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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26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5.13 19:13
조회
18
추천
0
글자
11쪽

로라와 남자(7)

나사 빠진 인간




DUMMY

“알겠습니다. 이제 한 가족이 된 것마냥 기쁩니다.”


“당신은 생각보다 열정적이군요. 이렇게 빨리 일에 대한 열정을 보인 사람은 처음 본 것 같아요.”


‘그 동안 데리고 온 놈들은 모두 놀고 먹고 오히려 나를 이용하려는 놈들만 있었지. 너처럼 이렇게 고분고분 따르는 놈은 첨이야.’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맛을 테스트 해볼까요?”


‘어라? 이놈..어찌 좀 쉬워지네?’


“좋아요. 그럼 이제부터 시작합시다.”


로라는 몇 개의 개 사료를 선반에서 꺼내어 창고 중앙에 놓여진 고급 식탁에 올렸다. 그리고 최고급 접시에 개 사료를 일부 들어 놓았다.


“빛깔이 어때요?”


“좀 우중충한 색깔이긴 한데,, 그렇게 거부감은 들지 않습니다.”


“우중충하다······ 그것 말고 다른 표현 없을까요?”


“꾸리꾸리하다?”


“딱히 좋은 표현은 아니네요. 어쨌든 보기에 좋지는 않다는 말이군요.”


“음식의 색은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하지 않나요? 개도 구분할 수 있겠죠?”


“원추세포라고 알아요?”


“원추세포···. 음···. 들어 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원추모양의 세포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무식하긴 하군. 그럴수록 다루긴 쉽겠지. 좋아!’


“아··· 네 그렇게 이해하세요. 뭐든 자신이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기억하는 게 가장 좋은 학습법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학습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방금 말씀하신 원추세포도 이미 입력이 된 것 같습니다.”


“벌써요? 하.하··· 아직 뜻도 얘기해 주지 않았는데?”


“뜻은 붙이면 됩니다. 제 기억세포에. 그러니 이제 설명해 주실래요?”


‘말투도 이상하고 리액션은 더 이상한 놈이군’


“원추세포라는 건 눈에 있는 세포에요. 색을 구분하는 세포인데 사람에게는 3종류, 개에게는 2종류 그리고 날라 다니는 새에게는 4종류가 있죠. 그래서 새는 더 많은 색을 구분하고 개는 인간보다는 아무래도 색을 구분하는 능력은 떨어지겠죠?”


“아하! 말씀하시고자 하는 그 의미심장한 뜻을 알겠습니다. 개는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 사료의 꾸리꾸리한 색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말씀이죠?”


“아.. 네.. 그렇군요. 또 그렇게 해석을 해주시니. 딱히 이 사료의 빛깔은 걱정이 안 되는군요. 어쨌든 우린 개의 입장에서 음식을 평가하고 판단해야 하니까요.”


남자는 고개를 숙여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료를 한 움큼 쥐고는 다른 색의 접시에 옮겼다.


“이 접시에 놓인 사료와 이 접시에 있는 사료의 냄새를 맡아 보세요.”


로라는 남자의 이상한 행동에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잘 케어해 나가려면 작은 다툼거리도 만들지 않고 존중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아주 빠르게 잠시 했다.


로라는 눈을 지긋이 감고 냄새를 맡았다.


“노노! 눈을 뜨세요! 제가 색이 다른 접시에 옮긴 이유는 적어도 이 접시와 저 접시의 색은 매우 큰 대비를 이룹니다. 우리가 흔히 플래이팅이라고 하죠. 음식을 어떤 색,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 입니다.”


‘개 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좀 전에 제가 원추세포에 대해서 잠시 강의를 해드린 걸로 알고 있는데, 굳이 색이 다른 접시에 담을 필요가 있을까요?”


“개가 우리의 고객이죠?”


“네 맞아요···..”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자기의 주인은 고급 음식을 멋진 접시에 놓고 이런저런 토핑으로 장식해서 보기에도 좋게 먹는데, 자기는 그깟 색 구분 조금 못한다고 대충 큰 접시에 가득 양만 많이 해서 준다면 좋아할까요?”


“그렇군요. 제가 이 감별사 일을 5년 이상해 오고 있지만 이렇게 디테일한 지적은 처음이라 조금은 당황스럽군요.”


“저는 학습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좀 전에 원추세포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던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개의 입장에서는 많은 색을 구분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맛있는 색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살지 않을까요? 색을 포기하고 냄새에만 의존해서 먹을까요? 하지만 오히려 2개의 원추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어쩌면 더 많은 맛있는 색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섭니다. 원래 인간이든 동물이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본능이 있으니까요.”


‘아··· 머리 아파. 이제 뭐라고 하는지 이해도 안되네······지금까지는 좋았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눈을 뜨고 냄새를 맡아보죠”


로라는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접시를 뚫어져라 보며 냄새를 맡아 보았다.


“미묘한 차이가 있네요? 사료의 색이 도드라져 보이는, 이 은빛 접시에 놓인 사료가 좀 더 맛있게 느껴져요. 그게 색이 부리는 마술 같은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제대로 이해를 하셨군요! 대단해요.”


‘아··················. 미치겠네.’


“그럼 이제 맛을 볼까요? 냄새랑 접시는 이제 그만 버려두고.”


“그럽시다. 이 일이 매우 흥미롭군요!”


로라는 이 남자를 데리고 온 것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매우 다루기 쉽고 순종적이라 판단했었지만 지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놈을 데리고 온 것이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 밀려왔다.


“어때요? 어떤 맛이죠?”


“네 맛이······ 근데.. 당신은 먹지 않나요?”


“아······ 제가 오늘 배가 좀 아파서, 당신을 데리고 와서 돌보는 동안 무척이나 신경을 쓴 것 같아요. 저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어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속이 좋지 않아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그렇다면 맛은 제가 한번 평가해보겠습니다.”


‘그래 제발 좀 먹어라. 제발! 내가 그 짓 안 하려고 널 데리고 온건 데.’


“음.. 참 독특한 맛이군요. 개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조금 쌉싸래한 맛입니다. 쓴 거 같기도 하고 쓰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좀 애매하네요. 그런데 고기 냄새는 꽤 많이 납니다. 개들은 사람보다 몇 십 배 냄새를 잘 맡죠? 그럼 고기 냄새에 미쳐서 그냥 이 쌉싸래한 맛은 건너뛸지도 몰라요.”


‘휴···..갈수록 믿음이 가지 않아··· 믿음이 가지 않아······’


“배가 아프지만 저도 한번 먹어볼게요.”


로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 숟갈 떠 먹었다. 그리고 입을 꽉 다물고 눈을 꽈~왁 감은 채 화난 투로 남자에게 말했다.


“이건!!!! 단맛 이잖아요?”


“단맛? 진짜요? 어? 아닌데······ 다시 먹어 볼게요.”


남자는 갸우뚱하면서 다시 한번 한 큰술 입에 집어 넣었다.


“오~! 진짜 단맛이네? 오~ 신기하다. 이거 무지개 색 맛이 나는 사료일까요?”


‘제기럴···,’


“자! 일단 오늘은 처음이니까 이 정도만 하죠. 처음부터 너무 많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특히 당신은 다양한 느낌을 표현할 줄 아는 분 같아요.”


“그렇게 봐주시니 기쁩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기 잠시 정리 좀 하고 나와주실래요? 괜찮죠?”


“네 당연하죠! 이 일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막 들었습니다.”


‘천직······..그래 무지개 색 맛을 알 정도면 천직이지’


로라는 창고에서 나오자마자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늘 들리면 될까요?”


“네 오시면 됩니다.”


짧은 통화를 마치고 로라는 집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그 사이 남자는 창고 정리를 마치고 테라스에 뭍은 피를 젖은 천으로 닦아내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저기요?”


남자가 부르는 소리에 로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거울 앞에 서서 이 옷 저 옷을 갈아 입으며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이?”


‘저 자식 또 외국어에 반말 하려고 하네.’


“저 옷 갈아 입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함께 나가야 하니까 창고에 다시 가셔서 구석에 작은 선반을 열어 보시면 남자 신발이 좀 있을 거에요. 그 중에 맘에 드는 거 하나 신고 오세요.”


남자는 창고로 다시 가서 작은 선반을 열었다. 다양한 신발이 놓여있었다. 그 중에 맘에 드는 발목까지 오는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펄쩍 뛰어 보더니 다른 신발은 쳐다보지도 않고 신고 돌아왔다.


로라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여신이 강림한 듯 광채를 내며 나왔다. 화장 끼 없는 얼굴에 긴 머리 그리고 가슴이 파인 A라인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남자를 향해 살짝 추파를 던지는 듯 미소를 던지더니 반 바퀴 도는 듯 걸어 나왔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멍하게 넋을 놓고 침을 흘렸다.


“혹시 물 마셨어요?”


“아뇨. 아닙니다.”


“입가에 물이 묻어 있어요. 칠칠 맞다 생각되니까 얼른 닦으시고 외출합시다.”


남자는 입가의 침을 닦고는 말없이 계속 로라를 쳐다봤다.


“뭐 잘못된 거라도 있나요?”


“아뇨. 아닙니다. 너무 아름다우셔서···.”


“금방 익숙해질 거에요. 다들 처음엔 부담스러워하긴 해요.”


“아.. 그렇군요. A라인 원피스가 너무 잘 어울리십니다. 특히 핑크색 A라인 원피스가······”


‘이 자식 A라인 원피스도 알아?’


“네 감사합니다. 늦었으니 일단 나가죠?”


마당에 세워진 큰 승합차의 뒷문을 열고 둘이 동시에 차에 올랐다.


“앞자리에 앉으셔야죠?”


“앞자리에요? 어······ 저는 운전을 해 본적이 없는데요?”


‘설마 A라인 원피스 입고 내가 이 승합차 운전하라는 건 아니겠지?’


“해보세요. 뭐든지 도전하는 게 중요해요. 특히 학습효과가 뛰어나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그렇긴 합니다만, 학습이라 함은.. 우선 배움이 있어야 하는 건데······”


“제가 알려드릴게요. 운전석에 앉으시고 아래로 보시면 두 개의 페달이 보일 거에요. 오른쪽은 차를 움직이고 싶을 때 누르시면 되고 왼쪽 패달은 차를 세우고 싶을 때 누르시면 되요. 그리고 그 막대기 같은 거 보시면 ‘D’’R’등등 영어가 적혀있죠?”


“네······ 이걸 움직이면 되나요?”


“맞아요. ‘D’로 놓고 페달을 밟으면 차가 움직일 거에요. 그리고 혹시나 뒤로 가고 싶을 때도 있을 거잖아요. 그땐 ‘R’로 옮긴 후 페달을 밝으면 되요.”


“아.. 그렇게 어렵진 않네요.”


“당신은 잘할 거에요. 저는 지금부터 화장을 해야 해서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거기 네비게이션 보시면 ‘최근 목적지’가 있을 텐데, 그 중에서 ‘청담 애견 아줌마’라고 저장된 곳으로 가시면 되요.”


남자는 시동을 걸고 요렇게 저렇게 모든 장치들을 만지작거리며 학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5분 정도 지난 후 드디어 출발했다.

로라는 잠시 화장 거울을 내려놓고 운전석을 주시했다.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편안하게 한 손으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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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에 돌아오다(2) 22.05.11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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