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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토 님의 서재입니다.

피먹는 천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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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9 09: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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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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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수 :
69,367

작성
24.09.09 11:50
조회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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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001. [스승을 만나다.] 오두막.

DUMMY

소도시 헨스트릭에는 고아가 많다.


“배가 너무 고파요.”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구걸하는 어린아이는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들의 손에 실제로 빵 부스러기라도 들어오는 일은 드물었다. 심지어 오늘처럼 주먹보다 큰 빵을 얻게 되는 일은 더욱 더.


“불쌍한 아이로군.”


어느 부유한 사람이 툭 던져주고 간 빵을 조심스레 주워 챙긴 소년은 곧장 골목으로 향했다.


“어. 저기 정신병자 지나간다.”


“야, 저 새끼 빵 들고 있는데? 빼앗자.”


“지금 굶어 죽기 직전이야. 저런 좋은 걸 혼자 먹게 내버려둘 수 없지. 달려!”


골목길을 한참 지나쳐가고 있을 무렵 소년은 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슬쩍 돌려 확인하자, 자신을 싫어하는 아이들 세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년은 몸을 돌려 냅다 뛰기 시작했다.


“저 새끼 잡아! 따라붙어 얼른!”


행여나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꼭 안고 있었던 빵이 흔들렸다. 이대로라면 따라잡힐 것이라 생각했는지 소년은 달리는 와중에도 빵을 억지로 입에 욱여 넣었다. 자신의 신체 능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고약한 세 명으로 이루어진 패거리를 따돌리는 데에 성공한 건 한 번도 없었으니 얻어맞을 때 맞더라도 배는 채우자는 마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소년이 켁켁거리며 억지로 침을 삼켰다.


“빵 내놔.”


“이미 다 먹었어.”


“뭐? 뛰면서 빵을 다 처먹었다고?”


“빼앗길 수는 없으니까.”


“······염병.”


화가난 패거리의 대장이 소년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하지만 그들 또한 고아. 며칠 굶었기에 팔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였다.


몸을 꼭 웅크린 채 모진 매질의 시간을 견뎌낸 소년은 그들이 씩씩거리며 사라지는 뒷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쁜 놈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칼릭스는 숨을 몰아쉬었다. 당장 주린 배는 채웠다지만 성에 차지 않는 양이었고, 얻어맞은 부위가 아파서 제대로 걷기도 어려웠지만 소년은 어떻게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인 칼릭스가 도착한 곳은 어느 강가. 풀벌레의 낮은 울음과 물고기 튀어오르는 첨벙소리를 들으며 소년은 물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털썩 주저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목석처럼 꼼짝않고 강을 바라보던 소년이 입을 열었다.


“언제 봐도 예쁘다.”


사실 소년의 눈은 강을 보고 있지 않았다. 소년은 강 위를 떠다니는 실타래처럼 생긴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희고 눈부신 실결이 물의 흐름을 따라 유려하게 몸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왜 다른 사람들은 못 보는 걸까.”


이 도시에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든 먹을 걸 얻기 위해 무리를 형성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아주 가끔씩 오늘처럼 빵을 던져주는 부유한 이들도 있다. 구걸하는 거지만 보면 발로 걷어차버리는 성격 더러운 아저씨들도 많았다.


하지만 칼릭스는 그들 중 누구와도 흰색 실결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었다.


‘뭐? 빛나는 흰색 실이 흐른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 불길하니까 당장 꺼져. 우리 가게 앞에서 한 번만 더 얼쩡거리면 두 다리를 박살내주마.’


‘미안한데 우리 패거리는 정신병자는 취급 안 해.’


허공을 떠다니는 무수히 많은 실결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여태껏 한 명도 없었으니까.


스스스.


그 때 칼릭스의 고개가 저도 모르게 돌아갔다. 그의 시선이 야트막한 언덕 너머로 향했다.


“저게 뭐지?”


강 건너편 숲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잔잔하게 흔들리던 흰색 선의 물결이 숲을 기점으로 격하게 넘실거렸다. 호수 표면에 돌맹이를 던진 것 처럼.


“···엄청 예쁘잖아. 저런 건 처음 봐.”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 속 깊은 곳부터 일어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직접 저 쪽으로 가보는 수밖에 없을 터였다.


칼릭스는 홀린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숲을 향해 걸어갔다.


*


젊은 나이에 용병을 은퇴한 후 헨스트릭 시 인근에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던 마법사 로즈는 오늘도 노트와 펜 하나를 챙긴 채 숲 중턱에서 마나를 운용하고 있었다.


“3일차. 스물 두 번째 실험.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마력을 일정한 진동에 따라 방출해봤으나 원하던 형상을 표현할 수 없음. 수식 재정립 필요. 단계별로 숙련하기 위해 가장 작은 크기부터······너 누구니?”


소리가 나는 방향에는 꾀죄죄한 남자 아이 하나가 쭈뼛거리며 서있었다. 머리는 밝은 금발이고, 눈은 푸르게 빛나는 잘생긴 소년이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칼릭스예요.”


“그렇구나. 칼릭스.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니?”


“그게···”


칼릭스는 쉽게 대답하지 못 했다. 숲 너머에서부터 흰색 선이 흔들리는 걸 보고 왔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들처럼 축객령을 내릴까봐.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해칠 생각 없어.”


잠시 고민한 칼리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제 눈에는 다른 사람들은 못 보는 게 보여요. 흰색 실로 만들어진 물결인데, 그게 이쪽 방향에서 움직였어요. 태어나서 그런 건 처음 봤어요.”


“응?”


로즈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이 곳에서 마법을 사용한 것 밖에 없으니까.


‘설마 내가 마법을 쓴 걸 느끼고 찾아온 건가?’


흰색 실이니 물결이니 하는 이야기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소년이 말하는 걸 들어보니 마법의 흔적을 쫓아 이 곳까지 도달한 듯 했다.


“어디서 봤는데? 네가 말한 흰색 물결이라는 거.”


“저는 헨슨 강에 앉아있었어요.”


“헨슨 강이라면···”


로즈는 잠시 고개를 돌려 도시 방향을 바라보았다. 가장 가까운 강가까지 1km가 넘는 거리다.


“지금 그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 마법을 느꼈다는 거야?”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칼릭스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마법이 뭐에요?”


“······마법이 뭔지 몰라?”


아무래도 이 꼬맹이랑 대화를 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로즈는 생각했다. 로즈는 일단 칼릭스를 자신의 오두막으로 데리고 갔다.


밤도 깊었고 칼릭스의 행색은 누가 봐도 꾀죄죄했기에 일단 뭐라도 먹인 뒤에 이야기 할 생각이었다.


따뜻하게 데운 스튜를 한 그릇 퍼 빵과 함께 내주자 칼릭스는 접시에 코를 박을 기세로 허겁지겁 먹었다.


"맛있니?"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빈 말이 아니었다. 먹어본 음식이라고는 딱딱한 빵과 상한 과일같은 게 전부였던 칼릭스에게 향신료와 제대로 간이 된 음식은 난생 처음 접해보는 것이었으니


식사를 마친 칼릭스를 테이블에 앉혀둔 뒤, 로즈는 칼릭스를 바라보았다.


"아까 마법이 뭐냐고 물어봤지?"


"네."


"마법은 세상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자 현실에 대한 재구성이야. 마력의 힘을 통해 네 의지를 관철하는 거지."


"어려워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음···너 몇 살이니?"


"여덟 살정도 된 것 같아요."


로즈는 이 어린 소년에게 마법이 뭔지 설명하려면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지 잠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마법은 네 의지를 세상에 실현시키는 힘이야."


"의지를요?"


"그래. 예를 들면···스튜 한 그릇 더 먹을래?"


"네."


로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튜를 한 그릇 더 퍼왔다. 그리고 한 숟갈 뜬 칼릭스에게 물었다.


"아까랑 비교했을 때 어때? 온도 말이야."


"조금 식었어요."


"그래. 식은 스튜를 데우려면 불 위에 올려야겠지?"


"네."


"따뜻해져라."


로즈가 중얼거리며 접시를 쓰다듬자 금새 스튜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챙.


그 때 숟가락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칼릭스는 그대로 굳었다. 그는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로즈의 손을 바라봤다.


그대로 30초간 정지해있던 칼릭스가 삐걱삐걱 로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 빛이 났어요. 어떻게 한 거에요?"


"응?"


"실이 꼬이고 뭉쳐서 빛이 났잖아요."


로즈는 칼릭스가 한 말을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마력을 움직여 스튜를 데웠을 뿐인데 무슨 빛이 났다는 말인가? 마력이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 마법사들 사이에서 상식이었다. 공기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과 똑같은 말이다.


"네가 본 걸 자세히 설명해줄래?"


"방금 따뜻해지라고 말하자마자 손가락 끝에서 빛이 났어요. 그 빛이 선의 흐름을 따라 움직였고, 스튜 전체로 퍼졌어요. 그리고 스튜가 따뜻해졌어요."


"그건 믿기 어려운 이야기인데."


"하지만 진짜인걸요. 지금까지 아무도 제가 본 걸 믿어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음, 으음···혹시 제가 한 번 해봐도 돼요? 그럼 보일지도 모르잖아요."


"뭘 하겠다는 거니? 마법을?"


칼릭스는 대답하지 않고 접시 위로 양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세심한 손길로 하얀 선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방금 여인이 보여줬던 흰 실의 흐름 대로 선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다.


“어······이렇게? 앗 뜨거!”


화르륵!


칼릭스는 손가락을 삐끗해 선 하나를 잘못 건드렸고, 그 순간 뜨거운 불길이 확하고 일어나며 칼릭스의 앞머리가 새카맣게 탔다. 소년은 자기가 하고도 놀랐는지 작게 헉 소리를 냈다.


"······미친."


놀란 건 로즈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꼬맹이가 지금까지 자신에게 거짓말을 친 게 아니라면, 태어나서 처음 본 마법을 그 자리에서 따라했다는 뜻이었으니까.


마법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생활 마법이라 할지라도 마력의 흐름을 느끼지 못 한다면 세상에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불꽃을 피우는 건 마나에 원소의 속성까지 입혀야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마법에 천재적인 두각을 나타내는 귀족자제들도 입문 후 1년은 지나야 사용할 수 있을까 말까다. 고작해야 여덟 살 짜리 꼬맹이가 익힐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로즈는 범상치 않은 칼릭스의 재능을 곧바로 알아보았고,


여기서 그녀가 할 말은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칼릭스. 너 혹시 부모님 계시니?"


"아니요. 돌아가셨어요."


"그거 참 다행이다. 내 제자가 될래? 매일 매일 맛있는 밥을 줄게. 우리 집에서 살아도 좋아."


"진짜요?"


칼릭스는 집도 없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고아였다. 거절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잠시 멈칫한 칼릭스가 물었다.


"그런데 제자가 뭐에요?"


"···음."


우선은 글부터 가르쳐야겠다고, 로즈는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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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10.[미궁도시 카라텔.] 자 이제 누가 형이지? 24.09.17 68 6 13쪽
9 009. [미궁도시 카라텔.] 미친 마법사가 진짜 왔다! 24.09.16 80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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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미궁도시 카라텔.] 미친 마법사가 온다! 24.09.13 102 5 14쪽
5 005. [미궁 도시 카라텔] 남자의 자존심, 추락하다. +1 24.09.12 121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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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 [스승을 만나다.] 예의. 24.09.10 126 6 13쪽
2 002. [스승을 만나다.] 마법. 24.09.09 144 6 11쪽
» 001. [스승을 만나다.] 오두막. 24.09.09 20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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