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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빌런을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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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5 10:59
최근연재일 :
2022.02.11 23:50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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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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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3,127

작성
22.01.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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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영국 (3)

DUMMY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자정.


쾅 쾅


“강사님! 김 강사님 안 계세요!?”


아델라인은 김선우의 방문을 두드렸다.

교수들은 대부분 출퇴근을 한다.

그나마 교수실을 사용하던 이들도 종강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남은 교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뿐이다.

부탁할 사람은 김선우밖에 없었다.


“엘리아가 위험하다고요!”


하지만 문을 아무리 두드려봤자 돌아오는 것은 정적뿐이었다.


번쩍


손전등의 불빛이 아델라인을 밝혔다.

경비원이었다.


“거기, 무슨 소란이야!”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제 친구가 위험하다고요!”

“뭐? 친구가 위험해?”

“전화에서 큰 소리가 들리고 나서부터 연락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럼 경찰을 불러야지, 이렇게 다 들리게 소리를 쳐야 했나?”

“이미 불렀어요! 불렀는데, 아카데미 학생을 그렇게 쉽게 제압한 사람들이면 경찰도 힘들 거 아니에요!”

“그건 경찰들이 알아서 하겠지. 오늘은 눈감아줄 테니까 돌아가!”


아델라인은 김선우의 교수실을 힐끔거렸다.

그래, 안 계신다면 어쩔 수 없지.


“알겠어요.”


포기하는 건 아니다.

헌터한테 직접 부탁할 생각이다.

아카데미 출신의 S급 헌터, 엘리샤 하트.

이름까지 비슷한 후배인 엘리아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



엘리아는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눈을 떴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손목과 발목이 꽁꽁 묶여있었으며, 입에는 두툼한 수건이 물려있었다. 공기가 탁하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콧바람이 바로 벽에 맞고 돌아올 정도로 공간은 작았다.

엔진음과 떨림이 느껴진다.


덜컹-


“으읍···!”


이따금 위아래로 심하게 요동치기도 했다.

아무래도 자동차의 트렁크인 듯하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걸까.’


온갖 생각이 들었다.

장기 매매이려나? 아니면 인신매매?

아니면 어딘가에 가둬서 마법을 부리는 노예가 되거나, 마나를 착취당하려나.


‘먹지 말 걸 그랬어.’


역시 마나 억제제를 먹으면 안 됐다.

그랬더라면 강사님께 배운 마법들로 조금의 저항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테다.

그래도 아델라인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전화는 자신이 걸었으니까.


그때, 사람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네가 그러고도 쟤 아빠야? 어?”

“히익! 재, 재성함니다···!”


낯선 목소리 사이에, 익숙한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발음이 어눌했고, 한평생 듣지 못한 겁먹은 목소리였지만.

나를 키워 준 사람의 목소리를 잊을 리 없다.


아빠. 아빠가 이곳에 있다.


“그, 그래도 딸아이 목숨은···! 커헉!”

“새꺄, 그건 우리가 결정하는 거고. 지금 네가 우리한테 빚진 돈이 얼마인 줄 알아?”

“그래 맞아. 근데 네가 네 입으로 말했잖아. 빌린 돈 다 딸을 위해서 썼다면서. 그럼 네 딸도 우리 것 아니야?”


엘리아가 듣기에 심히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집에 빚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게다가 자신을 위해 쓴 거라니.


“아티팩트! 아티팩트면 되자나요오!”


아빠의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아티팩트. 그런 게 집에 있었나?

그때 손가락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반지가 사라져있었다.


빠악!


트렁크 너머에서도 들릴 정도의 큰 소리가 울렸다.


“이 새끼가 어디서 큰 소리야. 그리고 씨발, 발화 조건도 모른다면서. 그럼 그게 아티팩트냐?”

“그냥 장식이지, 장식. 애초에 아티팩트인지 뭔지 알 방법도 없고, 가치가 없어.”

“들었지? 그래서 네 딸로 돈 좀 벌어보려고 잘하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뭐? 몰라?”


남자 여럿이 험한 말을 늘어놓았다.


“마법, 마법 배우고 있다고···.”

“아, 그렇게 말했었나? 근데 왜 마법을 못 쓰느냐고.”

“저도 모르겠···.”

“그래, 네가 그렇게 말했다니까! 그래서. 아빠가 맞냐 물어본 거 아니야!”


주먹질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컥, 허으으윽···.”


숨을 몰아쉬는 소리.


“읍, 으읍!”


저러다가 정말 죽겠어.

엘리아는 온 힘을 다해 소리를 내었다.

제발 그만 해.


“그래도, 아티팩트만큼은 진짜에요···. 애 엄마가 게이트 공략하고 가져온 거라니까요···.”

“그럼 이 새끼야! 발화 조건을 알려달라고!!”

“컥!”


아빠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아, 이 새끼 또 이래.”

“야,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 씨발! 뒤졌잖아 병신새끼야! 그러니까 작작 좀 쳐 때리,”


쿵 쿵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그들의 말이 멈췄다.


“으읍! 으으으으읍!”


엘리아는 온몸을 뒤틀며 발악했다.


“아, 대가리 아프네.”

“저년은 왜 또 깨고 지랄이야.”


끼이익-


자동차가 멈췄다.

아직 밤인 걸까.


드르르륵-


문 열리는 소리가 지면에 낮게 깔렸다.

두어 명의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달칵


트렁크가 열렸다.

자동차 후미등의 빛과, 저 먼 곳의 가로등 빛이 새어 들어왔다.

갓길이었다.


엘리아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려, 남자들의 얼굴을 보았다.


“···!”


엘리아의 동공이 작아졌다.

그곳에는 김선우가 있었다.


어째서?

원래 이럴 생각으로 아카데미에 들어온 거야?


“음? 얘는 뭘 보고 이렇게···.”


한 남자가 엘리아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움찔, 몸을 떨었다.


“야, 너 뭐야. 뭐 하는 놈이야?”

“^%$!@#$”


김선우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영어가 아니었다.


다음 순간.


콰직!


남자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



“···여기까지 참는 게 한계다.”


끝까지 기다렸다가, 놈들 경매장 창고에 쌓여있는 것들을 한 번에 쓸어오려 했다.

그렇지만 내 참을성은 여기까지였다.

동생 또래의 여자애한테 손을 함부로 뻗는 걸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놈들 창고에 쌓여있는 아티팩트는 포기해도 좋다.

돈이라면 충분하다. 앞으로 조금 뒤에 코인의 값이 몇백 배로 뛰어오를 것이다.

게다가 아티팩트를 주렁주렁 달고 다녀봤자 좋을 것은 없다. 정말 필요한 것만 지니고 다니면 된다.


그깟 것, 여자애한테 손대는 녀석들을 눈앞에 두고 참을 이유가 되지 않았다.


마법을 쓰기도 아까운 녀석들.

전부다 땅바닥에 얼굴을 꽂아버렸다.


그리고 엘리아를 풀어주었다.


“일어설 수 있겠어?”

“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왜 저를 노린 걸까요···?”

“아마 그 반지 때문일 거야. 살고 싶으면 땅바닥에 던져버리거나···. 아까우면 나한테 주던가.”


강사님 정도 되면 아티팩트를 구별할 수 있구나.


“버리기에는 좀 그래요. 엄마가 준거라서.”


C급 헌터였던 우리 엄마. 결국에는 지구가 아닌 다른 세상에서 눈을 감아버려, 몸도 영혼도 돌아올 수 없게 되었지만.

엄마가 남겨준 것들이 여전히 나와 함께했다.


“···아, 미안하다.”

“그러니까, 강사님이 맡아주세요.”

“그래도 괜찮아?”

“네. 아까 다 들었어요. 발화 조건을 모르는 미발화 아티팩트는 가치가 없다고. 그러니까, 아티팩트에 대한 지식이 더 많은 강사님이 가지고 계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아니, 더 좋을 거에요.”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야. 엄마가 주신 거라면서.”

“엄마가 주신 건 이거 말고도 많아요.”


턱을 잠시 들어 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머리까지 보여주었다.


“이 머리핀도 그렇고, 이 목걸이도 그래요. 그리고 완전히 준다겠다는 게 아니라, 잠깐 맡아달라는 거에요. 강사님처럼 훌륭한 마법사가 되었을 때. 그때 다시 받으러 올 거니까···.”


주륵


울먹이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흑, 흐윽···.”


처음에는 작은 울음소리였다.


“흐으으으윽···.”


다음으로는 흐느꼈고.

이윽고 댐의 작은 균열이 무너지듯, 격정적인 울음이 터졌다.


“으아아아앙! 아, 아빠. 아빠한테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마법사가 될 테니까아아아!”


손과 옷 소매만으로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전부 닦을 수 없었다.

아무리 닦고 닦아도 다음 순간에는 더 많은 눈물이 쏟아졌다.


훌륭한 마법사가 될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달라. 그런 말을 하려고 했으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흐아아앙! 우리 아빠 어떡해! 하윽!”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

이제는 눈물을 닦을 기력도, 자리에 서 있을 정신도 없었다.

바닥에 풀썩 주저앉은 채 목 놓아 울었다.


“내, 내가 아카데미에 오겠다고 해서! 혼자 모진 일 다 하시고! 괜찮은 척하다가 돈까지 빌려서 이런 일 당하시고!”


김선우는 그런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그래. 울어라.

마음껏 울어.

혼자 마음 앓는 것 보다, 남에게 기대어 펑펑 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마음의 병은 울어야 할 사람이 울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분이 풀릴 때까지 울어서 털어내 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울어라.


번쩍


김선우의 등 뒤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그리고 무언가 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날아왔다.


팅!


김선우의 마법이 그 물체를 아래에서 위로 튕겨냈다.

검이었다.


“으윽!”


여자의 목소리.

영국의 S급 헌터 엘리샤였다.


스윽


그녀는 다시 검 끝을 김선우에게 겨누었다.


“여자를 풀어줘라.”

“잠깐만, 뭔가 오해를 하고 있나 본 데.”

“저렇게 서럽게 울고 있는데 오해는 무슨 오해.”

“흐아아아아아! 흐악! 흑, 으윽!”

“···.”


말로 설명하자면 좀 긴데.

짧은 영어실력이 안타까웠다.


김선우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S급? 임시 발급?”


가짜는 아니었다.

증명서에 특수 처리된 마나 문양이 빛나고 있었다.

엘리샤는 주위에 쓰러져있는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검을 거두었다.


“설명은 나중에 듣도록 하지.”


그때, 차량 안쪽에서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허억, 허으윽···.”


숨을 몰아쉬었다.


“···어떻게.”


김선우는 그곳에서 걸어나오는 남자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분명 심장이 멈추었을, 엘리아의 아버지였다.


“아, 아빠···?”

“엘리아! 내가 정말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았다.

아빠의 얼굴에 나 있는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어가고 있었다.


‘···각성한 건가.’


엘리아. 그녀가 회복 능력을 각성한 것이다.

의학적으로도 멈춰버린 심장은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뛰게 하면 살아날 수 있으니, 능력으로 못 할 것은 없었다.

온몸이 조각나도 다시 붙이는 유혜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잘 됐네.’


마음속에서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을 무렵.

어둠 너머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찰이었다.



***



강의를 시작한 지 어느덧 삼 주째.


아티팩트 경매장과 관련해 꽤 큰 사건에 휘말렸지만, 영국 내부의 일이었기 때문일까. 한국에는 김선우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가끔 기사가 보이긴 했지만, S급 헌터 엘리샤나 아카데미의 학생을 납치하는 대범한 범인들이 중점으로 다루어졌다.


[한국 A급 헌터 김선우가 체포에 도움을 주었다.]


김선우에 관한 내용은 마지막에 덧붙여진 이 한 줄이 전부였다.


“다음 주면 끝인가.”


메일함에 총장의 메일이 와 있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당분간은 푹 쉬어야겠어.”


그동안 누구에게 마법을 가르친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강의 준비가 상당히 힘들었다.

돌아가면 또 수연이의 방학이 시작되니까, 같이 놀러 다녀야···.

잠깐만. 이제 졸업인가? 필드 결과 발표는 언제지?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구나.

메일을 읽다 말고 메신저로 수연이에게 아카데미 발표일이나 졸업일 등을 물어보았다.

시차 때문에 답은 내일에야 올 것이다.


다시 총장의 메일을 읽었다.

남은 일주일도 잘 부탁하며, 축제도 재미있게 즐겨달라···.


“축제?”


축제도 하는구나.

출입증이 있으면 외부인도 구경이 가능하다고?


수연이에게 당장 메시지를 보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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