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OON™ 님의 서재입니다.

축구 이야기

웹소설 > 작가연재 > 일반소설

JOON™
작품등록일 :
2012.01.17 20:33
최근연재일 :
2011.05.12 00:14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98,319
추천수 :
367
글자수 :
197,150

작성
11.05.09 00:08
조회
3,508
추천
15
글자
28쪽

축구 이야기 #16

DUMMY

심판을 보고 있던 빌라노바가 선수들을 재촉하자 선수들이 일어나 잔디위로 올라간다. 아니 그래서 그게 뭐냐고? 알아야 작전을 따를 거 아니야! 내가 속으로 투덜거리며 걸어가자 보얀이 따라와 나와 같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며 말한다.


"형, 타겟형이라는 말은 음……. 형은 최대한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서 있으세요. 제가 수비수를 유인해서 패스하거나, 크로스가 들어오거나 할 때 형이 헤딩으로 골을 넣거나 공이 가는 곳으로 미리 이동해서 슛을 하시거나……. 으…저도 영어는 잘 못해서…."


흠, 다는 못 알아들었지만, 대충은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나더러 완전한 병장라인이 되라는 건가?


"그런데 패스가 안 오거나 크로스가 안 오면? 그러면 난 가만히 서 있다가 끝나잖아."


"네? 꼭 공이 올 거예요. 믿으세요, 모두 다 한 실력 하는 형들이에요."


'으음……. 보니까 난 썩 믿음직하지는 않던데.'


아무튼, 내 역할은 알았다. 오케이, 오케이. 나는 내가 널 보조해줘야 하는지 알았지 뭐야. 보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붙임성이 좋은 건지 그냥 실실 웃기만 하며 거부하지는 않는다. 나는 누가 내 머리 만지는 거 싫어하는데….


다크 초콜릿 흑인이 앙리에게 공을 넘긴다. 앙리는 다시 뒤로 공을 돌린다. 또, 또! 시작이다. 나는 혀를 차며 곧바로 중앙의 축구 못하게 생긴 녀석에게 붙었다. 놈이 나를 따돌리려고 한다. 나는 밀착해서 녀석의 곁을 빙글빙글 돈다. 들어는 봤나? 이것이 위성 방어.


그러자 녀석은 곧 전반전처럼 위치를 다른 녀석과 위치를 바꾼다. 그러면 나는 자리를 바꾼 그 녀석에게 붙었다. 공은 오른쪽에서 돌고 있고 저 하얀 꼬마는 덕분에 왼쪽에 박혀있으니까. 반쯤은 성공한 게 아닐까? 뻘짓인가?


"툭. 툭. 툭."


녀석들은 공을 가운데로 많이 돌리지 못하고 앞의 쪼끄만 놈에게 보냈다. 수비는 그저 그렇지만 공격 시엔 발이 빨라서 앙리와는 다른 의미로 눈에 띄는 녀석이다. 하지만, 그 놈 주위에는 우리 편 수비가 여럿 있으니까 괜찮……뚫린다? 녀석이 눈 한번 깜빡할 사이에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밀고 올라온다. 아! 편 좀 제대로 짜주지 이게 뭐야, 자꾸!


"뻥!"


"삐익~~~!"


'…….'


허무하다……. 중앙이 안 되면 앞으로 공을 보내면 그만인 건가? 에이…더럽다. 더러운 패스, 더러운 축구. 더러운 개인기…. 나는 다시 하프라인에 선다. 후반전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는 보얀에게 패스하고 천천히 앞으로 움직인다. 수비수가 다가오면 내게 패스하고, 내가 공을 뺏길 것 같으면 보얀에게 패스하고. 이렇게 시간을 끌며 앞으로 가자 전반과는 다르게 이미 양쪽사이드 앞으로 우리 편이 적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아…. 원래 이렇게 하는 건가?'


나는 뒤의 머리까진 녀석에게 패스하고 페널티 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알아서 돌리다가 내게 넘기겠지? 나는 그때까지 나를 반기는 두 명의 수비수와 다시 한바탕 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어떻게 따돌려야 할지 생각해 본다. 뒤돌아 우리 편의 상황을 지켜보는데 공은 오른쪽 구석에 자리 잡은 선수에게 갔고 그 선수는 빈 공간을 달리다 내 쪽으로 낮게 패스한다.


'비켜! 비켜!'


나는 급한 마음에 우선 나보다 먼저 뛰어가려는 내 앞에 녀석의 옷을 잡아당기고 옆에서 푸욜이 오는 것은 손으로 밀면서 왼발로 공을 받았다.


'툭.'


일 초만! 일 초만 방해받지 않을 곳으로 공을 한 번 더 앞으로 굴린다. 군대에 있을 때는, 아니 한국에서는 꿈에도 밟아본 적 없는 잔디 위로 공이 잘도 굴러간다. 나는 그 뒤를 쫓아가서 이제 공을 힘껏 때린다. 놈들이 다가오는 시간보다 내가 발로 차는 속도가 빠르기만 하면 내 슈팅은 완벽하게 내가 원하는 곳으로…….


"뻥~~~!"


공이 텅텅 빈 골대 왼쪽 구석으로 들어간다. 아자, 또 한 골 넣었다!


"삐익~~~!"


"와~~!!"


우선 보얀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공을 패스해준 사람한테 달려간다. 대충 눈치를 살펴보니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풍습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차마 창피해서 다른 녀석들이 하듯 끌어안지는 못하겠고 잘했다고 등을 두드려 준다. 그리고 푸욜과 눈이 마주친다. 뭐? 어쩌라고. 나는 전혀 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생긴 게 무서우니까 얼른 내 편이 모여 있는 제자리로 돌아간다. 보면 볼수록 람보 같단 말이야……. 난 저런 거친 남자 싫다. 언제까지나 부드러운 남자이고 싶다.


녀석들의 진형이 조금 바뀌었다. 중앙에 자리 잡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러면 나 혼자 패스를 돌리지 못하게 마크하려 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 으으음…머리아파. 생각을 쉬지 않고 해야 한다.


'남의 돈을 받아먹는 일 중에 쉬운 건 없어. 그만큼 그들도 우리에게 뜯어 갈려고 하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열심히 알바 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친구야, 그때 많이 힘들었던 거니? 그때는 네 말이 와 닿지 않았어, 미안….


‘음….’


패스가 돌아가는 모양새를 바라본다. 저건 단순히 수비를 잘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닌 것 같다. 잘못하면 이대로 끌려 다니기만 하다가 후반전도 끝날지 모를 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보얀을 부르고 보얀이 가까이 오자 귓속말을 한다.


"스테이 히어. 내가 신호 줄 때까지."


그렇게 말하고 나는 우리 쪽 수비진형으로 내려간다. 흑인 공격수가 공을 받고 슛을 날린다. 하지만, 피케가 달려오며 몸통으로 공을 막았고 그것을 우리 편 수비수가 잡는다. 그런데 그 근처에서 기다리던 쪼끄만 놈이 다시 그 공을 뺏는다. 아오……저놈! 아직 내가 달려가기까진 거리가 있다. 키 작은 그놈이 몸에 기름칠을 한 듯 우리 수비수의 틈으로 빠져나가 슛을 때린다. 오~하지만 골키퍼가 주먹을 뻗으며 막았고 공은 하늘 높이 뜨며 앞으로 날아간다.


"마이, 마이!"


이제 거의 다 달려왔다. 나는 공이 날아간 방향으로 다시 몸을 돌려 열심히 뛰었다. 보얀은 저 앞에서 엉거주춤하게 서 있다.


"보얀 달려!"


내 신호와 동시에 보얀이 달린다. 나는 이미 공이 떨어지는 지점에 자리 잡은 녀석에게 붙는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놈들도 떨어지는 위치는 귀신같이 잡아낸다. 군대에선 나만의 전매특허였는데…. 자세를 살짝 낮춘 놈의 두 허벅지가 꿈틀거린다.


'지금!'


놈의 무릎이 펴지는 순간 나도 잽싸게 무릎을 펴며 등으로 녀석을 밀었다. 넘어지진 않겠지? 됐어, 넌 끝났어. 나는 녀석이 밀린 자리에서 가슴으로 공을 받은 뒤 정신없이 앞으로 뛰어간다. 그런데 지금쯤 상대편 골대 근처로 가 있어야 할 보얀이 앞으로 나와 있는 수비수들 옆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뭐야? 저기까지 밖에 못 들어갔어?


'제기랄…. 나는 할 만큼 했다. 나머지는 다 네 잘못이다. 일단 받아봐라.’


수만 번 이상을 이 이상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 혼자 남아서 연구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자세. 이것이 바로, 내 군 생활 24개월 끝자락에 완성한…….


'연대장님…….'


'한 골 더~넣으시죠!!!'


"뻥~~~~!!!"


…패스다. 공이 낮고 빠르게 날아 보얀의 옆으로 빠지며 떨어지자 그제야 달려들며 공을 따라간다. 자, 이제 이렇게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왔는데….


‘아……뻥슛이다.’


홈런을 날리는 보얀…. 내 의욕이 공과 함께 대기권으로 빨려 들어가 멍하게 서 있자 보얀이 손을 모으고 내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아……젠장, 할 수 없지. 연대장만도 못한 놈. 우리 편 골키퍼만도 못한 놈……. 그래, 너도 내 주적이었어.


"형, 미안해요~. 정말 좋은 패스였는데."


"뭐…이미 지나간 건 할 수 없지. 그런데 너 왜 수비수들하고 나란히 서 있어? 들어가라니까."


"헤헤. 오프사이드잖아요."


"그게 뭔데?"


"……."


"그게 뭔데 앞으로 안 들어가 있어? 네가 그러니까 패스하기 어렵잖아."


"형…. 패스할 때 방금처럼만 해주세요. 알았죠?"


"알았어. 근데 그게 뭐냐니까?"


"음…. 으음……. 아, 말로 하기 어려운데…."


보얀과 내가 투닥거리는 사이, 공이 다시 한 번 내려온다. 저기는 공격을 할 줄 아는 녀석들이 너무 많아서 한 놈씩 마크하자니 구멍이 생기고 틈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저기 쪼그만 놈이 이리저리 휘젓고 슛을 때리고. 뭔가 많이 불공평한 게임이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웃긴다. 저기는 최소한 네 명은 막아야 하는데 여기는 왜 나랑 보얀만 죽어라 막으면 될까? 장난 하냐?


공은 순식간에 어, 어! 하는 사이 우리 편 골대 앞까지 와버렸고 패스가 다시 쪼그만 놈에게 이어졌다. 저 드리블이 막기가 어렵나?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보면 아닌 거 같은데……너무 쉽게 뚫린다. 이번에는 두 명이 동시에 달려든다. 자, 어떻게 할 거냐?


"툭."


"……."


그냥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을 밟으며 마크 없이 서 있던 흑인에게 패스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슛……. 힘 하나 없는 그물을 흔드는 축구공….


"삑~~~!"


아! 이.xxxx하고 xxxx한 xxxx야! 그냥…가지고 논다. 처음에는 어떻게 막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수비 쪽이 무너지기 시작하니 계속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다. 차라리 이럴 땐 더티하게 수비하는 녀석이 좋겠다 싶다. 두 골이나 먹힐 거면 처음에 한번 반칙으로 아작을 내고 경기를 못 뛰게 하면 되잖아. 이건 기본 아닌가? 골을 넣은 흑인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는다. 비웃는…거겠지?


".패스! 패스! 마이! 마이!!!"


나를…비웃어? 아직 공을 차지 않은 머저리 같은 골키퍼를 향해 죽어라 외친다.


"패스하라고! 그냥 차! xxxxxxxx야!!!"


내가 큰 소리로 발악을 하자 녀석이 주춤거린다. 아, 일단 한 번만 믿고 차 달라고. 이 잉여 골키퍼 자식아! 수비수 피케가 녀석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차! 골키퍼가 나를 쳐다보더니 곧 공을 찬다.


"뻥~~~!"


그래, 쭉쭉 올라간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날아가자 조금씩 밑으로 떨어진다. 내가 뛰어가서 잡을 수 있는 거리다. 물론 그 자리에는 역시 다른 선수도 달려와 자리를 잡고 정확하게 서 있다. 공이 조금씩 떨어진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속도를 살짝 늦추었다. 나보다 먼저 와 있던 녀석이 공을 받을 준비를 한다.


'지금!'


나는 숨을 멈추고 땅이 꺼져라 힘차게 밟는다. 잔디위라서 그럴까, 내가 밟고 있는 이 바닥에 내 몸도 미끄러져 더욱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 가속도를 이용해서 점프한다. 이렇게 하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저놈보다 내가 먼저 공중에서 턱과 가슴사이 부분으로 공을 받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슬로우 모션처럼 떨어진다. 내가 무거워서 그런지 먼저 떨어질 것 같다. 나보다 낮게 점프한 만큼 일찍 내려온 녀석은 먼저 자리를 잡고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다.


‘그렇겐 안 되지.’


나도 녀석과 등을 진 채 양손을 쫙! 벌리고 방금 녀석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자리 잡는다. 공이 내 코앞으로 떨어지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뒤꿈치로 녀석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뺀다.


'이제 비켜!'


고개를 돌리며 어깨로 녀석의 가슴을 밀고 상대편 골대가 있는 방향으로 올라간다. 다른 상대편이 내가 빼낸 공을 채가기 전에 먼저 잡는다. 앞에 한 명, 옆으로 두 명, 골대 앞에 한 명. 그리고 바로 뒤에 한 명까지… 일단 골대를 향해 달린다. 뒤에서 흙과 잔디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엇박자로 들린다. 누군가 나를 뒤쫓고 있다. 내가 좌, 우로 갈 수 있는 진로를 막으며 달려들 준비를 하는 녀석들의 움직임도 보이고 앞에 두 녀석보다 조금 뒤에 있지만, 정면으로 꽉 차게 자리를 잡은 푸욜도 버티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가도 뺏기고, 멈춰도 뺏기고, 옆으로 쭉 빠져봤자 골은 넣을 수가 없고…. 그런데 저기 멀리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은 보이고.


'……후읍!'


나는 숨을 멈추고 순간적으로 속도를 한 단계 더 올린다. 다리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흔들리는 것 같다. 허공을 휘젓는 팔이 미친 듯이 움직인다. 팔과 다리가 따로 노는 것만 같다. 팔을 움직이는 것과 뛰는 것이 과연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나는 그런 거 생각할 겨를 없이 본능적으로 위아래를 움직이기 바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넘어지지 않게 허리를 세우고 굴러가는 공을 차는 힘 조절에 온 신경을 쏟는 것뿐.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가면 상대편 두 명과 맞닿게 된다. 하지만 이제 하얀 사각형 골대도 어느 정도 크게 보인다. 저 골대 구석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뻐엉~~~!!!!"


나는 그대로 공을 내가 노린 위치를 향해 찼고 이내 중심이 흐트러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에 넘어졌다. 내가 쓰러지자 곧바로 뒤로 따라오던 녀석의 몸통이 보인다. 조금만 머뭇거렸으면, 늦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푸하. 하아…. 하아……."


"……."


내 뒤를 따라온 녀석도 나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골대를 바라본다. 푸욜을 포함해서 내 앞에 있던 세 녀석도 고개를 돌려 자기편 골대를 바라본다.


'뭐야, 못 넣었나? 반응이 왜 이래?'


"삐익~~~!"


누군가 소리치며 내 등을 덮쳐서 함께 푹신한 잔디 위로 쓰러진다. 보얀이다. 나는 보얀에게 깔린 몸을 뒤척이며 묻는다.


"야, 저리 안 가? 뭐야?"


"와, 형!! 대단해요! 어떻게 그렇게 넣을 수가 있어요?"


보얀이 잔뜩 흥분했다. 아니, 갑자기 뭐라는 거야? 들어간 건가? 보얀이 무겁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힘을 너무 써서 잠시 누워 눈에 들어오는 초록 잔디를 보고 있는데 형형색색의 축구화들이 잔뜩 이쪽으로 뛰어온다. 억. 금발머리 피케가 내 위에 올라탄 보얀 위를 덮었다. 얼마나 무거운 놈이었는지 땅이 움푹 꺼지는 것이 등과 엉덩이로 느껴진다.


"야~ 저리안가? 무거워~ 억! 억. 억……. 살려……."


"ㄺㅎㅎㅅㅎㅅㅎ!!"


"와하하하!! 이거 물건이야!"


"ㅈㄷㅇㄹ ㄷㅈㄷㅈㄷㅈ!!"


"ㄱㄺㄺㄱㄹ!!!"


"삑~삐익~~~! 시합 끝~!"


아……벌써 15분이 다 지났었구나. 그런데 얼른 비켜주지 않으면 내가 이제 죽을 것 같거든? 좀 비켜 이것들아~~!


'아, 이거 골 넣을 때마다 이런 고생을 해야 하면 그냥 미드필더나 시켜달라고 해야겠다.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지. 어시스트나 넣어야지. 머리 다 빠지겠어….'


나는 빠져나가는 선수들을 뒤로하고 일단 빌라노바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내가 잘 뛰긴 한 걸까? 모르겠다. 그 안에서 너무 정신이 없어서 나 자신을 판단할 겨를이 없었다. 혹시 실수같은건 하진 않았는지….


"빌라노바. 테스트는 이제 끝난 겁니까?"


"하하. 수고했어. 레돈도! 비디오 다 촬영했지? 바레아 너도? 그래. 이제 계약서만 작성하면 돼. 천천히 점심 먹으면서 하기로 하지. 일단 땀도 많이 흘렸으니 같이 샤워하고 와. 식당도 어디 있는지 기억하지? 그리로 오게."


"네."


'아, 그 식당? 웬만하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나는 다시 한 번 선수들과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안에서도 모두가 나를 반겨주고 호의를 가져주는 걸 눈빛으로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나도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푸욜과 내가 계속 옷을 잡고 늘어졌던 상대편 남미 쪽 수비수는 감정이 실린 주먹 같은 것을 날리기도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대신 난 골을 넣었으니까. 후후….’


편했다. 어제는 완전한 남남으로 했던 샤워였는데 이렇게 받아들여져서 어울린다는 게…간지럽다. 그런데 영어로 말하라니까? 영어는 세계 공용어야. 내가 모르는 말만 들리면 공황장애가 일어나니까 하지 말라고!


‘내가 짬 좀 먹으면 여기서도 큰소리칠 수 있겠지? 그때 두고 보자…. 형이 너희들 얼굴 다 기억한다.’


"전~? 점심 먹으러 가야지. 우리랑 같이 가자."


"아. 나 빌라노바가 식당으로 오래. 계약도 하고 뭐…미안."


"그래? 그러면 할 수 없지. 계약도 아직 안 했었어? 얼른 하고 와라!"


나는 원래의 내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녀석들을 따라 들어가니 구석진 자리에 코치들과 감독이 앉아 있었다. 다들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저쪽은 창가 바로 옆의 자리임에도 우중충한 느낌이다. 다른 녀석들은 내 등을 한 번씩 쳐주고 반대쪽 테이블로 간다. 나는 혼자 그쪽 테이블로 걸어간다.


"앉지, 전."


"아, 네."


"음, 몇 명 늘었지? 우선 이쪽은 우리 계약을 일차적으로 승인해 줄 회장님의 비서시지. 이쪽은 계약서를 작성해주실 우리 선임 변호사. 그리고 이쪽은 오늘 자네 테스트를 도운 팀닥터 프루나라고 하네. 몇 가지 더 자세하게 들을 게 있어서 말이야."


"네, 안녕하세요."


나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자꾸 이상한 사람들이 한두 명씩 생기면서 일이 커지자 지금 이 상황이 이제 장난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음..여기부턴 내가 이야기하지. 빌라노바. 미스터 전. 일단 우리가 생각한 금액 부분을 말해 주지. 계약기간은 4년에 계약금 10억, 연봉 15억. 그리고 출장수당과 골을 넣었을 때 각각 500만 원의 보너스. 그리고 매년 연봉을 15% 인상. 어떤가? 신인 선수에게는 최고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데."


10억, 15억. 10억……. 15억……. 내게는 현실감이 없는 돈의 단위다. 머릿속으로 돈의 단위를 잘못 계산한 건지 다시 암산을 해 봤다. 하지만 맞다. 일 년에 15억……. 하지만,


"싫습니다."


"그래. 아니, 뭐? 싫다고?"


"네. 금액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그 이유가 뭐지?"


감독이라는 사람이 내 거절에 목소리를 낮게 깔기 시작한다. 어쩌면 15억…이 아닌 그 십분의 일인 1억5천만 원이라고 해도 앞뒤 가리지 않고 승낙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 전이 오늘 그 사람들의 마음에 든다면 계약을 하게 될 거야. 그렇지? 그러면 연봉 협상을 할 텐데 전은 스페인 축구 선수 연봉을 잘 모르는 거 같으니까 말해줄게, 잘 들어. 바르셀로나는 돈이 많은 부자 구단이야. 그래서 선수 연봉도 굉~장히 높아.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가장 유명한 메시가 250억 정도. 앙리와 사비가 150억, 음. 푸욜은 100억 정도? 이번에 영입한 피케는 50억 정도로 데리고 왔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선수들도 다 그 정도 받겠지. 헤헤. 아참, 토레스 기억하지? 토레스는 매년 100억 정도는 받는 선수야.'


'몇 유로?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헐…….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아? 비?'


'하하. 그렇다니까. 그런데 전이 어제 그걸 그렇게 싫다고 한 거야. 그러니까 바보 맞지.'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다. 그건 그 사람들 얘기고 나는 코딱지만 하게 주는 거 아니야? 하하.'


'전…. 잘 들어. 바레아가 계약 얘기할 때 얼마를 부르냐면 연봉을…….'


"계약금 30억에 연봉은 60억. 이건 절대 네고 불가능하고, 계약기간은 음…이 년으로 하죠."


"허…. 전, 아무리 그래도 처음 데뷔하는 선수에게는 많은 금액 아니야?"


옆에서 바레아가 태클을 걸고 들어온다.


"그런 건 모르겠고. 싫으면 여기서 일어나겠습니다. 솔직히 더 불러야 하지만, 내가 욕심이 없어서 참은 거예요."


이번에는 감독이 끼어든다. 테스트를 제외하곤 아직 대화다운 대화한번 해보지 못한 무뚝뚝한 얼굴의 스페인 남자. 과…뭐시기 하는 이름의 남자다.


"계약기간이 이 년인 이유가 있나?"


"그건 팀에서 내가 마음에 안 들었을 때 사 년이나 데리고 있을 필요 없잖아요. 그리고 내가 마음에 든다면 나는 처음부터 거기에 맞는 돈을 받고 싶어요."


"흠. 보통 선수들과 계약을 할 때 사년에서 오년을 잡지. 그렇게 짧은 기간을 잡지는 않아. 자네 나이라면 우리로서는 최대한 오래 계약을 하는 것이 이익이지. 선수의 사정만 봐줄 수는 없어. 이건 사업이기도 하니까."


"솔직하게 말해주시죠. 제 몸값은 얼마입니까? 오늘 제가 만났던 앙리가 150억을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앙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메시라는 사람이 알고 보니 제 상대편 쪽에 있던 작은 남자더군요. 잘하긴 하지만 저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건 말뿐이야. 자네는 결과가 없어. 경기를 뛰어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게다가 다른 선수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금액은 팀의 화합을 망칠 수가 있어. 어려서부터 우리 바르샤에 충성해 온 다른 선수들, 여러 번의 우승컵을 함께한 동료, 자네와 포지션이 겹치게 될 선수들까지 말이야. 그리고 자네는 미숙한 점이 많은 선수야."


"그러니까 그들보다는 금액을 낮춘 거 아닙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제가 듣기로는 다른 구단에 있는 선수를 데리고 오려면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공짜 선수 아닙니까? 저는 제 가치를 잘 모르겠지만 제가 다른 팀의 선수였다면 저를 데리고 오려면 얼마를 내야 합니까?"


"……."


"그런 것까지 다 고려해서 금액을 정하면 좋겠습니다."


"음……."


감독이 다른 코치들을 둘러본다. 회장의 비서가 감독에게 귓속말한다. 감독이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스페인어로 그들끼리 다시 얘기한다. 짧지만 무척 길게 느껴지는 침묵, 일단 저지르기는 했지만 내 가치를 내가 부르는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연봉 협상이라는 것….


"좋아, 전. 자네의 생각은 알겠어. 그러면 다시 이야기해 보지. 역시 연봉 60억은 줄 수 없어. 하지만! 자네가 말한 부분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어. 자네가 자네의 계약금을 영원히 비밀로 지켜줄 수 있다면 30억에 80억을 더해서 110억. 연봉은 40억으로, 매주 약 8,000만 원 정도를 통장에 자동으로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계약 기간은 절대로 줄일 수 없어. 이 정도면 만족하나?"


계산해 보자. 내가 30억에 60억을 불렀는데 110억…에 40억이면…. 사 년이 지난다고 치면 앞에 거는 30 더하기 240해서 270이고 뒤에 거는 110 더하기 160하면 270억이다. 그게 그거구나. 270억이라……. 많이 컸다…. 전형준.


"좋습니다."


"대신 말했지만, 계약금은 누구에게도 비밀이네. 그 점을 명시한 내용도 계약서에 적혀 있을 거야. 흠…. 그럼 계약서를 작성해 주시죠. 나는 회장님께 전화를 해야 해서."


감독이 핸드폰을 들고 통화를 하는 사이 변호사가 미리 출력된 종이에 몇 가지 숫자를 적어 넣더니 나에게 건네준다. 이제 바레아가 다시 끼어든다.


"아, 전. 이건 계약서인데 말이야. 연봉에 관한 부분 이외에도 자네가 바르셀로나 선수가 된다면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있지. 많긴 하지만 중요한 몇 가지를 보자면 여기, 자네는 계약 기간 동안 구단이 정한 훈련스케줄과 식단을 꼭 지켜야 할 것. 어길 시에는 징계로…급료정지라든가……. 부분과 자네가 다른 구단에 가기 위해서는 그 구단은 여기 이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 또. 만약에 자네가 강등 시에는 급료가 20%씩 줄어든다는 것하고……. 이것하고……. 이것……. 이것도……."


바레아,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주면 안 됩니까? 모르는 단어가 태반이라서 당황스럽긴 한데 이런 걸로 날 속여먹고 그러지는 않겠지? 계약서는 사기당하지 않으려면 꼼꼼하게 읽어봐야 한다고 했는데…….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찬 글자들을 바레아가 한참을 읽어주고 나서야 감독의 통화가 끝났다.


"음……. 회장님과 얘기가 잘 되었네. 이건 우리 문제니까 자네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계약서는 다 읽어 봤나? 우리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모두 공통으로 동의한 부분들이야. 자네가 생각하기에 이상한 것은 없을 거야. 믿어도 좋네. 여기 사인하게."


으음……. 뭔가 이런 식으로 번갯불로 콩 구워먹는 식인가 같았지만…사인했다. 이걸로 된 걸까? 잘 모르겠다. 하기는 했지만 이제 된 것이지….


"음! 좋아, 하하하."


허, 오늘 감독이 웃는 모습을 처음 본다. 시원하게 웃을 줄 알면서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모르겠다. 그리고 일어나서 내게 악수를 한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말을 하며…. 나도 엉겁결에 일어나 악수를 했고,


"찰칵! 찰칵!"


체력 코치 코스가 사진을 찍는다. 아니 사진은 왜 찍어?


"아, 이제 정식으로 자네가 우리 바르셀로나의 가족이 되었으니 곧바로 일을 해주어야겠어."


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비자. 비자가 없으면 경기를 뛸 수 없네. 한국으로 오늘 당장 돌아가서 취업 비자를 받고 돌아오게. 마침 경유는 해야 하지만 오늘 떠나는 비행기가 있으니 우리 직원 한 명과 같이 다녀오게. 시간도 다 알아봐 두었네. 그렇지?"


"네! 감독님. 여섯 시 비행기로 일본을 경유해서 한국에 도착하는 편을 잡아 두었습니다."


"흠. 들었지? 시간이 급한 편이니까 얼른 다녀오게. 나흘에서 닷새 정도 걸리겠군."


음…나 그래도 아직 스페인은 바르셀로나밖에 못 가 봤고,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그렇게나 많은데 한국으로 가라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계약의 시작을 10월이나 11월 정도로 하면 안 될까요? 저는 그래도 관광객이라 아직 못 간 데가 많아서요. 모처럼 큰맘먹고 유럽에 온 건데…."


"음? 당연히 안 되네. 우리 리그는 7월에 이미 프리시즌으로 시작을 한 상태고 이적마감 시간은 이번 달까지니까. 그리고 자네는 배워야 할 게 많으니까! 자, 그럼 그렇게 알고 나는 바빠서 이만."


감독과 회장비서, 변호사가 같이 일어난다. 회장의 비서가 따질 게 있는지 감독에게 바짝 붙어 무언가 항의하는 것 같지만 그대로 무시해가며 돌아가는 당신은 멋쟁이…가 아니라 뭔가 당한 거 같은데? 거기 계약서 한 장은 왜 들고가지? 좀 더 읽고 싶었는데. 이러면 고칠 수도 없잖아. 내가 눈앞의 남은 계약서 한 장을 멍하니 바라보자 바레아가 말을 건다.


"하하. 전. 나는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지.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는 자네의 가치는 그 이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한 번 환영하네. 우리 구단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계약이었어. 모두 만족스러워할 거야."


빌라노바도 친한 척 말을 건다.


"그래. 솔직히 감독님은 자네가 축구 경력이 없는 그냥 관광객이라는 걸 몰라. 우리가 말을 안 했거든. 그러니까 자네가 한번 튕겼을 때 그렇게 무리 없이 거래할 수 있었던 거겠지. 우리 도움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턱내라고, 미스터 관광객."


이놈은 또 뭐라는 거야? 맞은 게 창피하다면 창피하다고 말을 해. 약을 팔고 있어.


"캬~."


코스가 내 앞에서 감독이 놓고 간 내 테스트결과를 보며 감탄사를 뱉는다. 그리고 옆의 레돈도와 팀닥터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는다. 팀닥터란 남자는 얘기 중에 나를 종종 신기하게 쳐다보며 코스와 이야기하자 코스가 갑자기 열변을 토한다. 무슨 얘기를 하기에 사람을 동물원 짐승 쳐다보듯 보는 걸까? 저 결과는 나도 궁금하기는 한데…. 그런데 밥은 언제 주는 거야? 원래 밥 먹자고 식당으로 부른 거 아니었어?


'아아…. 나 바르셀로나와 계약한 거 같아, 비. 네가 알면 축하해 주겠지?'


내가 너한테 전화를 해도 괜찮을까? 너를 거절한 내가, 우리 사이 이대로…. 이런 식으로도 이어가도 괜찮을까, 비? 네가 보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축구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7,15~8.15 일 이벤트를 합니다 (종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 11.07.15 862 1 -
공지 9,10권이 나왔습니다 +9 11.07.11 1,256 0 -
공지 7,8권이 나왔습니다. +13 11.06.30 870 0 -
공지 5,6권이 나왔습니다. +13 11.06.17 1,447 1 -
공지 책이 올라올 유통사 목록입니다. +6 11.06.10 1,702 1 -
공지 3,4권이 나왔습니다. +17 11.06.08 1,179 0 -
공지 새소식입니다;; 1,2권이 나왔습니다. +37 11.05.27 3,156 0 -
22 축구 이야기 #22 +30 11.05.12 6,684 15 19쪽
21 축구 이야기 #21 +1 11.05.12 3,332 18 24쪽
20 축구 이야기 #20 +6 11.05.11 3,400 15 25쪽
19 축구 이야기 #19 +1 11.05.11 3,057 13 17쪽
18 축구 이야기 #18 +6 11.05.10 3,414 16 27쪽
17 축구 이야기 #17 11.05.10 3,135 12 19쪽
» 축구 이야기 #16 +4 11.05.09 3,509 15 28쪽
15 축구 이야기 #15 11.05.09 3,147 15 21쪽
14 축구 이야기 #14 +4 11.05.08 3,244 13 21쪽
13 축구 이야기 #13 +2 11.05.08 3,195 17 20쪽
12 축구 이야기 #12 +8 11.05.07 3,556 16 15쪽
11 축구 이야기 #11 +1 11.05.07 3,639 16 19쪽
10 축구 이야기 #10 +4 11.05.06 3,580 21 15쪽
9 축구 이야기 #9 +1 11.05.06 3,416 14 23쪽
8 축구 이야기 #8 11.05.05 3,492 16 16쪽
7 축구 이야기 #7 +2 11.05.05 3,550 14 19쪽
6 축구 이야기 #6 11.05.04 3,720 16 22쪽
5 축구 이야기 #5 11.05.04 3,845 19 21쪽
4 축구 이야기 #4 +2 11.05.03 4,179 13 12쪽
3 축구 이야기 #3 11.05.03 4,624 20 17쪽
2 축구 이야기 #2 11.05.02 5,631 16 18쪽
1 축구 이야기 #1 +12 11.05.02 9,629 3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