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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빌런을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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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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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5 10:59
최근연재일 :
2022.02.11 23: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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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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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3,127

작성
22.02.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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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환원회 (6)

DUMMY

김수연은 마법을 완벽하게 분석해왔다. 단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각성만 안 했다 뿐이지, 마법적 재능은 김선우의 것을 그대로 타고났다.


김선우와는 달리, 봉인의 구조가 한눈에 보였기에 더욱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 졸업한 뒤에, 저랑 같이 일해볼래요?”


유혜성은 그런 김수연이 탐났다. 각성자가 아니어도 좋다. 제 몸을 지킬 수 없다면 자신들이 지켜주면 끝이다.

이런 재능을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는 없지.


“네? 그 전에 빨리 오빠를 어떻게 좀···.”

“그렇지만 수연이 넘겨준 해법에는 완전 해제 방법이 나오지 않았는걸요.”


수연이 정리한 봉인을 해제할 방법. 그것은 완전하지 않았다.

김선우가 갇혀있는 고치를 1차 캡슐. 그것을 또 한 번 감사는 2차 캡슐이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면. 2차 캡슐만을 안전하게 해제하는 방법을 가져온 것이다.


“자료는 우리 연구원들에게 넘겨서 완전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김수연은 고개를 막 저었다.


“아뇨, 아뇨, 아뇨!? 그게 끝이에요! 외부에서는 딱 절반까지만 해제할 수 있게 되어있단 말이에요!”

“···네?”


지금 이 친구가 뭐라고 한 거지? 포커페이스로 돌아온 유혜성은 다시 차분히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음···. 도저히 모르겠다. 연구원이 따로 있는 이유이다. 물론, 설명을 해주면 이해하긴 하지만.

방금 그녀가 말한 ‘외부에서는 딱 절반까지’라는 부분의 설명이 빠져있었다.


유혜성의 옆에 딱 붙은 김수연은 화면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까지만 해제하면 마나 역류가 일어날 거예요. 1차 껍질, 2차 껍질 뭐 이런 식으로 분리된 구조처럼 보이지만, 여기 이 부분 보이세요?”


김수연은 어느 한 부분을 확대했다. 그러자 아주 가느다란 실선 하나가 보였다.

너무 가늘어서 스캔이 잘못된 걸까. 입체 모델의 중간 중간이 끊어져 보일 정도였다.

아니. 영락없이 끊어진 모양이었다.


“이 부분이랑, 이 부분. 서로 연결되어있어요. 처음에는 여기로 내부 구조에 접근해서 해제식을 펼쳐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해제할 수 없도록 함정처럼 작동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소녀는 단정했다.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선이, 사실은 하나라고.

봉인의 구조를 시전자 만큼이나 자세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유혜성은 어느새, 테이블 위에 태블릿을 올려놓고 두 손을 공손히 경청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 부분이 내부 구조와 외부 구조를 이어주는 곳이라서, 우리가 아무리 밖에서 노력해봤자 해제할 수 없어요.”

“흠. 그럼, 아가씨가 생각하는 오빠를 구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수연은 구조 전체가 보이도록 화면을 축소한 뒤, 유혜성에게 펜을 빌렸다.


스윽-


김수연은 방금 설명해주었던 곳을 표시했다.


“지하 20미터부터 50미터까지 매설되어있는 이 부분을 어떻게든 끊게 된다면.”


외부 구조를 벗겨 낸 뒤, 분석해놓았던 내부 구조 해제방법을 사용하면 오빠를 구해줄 수 있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누군가 끼어들었다.


“그러면 지금 가 봐! 지금 김선우가 안쪽에서 봉인을 해제하려고 한다고!”

“오, 오빠가···!”

“하은아, 김수연 아가씨 모시고 따라오렴!”

“엇, 네!”


갑자기 상황이 급하게 돌아갔다.

백이린이 길 안내를 맡아, 네 명이 함께 구조물 안으로 투입되었다.


“유하은···! 지금 뭐 하는 거야! 아가씨한테는 산소통 채워야지!”

“넵···!”


사소한 마찰은 있었지만, 김선우가 있는 중심으로 향했다.


“왜 이렇게 덥죠···?”


유하은의 등에 업힌 김수연이 더위를 호소했다.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S급 헌터인지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히 수연의 상태는 이상했다. 얼굴이 붉었고, 숨이 가빴다. 일반인이 버티기 힘든 수준의 열기가 뿜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유혜성은 얼음 마법진을 발동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수연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들은 안전하게 중앙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설명해 드릴게요.”


유하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작업은 수연이 알려주는 대로 유하은이 해제한다.


“거기서 왼쪽 아래로 내려가면 나오는 여덟 갈림길 모두에 마나를 불어넣어야 해요.”

“···!?”


하지만 난이도가 심상치 않았다.

마나 조작에는 일가견이 있는 유하은이었지만, 지금은 뭐랄까. 청기 백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크읏···.”


마나가 역류해오는 바람에 손이 저렸다. 하지만 손을 덜덜 유혜성의 눈치를 보며. 다시 팔을 뻗어 올렸다.


후우우.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마나를 천천히 불어넣었다.

한 번 갔던 길들은 기억하고 있다. 같은 부분에서 실수는 하지 않는다.

다만 앞길이 무수하게 많이 남아있을 뿐이다.


“흐앗···!”


스무 번째 마나 역류. 팔의 떨림이 온몸으로 번졌고, 얼굴에는 푸른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던 유혜성이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더 하고 내일 다시 시도해보죠.”

“···예.”


유하은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더위 때문이 아니다. 해제를 처음 시도했을 때부터 온도는 점점 내려갔다.


공포 때문이다.

지금 가장 무서운 건, 시간이 늦어지는 동안 김선우 헌터가 죽는 것이 아니다.

실수를 너무 많이 했다. 이 일이 끝난 다음에 언니가 또 어떻게 돌변하게 될까. 그게 무서웠다.


‘시간이 없는 건 알겠는데···.’


연습이라도 시켜주지.

눈물을 삼키고 다시 마나를 불어넣었다.


계속해서 마나가 실을 타고 뻗어 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갈림길이 새로 나올 때마다 머리에 열이 오르고 멍해진다. 그럴수록 감각을 더 날카롭게 다듬었다.


곧이어 새로운 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온몸이 긴장 때문에 굳었다. 하지만 마나를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유하은의 목과 이마에 핏대가 섰다.


시간이 느려진 것만 같았다.

김수연의 브리핑이 아주 느리지만, 또박또박. 머릿속에 입력되었다.


이제 목표가 코앞이었다.

하지만 무수하게 갈라진 갈림길에서 또 마나를 갈라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천 개 이상의 마나가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가 버틸 수 없었다.


유하은의 눈앞에 섬광이 터진 것처럼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정말 곧이었는데···.’


그래, 정말 곧이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고맙게도 밖에서부터 해제를 시도해왔다.

타이밍을 맞춰, 둘이 동시에 봉인 해제식을 사용한다면.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해제식이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인지, 자꾸만 실패를 거듭했다.

역시 남이 무언가를 해주기만 바란다면 되는 일이 없다.


김선우는 하던 것을 다시 도전해보았다.


마나 하나하나에 정보를 담아서 흘려보냈다. 모든 마나가 결계의 중심이 되는 핵마나 상태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봉인구조를 타고 흐르며 스스로 마법을 발동시켰다.


이 실이 말뚝으로 흘리는 것은 마나만이 아니다. 에너지란 에너지는 전부 이동시킨다. 때문에 실을 물리적으로 끊어낼 수도 없었으리라. 물론 말뚝 자체를 건든다면 모르겠다.


아무튼, 고온 고열을 내뿜는 마법이 실 구조 전체에서 발동되고 있었다. 이 모든 곳에서 생긴 열기는 모두 말뚝으로 흘러들어 간다.

김선우의 목표는 봉인의 핵심인 말뚝을 제거하는 것.


열을 잔뜩 머금은 말뚝이 마그마 상태가 되었다.

그 내부에서 여러 마나가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정보를 나눠 가진 마나들이 한곳에 모였다.

드디어 마법진 하나의 정보가 온전히 모였을 때.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하늘을 향한 초지향성 폭발 마법이었다.

육면체 구조물의 각 귀퉁이에서 마그마가 뿜어졌다. 화산 폭발을 보는 것 같았다.


미호의 봉인 능력은 이렇게 효력을 잃었다.



주우욱


김선우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실 뭉치들을 헤치며 나왔다.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동생, 수연이도 있었다.


타다닷-


유혜성이 달라붙었다.


“회복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쉬세요.”

“아니요.”


김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수연에게 다가갔다.

수연은 걸어오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나온 거지? 분명 중간에 마나가 역류하지 않았었나? 방금의 거대한 진동은 뭐지?

많은 의문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러던 도중 문뜩. 오빠와 눈이 마주쳤다.


오랜만에 본 오빠의 얼굴은 너무너무 못생겼다.

두 볼은 움푹 들어갔고, 눈은 충혈되어있었다.

마나 역류를 그동안 얼마나 겪은 건지, 피부는 귀신처럼 파란색이 되어있었다.

씻지도 못해서 온몸에 땀 냄새가 진동했지만.


울컥


왜인지 그런 오빠의 모습을 보니 모든 생각이 사라졌다. 슬픔, 걱정, 안도, 분노 등의 감정이 한데 뒤섞여 눈물로 쏟아졌다.

더러운 오빠의 손이 머리 위에 올라오는데, 그 손을 뿌리칠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김선우는 지금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어떻게 미국에 왔는지. S급 사이에서 뭘 했는지.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들어도 된다.


“조금 있다가 다시 만나자.”


그 한마디를 남긴 뒤.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렸다.

녀석들이 떠나갈 때 사용했던 텔레포트 마법진, 그것의 좌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



지부장들은 모여서 잠시의 휴가를 만끽하는 중이었다.

레이건이 사건 수습해야 하니까, 지부장들은 닥치고 있으라 명령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험하게 말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뭐, 그렇게 들렸다.

뉘앙스는 분명 그게 맞았을 거다.


그렇지만 이 휴식 시간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의 헌터들이 S급 헌터들이 잔뜩 몰려들어 김선우 헌터를 구조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 S급은 할 일이 없는가 보지?


아인은 혼자 테이블에 앉아 손톱을 다듬으며 말했다.


“미호, 봉인이 안 풀리는 건 확실합니까?”


와삭-


소파에 누워 과자를 우물거렸다.


“확실해요! 저도 그거 해제하려면 한참 걸린다니까요?”


레오드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입을 열었다.


“어쨌든, 슬슬 방해해야 하는 시점 아니야? 이안의 마그마 능력이 놈을 완전히 죽인 건지 뭔지. 우리도 확인 못 했잖아.”


한국의 헌터들은 기어코 말뚝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물론 준비한 건 그게 전부가 아니지만, 정이혁과 백이린 헌터가 눈에 걸렸다.

물건을 통째로 도려내서 다른 곳에다 가져다 놓을 수 있는 능력과, 바윗덩어리를 먼지만큼 압축시킬 수 있는 능력. 무언가를 파내기에는 딱 좋지 않은가.


김선우가 살아있다면 어떻게든 방해를 해야 한다.

레이건의 처리하라는 말은 그저 며칠 가둬 놓으라는 뜻이 아니니까.


미호가 발을 꼼지락거렸다.


“그럼, 내일 해봐요. 내일. 어차피 제 능력 연구해서 해제하려면 빨라도 몇 주는 걸릴 거고, 말뚝 파내는 것도 며칠은 걸릴걸요?”


하지만 일본 출신의 그녀가 잘 모르고 있는 게 있었다.


한국인은 성격이 급하거든.

여동생인 김수연, 그 누구보다 빠르게 김선우를 독점하고 싶어하는 유혜성이나, 그에 반해버린 백이린처럼 간절하면 더욱더.


쩌억!


손톱을 다듬던 이안의 얼굴이, 난데없이 바닥에 처박혔다.

흩날리는 테이블의 파편과 혈흔 속에서 김선우의 모습이 보였다.


“I am alive.”


단 세 음절.

김선우의 모든 분노와 살의가 담겨있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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