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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의 서재입니다.

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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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282,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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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9
글자수 :
804,904

작성
21.11.2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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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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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8화 미안하지만 제구는 장담 못합니다.

DUMMY

"수고 하셨습니다!"



가벼운 인사를 끝으로 경기장을 나오는 내셔널스 팀원들은 안도했다.



"휴우.. 정말 다행이야.."

"왜요? 그래 봤자 연습경기잖아요?"



고작 연습경기를 이긴 것에 과하게 만족하는 것 같았던 선덕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슈어저가 대신 대답했다.



"우리가 숙소를 웃는 얼굴로 돌아가야 스태프들이 덜 미안해 할 것 아니겠냐?"



'이 팀은 디백스랑은 또 다른 색으로 좋은 팀이네'



야구는 팀 게임이다.

팀 게임이란 작은 균열하나에도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만 한다.

그 시작은 사람이다. 그게 선수가 되었건 스태프가 되었건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일이다. 무엇하나 소홀하게 여겨선 아무리 쉬운 고비도 태산처럼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면서도 다들 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셔널스는 쉽게 말해 '사람 귀한줄 아는 팀' 이었다.



"내셔널스.. 멋지네요. 이 팀으로 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피식!



"그걸 이제서야 알았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몸이나 제대로 풀어둬 숙소 들어가면 큰일해 줘야 하니까"

"큰일이요? 무슨.. 아!"



경기 중 했던 브라이스 하퍼와 선덕의 3아웃 승부 내기, 농담으로 했던 말인 줄 알았는데 맥스 슈어저의 부담스러운 오드아이가 진실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참고로 난 네게 1500불 걸었으니까 앞으로 팀 생활 잘하고 싶으면 알지?"



웃는 얼굴로 부탁이 아닌 협박을 하는 슈어저를 보자, 조금 전까지 받았던 감동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지들이 일 벌여놓고 왜 나한테 난리야..'



속으로 푸념하는 사이 오늘 승리의 주역인 둘이 선덕의 옆을 지나간다.



"큰일 날 뻔했어 그렇지 않아도 마이크 트라웃 하나만으로도 벅찼던 팀인데 저 오타니라는 녀석 타자도 끝내주게 잘 친다며?"

"글쎄 한번 붙어봐야 알 것 같지만 투수로써의 재능은 확실히 뛰어나네"



오늘 선발 출장인 스트라스버그와 4번 타자인 브라이스 하퍼가 경기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며 앞서갔다.



"저기요! 하퍼씨!"

"응? 왜?"



다니엘에게 듣기로는 굉장히 호전적이면서 건방진 성격이라 들었는데,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그런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경기 중에 선수들끼리 멋대로.."

"아~ 그래 나도 들었어 근데 뭐 상관없잖아?"

"그런가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봐서는 기분 나빠하는 눈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차피 루키한테 뭘 기대하겠어? 마음 편하게 던져 네가 나한테 지는 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잖아?"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게 아니라 대놓고 무시하는 브라이스 하퍼, 다니엘에게 받았던 자료와 너무 판박이라서 금세 캐릭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야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네..'



과연 2009년 16살의 하퍼가 했었던 전설의 인터뷰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Q: "미래의 최종목표가 무엇인가요?"

A: "물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겁니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뛰고 싶어요. 핀스트라이프를 입고요. 전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겁니다."



당시 어린 하퍼는 당돌한 포부를 밝혔다.



"할 이야기 끝났으면 그만 가 줄래? 트위터 올려야 해서"



오키나와의 푸른 하늘을 사진을 찍던 그가 선덕에게 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아..예에..그럼 있다 봐요."



2017년 MLB 올스타 전국 팬투표 1위 , 2016년 ESPN 선정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야구선수 1위, 2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야구선수 SNS 팔로워 2위 등 리그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시대 야구의 아이콘이라 불릴만 했다.



***



"오키나와에 오자마자 급하게 잡은 연습경기에 묵묵히 따라와 줘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이 힘써 준 것에는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스태프들이 십시일반 걷어 마련한 만찬이니 다들 부담없이 즐겨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짝짝짝짝!!



이번 캠프스왑을 주도했던 전략 분석팀장이 감사의 뜻을 전하자,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박수를 보냈다.



-잘 먹겠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닭부터, 스태미나의 특효약이라고 불리는 염소탕까지 다양한 오키나와 소울푸드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익숙한 메뉴도 있었고, 생소한 메뉴도 있었지만 모두 맛집으로 소문난 곳들에서 직접 스태프들이 공수해 온 덕분에 맛있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자! 다 먹었으면 오늘의 메인 이벤트로 넘어가야겠지? 더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내려가자!"



슈어저가 모두를 통솔해 선덕과 하퍼를 그라운드로 불러냈다.



-루키! 꼭 이겨라! 나도 간만에 돈 좀 따보자!

-슈어저가 이번에 저 녀석에게 걸었대!

-우리 주장 드디어 돈 잃는 꼴을 보겠구만! 하하하하



"이게 뭐라고 다들 나와 있어요?"

"뭐긴! 지루한 훈련캠프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보너스 이벤트지! 너 제대로 던져야 한다. 너한테 걸린 돈만 4천불이야!"



'다들 미쳤구만..'



선수들이 과한 기대를 하며 소리치는 꼴이 마치 투기장에 온 기분이었다.



"몸은 다 풀었지? 이제 시작한다?"

"예 근데 저 사람은 왜 헬멧 안 써요?"

"글세다? 저 친구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가 봐 아무튼 후딱 하자"



다니엘이 귀찮다는 얼굴로 포수석에 앉았다.



'난 아닌데..'



"자 시작한다!!"



-삐이이익!!



장난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오늘 연습경기에서 4타수 3안타로 활약했던 하퍼를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 궁금하기도 했었던 선덕은 간만에 진심으로 자기 실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어졌다.



'정면 좋지'



-스이이익!!!!



"왓더..뻐..?"



초구는 지켜볼 생각으로 가만히 있었던 하퍼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파밧!



'내년 우리 팀 선발 컨셉은 파워 피처인가?'



"와우!! 100마일(160.9km/h)! 끄...끝내주는데!? 당장 내일 선발로 나가도 문제 없겠어!"



스트라스버그가 속 편하게 말하는 듯 보였지만, 자기 전성기 아니, 토미존 수술 이전보다 더 빠른 볼을 구사하는 선덕에게 진심으로 감탄했다.

체격으로 보나, 훈련하는 양으로 보나 선덕의 구위를 뒤받침할 수많은 근거들이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말이다.



"이게 올해 신인왕의 포심인가? 그럼 2012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의 위엄을 보여 줘야지"



당시 19살이었던 브라이스 하퍼는

144안타 22홈런 18도루 59타점 98득점

타율 .270 출루율 .340 장타율 .477 OPS .817 이라는 괴랄한 성적으로 빅리그에 존재감을 알린 그는



'너무 건방져! 2연속 같은 코스는 선 넘었지!'



-타앙!!



이제 막 데뷔한 루키에게 벽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이거야!! 됐쒀어!!!

-오이오이!! 해낼 줄 알았다고!!

-아이고 주장 미안 하지만 이번 판돈은 우리가 쓸어가겠어요오~?



팀원들의 조롱에도 슈어저는 침착하게 선덕을 바라봤다.



'음....역시 곧장 하퍼랑 붙이는 건 무리였나..'



고작 2구만에 퍼올려 냈다. 소문난 그의 동체시력만큼 훌륭한 배트 스윙까지,

간만에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전력투구했는데, 너무 산뜻하게 맞아버린 터라 오히려 후련했다.



-1홈런! 0아웃!



누군가가 크게 스코어를 외치자, 선덕 이마에 핏줄이 꿈틀댔다.



"후우....뭐 좋아 실험 상대로 최고의 타자라는 건 확실하네"



다니엘에게 알아서 잡으라는 싸인과 동시에 선덕은 의욕을 불태우며 손가락 끝이 아닌, 특유의 긴 손가락 관절(Knuckle)을 최대치로 이용해 밀어서 던졌다.



'미안 하지만 제구는 장담 못합니다.'



-스이이이익!!! 따아아악!!



정확하게 일자로 날아가는 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선덕이 구사해 본 적 없었던 볼이었다. 아니 메이저리그 그 누구도 구사해 본적 없는 특이한 구종,



"스트라이크!"



이건 시스템에 도움을 받아 따라한 구종이 아닌 선덕이 오랜 시간 고안하며 탄생시킨 구종으로 남들보다 긴 손가락을 이용해 자신이 가진 너클볼을 한층 더 진화시킨 일명 '너클 패스트볼'이다.

아직 미완성이었지만, 이 볼에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역시 통할 줄 알았다고!'



선덕이 통쾌하게 주먹을 들어 올리는 동안 타석에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린 하퍼는 패닉이 왔다.



"뭐...뭐야 이건? 분명 휘었는데..?"



남들보다 뛰어난 동체시력을 가진 하퍼만이 볼 수 있었던 볼의 기괴한 무브먼트, 타자시야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분 나쁜 볼이 아닐 수 없었다.

밖에서 보는 사람들 눈에는 일직선으로 보일지 몰라도 타자의 눈에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어...어째서 미트가 거기에.."



하퍼 예상과 전혀 다른 미트의 위치는 바로 정중앙,

이것이 94마일(151.2km/h)! 무회전 패스트볼 최고의 마술이다.



-스이이익!! 후웅~!



"스트라이크 투!"



다시봐도 기괴한 무브먼트, 빠른 볼과 변화구 모두에 자신이 있었던 하퍼의 야구 철학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파밧!!



"타자 아웃!!"



내기 결과는 1번의 홈런과 2번의 루킹 삼진으로 선덕의 승리,



"역시 넌 내가 생각했던 괴물이 맞구나 으하하하!! 오늘은 이 몸께서 특별히 지난번처럼 직접 스테이크를 구워주도록 하마 하하하!!"

"다음으로 하시죠. 전 아무래도 오늘 개인 트레이닝을 조금 더 해야 할것 같아요."



어딘가 살짝 흥분한 듯한 선덕의 말투에 슈어저는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그리고 늦은 저녁 혼자서 불펜장으로 걸어가는 선덕을 보며 다시 한번 안심했다.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만큼은 끝내준다니까!"



***



-스이이익!! 탕탕타타타타..



'아니야 이것보다 더 타이트하게 짜내야 해!'



제구를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기 전까지 손가락부터 전신을 비틀어 던지는 이 볼은 분명히 리스크가 존재할 것이다. 리그에 들어가서도 던질 수 있는 기회도 적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록 더더욱 완벽하게 마스터 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승부처를 위해서 말이다.



-탕탕타타타..



"용케 성공 시켰더라?"

"쉬지 뭐 하러 왔어요?"

"아니.. 나도 막상 받아보니까 어이가 없어서 말이지.. 그리고 너만 연습한다고 되겠냐? 잘 받을 강심장 포수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선덕의 너클볼을 드디어 완벽하게 받을 수 있게 된 다니엘의 또 다른 숙제, 이번에는 기특하게도 먼저 예습하러 왔다.



"좋아요. 실전으로 생각하고 던질껍니다."

"오냐~ 근데 그렇게 던지다가 기존 너클볼 까먹는거 아니야?"



-스이이익!!



'별걱정을'



-파밧!



장난스럽게 미소 짓는 다니엘의 허리 위로 정확하게 제구된 너클볼이 꽂혔다.



"형은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하긴 사람이 괴물 걱정을 하고 말았네 푸하하하"



너클 패스트볼의 제구는 아직 미숙할지 몰라도 기존의 너클볼은 이제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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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150화 두 번째 리셋(Reset) +2 21.12.20 784 17 12쪽
150 149화 KBO VS NPB (3) 21.12.18 777 18 12쪽
149 148화 KBO VS NPB (2) 21.12.17 794 19 11쪽
148 147화 KBO VS NPB (1) 21.12.15 784 20 11쪽
147 146화 뒤끝있는 남자 21.12.13 785 18 11쪽
146 145화 복수의 서막 +2 21.12.12 814 20 11쪽
145 144화 리매치 21.12.11 829 17 11쪽
144 143화 한일전(3) 21.12.09 830 18 11쪽
143 142화 한일전(2) 21.12.08 792 18 11쪽
142 141화 한일전(1) 21.12.07 821 18 12쪽
141 140화 국대 1선발 등극! 21.12.06 819 17 13쪽
140 139화 우리나라 그렇게 약하지 않거든요. 21.12.05 802 18 12쪽
139 138화 WBC에 약한 대한민국 21.12.04 790 15 12쪽
138 137화 WBC 전력분석 +1 21.12.03 857 16 14쪽
137 136화 본선 시작! 21.12.02 865 19 11쪽
136 135화 WBC 대표팀 적응기(1) 21.12.01 897 18 12쪽
135 134화 1년만에 한국 21.11.30 917 20 12쪽
134 133화 오해 21.11.29 899 18 13쪽
133 132화 누구 마음대로? +1 21.11.28 929 14 11쪽
132 131화 최고라.. 그거 아주 마음에 쏙 드네 21.11.27 929 19 11쪽
131 130화 결벽증 +1 21.11.26 934 16 10쪽
130 129화 리그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 21.11.24 983 15 12쪽
» 128화 미안하지만 제구는 장담 못합니다. 21.11.22 974 17 11쪽
128 127화 또 한명의 신인왕 21.11.21 1,011 15 12쪽
127 126화 캠프 스왑 21.11.20 1,027 17 11쪽
126 125화 난 딴 돈의 반만 가져가 +1 21.11.18 1,055 15 11쪽
125 124화 그 누구도 제게 국적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21.11.17 1,073 16 13쪽
124 123화 뜻밖에 거물급 팬 21.11.16 985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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