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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터줏대감으로 환생한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0.11.13 10:05
최근연재일 :
2020.12.15 10:4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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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6
추천수 :
38
글자수 :
65,028

작성
20.11.1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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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천마(天魔)의 환생(還生)-(2)

DUMMY

동굴 속은 깊고도 깊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이 종유석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신비스럽게 자연과 동화된 석총들이 찬란하게 빛을 발사하고 있는 지점이었다.


장방형의 석실에 야광주가 박여있었는지 안쪽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서 대낮처럼 밝았다.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공간.


시간대가 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았으나 그곳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워 총,”


뾰족하고 다소 냉랭한 음성이 들린 뒤였다. 어둠 속에서 ‘끙’하고 용쓰는 소리가 터졌다.

“아니, 세워 총이란 명령을 못 들었습니까? 어찌 그렇게 힘이 없습니까?”


“끄응! 그게 저-저-!”


“낭군께선 십전대보탕을 드셨습니까?”


“네-에! 십전대보탕인지 뭔지는 몰라도 독사를 비롯하여 전갈과 거미는 물론이고 지네가 섞인 개구리탕과 독전갈탕을 물리도록 복용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달달 떨고 있는 사내는 바로 동부전선의 터줏대감인 타절신마였다.


일명 걸개(乞丐)라 불리는 그였다.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리고 몸을 달달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십전대보탕을 복용한 뒤에 부작용이 일어난 듯했다.


짙은 눈썹을 곤두세우고 눈동자에 힘까지 잔뜩 주고 낑낑대며 용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초점이 흐려진 눈동자를 보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여인이 말했다.


“얼마나 맛있게 드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주야장천 백일이나 쉬지 않고 미치도록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게 뭡니까? 회음혈(성기와 항문사이)에 모여 있는 양기를 귀두혈에 쏟아내야만 선천강기를 지닌 이새를 탄생시킬 수가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네-에! 알겠습니다.”


걸개가 어둠 속에서 뭔가를 쓱쓱 움직였으나 여전히 시원치가 않은 모양인지 여인이 말했다.


“낭군께선 천하를 굽어본다는 용사가 맞습니까?”


“네-에! 모두가 저를 그렇게 부른답니다.”


“말소리 봐라! 말소리.”


걸개가 몸을 부들부들 떨자 여인이 한풀 꺾인 음성으로 속닥거리듯이 말했다.


“말소리가 너무 작습니다. 정말 낭군께선 만인이 두려워할 정도로 무적의 용사가 맞습니까?”


걸개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네-에! 맞습니다. 화영천이란 살수의 공격으로부터 사지가 잘렸는데도 살아난 것을 보면 분명 용사가 분명합니다.”


“좋습니다. 낭군의 배짱과 용기를 계속해서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전진.”


어둠 속에서 양지쪽으로 걸개가 씩씩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걸개가 걸어 나오다가 돌연 걸음을 멈추자 아련한 음성이 조금 싸늘하게 들렸다.


“왜 오다가 멈추는 것입니까?


“저저! 그게-어휴!”


“낭군께서 주저하고 계신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금실 좋은 부부는 상대방의 단점을 장점으로 덮어 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솔직담백하게 말씀해 주시면 소첩이 참조하겠습니다. 불만이 뭔지 말해주십시오.”


걸개는 뭐가 그렇게 두려운지 좀처럼 어둠에서 나오지 않고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요, 이건 처음으로 말하는 것인데요. 제가 용천장의 밀실에 다녀온 뒤로 예전과 다르게요. 여인의 몸만 쳐다보면 막 뜯어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거든요? 이걸 보면 아무래도 흡혈귀가 내 몸속에서 악마로 변신했나 봐요.”


걸개의 말은 솔직담백한 말이었다. 하지만 여인은 그의 말이 핑계처럼 들렸는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호호! 그건 말입니다. 낭군의 몸에서 일어나는 충동은 악마가 아니라 사내라면 누구나 충족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생긴 자연적인 발산 현상이니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욕망이 아니라요. 이건 사실인데요. 정말 부인의 나체를 보고 있으니까요. 심장이 쪼개질 것처럼 마구 요동치고 있거든요?”


“호호! 십전대보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이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휴-! 그게 아닌데.”


여인은 걸개가 대답 없이 한숨만 길게 내쉬자 재촉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앞으로 전진.”


“저어! 내일 하면 안 될까요?”


“오늘이 보름달이 이지러지는 마지막 날이라 미룰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전진.”


걸개는 명령이 떨어지자 마지못해 앞으로 걷는다.


척-척척!


걸개가 앞쪽으로 걸음을 걷고 있기는 한데 몸은 뒤로 물러서자 여인이 표독스럽게 말했다.


“어-휴! 정말, 십전대보탕을 처음부터 드시고 싶습니까?”


“네-에?”


걸개가 놀라서 손까지 휘휘 내저었다.


“우-엑! 아닙니다. 앞으로 가겠습니다.”


척척-척!


걸개의 걸음이 침대 앞에 멈춰지자 질문이 이어졌다.


“지금 낭군님 앞에는 뭐가 보입니까?”


“원앙금침에 한 요부가 요사스럽게 웃고 계십니다.”


원앙금침(鴛鴦衾枕)이면 신혼부부들이 초야를 치를 때 덮고 자는 이불과 베개를 말한다. 그런데 말이 좋아 원앙금침이었다.


침대에는 팔뚝보다도 굵고 긴 독사들이 서로 얽혀서 만들어진 침대였다.


베개는 석 자쯤이나 되는 지네들이 꿈틀거리고 있어서 누가 봐도 정나미가 뚝 떨어질 것은 자명했다.


여인은 그런 곳에서 초야를 치르고 싶었던지 전갈을 오도독 씹으면서 말했다.


“하나밖에 없는 마누라에게 요부가 뭡니까? 요부가~!”


여인이 화를 왈칵 내자 걸개가 찔끔 놀라 한숨을 토하고 말았다.


“어-휴! 진짜 미치겠네?”


걸개가 몸부림치자 여인의 음성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원앙금침에 누워있는 요부가 누굽니까?”


“네. 백타천궁의 궁주로서 저의 마누라가 되십니다.”


“그런 마누라가 서방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반년이 넘도록 십전대보탕을 대령했는데 싫다는 것입니까?”


“아-아닙니다. 너무 사랑스러워 목덜미를 콱 물어뜯고 싶습니다.


여인은 걸개의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신음이 섞인 교소를 터뜨렸다.


“오호홍! 그렇습니다. 마누라란 가정의 중심입니다. 낭군께서 사랑하는 만큼 마누라가 예쁘겠지요?”


“네~에! 사랑하지도 못할 만큼 너무 예뻐서 거기가 오그라들 지경입니다.”


“아니, 정말!”


여인은 화가 치밀었는지 독사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받들어 총!”


걸개는 여인의 명령에 충실하게 따르고 싶은 욕망이 강했는지 끙하고 용을 썼다.


끄-응!


여인은 걸개의 급소를 살피면서 질문을 던졌다.


“존비가 끝났습니까?”


“네! 대충 힘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합니까? 냉큼 덮쳐서 초야를 치르지 않고 뭘 망설이고 있습니까?”


걸개는 용기를 내서 원앙금침으로 다가섰다가 몸만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저-저! 그게 말입니다.”


“아니, 이번에는 또 무엇 때문에 주저하고 계신 겁니까?”


“저기요. 혹시 나를 닮은 아이를 낳게 될까 봐요. 걱정이 돼서 그렇습니다.”


“호호호! 뭐에요? 아니 그걸 걱정이라고 여태껏 주저했단 말입니까?”


여인이 기분이 좋은지 방글방글 웃으며 말했다.


“호호! 서방님을 닮은 아기라면 잘생겼을 터인데 뭐가 걱정입니까?”


“그래도 혹시 흡혈귀로 태어나면 어쩌지요?”


“흡혈마공은 이미 금화오공의 약력과 십전대보탕으로 인해서 치료가 끝났으니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이건 우려가 아닙니다. 정말로 키가 저처럼 작고 꼽추로 태어나면 어떻게 하지요?”


“단지 그런 우려 때문에 망설이고 계셨다면 마음을 푹 놓으라고 몇 번이고 말씀을 드려야만 알아듣는단 말입니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여인이 왈칵 화를 내려다가 무슨 생각 때문인지 다정한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여인의 가슴이 풍만한 것은 왜 그런지 서방님께선 알고 계십니까?”


“모-모릅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여인이 사내와 다르게 자궁을 지닌 것도 알고 계십니까?”


“그거야, 아기를 낳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여인이 사내와 다른 점은 세상을 품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첩이 비록 불로주를 마시지는 못했으나 천하의 악귀는 능히 물리칠 수가 있단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마누라님은 무적의 용사보다도 무서우니까 어련하시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러니까 용기를 내십시오, 용기를-!”


걸개가 그래도 주저하며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여인이 손짓하자 걸개의 몸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왜 갑자기 몸이 이렇게 가벼워진 거야?”


이상한 일이었다.


걸개의 몸이 허공에 두둥실 뜬 상태에서 동굴 깊숙한 곳으로 사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쎄 그의 발밑에는 주먹만큼 큰 개미가 새까맣게 달라붙어서 원앙금침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어-어!


걸개가 별수 없이 여인이 누워있는 침대 위로 올라선 상태가 되자 여인이 수줍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호호! 소첩도 수줍은 여인이고 처음이지만, 초야를 치르기 때문에 남이 볼까 두려워 금침을 덮사옵니다.”


걸개는 여인이 복숭아꽃처럼 발갛게 상기되고 말았다.


그렇게 자신의 빈약한 가슴에 묻으면서 금침을 뒤집어쓰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까무러칠 만큼 놀라고 말았다.


여인이 발치까지 뒤집어쓴 금침은 이불이 아니었다.


물결처럼 바글바글 들끓고 있는 것은 뜻밖에도 무림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고충(蠱蟲)인 것이었다.


으악!


걸개가 놀라서 여인의 몸을 힘차게 끌어안자 여인이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자세가 좋습니다. 낭군의 회음혈에 모였던 원신의 기체를 소첩이 원할 때 발산해야만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여인은 기다렸다. 조금 아름답게 보이려고 머릿결을 휘날리자 주렁주렁 매달렸던 고충이 우수수 떨어져도 상관치 않았다. ‘이제 시작하겠지.’ 여인은 아름답게 미소를 지었다. ‘멋진 초야를 치를 거야.’ 그런데 아직도 고정된 자세로 몸만 심하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여인은 하도 이상해서 사내의 거기를 쳐다봤다.


“..!.”


없다.


잘못 보진 않았다.


낭군의 거기가 눈에 보이질 않았다.


“어머나? 어디 간 거야?”


걸개가 어정쩡하게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글쎄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준비가 덜 됐나 봐요.”


여인의 표정이 백지장처럼 싹 변하고 말았다.


“뭐-뭐에요?”


여인은 입에서는 백일이나 십전대보탕으로 공들였던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라 괴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걸개는 여인의 고함에 놀라서 도망쳤지만 얼마 가지도 못했다.


밖에서 망을 보고 있던 월사노인에게 걸려서 죽도록 얻어터지기 시작했다.


퍽-퍽퍽!


“망할 자식, 오늘 아예 나까지 죽여라! 이놈아!”


걸개는 죽도록 얻어터지면서 소리쳤다.


“뱀들이 득실대는 침대에서 어떻게 옥동자가 태어난다고 나를 못살게 군단 말입니까?”


“망할 놈! 그게 네놈의 몸에 진득하게 달라붙은 비늘을 풀어주기 위해서 그런 것도 모르고, 감히 꼽친 등을 조금 펴라고 가르쳐준 축골신공으로 물건을 작게 만들어서 섹시를 놀라게 만드느냐? 이 망할 놈아!”


여인은 걸개가 두들겨 맞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리에 퍼질러 앉아서 가슴만 내려치고 있었다.


쿵-쿵!


여인의 눈동자가 그때쯤 확 살아났다가 다시 원래대로 백치로 변했다.


“에구구, 난 살아도 못살아!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이냐? 엉-엉!”


걸개는 도망쳤고 여인은 한탄하면서 울부짖고 있을 때 노인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지금 울고 있을 때야? 어서 서둘러 동부전선의 어딘가에서 만년 거미의 몸속에서 숙식하고 있는 혈봉을 동원 시켜서 놈을 치료해야만 그나마 후사를 얻을 수 있으니 서둘러 금봉을 풀란 말이다.”


월사노인의 호통에 여인이 정신이 벌떡 들었던지 고충이 득실거리고 있는 금침에서 금갑을 꺼내 활짝 열었다.


붕-붕붕


금갑에서 튀어나온 벌은 주먹만큼이나 큰 벌이었는데 꽁무니로 삐쭉 솟은 붉은 침을 씰룩거리면서 걸개가 사라진 곳으로 힘차게 날기 시작하자 노인이 소리쳤다.


“쫓아가라, 이번에는 아예 반쯤 죽여도 좋으니까 다리 몽둥이를 싹둑 잘라버려라!”


여인의 백치 눈동자에 살기를 가득 담고는 혈봉을 쫓아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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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첫 경험-(1) +1 20.11.29 114 3 13쪽
6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2) +2 20.11.21 105 3 14쪽
5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1) +2 20.11.20 189 3 14쪽
4 천마(天魔)의 환생(還生)-(3) +2 20.11.17 147 3 11쪽
» 천마(天魔)의 환생(還生)-(2) +2 20.11.15 184 3 12쪽
2 천마(天魔)의 환생(還生)-(1) +3 20.11.14 238 5 13쪽
1 서장(序章) +5 20.11.13 444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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