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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빌런을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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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5 10:59
최근연재일 :
2022.02.1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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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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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3,127

작성
22.01.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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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2쪽

헌터과 평가전 (1)

DUMMY

“결국 아무 일도 없었네.”


후드득


공항으로 향하기 전, 서채림은 주머니에서 녹슨 못들을 쏟아냈다.

거꾸로 뒤집은 주머니 안쪽에는 녹 자국이 묻어 지워지지 않았다.


“그 말은 정말 꿈이었을까?”


만약 대붕괴가 일어날 것이라면, 거대한 게이트가 나타났을 것인데.

그런 것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도 게이트의 발생 자체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을 테니.

아니, 막을 수 있나? 어쨌든 서채림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왜 꿈을 꿔도 그런 꿈을 꾸냐.


“나만 이상한 사람 같잖아.”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움찔


귓가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서채림의 몸이 흠칫 떨렸다.

김선우였다.


아, 그래. 내가 돌아가는 비행기까지 맞췄었지.

이집트와 한국의 비행편은 적어서, 한국에 도착하는 시간대만 대충 알고 있으면 비행기를 유추할 수 있었다.


“내, 내가 왜 이상한 사람이에요?”

“그럼, 주머니에 저런 거 넣어 다니는 사람은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호신용이에요, 호신용. 이집트는 능력자들이 거리에 막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위험하잖아요.”

“무기 반입이 안 돼도 쇠 구슬 정도는 들여올 수 있었을 텐데···.”

“뭔가 밀수하는 것 같잖아요.”


후우, 서채림은 한숨을 내쉬며 김선우를 힐끔거렸다.


미래에서 왔다는 김선우의 말이 꿈이었다면, 이 사람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D급 헌터에서, 1년 만에 S급 헌터로.


등급이 오르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봐도 드물다.

그런 경우는 보통 성장형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재각성을 하는 경우이다.

재각성은 몇 단계를 단번에 오를 수 있고, 성장형은 조금씩 성장하며 한두 단계를 높일 수 있다.


김선우는 둘 중에서 어느 쪽에 속하는가를 굳이 따지자면 성장형.

성장형 능력이 이렇게 빠르고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건가?


그리고 가끔 보면 이 세상의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 같단 말이지.


“선우씨, 선우씨 능력은 근력 강화 맞죠?”

“맞긴 한데, 갑자기 왜요? 이미 알고 있던 거 아니었나?”

“그냥요.”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겠다.

예전부터 김선우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그냥 강한 사람. 그 정도로만 알아둬야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좀 더 나누었다.

얼굴을 마주 보고 할 말들은 아니고, 창밖에 움직이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면서.

서채림이 먼저 운을 띄웠다.


“이제 돌아가면 다시 아카데미에서 일하겠네요.”

“네, 그렇죠. 요즘에 마인은 많이 나옵니까?”

“마인은 항상 있는 만큼 있어요. 일없이 한가할 때가 이상한 거였더라고요. 그나마 부서 규모가 조금씩 커지고 있어서 이제 야근 같은 건 안 해요. 이제야 좀 공무원 같은 느낌이랄까.”


김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나.’


벌써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마인대책부서는 회귀 전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서채림이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아, 수연이는 조기졸업과정 밟고 있다면서요?”

“아영이한테 들었어요?”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네요. 그쪽 남매는 마법적으로 타고난 게 있나 봐요.”

“수연이가 마법을 그렇게 잘하는지 몰랐어요. 얼마 전에 알았다니까요.”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에요?”

“재능이 있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거죠.”


서채림은 문뜩 아영이 걱정되었다.

아영이는 잘하고 있겠지?


“아영이는 공부 잘해요? 직접 말하기에는 나쁘지 않게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속마음이나 고민거리 같은 것과는 다르게, 본인의 입에서 나온 성적이 나쁘지 않다는 말은 믿을 수 없다.

김선우는 강사니까 대충 알고 있지 않을까?


“1학기에 저는 선택과목이라서요. 아쉽게도 직접 가르쳐본 적 없어서 모르겠네요.”

“아···.”


모르는구나.

서채림의 눈썹이 미세하게 내려갔다.

그때 김선우가 말을 덧붙였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네?”

“헌터과는 전투 실기 비율이 더 높아서요. 아영이는 언니의 능력을 잘 물려받았으니 중간 이상은 할 겁니다.”


회귀 전, 특별하게 배운 것 없이 그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었으니.

아카데미에 들어간 이상, 어쩌면 벌써 서채림을 넘어섰을지도 모른다.


“···.”


비행기가 들어왔다.

두 사람은 비행기 탑승 게이트를 함께 걸었다.




서채림이 한쪽 눈꼬리를 올린 채 김선우를 바라보았다.


“아영이가 능력 쓰는 건 언제 봤어요?”

“···음, 카페에 마인이 들이닥쳤을 때 봤죠.”

“아하.”


어쩐지 말이 없다 했더니, 그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착착


서채림은 제 볼을 때렸다. 이런 생각 좀 그만 하자니까.


“그러고 보니, 지금쯤 헌터과 평가전하고 있겠네요. 아영이 결과 나오면 알려 드릴까요? 규정상 이러면 안 되지만, 뭐. 채림 씨만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괜찮을 거에요.”

“···됐어요. 전 양심에 찔리는 일 못해요.”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럼, 한국에 돌아가면 둘 다 열심히 일하자고요.”

“그럽시다.”


각자리의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



화요일 오전.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


“간단히 아침이라도 같이 먹을래요?”

“좋죠.”


역시 기내식만으로는 부족했다. 배가 막 고픈 것은 아니었지만, 뱃속이 공허한 느낌은 불쾌함으로 다가온다.

든든하게 뭐라도 먹어야겠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강사님, 지금 텔레포트로 헌터과 평가장에 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발걸음을 멈추자, 서채림이 물었다.


“왜요?”

“평가전에 무슨 일이 일어난 모양이에요. 먼저 가볼게요.”

“···평가전이요?”


파앗-


김선우의 발밑에서 마법진이 만들어지더니,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영이도 평가전 한다면서.”


김선우가 갔으니까 괜찮으려나···?


타다다닷-


멀리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공항경비원이었다.


“이봐요! 공항 주변에서는 어떤 능력이든 사용 불가능한 거 모릅니까!”

“제, 제가 그런 게 아닌,”

“옆에 있던 사람 누굽니까! 지인이에요!?”

“그, 김선우 헌터인데요. 지금 아카데미에서 일하고 있고,”

“일단, 연락처를 좀 받겠습니다. 사실확인 이후, 다시 연락드릴 수 있습니다.”

“네에···.”


잘못한 거 없는데 혼났다.

억울해.



***



월요일. 평가전의 1회전이 진행되는 날.


“우와아아!”


학생들의 함성이 평가장을 가득 채웠다.

여흥을 위한 경기가 아니라, 흥을 돋아줄 사회자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서아영, 승!”


서아영의 경기였다.

염력을 이용한 다채로운 공격. 상대 학생은 그것에 놀아났다.


염력에는 특정한 형태가 없이, 생각하는 대로 구현된다. 마법만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기본 무기로 지급되는 단검 두 자루. 서아영은 그것만으로 이번 경기에 염력의 잠재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재능이 다르잖아.’


그 경기를 지켜본 누군가 좌절할 만큼 말이다.


헌터학을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실력자, 송설희.

그녀 또한 1회전에서 가볍게 승리를 따냈지만, 결코 웃을 수 없었다.


‘저게 그 삼인방의 힘이야?’


학생들에게 태연히 손을 흔드는 서아영.

그녀가 입고 있는 카디건의 문양이 오늘따라 더욱 빛나 보였다.


그 빛이 송설희에게는 거대한 압박이었다.


실력을 직접 확인하지 전까지, 영국 아카데미 삼인방이라 불리는 녀석들을 비웃었다.

그도 그럴게, 이름을 너무 대충 지은 티가 나지 않는가. 차라리 그냥 삼인방이라 부르는 편이 더 예쁘다.


그런데, 오늘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역시 삼인방인가···.”

“사실 서아영은 우승 확정이지.”

“야, 삼인방이 뭔데?”


옆에서 떠들어대는 남자애들의 대화가 들렸다.


“너 간첩이냐?”

“진짜 몰라. 맨날 도서관에 처박혀있으니까 너네 말고는 말할 사람이 없다고.”

“···영국아카데미 옷 입고 다니는 애들 말이야. 벌써 걔네 스팩만 해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삼인방의 소식은 이미 전교를 휩쓸고 있었다.


엘리아 홀랜드는 마법학 수석이자, 현재 절대 1위. 그 어렵다는 마법 현상 분석인가 하는 강의의 마지막 문제를 맞힌 유일한 학생이라고 한다.

김수연은 그 유명한 랭커 김선우의 여동생. 마법적 이론이 너무 뛰어나서, 마나가 없는 일반인임에도 조기졸업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기적인 능력인 염동을 타고난 서아영까지.

하나같이 대단한 녀석들이었다.


덕분에 자신과 같은 사람들은 주목받으려야 주목받을 수 없었다.

무슨 짓을 하든, 눈 밖에 있다.


“···조금만.”


송설희는 그날 밤. 기숙사의 침대에 파묻혔다.


“마나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서아영따위 이길 수 있을 텐데.


주위의 공간을 얼어붙게 하는 것. B급 헌터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능력이었다.

그렇지만 송설희는 마나가 적었기에, 일대를 얼리는 것 대신. 어떻게든 상대에게 접근해 접촉하는 형식으로 능력을 활용해야 했다.

비효율적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하면 마나를 늘릴 수 있을까?

마나 부스터를 안 찾아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쓸만한 건 한 알에 몇천부터 시작해서 몇십 억까지. 학생이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찾아보니, 작년에는 저렴한 부스터들이 시중에 많이 돌아다녔다는데. 1년만 더 일찍 입학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벌떡!


송설희는 침대에서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머리 좀 식혀야겠어.”


지금 열을 올려봤자 실력만 나빠질 뿐이다.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한다.

당장 내일이 결전이니까.


평가전은 토너먼트 형식이 아니다. 최대한 다양한 학생들끼리 한 번씩 대결해보는, 말 그대로 학생을 평가를 위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당장 내일 2회전에서 서아영과 대결을 하게 되었다.


송설희는 밤길의 교정을 거닐며 머리를 환기했다. 평소에는 잘 가지 않던 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러며 오늘 있었던 서아영의 전투를 떠올렸다.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으면 어떻게 되받아주었을까. 이미지 트레이닝을 멈추지 않았다. 엑스트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렇지만, 한 방 먹여주는 그림이 도저히 그려지지 않았다. 뭘 하려고만 하면 날아오는 검에 방해받고, 접근했다 싶으면 서아영이 단검을 타고 도망쳐버렸다.


밤이지만 슬슬 여름이 찾아오고 있기 때문일까. 자연스럽게 산책 시간이 길어졌다.


“이런 곳도 있었네.”


아카데미 외곽. 무슨 골목길 같은 곳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니, 생활감이 넘쳐나는 공간이 나타났다. 흙바닥에는 여러 발자국이 잔뜩 찍혀있었고, 담배꽁초나 캔 등이 둘러 다녔다.

물론 생활감이 넘쳐난다는 것뿐이지, 시설이 좋지는 않았다. 창고 같은 것들이 주위에 늘어있었다.


“뭐 하는 곳이지?”


그중, 문도 없는 곳에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사물함 같은 게 잔뜩 늘어서 있었다.

으으. 뭔가 무서운데. 공포영화에 들어온 것 같아.


송설희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돌아온 길, 계단으로 다시 향했다.

그때,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운명처럼 계단의 중턱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작고 푸른 것이, 반으로 쪼개어진 채 굴러다녔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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