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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토 님의 서재입니다.

피먹는 천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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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9 09: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0: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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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수 :
69,367

작성
24.09.0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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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2. [스승을 만나다.] 마법.

DUMMY

제자가 뭐냐는 물음에 로즈는 잠깐 고민했다. 이 어린 소년에게 쉽게 설명해주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하면 내가 너한테 마법을 가르쳐주겠다는 뜻이야.”


“정말이에요?”


“그래.”


“그럼 전 뭘 줘야돼요?”


“···아무 것도 안 줘도 돼.”


“하지만 세상에 그런 건 없다고 했는데.”


로즈는 눈 앞의 칼릭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다 찢어진 옷자락, 허겁지겁 스튜를 퍼먹던 손가락에 낀 땟국물. 회색 먼지가 덕지덕지 묻은 금발 머리칼.


칼릭스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쉽사리 짐작이 됐다. 왜냐하면 그녀 또한 고아였기 때문이다.


춥고 배고픈 생활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길바닥에서 얼어죽기 직전, 그녀는 운 좋게 어느 마법사에게 발견되어 마법을 익힐 수 있었다. 그녀의 천부적인 자질 덕분이기도 했고, 운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지금의 칼릭스와 겹치는 점이 많았다.


그런 부분이 로즈의 아픈 기억을 건드렸다는 점도 칼릭스를 제자로 받고싶다는 이유에 한 몫 거든 것이다.


“칼릭스. 살다 보면 가끔씩은 기적이라는 게 일어나.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 있을 만큼 좋은 일이 선물처럼 네게 찾아오는 거야.”


“저한테는 그런 적 없었어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봤을 때 네게는 마법적인 재능이 있어. 그래서 널 내 제자로 받고 싶고.”


“음. 저는···”


칼릭스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또박또박 말했다.


“매일 매일 따뜻한 밥을 먹고 싶어요. 여기서 지내는 것도 좋아요. 마법을 배우는 것도 좋아요. 그러니까 제자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아무런 보답도 할 필요가 없다는 건 싫어요. 저도 일을 할래요.”


“그래? 좋아. 앞으로 밥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건 네가 맡아.”


“좋아요! 그런데 빨래가 뭐에요?”


“······.”


로즈는 칼릭스와 대화를 몇 마디 더 나눠봤고, 어휘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돌이켜보면 고아였던 시절의 자신 또한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우선은 말과 글부터 제대로 가르쳐야겠네.”


“저도 말하는 게 불편해요. 아줌마는 제가 모르는 말을 너무 많이 해요.”


“아줌···마?”


“아, 이름으로 부를까요? 이름이 뭐에요?”


그제야 여태껏 칼릭스에게 자신의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로즈가 대답했다.


“로즈. 그게 내 이름이야.”


“그럼 로즈라고 부르면 돼요?”


“넌 이제 내 제자니까 스승······아니다. 그냥 누나라고 불러.”


“음.”


“왜. 무슨 문제 있니?”


“그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한테 누나라고 부르는 건 실례라고 어디서 들었어요. 나이가 많은 여자는 아주머니나 할머니라고 불러야 된다고.”


“나 젊어. 너랑 별로 차이 안 나. 서른도 안 됐어.”


“스물 한 살정도 차이날 것 같아요.”


로즈는 속으로 뜨끔했다. 정확히 맞췄기 때문이다.


“누나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차이나는 거 아니에요?”


“마법 안 알려준다?”


그 말에 칼릭스는 움찔 놀랐다.


“알겠어요. 누나.”


그렇게 은퇴한 용병 마법사와 칼릭스의 기묘한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로즈는 길거리에서 마법을 배웠다. 마탑에서 하는 것 처럼 체계적인 마법 강습은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오전에는 글과 수학을 가르쳤다. 오후에는 칼릭스에게 마법을 보여주고 원리와 수식에 대해 설명했다. 자꾸 직관적으로 마법을 따라하려는 칼릭스의 버릇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렇게 접근하면 안 돼 칼릭스. 마법을 익힐 때에는 항상 수학적으로 접근해야 해.’


‘하지만 그냥 따라할 수 있어요.’


‘그럼 이것도 따라해봐.’


손을 옆으로 뻗은 로즈가 주문을 외웠다.


‘흐르는 물, 눈송이, 가시나무.’


쩌저적!


그 순간 옆에 서있던 나무가 터져나가며 칼릭스의 키만한 고드름이 수십개 튀어나왔다.


3위계 얼음속성 공격마법, 뻗치는 눈꽃 가시였다.


난생 처음 본 위력적인 마법에 칼릭스는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곧바로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아. 너무 복잡해요. 이건 못 따라하겠어요.’


‘그렇지? 마법사의 사고는 일반인과 달라야 해.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버릇을 처음부터 들여놓지 않으면 고차원적인 마법은 익힐 수 없어. 재능만 믿고 따라하기만 하다가는 2위계에서 더는 올라설 수 없을 거야.’


로즈는 칼릭스의 재능에 대해서 완전히 파악하지 못 했다. 하지만 그의 직관력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는 건 알았다. 예를 들어 칼릭스가 2위계의 마법을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이하의 마법들은 전부 몇 번 본 것 만으로도 따라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 로즈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실제로 칼릭스는 2위계에 진입한 뒤 로즈가 보여준 모든 마법을 몇 번의 시행착오만 거친 채 전부 터득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흐르는 불.’


‘흘흐는 불.’


칼릭스는 로즈의 주문을 따라했다. 손에서 불꽃이 피어났다.


‘꽃피는 눈송이.’


‘꽃피는 눈송이.’


이번에는 손바닥에 눈 꽃이 피었다.


‘빌어먹을. 넌 천재야. 칼릭스. 3위계의 벽을 뚫기만 하면 저번에 보여줬던 뻗치는 눈꽃 가시도 금방 배울 거야.’


‘누나도 최고의 스승이에요.’


‘그렇게 말하니까 괜히 할 말이 없네. 질투나서 죽겠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제가 천재인게 잘못은 아니니까요.’


‘꿀밤 한 대 맞자.’


‘아악!’


마법에 대한 이해도와 사고력만 뒷받침된다면 칼릭스는 무슨 마법이든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마법 하나를 배우는 데에 아무리 짧아도 한 달씩 걸리는 다른 마법사들과는 달랐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스승과 제자 둘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나날이 흘러갔다.


‘오늘은 왕국의 역사와 다른 나라에 대해 공부할거야.’


‘오늘은 던전에 대해 공부할 거야.’


‘오늘은 입방체의 겉넓이와 부피······’


‘오늘은 좌표평면······.’


‘오늘은 마법의 속성과 체계에 대해······’


‘오늘은 방정식에 대해 공부할 거야.’


칼릭스는 바짝 마른 스펀지처럼 들어오는 모든 지식을 빠르게 흡수했다. 그리고 눈을 번쩍거리며 호기심 섞인 질문을 매일같이 던져댔다. 가끔씩 로즈도 생각치 못 한 번뜩이는 발상으로 스승의 허를 찌르는 면모도 보였으니 어찌 가르치는 재미가 없을 수 있겠나.


‘무한대라는 개념에서 '실수 집합'은 셀 수 없는 무한대이고, '자연수 집합'은 셀 수 있는 무한대라고 하셨는데 무한대의 크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비교하는 거에요?’


‘마력을 사용할 때도 일정한 패턴이 있잖아요.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아도 완전히 똑같은 패턴을 가진 마력 흐름을 만들어내고, 그걸 3차원에서 구현한 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기하학적 대칭성이나 곡률에 대한 즉각적인 계산이 가능하다면 이론상 한 번의 캐스팅으로 무한번의 마법을 펼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특히 칼릭스는 무한대와 기하학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건 로즈가 연구 중인 마법 ‘프랙탈’에 관한 내용이었기에 둘은 밤을 새워가며 대화하는 일도 잦았다. 감히 수면 욕구 따위는 지칠 줄 모르는 마법사의 학구열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 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을 때 로즈는 칼릭스에게 수학과 언어, 역사등 기본적인 인문학적 지식은 모두 전수해줄 수 있었다.


“칼릭스.”


“네. 누나.”


“넌 이제 내가 가르칠 수 있는 수학과 인문학은 전부 배웠어.”


“그럼 이제 제자가 아닌 건가요?”


“무슨 소리야? 이제 시작인데. 너한테 가르쳐줄 건 아직 산더미처럼 많아. 앞으로는 세상에 대해 배울 거야.”


“세상?”


“그래. 네가 살아가야 할 세상.”


세상은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마물이 가득하다. 대륙 저편의 마경 너머에는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괴물들의 땅이 존재한다.


단순히 마족과 마물에 대한 위협이 전부가 아니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알아?”


“마법을 못 하는 거요.”


“아니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바로 사람이란다.”


“왜요?”


눈 한 번 깜박일 사이에 품 속에서 칼을 꺼낸 로즈가 칼릭스의 목에 칼날을 들이밀었다. 칼릭스가 그대로 굳었다.


“내가 방금 널 죽이려고 했으면 넌 죽었겠지?”


“···네.”


“물론 난 널 해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네가 앞으로 살아가며 만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널 이용하려 들 거야. 넌 너무 어리고, 표적이 되기 쉬운 재능을 가졌거든.”


“그럼 어떻게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믿지마. 이유 없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경계해.”


“하지만 누나도 저한테 친절을 베풀었잖아요.”


“그건 네가 운이 좋아서야. 그렇게 좋은 일은 인생에 몇 번 일어나지 않는단다. 항상 명심하렴. 네가 처음 나를 만났을 때, 넌 오두막까지 나를 따라왔지?


“네.”


“내가 나쁜 마음을 먹었으면 널 노예로 팔아버릴 수도 있었을 거야.”


“아.”


세상은 잔혹하고, 특히 어린아이에게는 그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그제야 칼릭스는 자신이 여태껏 살아남은 것이 그저 운이 좋아서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익혀야 할 지식을 전수해주려고 해. 누나가 용병 짬밥만 10년이 넘거든. 내가 풋내기 시절에 미궁에서 뒤통수 맞았던 이야기부터 해줄게. 파티가 뭔지는 저번에 알려줬지?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탐사대였 는데······”


로즈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다.


“······하여튼 요정 새끼들은 절대로 믿으면 안 돼. 칼릭스. 내가 해준 이야기에서 느낀 점이 뭐니?”


“좋은 요정은 죽은 요정 뿐이다.”


“정답이야.”


로즈의 강의는 주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그로 인한 교훈을 칼릭스가 되새길 수 있게끔 하는 형식이었다.


이야기가 하나 끝날 때마다 칼릭스는 자신이 이해한 바를 대답했다.


“요정은 전부 거짓말쟁이다.”


“드워프는 빡대가리라서 등쳐먹기 쉽다.”


“비누로 몸을 씻지 않으면 여자들이 싫어한다.”


“오크는 부모님 욕을 해주면 좋아서 죽으려고 한다.”


“중년 남자를 협박할 때에는 마법으로 머리카락을 뽑아버린다고 겁줘라.”

.

.

.

“사람들은 마법사를 보고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그건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역시 똑똑한 제자였다. 키울 맛이 나는 훌륭한 제자. 한참동안 고개를 끄덕인 로즈가 한 마디 툭 내뱉았다.


“훌륭해. 누가 뭐라고 하든 어디가서 주눅들고 그러면 안 된다?”


“당연하죠. 누나.”


칼릭스는 잘 배웠다. 그렇게 1년 6개월이 쏜살같이 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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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10.[미궁도시 카라텔.] 자 이제 누가 형이지? 24.09.17 68 6 13쪽
9 009. [미궁도시 카라텔.] 미친 마법사가 진짜 왔다! 24.09.16 80 7 16쪽
8 008.[미궁도시 카라텔.] 갱생의 여지가 있는 요정. 24.09.15 93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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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미궁도시 카라텔.] 미친 마법사가 온다! 24.09.13 103 5 14쪽
5 005. [미궁 도시 카라텔] 남자의 자존심, 추락하다. +1 24.09.12 122 6 14쪽
4 004. [스승을 만나다.] 프랙탈. 24.09.11 134 7 15쪽
3 003. [스승을 만나다.] 예의. 24.09.10 127 6 13쪽
» 002. [스승을 만나다.] 마법. 24.09.09 145 6 11쪽
1 001. [스승을 만나다.] 오두막. 24.09.09 20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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