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토니토 님의 서재입니다.

피먹는 천재 마법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토니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9 09: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0:2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347
추천수 :
73
글자수 :
69,367

작성
24.09.19 10:20
조회
48
추천
5
글자
11쪽

012. [미궁으로.] 피를 마시다.

DUMMY

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칼릭스는 간단한 식량과 짐을 챙겨 미궁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포털을 통과했다.


촤아아-


2층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5층이었다.


“내려가야 할 수고를 덜었네. 1층에 떨어졌다면 귀찮을 뻔 했어.”


그의 목표는 미궁을 10층까지 탐험하는 것. 5층부터는 슬슬 마물도 만날 수 있을 테니 칼릭스는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기분이었다.


카라텔에 왜 왔는가. 마물의 피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쓰러진 로즈를 발견한 날부터 칼릭스는 마물의 피에 관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짐만 챙겨 카라텔로 이동했으므로.


연구를 재개해야 할 시간이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그의 마지막 경험에 의하면, 마물의 피를 직접 섭취했을 때 몸 속의 마나가 짙어지는 걸 확인했다. 몇 차례 더 시도해 확실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께레렉.”


칼릭스의 상념이 끊어졌다.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그는 즉시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블린이잖아. 그것도 큰 두개골 고블린.”


고블린에게도 종족이 있다. 그 중 큰 두개골 고블린은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고블린이었다. 그래봤자 어린아이보다 조금 큰 체형이고 조악한 도구를 쓴다는 건 다른 고블린과 다를 바 없지만, 뇌 용적이 커 지능이 높으며 체내 마나 농도가 다른 고블린에 비해 두 배정도 높다는 걸 칼릭스는 알고 있다.


“마물이다. 헨스트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마물이 도대체···하나둘셋넷···일곱 마리나 있어!”


칼릭스가 활짝 웃었다. 그에 이상함을 감지한 고블린들이 저들끼리 께렉거리기 시작했다.


“께렉, 께레렉.”


“꼐레레렉?”


“께렉. 끄렉.”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동시에 놈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칼릭스는 그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흐르는 전류.”


파드지지직!


칼릭스의 손아귀에서 새파란 전류가 튀어나가며 일곱 고블린의 몸통이 경련했다. 일부러 충격을 조절했기에 숯검댕이가 되지 않은 것이다.


“끄레레렉! 께레렉!”


“아, 마물의 피가 이렇게나 많다니···”


저게 도대체 몇 리터야. 커다란 항아리도 가득 채울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칼릭스는 일부러 일곱 고블린 중 대장으로 보이는 놈을 살려두었다. 얼음 송곳을 발사해 놈의 허벅지를 꿰뚫은 칼릭스가 대장 고블린을 향해 다가갔다.


“크렉! 꼐레레렉!”


“진정해 고블린아. 너도 날 죽이려고 했잖아. 그렇지?”


“께렉, 께레레렉···”


“내가 예의범절이 뭔지 알려줄게. 얼어붙어라.”


순식간에 고블린의 입과 타액이 꽁꽁 얼어붙었다. 칼릭스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고블린의 팔을 살폈다.


“자. 어디보자아. 동맥이···아하. 넌 여기에 동맥이 있구나? 피부가 초록색이라서 잘 안 보이네. 얼음 송곳.”


퓨퓨퓻!


순식간에 얼음 송곳 세 발을 발사해 양 다리, 그리고 한 쪽 팔을 벽면에 처박아버린 칼릭스가 손을 들어올렸다. 살아남은 고블린은 해부당하기 직전의 개구리처럼 벽에 사지가 박혔다. 칼릭스는 준비해온 채혈관을 꺼내들었다. 고블린의 쇄골 위쪽에 위치한 혈관을 향해 박아넣었다.


“고블린아. 내가 마물의 피에 관심이 많거든? 피 좀 마실게.”


“끄르르르!”


“사양할 필요 없어. 다 끝난 뒤에는 친구들한테 보내줄 테니까, 가서 술래잡기나 하면서 놀아.”


“끄르르!”


푹!


채혈이 끝난 혈액은 준비해둔 가죽 주머니에 옮겨담았다. 채혈관과 연결해 받을 수도 있고, 뚜껑을 열어 수통처럼 사용할 수도 있는 주머니였다. 그가 입을 아- 벌리고 물통을 들어올렸다.


꿀꺽, 꿀꺽.


주르륵, 주륵. 미처 삼키지 못 한 마물의 피가 그의 입가를 타고 흘렀다.


“하아···”


왜 마물의 피를 연구했는가.


수도 없이 많은 연구 주제중 왜 하필, 마나 농도에 관한 연구인가.


그건 바로 칼릭스만이 마물의 피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나 탈진의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오직 그만이.


몸 속으로 들어온 고블린의 피에는 미량이나마 마나가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경구로 고블린 피를 섭취했다고 해서 그게 바로 칼릭스의 피 속에 들어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 몸 속으로 마나가 들어온 셈이었으니 정신만 집중한다면 칼릭스는 신체 일부를 통과시켜 혈관 내부를 향해 마나만 옮길 수 있었다.


‘속이 아파. 하지만 짜릿해.’


피 속 마나에 과부하를 거는 것만 같은 감각. 마나 탈진이 혈관을 태우는 듯한 고통이라면, 이건 혈관이 빵빵해져 터질 것만 같은 고통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마나 탈진보다 더 심한 고통이었다. 정말로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심리적인 압박감까지 찾아왔으니까.


하지만 연구는 마법사의 숙명. 수많은 죽음의 방식 중 연구를 위한 죽음은 가장 영광스러운 죽음이라 로즈에게 배웠으니 참고 이겨내야지 어쩌겠는가?


마나 탈진이 구역감을 동반하는 것과 다르게 흡혈은 약간의 고양감과 붕 뜬 느낌을 동반했다.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야. 많이 마셔보니 알겠어.’


칼릭스는 마물의 피가 전투 중 지친 마법사의 마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지금의 칼릭스는 마나가 거의 가득 찬 상태였기에 자세한 회복은 불가능했지만, 가능성을 봤다.


‘아주 조금이지만 마나가 농도가 올라가고 있어.’


이렇게 쉽게 마나를 회복할 수 있었다면 모든 마법사들이 마물의 피를 가죽 주머니에 넣고 돌아다녔을 것이다. 아무도 마물의 피를 마시지 않는 이유는 지금 칼릭스가 겪는 것 처럼 마나 탈진과 비슷한 종류의 고통이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마법사라면 움직이지도 못 할 정도의 고통이다. 머리는 핑- 돌고 속은 울렁거렸다. 전신 혈관이 타들어가는 듯한 격통. 하지만 칼릭스에게 그걸 견디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어니었다. 매일 해오던 일이었으니.


“크, 으.”


칼릭스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웃었다. 그게 뭐 대수라고. 마법사의 호기심 앞에서 고통은 감히 머리조차 들지 못 했다.


칼릭스 입장에서는 그저 매일 겪던 일을 한 번 더 겪을 뿐이다. 누군가 엿들었다면 미친놈이라 할만한 발상이었지만, 칼릭스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고블린 피를 쭉쭉 들이켰다.


“음?”


그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분명 아까까지만해도 꽁꽁 얼어붙어있던 고블린의 입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려 하는 것이다.


“이게 뭐지? 눈알이잖아?”


빨대로 피를 빨아먹으며, 칼릭스는 고블린을 관찰했다. 어느새 입 안을 꽉 채운 노란 눈알이 휙휙 돌아가더니 칼릭스와 빨대를 번갈아 바라봤다.


“안녕. 너도 마물이니?”


“······”


“너도 피가 있을까? 마물의 수정체에도 마나가 들어있나? 한 번 확인해봐야지.”


그렇게 말하며 빨대를 들어올리던 그 순간.


퍼엉!


눈알이 폭발하며 터졌다. 정체불명 눈알의 찝찔한 수정체가 칼릭스의 얼굴 위로 뿌려졌다.


할짝.


한 번 맛을 본 칼릭스가 중얼거렸다.


“···눈알에는 마나가 없다. 기억해둬야지.”


*


미궁 5층은 2층과 확연히 달랐다. 통로가 더 넓었고, 갈림길과 함정도 더 많았다. 손가락 하나만 삐끗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함정은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칼릭스는 그 모든 위협을 마법 하나만으로 해결했다. 그냥 얼음 껍질을 통해 공격을 전부 막아낸 것이다.


‘이것도 10층까지라고 말했지. 제대로 된 레인저가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마법으로 함정을 전부 막을 수는 없다고.’


그것이 미궁 탐험가가 파티를 구성하는 이유다. 레인저와 동행하지 않는다면 함정을 피하기 어렵다. 칼릭스도 다음 미궁 탐험부터는 레인저를 대동할 생각이었다.


물론, 10층까지는 괜찮다고 배웠으니 오늘의 목표를 완수할 때 까지는 혼자 다녀도 상관 없겠지만.


그렇게 한참동안 미궁을 돌아다닌 칼릭스는 두 마리의 미믹과, 서른 마리가 넘는 고블린을 학살했다. 미믹에게서는 루비를 얻었으며 고블린에게서는 얻을 게 없었기에 피나 빨았다.


“고블린 피는 더이상 연구할 가치가 없네. 헨스트릭시의 마물보다는 농도가 높지만···이미 내 수준이 너무 높아.”


칼릭스는 3위계 마법사다. 그건 3위계 표준의 혈중 마나 농도값을 가졌다는 뜻이다.


그에 반해 고블린의 피는 0.3위계정도 될까. 칼릭스의 마나농도가 극히 낮아진 상태라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끼칠 수 있겠으나, 그 효과가 미약하다. 처음 피를 맛봤을 때의 짜릿한 감각도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고농도의 마나를 함유한 마물이 필요했다. 최소 중급 마물 정도의.


“더 강한 마물을 찾아야 할 텐···”


중얼거리던 칼릭스가 우뚝 멈춰 섰다. 그의 귓가에 낯선 신음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가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어둠 저 편을 바라보았다. 미궁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방’이었다. 활짝 열린 문을 향해 다가가, 소리를 듣는다.


“하앗, 핫!”


“허억, 허어억! 셀리! 제기랄, 네 엉덩이는 최고야!”


“당신 물건도 최고에요, 흐읏! 항!”


“아아!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군!”


“아직 안, 돼요! 흣! 저는, 킬레온과 결혼하겠지만, 당신의 물건은, 흐윽! 잊지 못 할 거야!”


“이런 요망한 년!”


찰싹!


칼릭스가 듣기에는 너무나도 자극적인 대화가 방 내부에서 울려퍼졌다. 칼릭스는 호기심 섞인 눈동자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제, 핫! 마지막이야!”


“아앗! 아아아!”


간드러지는 교성과 짐승같은 헉헉소리가 뒤섞인다. 잠시 후 축 쳐진 남성기를 뺀 남성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후후. 역시 안쪽이 최고야. 마지막에 빼라고 하면 보온이 안 돼서 고추가 팍 식는다니까.”


“하아, 저도 좋았어요. 다음에는 입을 괴롭혀줘요. 저는 크림 소스라면 환장하니까······꺄악!”


그 순간 칼릭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말했다.


“아기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에요. 굉장히 흥미롭네요.”


“그게 무슨! 넌, 넌 누구니!”


그제야 자기 소개를 안 했음을 알아차린 칼릭스가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칼릭스예요.”


“너같은 어린 애가 여기에 왜···”


“왜겠어요? 미궁을 탐사하러 왔죠. 혹시 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


두 남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표정이 뭔가 꺼림칙했기에, 칼릭스는 덧붙였다.


“그, 저는 구경만 할 테니까 하던거 계속 하셔도 돼요!”


그게 도대체 무슨? 남성은 눈을 부릅 떴고 여성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피먹는 천재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미궁의 미친 천재 마법사 -> 피먹는 천재마법사 NEW 17시간 전 20 0 -
» 012. [미궁으로.] 피를 마시다. NEW 17시간 전 49 5 11쪽
11 011. [미궁도시 카라텔.] 지금 동생이 말대꾸? 24.09.18 68 6 10쪽
10 010.[미궁도시 카라텔.] 자 이제 누가 형이지? 24.09.17 74 6 13쪽
9 009. [미궁도시 카라텔.] 미친 마법사가 진짜 왔다! 24.09.16 88 7 16쪽
8 008.[미궁도시 카라텔.] 갱생의 여지가 있는 요정. 24.09.15 100 5 15쪽
7 007 [미궁도시 카라텔.] 좋은 요정 나쁜 요정. 24.09.14 104 8 12쪽
6 006. [미궁도시 카라텔.] 미친 마법사가 온다! 24.09.13 108 5 14쪽
5 005. [미궁 도시 카라텔] 남자의 자존심, 추락하다. +1 24.09.12 126 6 14쪽
4 004. [스승을 만나다.] 프랙탈. 24.09.11 137 7 15쪽
3 003. [스승을 만나다.] 예의. 24.09.10 131 6 13쪽
2 002. [스승을 만나다.] 마법. 24.09.09 149 6 11쪽
1 001. [스승을 만나다.] 오두막. 24.09.09 212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