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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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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5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25
추천수 :
9
글자수 :
200,587

작성
22.05.11 18:24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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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요리는 전공(5)

나사 빠진 인간




DUMMY

‘이거 참······ 살려줬더니 ‘밥 내 놓으시오!’ 하네. 그것도 고기. 그것도 샤브샤브. 일단, 다루기 쉽지는 않을 것 같군.’


로라는 거실에서 조금 떨어진 주방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생각보다 큰 집이다. 바닥엔 대리석이 깔려있고 소파는 페브릭이지만 고급으로 보였고 꽤 편안해 보이는 큰 사이즈였다. 특히 양탄자가 압권이다. 대리석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뭉크의 작품이다. 그것도 상체가 훤히 드러나 있는 것이 뭉크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좀 야한 그림인 것 같은‘마돈나!’


한참을 걸어 주방에 도착한 로라는 너무나 깨끗한 주방 중앙에 섰다. 그리고 주방 전체를 천천히 둘러봤다.


‘음··· 아무래도 요리를 한다는 건 사치겠지? 손님이 왔으니 고급음식, 고퀄리티의 고기를 내주는 게 예의라 생각해. 내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는 것으로 하자!’


로라는 둘러보던 주방 한쪽에 난 문을 열었다. 최소 6단으로 보이는 선반에는 다양한 깡통과 포장음식이 아주 깔끔하게, 고급스럽게,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었다.


로라는 1단부터 찬찬히 눈에 레이저를 달고 스캔을 시작했다. 3단!


‘그래 이거야. 이거라면 저놈도 만족할거야.’


로라는 하얀 포장에 큰 개 그림이 그려진 봉지를 꺼냈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서 대형 아일랜드 식탁에 놓았다. 그리고 좌우로 다시 한번 봉지를 살피더니 커터를 가지고 와서 봉지를 오픈 했다.


‘이 향이야. 어떤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뭔가 식욕을 돋구는 절묘한 MSG? 아니며 천연 향이 들어 있을 거야. 확인해 볼까?”


로라는 봉지 겉면에 표기된 깨알 같은 글씨를 읽더니 만족한다는 듯 봉지를 내려놓고 프라이팬을 가져왔다.


‘이걸 살짝 데울까? 아니야, 분명 샤브샤브라고 했는데···. 음 어쩌지?’


로라는 꽤 큰 고민을 하게 됐다. 하지만 역시 결정장애가 없다는 게 이 여자의 장점인 듯 보였다. 가차없이 샤브샤브용 냄비를 가져와서 간단히 육수를 내는 MSG인 라면 수프를 넣었다. 그리고 큰 주걱으로 획획 젓더니 봉지에서 고기(?)를 꺼내서 끓는 냄비에 넣었다.


‘살짝 부풀기 시작하는 군. 그래 이때야!’


로라는 망설임 없이 냉동 시켜놓은 양파와 파 그리고 무, 그리고 청경채를 아낌없이 냄비에 넣었다.


‘냄새가 조금 자극적이군. 이럴 땐 사골가루를 조금 넣어준다면 좋겠지?’


요리가 완성단계에 이를 즈음 남자가 일어서 주방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기요! 저기! 저기! 이쪽으로 오지 마세요. 요리는 그쪽에서 드실 겁니다.”


“그게 아니라. 화장실이 좀 급한데, 화장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오케! 남자 화장실은 2층에 있어요. 불편하시겠지만 2층으로 올라가 주세요”


1층에만 2개의 화장실이 있다. 하지만 로라는 단호하게 2층으로 안내했다.


‘난 남자랑 같은 변기 쓰는 건 죽어도 싫어. 갈겨대기 시작하면 내 소중한 변기가 노랗게 변해버리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혼자 중얼중얼거리는 로라를 지나 남자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나무로 되어 있었지만 미끄러지지 말라고 끝부분에 얇은 천 같은 것을 덧대놨다. 그래서 고급스러움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계단이 안전해 보이긴 했다.


2층에 올라가니 정면에 대형 창문이 떡 하니 버티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채광이 잘되는 멋진 공간이 나왔다. 좌측과 우측에 문이 하나씩 있었고, 대형 창문 앞에는 오래된 유럽풍 싱글소파가 2개 안틱한 테이블 곁에 놓여있었다.


남자는 좌측 한번 우측 한번 살피더니 우측 문을 열었다. 작고 예쁜 방이 나왔다. 역시 한번에는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젓더니 다시 좌측 문을 열었다.


역시 아주 아주 예쁜 방이었다.


남자는 갸우뚱 하더니 또 다른 문을 찾았다.


“음!음! 흠··· “


남자는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아래층 로라에게 소리쳤다.


“저.. 말입니다! 여기 화장실이 없어요!”


들리지 않았는지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남자는 계단 쪽으로 얼굴을 내려 깔고 다시 외쳤다.


“헤이! 여기 토일렛 없어!”


로라가 드디어 위층을 쳐다봤다.


‘저게 미쳤나? 왜 외국 말에 반말까지 해?’


“저기요? 죄송하지만 말이 좀 짧네요?”


“아··· 네.. 안 들리시는 것 같아서. 짧고 간결하게 질문 드렸어요!”


“좌측 방 안으로 들어가 보세요. 핑크색 문이 하나 있을 거예요. 그 문 열면 화장실이에요. 조심하세요.”


남자는 좌측 방 안으로 들어가 온갖 짐승들이 그려진 핑크색 문을 열었다. 우선 향기가 압권이었다.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향이었다. 그리고 좌식 변기 하나에 남자용 서서 용무를 보는 소변용 변기가 벽에 고정되어 있었다.


‘남자 소변용 변기라···’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피식 웃더니 좌식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해결했다.


‘집에 남자 소변기가 달려있는 걸 보니 보통 집은 아닌 것 같은데, 여긴 도대체 어디고 또 난 왜 여기에 있지?’


“밥! 밥!”


아래층에서 외마디 외침이 있고 다시 조용했다.


‘밥 먹으러 오란 말이겠지?’


남자는 좌측 방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벽에는 양탄자를 걸어놨다. 바닥에 있어야 할 양탄자가 벽에 걸려있고 싱글침대 하나에 꽤 많은 디퓨저가 있어서 냄새가, 아니 향기가 강했다.


‘이 방은 왜 이리 향이 강한 거지? 침대 하나에 벽엔 양탄자가 걸려있고, 그리고 화장실 문은 짐승들이 바글바글 거리고···.’


“밥! 밥!”


로라의 외침에 남자는 더 이상 지체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죠? 큰 거?”


“아닙니다! 큰 거 소식 올만큼 배 속에 있을 놈들이 없어요.”


“그럼 됐네요. 귀한 식사 전에 큰 건 좀 그러니까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로라는 좀 전에 남자가 누워있던 곳을 안내했다. 그리고 소파 테이블 위에 음식을 내려놨다.

남자는 테이블을 내려봤다. 큰 냄비 하나와 앞 접시 그리고 총각김치. 그게 다였다.


“저기 죄송하지만··· 샤브샤브가?”


“네 보시는 대로 그게 샤브샤브에요.”


“제가 알기로는 샤브샤브는 다양한 채소와 어우러져 얇은 고기들을 살짝 넣어서 금방 먹으면 은근 향도 나고 식감도 좋은 그런 고기요리인데······”


‘밥 앞에 두고 용을 써라 용을 써. 입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데, 다들 불만 없이 여태 먹어왔고 또 찬사를 보냈고, 또 댓글도 미친 듯 달아줬고, 또 매출도 올랐고··· 아 그만하자..’


“저기요. 일단 먹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늘에서 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셔서 이 땅 음식에 대한 편견이 있으신 것 같은데, 혹시 샤브샤브 먹어 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그냥 티비로만 보고 첨 드시는 건 아닐까요? 기억을 한번 되살려봐요.”


남자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딱히 먹어본 기억은 없는데, 자신은 샤브샤브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군요. 기억이······ 나지 않네요. 먹어본 게 아니라 티비로 보기만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럴 거에요! 당신이 하늘에서 떨어진 후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래도 식욕은 살아있네요. 잔잔히 예전 기억들도 있는 것 같고요. 우선 드세요 식기 전에..”


로라는 거실에 퍼질러 앉았다. 그리고 소파 테이블에 턱을 괘고 앉아서 남자의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저··· 그렇게 보시면 먹기가 좀···”


“나 신경 쓰지 마세요. 먹는 모습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요. 아마 직업의식 같은 거?”


“직업의식? 아··· 요리사라고 하셨죠?”


“아뇨 요리사는 아니고 요리전공.. 뭐 그렇다고는 말씀 드린 것 같아요.”


“실례가 안 된다면 직업을 여쭤···.”


“우선 드세요. 음식 앞에 두고 너무 말이 많은 것도 좋지 않아요. 그리고 음식은 적당한 온도가 있어야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어요. 특히 이런 샤브샤브는 조금은 뜨겁게 해서 먹어야 제맛이죠.”


“같이 드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아뇨!”


로라는 단호했다. 그 모습에 남자는 기가 죽었는지 그냥 아무 말없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와우~! 이거 뭔가요? 진짜 맛있네요?”


남자의 칭찬에 로라는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방으로 가는 발걸음은 빨랐고 기쁨에 가득 찼다.


‘흐흐흐 이거야. 일단 몇 장 찍어둬야 할 것 같네.’


로라는 방금 요리한 고기봉지를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그리고 남자가 먹는 모습을 살짝 살짝 찍어서 함께 스마트폰에 저장해뒀다.


남자는 그 큰 냄비의 요리(?)를 다 클리어했다. 그리고 여자를 향해 ‘러브러브’를 쐈다.

로라도 그 모습에 부끄러움과 행복함을 함께 느끼며 미소로 화답했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 오랜만에 한 요리라 걱정이 됐었는데, 이렇게 그릇까지 깨끗하게 먹어주시니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 여차하면 다른 요리들도 보여드릴게요. 오늘은 이걸로 마무리 하시죠.”


“네 맛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먹었던 그릇들을 챙겨서 주방으로 갔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려고 빨간 고무장갑을 손에 끼고 물을 틀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여자는 흐뭇한 듯 말없이 지켜봤다.


‘잘 데리고 온 것 같아. 어디 좀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잘만 키우면 큰 도움 될 것 같아.’


“고마워요. 설거지는 내가 하면 되는데, 직접해주시니······”


“아닙니다. 이 정도는 해야죠!”


남자는 설거지를 하면서 옆에 살짝 열려 있는 문 안을 우연히 봤다. 6단짜리 선반에는 개사료로 보이는 많은 사료들이 정리 및 진열되어 있었다.


‘개를 키우나? 여태 개 한 마리 안보였는데?’


남자는 주위를 기웃거리며 설거지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로라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개 키우세요?”


“개요? 아··· 제가 개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


“그래요? 저기 주방 선반에 많은 사료들이 보이던데요? 그거 사료 아니었던가요?”


“아하! 사료!”


로라는 웃기만 하고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자, 자,, 이제 당신 얘기 좀 들어봐야죠? 살려줬고 먹여줬으니.”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나요?”


로라는 갑자기 분위기가 진지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남자의 뒷모습이 왠지 불쌍해 보였다. 입은 옷이···. 아랫도리는 트레이닝 복 치고는 너무 짧고 허벅지가 타이트하고 위 박스티는 배꼽티처럼 짧아서 탱탱하게 부풀어 있는 엉덩이와 타이트한 허벅지 그리고 섹시(?)하게 아랫도리와 윗도리의 경계선에서 보이는 건강미 넘치는 허리




나사 빠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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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4) 22.05.11 28 0 11쪽
3 적과의 만남(3) 22.05.11 24 0 11쪽
2 한국에 돌아오다(2) 22.05.11 32 0 12쪽
1 개 사료 감별사(1) 22.05.11 5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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