커와 S급 헌터들은 버젓이 살아 돌아왔다.

저 다리가 잘린 녀석은 왜 데리고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콰아아앙-!


그들의 발밑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화염이 동반한 폭발은 아니었지만, 지반이 솟구쳐 흙 기둥을 이룰 만큼 강력한 위력이었다.


지친 그들을 기습하고 아티팩트를 빼앗으려고 한 것이었겠지만,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흙먼지가 그들의 모습을 가렸다. 레드번은 그 틈을 노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누가 아티팩트를 들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숨어있던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아무나 쫓기 시작했다.

생각이라는 것을 안 하는 녀석들이다. 저런 건 도박이다.


여러 곳에서 화염이 뿜어지고, 폭발이 일어났으며, 피가 흩날렸다.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지만 붉은 머리에게 승리를 거둔 이들은 없었다.


백이린이 있는 산에서는 원거리 공격이 그들을 향해서 쏘아졌다.

마법이나 화살, 총 등의 것들이었다.

망원경으로 그들을 살피며 무전을 하는 이도 있었다.


레드번은 이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녀석들뿐이었다.

이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난장판에서 백이린은 돋보기 아티팩트를 이용해 한 명 한 명 자세히 살펴보았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면 반드시 티가 날 것이다.


‘찾았다.’


등에 업힌 남자.

그와 그를 업고 있는 남자 사이에 무언가 보였다.

둥근 금판이었다.

두 다리가 잘린 남자를 살려 데려온 이유였다.


백이린은 능력을 사용했다.


‘···질리지도 않나.’


남자는 건너편 산맥에서 날아오는 검은 구체를 바라보았다. 총알만큼 작고 빠른 것이 아니라면 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저것은 둘 다 아니었다.

빨라봤자 화살의 빠르기 정도?

그나마 경로를 예측해서 쏜 것 같지만.


‘그건 안 보였을 때나 맞는 거고.’


남자는 살짝 옆으로 이동해 스쳐 지나가게 만들었다.

그때였다.


“···!”


검은 구체가 자신을 끌어당겼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폭발이었으면 폭발이었지, 끌어당기는 능력이라니.


그의 눈앞으로 또 하나의 구체가 날아왔다.

검을 뽑았다.

폭발이나 무언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면 검으로 되받아칠 수 있지 않을까.


콰직!


검에 원형의 절단면이 생겨났다.




작은 동전 같은 것이 눈 사이로 떨어져 구멍을 만들었다.

공중에서 압축된 것이다.


“그런 능력이었나···!”


깨닫기에는 이미 늦었다.

두 개의 검은 구체가 업은 남자와 업힌 남자를 각각 앞뒤로 끌어당겨 떨어뜨려 놓았다.

금판이 공중에 떠올랐다.


어디선가 얇은 마나 실이 뿜어져 나왔다.

바닥에서는 촉수가 솟구쳐올랐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이들의 능력이었다.


검은 구체 세 개가 연속해서 날아들었다.


첫 번째는 원판을 동전 크기로 압축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거의 동시에 발동되었다. 백이린이 있는 방향의 공간을 압축해, 동전을 끌어당기는 역할이었다.


백이린을 향해 아티팩트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눈앞에서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겨 속도를 늦췄다.


텁-


아티팩트를 낚아챈 백이린은 달렸다.

일단 놈들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야 한다.

능선 너머로 이동해야 한다.


제 능력까지 활용해 높게 뛰어올랐다.

그때였다.


팔각형을 닮은 마법진 하나가 등 뒤에 나타났다.


“커헉!”


각 꼭짓점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 창이 백이린을 꿰뚫었다.


그렇지만 잠깐의 통증이 있었을 뿐.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상처가 다시 아물었다.


이 아티팩트의 능력은 ‘급속 회복’이었다.


‘애초에 동료애도 뭣도 아니었어.’


다리가 잘린 녀석을 치료해주고, 구해준 게 아니라. 아티팩트를 붙잡고 살아난 놈을 고기 방패로 사용한 것이었다.


백이린은 주머니에 아티팩트를 집어넣고 쓰촨성에서 빠르게 탈출했다.



***



“그···.”


유하은이 다시 한 번 김선우를 찾았다.


“···.”


시간이 늦은 한밤중이었지만, 김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얼굴에 붉은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백린 길드와는 어떤 관계이신가요?”

“백린? 아.”


정보가 그렇게 흘러들어 갔나.

언니한테 심하게 깨졌나 보다.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

“정말입니까? 정말 아무런 협력 관계가 아닙니까?”


대답이 간절해진 것을 보니, 조금 안쓰럽긴 했다.


아무튼.

김선우는 전혀 아무런 협력관계도 아니었다. 오히려 등골을 거창하게 빨아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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