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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집사
작품등록일 :
2024.07.02 01:33
최근연재일 :
2024.07.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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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34

작성
24.07.0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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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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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완성하다

DUMMY

서태진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지만, 죄책감 같은 건 없었다.

이번은 아니어도 서태진이 김철진을 폭행하지 않았을 리 없다.

설사 자기 손으로 직접 때리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폭행을 사주한 놈은 때린 놈과 같은 처벌을 받는다.


교실로 돌아왔더니 온 교실 아이들의 눈이 내게 쏠렸다.

난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께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아 수업을 받았지만, 역시 수업이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큰일을 했다는 고양감 같은 건 들지 않았다.

그저 이미 저질러버린 이번 일을 어떻게 가장 깔끔하게 해결하느냐를 고민했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누군가 내 등을 찔렀다.

돌아봤더니, 시의원 아들 강지율이었다.


강지율이 앞뒤 설명없이 내게 물었다.


“어떻게 됐냐? 아니, 왜 그랬냐?”


이 대답은 중요했다.

아닌 척했지만, 모두 내 대답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말했잖아. 언제까지 주먹질 좀 한다고 약한 사람을 때리고 욕하는 걸 보면서 사냐? 그냥 귀찮아서 놔두고 있었는데, 이우형이고 서태진이고 그걸 즐기고 있더라. 꼴같지 않아서 치워버린 거지. 그리고 두 번 할 일도 아니잖아. 칠 거면 대가리를 쳐야지. 임경택.”


넘버 2 임경택을 불렀다.

임경택은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놈처럼 화들짝 놀라며 나를 봤다.


“어? 왜?”

“너도 똑바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난 한번 시작하면 그냥 안 끝내. 만약 학폭위에서 시원찮은 결과 나오지 않으면, 다음은 너야.”

“응?”

“김철진 시켜서 너희 엄마 때리라고 할 거야.”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자기 엄마 이야기가 나오자 임경택은 입이 벌어졌다.


“니들이 철진이 때린 이유가 뭐야? 니들 보다 철진이가 약해서잖아. 하지만, 너희 엄마는? 너희 엄마보다는 철진이가 더 주먹질을 잘 할 거 아니야. 철진이에게 너희 엄마 때리고 자수하라고 할 거야.”

“왜······왜!”

“이유 있냐? 너흰 이유 있어서 철진이 때리고 괴롭혔냐? 하지만 이 건은 달라.”


난 철진이를 사주해서 폭행사건을 일으키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의 부모를 때리고 자수한 거야. 얼마나 흥미가 생기는 일이냐? 그리고 그 이유가 수도 없이 지속된 폭행을 당했지만,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학교 때문이라면? 내가 사이버 렉카 유튜버에게 너랑 서태진, 김동훈이랑 이우형 신상을 제보하면? 넌 어떻게 될까?”


이익.

임경택은 열이 뻗친 듯 보였지만, 내게 달려들진 못했다.

대신 너무나 궁금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그런데 진짜 왜 나랑 우리 엄마야?”

“서태진은 나랑 무슨 트러블이 있어서 지금 저 꼴이 됐을 것 같냐? 그냥 제일 편하고 깔끔하니까. 명심해. 난 서태진이랑은 달라. 난 한다면 하고, 내게 복수할 마음 같은 걸 들게 하지도 않아. 바퀴벌레는 쫓는 게 아니야. 한 마리를 놔주면 수백 마리로 늘거든. 찝찝해도 밟아 죽이는 게 제일 후환이 없지.”


흐끅.


임경택이 딸꾹질을 시작했다.


난 매우 무심하게 임경택을 보면서 한 가지를 제안했다.


“임경택, 이우형, 김동훈까지 해서 그냥 너희 바퀴벌레들 몽땅 전학가는 건 어떠냐? 서태진은 내가 빵에 보낼 거고. 너희도 내 옆에 있어 봐야 불안하고 껄끄럽기만 할 텐데. 전학 가. 서로 조용히 살자. 내 눈앞에 보이지도 않는 바퀴까지 쫓아가서 밟아죽일 정의감까진 없으니까.”


난 서태진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면,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했고 내 보복 선언이 모든 걸 바꿨다.


철진이처럼 괴롭힘을 당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잘나가는 쪽도 아닌 그냥 학생 1 롤인 김윤태가 갑자기 이우형에게 다가가 앞에 섰다.


“이우형, 내 스팀덱 돌려줘.”

“어. 여기.”


이우형은 급하게 가방에서 윤태의 게임기를 꺼내 돌려줬다.


김윤태가 게임기를 돌려받는 걸 시작으로 꽤 많은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임경택과 이우형 앞에 섰다.

빌려 간 돈나 옷, 신발이나 물건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역시 쓰레기들이었다.


“쯧. 한심하기는.”


강지율의 냉소적인 비웃음이 작렬했지만, 교실은 정의가 회복되는 열기가 활화산처럼 피어올랐다.


“저렇게 호구 잡히느니 진짜 전학 가는 게 낫지 않나?”


강지율의 총평과 함께 곧 수업이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나와 이우형은 수업 도중에 다시 호출돼서 상담실로 향해야 했다.


상담실엔 기세등등한 서태진과 영문을 모른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김철진, 그리고 꿔다놓은 보릿자루같이 옆에 서 있는 김동훈이 있었다.


서태진의 태도로 봤을 때 철진이가 자길 때린 게 이우형이라는 것을 털어놓은 듯했다.

담임이 진짜로 궁금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재성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철진이 말은 자길 때린 건 우형이라는데.”


바보 등신 같은 이우형.

그렇게 먼저 뒤처리를 하라 했더니.

이우형이 절망적인 눈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도 난 아무렇지 않았다.

이쯤의 진로 이탈은 계획 안이다.


“선생님, 잠시만요.”


학생주임을 상담실에 박아놓고, 담임과 복도로 나갔다.

담임과 함께 나서는 나를 이우형이 절망적인 눈으로 지켜봤다.


“선생님, 혹시 서태진 앞에서 철진이에게 오늘 일을 물은 거예요?”

“그랬지.”

“그러니까 그렇죠. 철진이는 학폭 피해자예요. 벌써 꽤 오래됐죠. 거듭된 폭력에 이미 무기력한 상태예요. 당연히 제대로 대답못하죠.”

“그런데 한 가지만 묻자. 넌 이런 모든 걸 알면서도 왜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거냐?”

“저라고 맞는 게 무섭지 않겠어요? 제가 무슨 용가리 통뼈도 아니고. 저랑 강지율은 서태진 무리가 건드리지도 않았거든요.”


나와 강지율의 독특한 포지션을 담임은 잘 알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야기한 거냐?”

“철진이가 저러다 죽을 것 같아서요.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난 선생님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저랑 잠깐 반에 가서 애들에게 물어보세요. 저 말고도 그 장면을 본 사람이 대여섯은 되거든요.”

“그래?”


선생님과 반으로 돌아갔고, 선생님은 수학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오늘 있었던 일을 물었다.


강지율과 눈을 마주쳤다.

강지율이 싱긋 웃더니, 내가 한 증언 그대로를 증언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서너 명의 아이들이 마치 직접 눈으로 본 것처럼 서태진의 폭행을 말했고, 당연히 거기엔 2인자 임경택도 있었다.


담임은 사실을 확인하고 상담실로 돌아왔고 난 담임에게 이번엔 김철진과 잠깐만 이야기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담임은 허락했고 느긋해하던 서태진은 격렬하게 반항했지만, 담임의 ‘교실에서 애들에게 다 들었다’는 말에 경악했다.


* * *


“어떻게 된 거야? 왜 서태진이······”


난 빠르게 내가 한 거짓말을 설명했다.

김철진은 순식간에 일을 이렇게까지 몰아온 내게 감격했지만, 왜 이우형이 아니고 서태진인지를 물었다.


“어차피 다 쫓아 보낼 거야. 그동안 너도 억울했잖아. 퇴학 당하고 전학가고 소년원 가는 걸로는 모자라. 남의 마음에 원한을 맺히게 했으면 저도 억울해 봐야지.”


흑.

김철진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더니, 울먹이며 말했다.


“고마워. 나 진짜 죽으려고 했거든. 앞으로 난 네가 시키는 일이면 뭐든 할게.”

“그럴래? 그럼 일단 지금 이대로 들어가서 이 모든 게 서태진 때문이라고 해. 그것부터 하자.”

“어. 할 수 있어.”


일이 극적으로 돌아갔다.

상담실로 돌아간 철진이는 눈물을 쏟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계속 터져 나왔다.

서태진은 생각보다 더 쓰레기였다.


폭력은 시작에 불과했다.

서태진은 철진이에게 자기 누나 몰카를 찍어 자기에게 보내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거 찍지 않았다고 사흘 내내 맞았어요. 죽어버릴까 계속 고민했어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죽을 결심을 했다면, 왜 죽일 생각을 하지 못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람은 뒤에서 몽둥이를 휘두르면 쓰러지게 돼 있다.


하지만, 철진이의 고백으로 서태진의 구속은 확정적이 됐다.

이우형은 살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는 서태진을 보고 있었다.


안도하는 표정이 꼴 같지 않았다.

인간 같지 않은 짓을 하는 걸 보면서 말리지 않는 것도 죄다.

서태진이 1번이지만, 나머지도 모두 날려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선생님. 그럼 전······.”

“그래. 고생했다. 네가 큰 결심하지 않았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담임으로서 이런 지경까지 올 때까지 몰랐다는 게. 그래도 걱정하지 마. 앞으로는 내가 직접 처리할 테니.”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상담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중년의 남자 하나가 거칠게 문을 열었다.

보자마자 그가 서태진의 아버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서태진은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립니까? 우리 태진이가 무슨 일을 저질렀다고요?”

“오셨습니까?”


나가려던 난 다시 문을 닫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는 걸 본 철진이는 힘을 얻는 듯했고, 서태진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선생님. 어떻게 된 겁니까?”

“태진이가 같은 반 친구인 여기 철진이를 심하게 폭행했습니다.”

“아니에요. 아빠. 정말 내가 그런 거 아니에요.”

“선생님 아니라지 않습니까?”

“이미 확인이 모두 끝났습니다. 맞은 철진이도 증언했고, 폭행한 시간과 장소가 점심시간 후 교실이어서 본 학생들이 많습니다. 복수의 학생들에게 확인했습니다.”

“아니야. 진짜 아니라니까. 다 반장 저 새끼가 꾸민 일이야. 때린 건 내가 아니고 저기 저 이우형이라고. 씨팔 이우형, 니 입으로 똑바로 말해. 김철진 때린 게 나냐?”



이우형의 연기는 훌륭했다.

이우형은 마치 서태진이 두렵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뒤돌아서서 아무말도 하지 않고 몸을 떨었다.


내가 나섰다.


“태진이 아버님. 제가 봤습니다. 태진이는 저한테 돈을 갈취하려다가 제가 응하지 않고 무시하자 그때 마침 들어오던 철진이를 아무 이유 없이 폭행했습니다.”


그제야 입술이 터지고 목이며 얼굴에 맞은 흔적이 가득한 철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서태진의 아버지는 갑자기 철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학생. 미안해. 다 애비인 내가 교육을 제대로 못 시켜서 그래. 용서해주면 어떻게든 보상할게.”


서태진의 아버지는 서태진을 믿지 않았다.

무릎을 꿇는 아버지를 본 서태진이 눈이 돌았다.

짐승같은 소리를 지른 서태진은 내게 달려들어 내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걸로 모든 일이 완벽하게 내 손아귀에 들어왔다.

철진이나 철진이의 부모님은 서태진을 용서할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다.


주먹을 맞는 동시에 난 내 볼 안쪽 살을 이로 살짝 씹었다.

상처가 나야 한다.


전치 2주짜리 상해진단서가 서태진의 감옥행을 이끌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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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시 외로워지는 순간. +6 24.07.03 488 48 12쪽
» 완성하다 +5 24.07.02 554 48 11쪽
1 애새끼를 치우다 +6 24.07.02 685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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