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토니토 님의 서재입니다.

피먹는 천재 마법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토니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9 09: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0:2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346
추천수 :
73
글자수 :
69,367

작성
24.09.18 10:20
조회
67
추천
6
글자
10쪽

011. [미궁도시 카라텔.] 지금 동생이 말대꾸?

DUMMY

“미, 미, 미안···미안해.”


“괜찮아. 켈튼. 앞으로 내 말에 절대복종해야겠지?”


“응. 응···물론이지.”


“켈튼.”


“응. 응?”


갑자기 이름을 부르자 켈튼이 화들짝 놀라며 칼릭스를 바라보았다.


“형한테는 존댓말을 써야지. 네가 알려준 거잖아.”


“아, 하하. 하하하···그렇네요. 맞아. 맞아요. 제가 깜박했어요.”


“괜찮아.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줄게. 나 아저씨들이랑 이야기하고 있을 테니까 방 정리할 준비 하고 있어. 당분간 여기서 묵을 거야.”


제발 이게 꿈이라고 해줘. 켈튼은 속으로 외쳤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지부장 아저씨. 아까 응접실로 올라가자고 했죠?”


“그래. 칼릭스.”


“이제 가요. 아! 다들 반가워요! 제 이름은 칼릭스예요! 마법사고요! 로즈의 제자예요!”


칼릭스는 연병장에 모인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아콘 길드 설립 이후, 가장 파격적인 자기소개였다.


*


칼릭스와 아콘 길드의 지부장 고르돈은 응접실로 향했다. 마주보고 앉은 둘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칼릭스는 헨리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으며, 강도는 어떻게 처리했으며, 미궁 도시에는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끝마쳤다.


“그렇군. 확실히. 그런 재능이라면 카라텔에 관심을 가질 만 해.”


“저도 궁금한 게 있어요. 이번에는 고르돈 아저씨가 대답해주세요.”


“뭐든 물어보려무나.”


“아콘 길드에는 다른 마법사도 있나요?”


“한 명 있단다. 바로 소개해주고 싶지만 지금은 자리에 없어. 며칠 기다리면 올 거다.”


“스승님이랑 저 말고 다른 마법사는 본 적 없거든요. 만약 자리에 있었다면 오늘 인사했을 텐데.”


“세 번째로 만나는 마법사가 이왕이면 조금 멀쩡한 마법사였으면 좋았을 텐데. 유감이구나. 자파드가 이상한 짓을 해도 놀라지 말거라.”


“자파드라는 마법사가 무슨 짓을 했길래 그래요?”


“크흠.”


고르돈이 헛기침을 했다. 이걸 말 해도 되나 싶은 표정이었다. 이내 결단을 내린 그가 입을 열었다.


“자파드는 한 때 휴지 도둑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단다.”


“네? 그게 무슨···뭘 훔쳤다고요?”


“휴지. 남자 모험가들이 잘 때 방에 잠입해서 정······아니, 남자가 주기적으로 꼭 해야 하는 일을 한 뒤 나오는 부산물을 닦은 휴지를 훔쳤거든. 은신 마법도 뛰어나서 한참 뒤에나 발각됐단다.”


“남자가 주기적으로 꼭 해야 하는 일이 뭔데요?”


“크흠, 그런 건 넌 알 필요 없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알게 될 테니까. 어쨌거나 자파드는 생명의 근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단다. 자세한 내용은 나도 몰라. 마주치게 된다면 먼저 인사해보렴. 하는 짓은 또라이같아도 사실 좋은···아니 좋은 건 아닌가. 어쨌거나 그렇게 해보도록 하렴.”


“알겠어요.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고마워요. 고르돈 아저씨.”


“그래. 칼릭스. 그래서 네 목표는 뭐니? 카라텔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말이야.”


“일단 첫 번째 목표는 연구에요. 아까도 말씀드렷지만 저는 마물의 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카라텔에 왔어요. 혹시 길드 차원에서 피를 구할 수 있을까요?”


“흐음. 알아보기는 하겠다만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수요 자체가 없는 물건이니까.”


“그렇구나. 사실 별 기대는 안 했어요. 내일은 미궁 10층까지 내려가보려고요.”


“혼자 갈 생각이니?”


“일단은요.”


“네 뜻이 그렇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만 요즘 10층에 마족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들리더구나. 우리 길드원 중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가도 좋다. 내 얘기해놓으마.”


마족이라는 단어에 칼릭스의 눈이 반짝였다.


괴물은 많다. 괴물 중 혈액에 마나가 흐르는 놈들을 마물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마족은 무엇인가?


마족은 지능을 획득한 마물이었다. 그 생김새도 능력도 제각기 달라 분류하기조차 어려운 생명체다. 당연히, 마나 또한 마물보다 많이 함유하고 있으니 칼릭스의 연구를 위해 수집해야 할 1순위 물건이 바로 마족의 피였다.


“괜찮아요. 지금까지 마주쳤던 함정이라면 대부분 익히기도 했고, 제 실력이라면 10층에서 비명횡사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볍게 다녀올게요.”


“흐음.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고르돈도 칼릭스가 고작해야 10층에서 비명횡사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궁이 위험하다는 건 사실이다. 파티 없이 입장하겠다면 도움이 될만한 무언가를 지원해주어야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 알면 된다.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이 뭘 필요로 하는지.’


요즘 카라텔의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실제로 거대 길드들의 갈등이 날이 갈 수록 커지고 있는 와중이었다.


‘칼릭스를 정식 길드원으로 영입할 수만 있다면 아콘 길드의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커지겠지. 지부장 차원에서 탐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인재야. 반드시 잡고 싶다.’


그러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고르돈은 만에 하나 길드간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하여 칼릭스를 영입하고 싶었다. 그러니, 칼릭스가 뭘 원하든 전부 들어줄 용의가 있다.


“칼릭스. 네가 헨리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우린 정말 큰 손해를 봤을 거다. 네게 선물을 하나 주고 싶구나.”


“선물이요? 주신다면 거절하지는 않을 게요.”


“좋다. 보여주마.”


그가 뚜벅뚜벅 걸어가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목걸이 하나를 들어올렸다.


“이건 귀환 스크롤이다. 50층 아래의 미궁이라면 네가 어디에 있든 즉시 카라텔로 귀환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지. 웬만한 미궁 탐험가들이 한 달은 모은 재물을 팔아도 살 수 있을까 말까다.”


“저한테 이런 비싼 걸···고작해야 강도 몇 명 처리했다고 받기에는 너무 좋은 물건인데요?”


고르돈은 대답하지 않고 빙긋 웃었다. 몇 초간 가만히 고르돈을 바라보던 칼릭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소년이지만, 저 웃음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다.


고르돈은 제안한 것이다. 둘 사이의 관계를 진전시킬 생각이 있다고. 그러니 자신이 먼저 성의를 표시하겠다고. 그런 뜻일 터다.


칼릭스는 동의했다. 그 또한 카라텔에 연고가 없으니, 아콘 길드라는 연줄을 만들어두면 두고두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고르돈. 제게 베푼 호의를 잊지 않을게요. 저는 예의 바르고 착한 마법사거든요.”


“아주 바르게 자랐구나 칼릭스. 네 스승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훌륭한 사람일 것 같다.”


“로즈 누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사람이었어요. 사람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지부장 자리 꿰차려면 이 정도 눈썰미는 있어야지. 하하, 앞에 켈튼을 대기시켜놨으니 오늘은 이만 쉬거라. 남은 방 중 가장 좋은 방에 묵으면 된다.”


“알겠어요. 고르돈도 오늘 하루 고생 많았어요. 푹 쉬길 바라요.”


칼릭스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 뒤 응접실 밖으로 걸어나섰다. 밖에는 겁을 잔뜩 먹은 표정의 켈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 칼릭스.”


켈튼은 정말로 겁을 집어먹었다. 그러니까, 무서웠다.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건 당연히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모험가에게만 말실수를 해도 죽도록 얻어맞는 법인데 그 대상이 하필 마법사일 줄이야.


켈튼은 자파드가 얼마나 미친놈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틈만 나면 실험체가 되어달라느니 남자의 쾌락을 알려주겠다니 섬뜩한 소리를 지껄이는 걸 피해다닌지 벌써 반년은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 강력한 마법사의 시중을 들라니? 이게 말이 되나? 실화인가? 그래. 실화였다.


그렇기에 켈튼은 납작 엎드리기로 했다. 원래 힘이 없으면 고개를 숙여야 하는 법이다. 이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응. 절대로 아니지. 그는 애써 자신을 다독이며 존댓말을 사용했다.


“나오셨네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켈튼.”


“네. 네!”


“쫄지 마. 동생. 난 너처럼 약한 애들 괴롭히는 취미는 없어.”


“······네.”


켈튼과 칼릭스는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곧 칼릭스에게 배정된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칼릭스는 문을 열었다. 침대 하나와 책상만 있는 투박한 방이었지만 이미 청소를 끝내놓은 건지 전체적으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켈튼.”


“네!”


“앞으로 내 방 청소, 빨래, 식사, 각종 심부름 및 실험체까지 전부 네가 맡아.”


“네, 네? 지금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요? 앞에 건 다 할 수 있지만 실험체는 조금······”


“지금 동생이 말대꾸?”


“히익.”


켈튼은 칼릭스에게 완전히 잡아먹혀버렸다. 당장이라도 어디 숨어서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깐 가오 좀 잡았다고 인생이 개박살나버리다니. 차라리 도망칠까- 고민하던 찰나.


“도망치고 싶으면 쳐도 상관 없어. 동생의 일탈을 바로잡는 것도 형의 의무니까. 물론 걸리면 알지?”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는 칼릭스. 허공에서 물이 생성되며 빈 컵에 쪼로록 흘러 떨어졌다. 켈튼은 바지가랑이에 오줌을 쪼로록 지릴 것만 같았다.


“아, 하하하···제가 왜 도망을 가겠어요. 아콘에서 함께 한 세월이 얼마인데요. 많이 배우고 싶어요! 칼릭스 형!”


“그래 켈튼 동생. 이제 가보도록 해. 밤에 식사 가져오는 거 잊지 말고.”


칼릭스는 그 날 밤 늦게까지 연구 자료를 정리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그는 새근새근 잘 잤다. 카라텔에서의 첫 날 밤이 그렇게 저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피먹는 천재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미궁의 미친 천재 마법사 -> 피먹는 천재마법사 NEW 17시간 전 19 0 -
12 012. [미궁으로.] 피를 마시다. NEW 16시간 전 48 5 11쪽
» 011. [미궁도시 카라텔.] 지금 동생이 말대꾸? 24.09.18 68 6 10쪽
10 010.[미궁도시 카라텔.] 자 이제 누가 형이지? 24.09.17 74 6 13쪽
9 009. [미궁도시 카라텔.] 미친 마법사가 진짜 왔다! 24.09.16 88 7 16쪽
8 008.[미궁도시 카라텔.] 갱생의 여지가 있는 요정. 24.09.15 100 5 15쪽
7 007 [미궁도시 카라텔.] 좋은 요정 나쁜 요정. 24.09.14 104 8 12쪽
6 006. [미궁도시 카라텔.] 미친 마법사가 온다! 24.09.13 108 5 14쪽
5 005. [미궁 도시 카라텔] 남자의 자존심, 추락하다. +1 24.09.12 126 6 14쪽
4 004. [스승을 만나다.] 프랙탈. 24.09.11 137 7 15쪽
3 003. [스승을 만나다.] 예의. 24.09.10 131 6 13쪽
2 002. [스승을 만나다.] 마법. 24.09.09 149 6 11쪽
1 001. [스승을 만나다.] 오두막. 24.09.09 212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