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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천년도애(千年道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0.09.11 13:40
최근연재일 :
2020.09.12 13:07
연재수 :
2 회
조회수 :
289
추천수 :
9
글자수 :
9,714

작성
20.09.11 13:48
조회
175
추천
4
글자
11쪽

서장(序章)

DUMMY

* * *


천사비곡(天蛇秘谷)은 죽음의 땅이라고 알려진 신비의 땅으로서 조석을 구분할 수 없는 험지였다.


그리고 지금 막 일출과 일몰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여명(黎明)이 미미하게 트고 있는지 천사비곡에서 시뻘건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음지를 이룬 계곡에서는 황금빛이 물들고 있을 때였다.


퍼-억!


황금빛이 머무는 석양을 가로지르며 천애 절벽에 부닥치면서 튕기는 물체가 있었다.


크-아아악!


비명이 터진 곳은 바로 버섯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바위였다.


그곳은 어둠이 짙은 천애였고 바위와 벽이 갈라진 틈새였으며 사위도 분간할 수도 없는 까마득한 절벽이었다.


그런데 비명이 터진 다음에 대뜸 대소가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 드디어 장생전 무영의 공간을 벗어났다.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어머님의 영생을 빌어주기 위해서 내가 천애를 찾아 왔단 말이다.”


절벽에 매달려서 중얼거리는 자는 바로 검지였다.


얼굴은 알 수 없도록 붕대로 칭칭 감겼고 피에 흠뻑 젖어 있었다. 앞뒤 구분할 수 없이 동여진 붕대 끄트머리가 천행으로 절벽에 걸렸던 것이 분명했다.


몸뚱이가 바람결에 이리저리 움직이자 머리 위쪽에서 검독수리들이 날면서 시체를 파먹으려고 울부짖더니 내리꽂히고 있었다.


퍽-퍽!


검지의 얼굴에 감긴 붕대가 검독수리의 주둥이에 찢어지자 검지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히-아! 새들이 먼저 반겨주니 기분만은 참으로 좋다.’


불타는 듯싶은 노을 속에서 불새들이 치솟아 그의 몸을 쪼자 검지의 울부짖는 듯싶은 웃음이 또다시 터졌다.


푸-하하하!


검지는 또 어디론 가로 떨어지고 있는지 대소는 아득하게 저녁노을을 가르면서 묻혀갔다.


퍼-억!


검지가 떨어진 그곳은 바로 계곡의 중간쯤 되는 노을이 지고 있는 곳이었다.


“끄-응! 좋···다. 이놈들아, 눈깔을 빼먹지 말고 어서 나를 물고 너희들의 고향과 다름없는 곳으로 데리고 가라”


검지의 신음은 아마 그때쯤 터지고 있었다. 돌마저 깨지면서 몸과 함께 떨어졌다가 출렁거리듯 멈춘 곳이 하필이면 거미줄이 널리 쳐진 곳이었다.


쓰-럭!


석실에 등장한 괴물은 흑주(黑蛛)라고 알려진 천년 묵은 황금 거미였다.


황혼이 물드는 시기가 되면 노을을 머금고 산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거미의 몸체는 황혼에 물든 듯 투명했다.


내장이 훤하게 비칠 정도였고 덩치도 엄청나게 큰 왕거미였다.


그런데 장대처럼 길쭉한 모습에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인주(人蛛),


한마디로 거미가 사람으로 변신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거미가 사람의 형상을 쓰고 사람으로 변신한 다음, 진짜로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알려진 전설상의 인주가 분명했다.


그런데 요놈의 땅거미가 조금 이상하게 생겨 처먹었다.


얼굴과 몸뚱이가 있었고 사지도 물론 달렸다. 그래서 제법 사람처럼 생기긴 했는데 단 한 곳 꽁무니만은 영 그게 아니었다.


붉은 꽁무니가 활활 불타는 몸뚱이에서 반도 넘게 차지하고 있는데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얼굴도 선한 사람처럼 가장했지만 작은 퉁방울 겹눈에 선한 눈빛 대신에 흑광이 번쩍거렸다.


게다가 네 쌍의 다리도 사람의 사지처럼 손과 발을 갖췄지만 길이도 일장이 넘었고 발톱도 검처럼 날카로웠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황금 거미는 천사비곡의 주인쯤 된다는 듯 고고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안방에 해당하는 절벽에 떡하니 황금색 거미줄을 쳐놓고는 비선을 꿈꾸고 있었는지 합장 수도에 든 상태였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주문을 외우는 행동이나 태생을 보니 마구간처럼 생긴 허름한 절간 처마 밑에서 태어난 거미가 분명했다.


목에는 염주까지 걸쳤고 제법 그럴싸하게 목탁을 두들겨댔다.


그때마다 전신을 뒤덮은 시커먼 털과 무성하게 자란 촉수에 해당하는 수염까지 단정하게 빗어 넘기기까지 했다.


“나무아미타불···.천지신명께 비나이다. 흑주가 이제 천년의 수도가 끝내고 여의주를 형성하고 싶습니다. 양귀비 뺨따귀를 때릴 정도로 어여쁘고, 수줍음이 많은 여인의 혼백을 영입하게 해주소서···.관세음보살!”


흑주는 정말 기막히게 변신에 성공한 듯 보였다.


천기를 읽고 마지막 고비만 넘기면 될 듯싶은 자세였다.


흑주가 그렇게 비천을 꿈꾸던 거미는 구술 같은 땀방울까지 질질 흘리면서 마지막 합장 범례에 들어갔을 때였다.


피-웅-!


거미의 소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반응이 금방 왔다.


별똥별이 먹빛 밤하늘에 유성이 스치고 지나간 뒤였다.


허공에서 빛과 함께 떨어진 물체가 거미줄에 걸려들자 흑주가 깜짝 놀라서 칙칙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끼-륵!


흑주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둠이 짙은 석벽에서 천애가 있는 절벽 쪽으로 의문의 물체를 검거하기 위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거미줄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사르르!


은색의 투명한 거미줄이 발산된 곳에서 빛이 출렁거렸다.


‘히히! 드디어 왔도다. 천년 기도에 기다린 보람이 있었는지 인간의 혼백이 걸려들었다.’

흑주는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는 듯싶은 자세였다.


싱글벙글,


사방으로 쭉 째진 입술을 다물지 못했다.


거미줄에 걸려든 양귀비처럼 도화에 물든 천하 미색의 물체를 확인하려 접근하다가 그만 딱 멈추고 말았다.


천라지망에 걸려든 물체는 분명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람답지 않게 구멍이란 구멍은 몽땅 틀어 막혔다.


입술도 음식물을 먹지 못하게 만년 면사로 꿰매진 상태였다.


게다가 전신은 강시처럼 말라비틀어지도록 붕대로 칭칭 동여 있었다. 게다가 약력에 저며졌는지 시꺼멓게 변색이 된 상태였다.


사람은 사람이되 사람이 아니었다. 전신에 감긴 붕대에서 이미 핏빛조차도 말라비틀어진 상태였다.


‘어라! 이게 천년을 수도 끝에 받은 보상이란 말이지?’


흑주는 미물이긴 해도 천년 수도를 끝낸 마당이었다. 물체의 모습이 아무리 형편없다고 해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데 천년 노력의 대가라 기대치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선물치곤 너무나 형편없는 것이었다.


흑주는 어이가 없었던지 피실 웃고 말았다.


“뭐···,그래도 선물이 오긴 왔으니 지금부터 잘 다독여서 이무기보다 먼저 비천해야지-.”


흑주가 출렁거리는 거미줄을 타고 접근한 뒤였다.


자신을 인주로 만들어 줄 먹잇감을 먹기 위해서 자세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람이라 하기에는 모습조차도 민망할 정도로 처참했다.


강시처럼 붕대에 감긴 사람은 손에 검도 들지 않았지만, 형태를 봐서는 막 공격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몸에 생성된 피투성이를 보니 이는 필시 어디선가에서 생사의 고투를 벌이다가 지금 막 거미줄에 걸려든 것이 분명했다.


‘이런···,이게 뭐야? 피···.피 아냐? 우엑. 이거 큰일 났다. 비선 하려면 시간이 촉박한데 피범벅이 인간이라니 그러면 나더러 흡혈귀가 되란 말이냐?’


흑주는 평생을 선하게 살아온 자신이 싫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퉁방울 같은 눈동자가 드르륵 구르다가 찢어졌고, 곱게 빗어 넘겼던 시커먼 털은 곤두섰으며, 곱던 입술도 여러 개로 분리됐고 말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 흑주의 놀람은 경악 그 자체였다.


‘흐-아아! 안 돼. 인간의 피는 이무기가 좋아하는 것이라 내게는 맞지 않아!’


흑주는 먹잇감을 은색 거미줄로 둘둘 말다가 피가 튀자 동작을 멈췄다.


아직은 살결이 검긴 해도 미련은 남아 있었다. 상처 난 곳에서 먹물처럼 검은 피를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검은 빛을 띠고 있는 피가 거미줄에 흘러들기가 무섭기 타들고 있었다.


푸-시식!


사람의 몸에서 뿜어진 액체는 맹독이 분명했다.


이슬방울처럼 작은 양에 불과했으나 거미줄에 닿기가 무섭게 타들고 있었다.


‘흐-아아! 선혈에 향이 섞인 것을 봐서는 이무기가 냄새를 맡고 가로채면 큰일이다.’


흑주는 서둘러 자신이 펼쳐놨던 천년 거미줄을 뿜어서 포획된 먹잇감을 꽁꽁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치가 된 먹잇감에서 또다시 비명 대신에 욕설이 터졌다.


“제기랄 냄새나는 짐승은 또 뭐냐?”


흑주는 이번에도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거미줄을 거두고 말았다.


‘엇! 혼백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다.’


흑주의 놀람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비명이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곱게 단장했던 검은 털이 곤두섰다.


아마 그때쯤 비명을 지른 검지도 거미줄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중얼거리는 소리가 터졌다.


“정말 재수가 더럽게도 없군.”


검지의 찢어지는 듯싶은 목소리가 석실에서 공전(空轉)되고 있었다.


거기다가 신음과 함께 소슬 불어온 바람결에 비릿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한 듯했다.


“뭐야? 여긴 분명히 뱀이 둥지를 튼 텃밭이 분명하고, 벽에는 시커먼 이끼가 잔뜩 꼈다. 그것만이 아니라 독기로 인해서 한 치 눈앞도 분간키 어려울 정도로 캄캄한 동굴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벽 틈에서 흑주가 등장해 내 일을 가로막고 있단 말이냐?”


검지는 천년 무림의 전통을 잇기 위해서 음양천목의 정령인 어머니를 찾으려고 천사비곡에 들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첫판부터 재수 없게 천애의 절벽을 서식하고 있다는 흑주가 쳐놓았던 거미줄에 먼저 걸리고 말았으니 재수가 너무 없는 편이었다.


“으음, 거미가 덤벼들기 전에 먼저 전신을 조이고 있는 붕대부터 풀어야만 살 수 있다.”


검지는 거미줄에 걸려서 흑주의 먹잇감이 되기 싫다는 듯이 신음을 터뜨리며 벌떡 일어섰다.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건드려서 뱀을 쫓듯이 거미줄을 건드려서 먹잇감이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거미줄은 상상외로 인장력이 강했던지 그냥 단순하게 조금 흔들렸을 뿐이었다.


“으-흐, 틀렸다. 진기가 벽에 부닥친 충격으로 인해 흐트러졌다.”


흑주는 검지의 몸에서 광채가 번뜩거렸다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놓치지 않고 있었다.


‘으음! 그래, 저거야! 저런 광채라면 나를 능히 인주로 만들어 줄 것이야.’


흑주는 포획된 먹잇감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줄로 착각한 듯했다.


화들짝 놀라면서 전신을 거미줄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낮게 울부짖으면서 붉은 꽁무니에서 끈끈한 거미줄을 뿜어 공격을 시도하는데 화광이 번쩍거렸다.


끼-륵!


빛을 머금은 거미줄은 흡착력이 대단했다.


한번 걸린 물체는 사람이나 짐승이라고 해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그의 몸은 점점 거미줄이 옭아매고 있었다.


크-윽!


작가의말

오랜만에 찾아왔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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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년과 황금거미-(1) +4 20.09.12 114 5 11쪽
» 서장(序章) +2 20.09.11 17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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