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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JM
작품등록일 :
2022.05.1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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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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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최후 (2)

DUMMY

약 2년 전, 피츠버그 교도소.

Xrime 타워 현장에서 긴급체포된 가디언은 곧바로 이송되었었다.



길고 천장이 낮은 복도는 한밤중의 바닷속 깊은 곳을 조용히, 들키지 않고 나아가는 잠수함 같은 느낌을 준다. 벽에는 똑같이 생긴 강철 문이 줄줄이 늘어섰다. 회갈색 페인트가 벗겨져 나가고 있다. 문마다 가랑이 높이의 틈이 하나 있고, 눈높이에는 철망이 든 유리 조각이 박혔다. 복도 끝에 있는 강화 문까지 왔다. 작은 교도관이 가디언의 수갑을 확 비틀어 손목뼈가 마주 비벼지게 하자 가디언은 그를 노려보았다.

“씹할련아.”

작은 교도관은 바로 뭉둥이로 가디언의 귀를 후려치려 했지만 그의 살의 가득한 눈동자를 바라보자 그 행동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가디언은 바닥에 침을 뱉으면서 작은 교도관을 계속해서 노려보자 작은 교도관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생겨났다. 그는 교도소에서 죄수를 다루면서 그런 감정을 느낀적이 없었다.

큰 교도관이 앞으로 나와 강철 문을 확 열어 제꼈다.

두 교도관은 신중하게 경계하면서 가디언은 먼저 앞으로 걷게 했다. 가디언은 팔을 옥죄이는 8개의 수갑이 걸리적거렸다. 하지만 딱히 불평은 하지 않았다. 복도는 앞에 있는 활짝 열린 출입구에서 끝나고, 그 너머에서 형광등이 윙윙거린다. 심문실.

‘재밌겠는데?’ 가디언은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심문실은 좁은 정육면체 공간이다. 그 안의 공기는 묵직하여, 물처럼 철벅거리며 가디언의 심기를 건드렸다. 방 한 가운데에 땅딸막한 철제 탁자가 카펫이 깔린 바닥에 고정되어 있다. 탁자 양쪽에 웅크린 등받이 없는 의자 역시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의자 하나에 귀밑머리가 세어가는 낯익은 키 큰 남자가 걸터 앉아 하이에나를 손짓으로 부른다.

“운이 좋았네? 그 거대한 경호원의 몸통을 내가 모르고 뚫어버렸어.”

가디언이 말하자 베니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가디언은 두려움이 결여된 채 증오심 가득한 눈으로 베니를 노려보았다.

“앉게나. 가디언.” 베니 스콜 상원의원이 말한다.

덩치 큰 교도관이 가디언을 문으로 밀어서 그는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작은 교도관이 사슬을 꺼내 그의 수갑에 꿰어 철제 책상 위에 있는 철근에 연결 시킨다. 그 과정 도중에 작은 교도관은 자신을 노려보는 가디언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어색한 그의 움직임에 베니는 살짝 웃음지었다.

베니가 손짓을 하며 기침 소리를 내자 교도관들은 나간다. 육중한 문이 밀폐하듯 쉭 소리를 내며 닫힌다. 죄수가 목청을 가다듬자 거칠고 더러운 벽이 그 소리를 반사해서 방을 메운다.

베니는 새처럼 유심히 죄수를 들여다본다.

그는 매끈한 수염이 난 얼굴을 살짝 기울인 채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

그가 지켜보자 가디언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똑같이 노려보았다.

“뭐 아이컨택해?”

베니는 아니꼽다는 가디언의 감정이 표정에 여실히 드러나자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었다.


“정말 자네는 앞뒤 안가리나 보구만.”

“그건 당신 아닌가? 대가리를 수박처럼 쪼개기 딱 좋게 생겼네.”

가디언이 말하고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침을 위를 향해 뱉는다. 기이하게도 침은 휘어서 베니의 콧등에 떨어진다. 베니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손으로 묻은 침을 닦아낸다. 가디언은 침 뱉기가 성공한 걸 보고 깔깔 웃어 대며 몸을 앞뒤로 흔들어 댔다.


“잘 기억해두라고. 빌어먹을 정치인. 난 새로운 세상을 만들거야. 그러기 위해선 너는 세상에서 없어져야겠지.”

가디언은 심기불편한 베니를 보면서 실실웃으며 말했다.

“딱히 자네가 원하는 세상이 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 말이지. 난 자네 친구가 더 흥미로워. 내 눈 앞의 빌어먹을 양아치 새끼가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고 하는데, 관심종자밖에 더 되겠나?”

베니는 가디언의 웃음을 잠재웠다.

“아··· 스턴 그레이? 그 놈이 더 재밌을 것 같다 이건가? 딱히 나에게 순종적이진 않던데?”

가디언은 베니를 죽이려 했던 자신을 자꾸 막아서는 스턴의 모습을 떠올렸다. 매우 우스운 애송이였다.

“엘리베이터에서 그 녀석의 꼴을 봤어야 했네.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더라고. 그래, 재밌는 녀석이더군.”

“흥. 그 놈을 가르칠 사람은 나밖에 없어. 내가 적격이야.”

가디언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베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정했다.

“자네 같은 양아치를 또 복제하는 셈인가?”

“너 같은 병신보다는 백배 낫지 않을까?”

“마음대로 생각하게.”

베니가 말하고 그는 잠시 곰곰이 생각에 빠지더니, 곧바로 가디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내 편으로 넘어올 생각 없나?”

“뭐?”

가디언은 베니의 제안이 진심인지 궁금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가 악마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그는 어이가 없었다.

“타워 밖으로 나와서 잭의 몸통을 뚫어버리고 수십명의 경찰과 시민을 학살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네. 자, 어때? 빌어먹을 인퍼 편에서 그 재능을 썩히기 아깝지 않은가?”

베니가 손을 내밀면서 말하자 가디언은 눈을 껌뻑이기만 했다.

“걍 나가 뒤져버리면 안되니?”

가디언이 말하자 베니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래. 내가 도와줄게. 죽고 싶은거지? 내가 아주 깔끔하게 죽여줄게.”

가디언이 말하자 베니는 천천히 일어섰다. 흥미를 잃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넌 내가 죽인다. 반드시 말야.”

가디언은 일어서서 나가는 베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몸부림 쳐봤지만 완전히 책상과 바닥에 고정된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거야. 만들어 낼거야. 베니 스콜. 기대하라고.”


베니는 문을 활짝 열고 나가려는 도중에 멈춰섰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좋지. 앞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볼까. 가디언 크로스.”

베니가 말하고 몸이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가디언은 벌떡 일어서서 철제 책상을 바닥으로부터 뜯어내버린다. 파각 소리와 함께 심문실 장치에 있는 전기충격기가 의자를 타고 올라와 가디언을 감전시켰다. 가디언은 곡소리와 함께 책상을 엎으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교도관들이 수습을 위해 들이닥치고, 베니는 쓰러진 가디언을 힐끗 돌아보더니 다시 걸어 나아갔다.

베니는 가디언이 걸어왔던 복도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울려오는 휴대전화를 받아들었다.

발신자 이름에는 ‘W’ 라고 적혀있었다.


“거래는 마음에 드는가?”

베니가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위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기랄! 10억 달러라고? 정신 나갈 것 같군. 당연히 거래하지. 이미 인퍼 쪽에 스파이들을 몇몇 심어놨어. 정보를 얻어내는 대로 협조 하도록 하지. 그리고 너가 말했던 스턴 그레이? 그 녀석은 알아서 처리 할 테니까 걱정 하지마.”


“알겠네.”


뚝. 전화가 끊긴다.





*





베니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게 믿겨지지 않았다. 플러스 알파의 생명력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심장과 연결되어있는 플러스 알파의 노란 생명선이 희미해져 갔다. 그의 온 몸은 불타버렸고, 검게 바뀌었다. 옥상과 아랫층 사이의 경계는 사라졌고, 어느새 시간은 새벽. 그는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가디언이 유도한 폭발에 완벽하게 휘말려 버렸고, 베니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가디언이 과거에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가 자꾸만 그의 눈꺼풀과 몸을 때리는데, 그는 왠지 모르게 행복했다. 이제야 자신의 진정한 행복인 가족 곁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웃음이 지어졌다.

미숀과 리사.


그가 미소를 지어 올리는 순간 베니의 심장은 멈춰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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