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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40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5.15 20:00
조회
11
추천
1
글자
11쪽

갤러리 영업(10)

나사 빠진 인간




DUMMY

“자! 다들 조용히 좀 해봐. 오늘 하늘씨가 우리와 동행해주는 데는 조건이 있어. 이건 하늘씨가 요청한 거야. 내가 말하는 것보다 하늘씨가 직접 말하는 게 좋겠지? 하늘씨?”


“먼저 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 주시고, 또 갤러리 행사에도 초대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로라님께서는 여기 모이신 아름다운 여성분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불편함이 없도록 무엇이든 도와드리라고 항상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늘 직접 여러분을 만나보니 로라님이 말씀하신 대로 교양과 유머를 겸비한 지체 높으신 분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교양! 유머! 어머 어머 하늘씨!”


“나보고 아름답데!”


“하늘씨!”


“지체 높지 않아요! 저희와 하늘씨는 이미 평등한! 편평한! ··· 어쨌든 우린 이미 친구에요!”


로라는 좁은 승합차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아줌마들의 말소리도 크고 정신이 없었지만,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어났다 앉았다’ 를 반복하며 좁은 승합차 안을 재래시장 분위기로 만드는 바람에 차가 계속해서 흔들렸다.


“성혜씨, 미란씨, 선미씨, 가연씨 그리고 나희씨”


하늘이 천천히 사모님들의 이름 하나 하나를 불렀다. 순간 차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엄숙함마저 느껴졌다.

사모님들은 모두 하늘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니 우러러 봤다.


“하늘씨가········· 내 이름을 불렀어. 우리 남편은 내 이름이 뭔지도 몰라.”


“그래 맞아. 저렇게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 준 사람은 최근 10년 동안 없었어.”


“저 목소리 들었어? 나지막한 중 저음의······그런데 그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어.”


로라는 순간 함께 엄숙해졌다.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조건은 단 하나입니다. 제가 입을 옷이 마땅히 없습니다. 그래서 높은 안목으로 제가 입을 옷을 하나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로라가 놀란 눈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저 인간 미친 거 아냐?’


“남자가 저래야 해 원하는 걸 당당히 요구하잖아!”


“하늘씨 옷은 저희가 따로 만나서 준비할게요. 또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네 없습니다. 그럼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안전벨트를 매주십시오. 그리고 창 밖으로 절대로 얼굴을 내밀지 마시고, 여기서 도착지까지는 정확히 20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가는 동안 한강을 지날 예정이며 한강을 지나면서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안전을 체크하도록 하겠습니다.”


‘휴·····················. 저 자식 뭐라는 거야? 가이드야?’


로라는 뒷문을 닫아준 후 조수석에 올랐다. 그리고 남자를 쳐다보지 못하고 앞을 향해 보면서 말했다.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저. 기. 요······너무 오버하지 맙시다. 가능하면 빨리 끝내고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말도 너무 길게 하지 마시고, 너무 잇몸 드러내지도 마시고, 언니들 비위 너무 안 맞춰도 되니까. 억지 쓰지 마세요.”


하늘은 잠깐 로라를 쳐다보더니 말없이 미소를 짓고는 출발했다.


코너링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안전턱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부드럽게, 하지만 큰 도로에서는 에너지가 샘솟는 것처럼 스피디하게 달렸다. 좌우로 지나치는 차들이 승합차를 우러러 볼 정도로 멋지게 달렸다.


“언니, 하늘씨 운전 너무 잘하지 않아?”


“나도 방금 그렇게 생각했어. 이 차가 내 차보다 더 승차감이 좋은 것 같아. 울렁거리지도 않고 또 빠르기도 빨라서 속이 시원해!”


“언니 차가 뭐지?”


“롤스로이스”


“아 맞다. 롤스.”


나머지 세 명의 사모님들은 하늘의 운전하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오른쪽으로 한강이 보이실 겁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큰 강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지 않나요? 유람선도 보이죠?”


“네!”


모두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마치 유치원생처럼


“성혜씨, 미란씨, 선미씨, 가연씨 그리고 나희씨?”


“네!!”


모두 이구동성으로 다시 대답했다.


“곧 도착합니다. 이 차는 좁은 언덕을 오를 예정입니다. ‘유엔 빌리지’ 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마 자주 와보셨을 거구요. 혹시 한남동, 이곳 ‘유엔 빌리지’에 사시는 분 있으실까요?”


모두 반갑게 대답했다.


“저희 모두 여기 한남동 살아요!”


하늘은 잠깐 당황했지만 프로답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다시 말을 이었다.


“좋은 곳에 사십니다. 풍수지리로 볼 때 이곳이 서울에서 가장 좋은 곳 중 한곳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라는 고개를 숙였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 피곤이 몰려왔다.


“저기요··· 가능하면 말을 좀 줄여줬으면 좋겠는데요? 남자가 말이 너무 많아도 꼴사나워요. 그리고 질 떨어지고.”


“네 사장님”


하늘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조용해 대답했다.


“여기서 내리시면 됩니다. 저는 주차 후에 따라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모님들이 모두 내려서 갤러리로 들어간 후 로라와 하늘만 남았다.


“저기요. 얘기 좀 하죠?”


“네 사장님 말씀하십시오.”


“갑자기 사장님은 무슨.”


“애견 샵에 도착했을 때부터 사장님이고 전 매니저가 되어 있던데요?”


“아.. 그건 미안해요. 미리 얘기 못해서.”


“괜찮습니다. 제가 순간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오늘 깨달았습니다.”


‘입만 떼면 지 자랑이야’


“네 어쨌든 잘 대처해줘서 고마워요. 일단 들어가요. 그리고 집에 가서 다시 얘기하죠.”


“네 사장님!”


“아차. 근데 이름이 하늘이었어요?”


“아뇨? 제 이름 몰라요. 그냥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하늘이라고..”


“아······ 네······ 그럼 당분간 저도 하늘이라고 부를게요.”


“네 나쁘지 않은 이름 같아요.”


갤러리 안은 넓지 않았다. 일반 주택을 개조해서 작고, 고풍스럽고, 고급스럽게 꾸민 개인 갤러리였다.


“하늘씨~ 이쪽으로 와요. 인사 좀 하시고”


사모님들에게 로라는 안중에도 없고, 하늘만 불렀다. 로라가 오히려 매니저가 된 기분이었다.


“이분은 하늘씨, 그리고 이분은 여기 갤러리 원장님이신 김복자님.”


“안녕하세요 하늘이라고 합니다. 아직 명함이 없습니다.”


“괜찮아요. 얼굴이 명함이시네요.”


“감사합니다.”


“그림을 잘 아신다고요?”


“그림이요? 아뇨 잘 모릅니다. 누가?”


“하늘씨 그림 잘 알잖아. 좀 전에 우리 대화할 때 들어보니 많은 그림을 알던데?”


사모님들이 다시 모여들어 하늘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로라는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있었다. 혼자!


“사장님~~”


하늘이 로라를 불렀다.

갤러리 원장의 눈길이 로라쪽으로 향했다.


“아차 아차.. 아 미안해요. 옥분씨 미처 소개를 못했네 호호호. 이 분은 여기 갤러리 원장님이시고 이쪽은 애견 연합회 총무겸 사료회사 사장님이신 옥분씨”


“로라···..”


“맞다.. 로라.. 아.. 미안해요. 자꾸 예전 이름이······ 호호. 이분 개명하셔서 ‘로라’”


“개명한 게 아니라 예명······”


“에이 뭐 그게 그거지. 어쨌든 이분은 저희들에게 매우 소중한 개밥을 공급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시고 또······ 뭐 다양하게 도움 주시는 분이세요. 아직 젊고 또 아름다운 분이시죠.”


“개밥은.. 좀 그렇네요. 사모님.”


“그래 그래.. 오늘따라 좀 까칠하시네. ‘사료’오케?”


로라는 살며시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리고 갤러리 원장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고 명함을 전달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젊은 분이 외국까지 나가서 좋은 정보도 가지고 오시고 또 좋은 사료들도 수입해 오신다고.”


“감사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요. 반려 견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림은 좀 좋아하세요?”


“유럽에 살 때 잠깐 잠깐 갤러리를 방문해 시간을 보내 곤 했습니다.”


“오.. 유럽에 계셨나 봐요?”


“네 파리에 잠깐 영국에 잠깐”


“이분 유학파셨구나. 난 예술을 알고 예술을 말할 수 있는 분을 존경해요. 어쩐지 몸 전체에서 예술의 향이 나더라. 몸매도 예술이고, 짧은 A라인 원피스를, 그것도 가슴이 과감하게 파인 옷을 소화할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죠.”


‘뭐지 이······여자. 아까까진 찬밥이더니.’


“칭찬 감사합니다.”


“오늘 선남 선녀를 보니 내 기분이 하늘을 나는 것 같아요. 우연히도 선남의 이름도 ‘하늘’이네요. 호호호.”


로라는 억지 웃음으로 순간 순간 잘 대처해 나가고 있었고 하늘은 여전히 해맑은 웃음으로 모두를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갤러리에는 많지 않은 사람들이 간단히 와인과 다과를 하면서 그림을 감상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갤러리 원장이 잔을 두드리며 모두를 모았다.


“오늘 그림은 김대표님께서 유작가님께 부탁 드려서 전시를 도와주셨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은 포스터모더니즘보다는 오래된 화풍을 즐기고 또 찾는 분이 많아져서 그런지 유작가님의 작품이 인기가 좋아요. 특히 저기 파란 벽에 걸린 그림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입니다.”


갤러리 원장은 벽에 걸린 그림 한 장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파격적이기도 하고 카라바조의 그림 같죠?”


조용히 소파에 앉아서 와인을 즐기던 남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그림은 초기 바로크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한국적인 무채색을 많이 접목한 작품들이라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원장님께서 소개해주신 것처럼 카라바조의 화풍과 정신세계를 좋아해서 전반적으로 그의 영향이 제 작품에서 보이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존경하는 사람을 닮고 싶어하지만 또 개척하기도 하지요. 제 작품도 그의 영향을 받았지만 개척한 그림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어때요? 로라? 유럽에 계셨고 그림을 좋아해서 갤러리도 많이 다니셨다면 이탈리아 사람인 카라바조의 작품도 잘 아시죠?”


원장은 로라를 흘깃 쳐다보며 살짝 비웃거나 시험하는 듯한 투로 말했다.


“유작가님 그림을 좋아해요.”


로라는 유작가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유작가님 저 모르시겠어요?”


유작가는 로라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얼굴인데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


“카라바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가 괴팍했거나 사람을 죽인 살인마이거나 그런 캐릭터는 상관없어요. 하지만 작품만큼은 부드럽고 온화했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전 잔인한걸 유독 싫어하니까요. 다윗과 골리앗을 보세요.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골라앗의 얼굴 대신 그림에 집어 넣어 다윗이 칼로 잘라서 들고 있죠?”




나사 빠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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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김완태(9) 22.05.14 12 1 11쪽
8 화려한 외출(8) 22.05.13 13 0 11쪽
7 로라와 남자(7) 22.05.13 19 0 11쪽
6 설렘(6) 22.05.12 17 0 11쪽
5 요리는 전공(5) 22.05.11 21 0 11쪽
4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4) 22.05.11 28 0 11쪽
3 적과의 만남(3) 22.05.11 24 0 11쪽
2 한국에 돌아오다(2) 22.05.11 33 0 12쪽
1 개 사료 감별사(1) 22.05.11 5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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