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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집사
작품등록일 :
2024.07.02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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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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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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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애새끼를 치우다

DUMMY

서태진을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점심 급식을 먹고 교실로 돌아왔을 때였다.

서태진 무리의 졸개 이우형이 교실에 들어오는 나를 보며 빈정거렸다.


“어이, 반장. 혹시 2만 원 있냐? 오늘만 쓰고 내일 돌려줄게.”


이건 협정 위반이다.

나와 서태진 무리는 서로 모른 척하고 있었다.

암묵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고 있었던 거다.


모범생이자 학교의 자랑이지만 전형적인 아웃사이더인 나는 나대로,

일진 나부랭이인 서태진은 서태진대로 서로 각장의 영역을 존중하며 지내 왔다.


서태진이 가끔 아이들을 위협할 목적으로 내뱉는 욕설이나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폭력은 내게 향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들의 비행을 그냥 외면했다.


내가 방관자가 된 건, 그저 귀찮아서였다.


정의감이 귀찮은 일을 만들 뿐이라는 걸 난 너무 잘 알았다.

어차피 일진 놀이를 하면서 으스대는 것도 고딩 때까지다.

서태진 무리가 멀쩡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 리도 없고, 설령 들어간다 하더라도 나와의 생활반경은 절대로 겹치지 않을 것이다.


찢고 까불다가 학폭으로 제 놈들 스스로 조지는 거야 내 알 바가 아니다.


“2만 원? 없는데?”


말을 받아 준 건 교실에 서넛이나 되는 애들이 있어서였다.

머리에 든 게 없는 놈들일수록, 자존심과 고집이 세다.

괜히 건드려서 좋을 게 없어서 모른 척 하지 않았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우형은 내 배려를 배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풍뎅이나 잠자리의 다리를 괜히 하나씩 뜯는 순수한 악의의 미소를 장착한 이우형이 내 쪽으로 다가와 느물거렸다.


“없다고? 네가?”

“없는데. 왜?”

“아니야. 있을 거야. 좀 빌려줘라. 같은 반 친구끼리.”


이우형은 돈이 필요해서 내게 지분거리는 게 아니다.

그저 힘의 우위를 확인하고 싶은 것 뿐이다.


이우형은 운이 없다.

난 귀찮았을 뿐, 그가 건드릴 사람이 아니다.


“급하면 태진이에게 빌리던지. 설마 자기 졸개가 2만 원이 없다는데, 대장이 2만 원도 안 빌려주겠냐?”

“뭐? 씨팔. 뭐라고? 졸개?”

“아니냐? 졸개잖아. 서태진이 두목 원숭이고, 임경택이 그 아래, 너랑 김동훈이 서태진 가방들고 다니는 졸개. 아닌가? 난 그렇게 알고 있는데?”


이우형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었지만, 차마 나를 때리진 못했다.

사람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


왕따이자 서태진 무리의 샌드백인 김철진과 난 다르다.

나를 건드렸다는 반드시 큰 문제가 생긴다는 걸 이우형도 알고 있었다.


주먹을 들고 부들거리는 이우형을 무시했다.


“주먹 꼭 쥐고 부들거려봤자 피만 안 통해. 그냥 꺼져. 거기서 오래 서 있을수록 우스운 꼴밖에 보이지 않는 거니까.”


이익.

이우형은 내게 주먹을 휘두르려다가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김철진과 눈이 마주쳤다.


초조해하던 이우형의 눈에 안도감이 생겼다.

악의를 품은 눈이 더욱 잔인해졌다.

뱀과 마주친 개구리처럼 김철진이 이우형의 눈빛 만으로 움츠려드는 게 보였다.


“그만 하지.”

“어?”

“네놈들이 무서워서 그냥 지켜보고 있던 거 아니야. 귀찮아서 그냥 둔 거야. 네가 철진이 건드리면, 귀찮아도 나도 널 건드릴 거야. 감당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보던가.”


이우형은 잠시 망설였지만, 곧 이우형의 비위를 건드리는 무심한 말이 내 등뒤에서 들렸다.


“진짜 졸개네. 쪽팔리지도 않나?”


내 뒷자리는 나와 마찬가지로 서태진 무리가 건드리지 않는 강지율이다.

지율이는 다음 지방선거 때 구청장이 될 것이 거의 분명한 시의원의 아들이었다.


씨팔.

개쪽을 당한 이우형은 더는 참지 못했다.


이우형은 나와 강지율 대신 김철진을 때리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교실 한 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얼굴과 가슴을 얻어맞은 김철진은 샌드백처럼 터졌고, 곧 입술이 찢어져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 서태진 무리가 들어왔다.

서태진은 교실에서 푸닥거리를 하는 이우형을 말리지 않았다.

대신, 교실을 나서려는 애들을 막았다.


과연 일진 대장놈은 달랐다.

선생님을 데리러 가려는지, 아니면 이 현장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건지 자리르 일어나 도망치려는 애들은 서태진의 ‘앉아!’라는 한 마디에 모두 정리됐다.


이우형이 끔찍한 폭행을 멈춘 건 김철진을 거의 20대 가까이 때린 뒤였다.

서태진은 씩씩거리던 이우형이 폭행으로 자기 분노를 발산하고 안정을 찾아, 빠르게 상황을 수습했다.


딴은 굉장히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철진아. 얼굴 많이 상했다. 수업 못 받겠는데? 조퇴해야지. 아. 담탱이한텐 내가 말해 줄게. 너 몸 좋지 않아서 먼저 집에 갔다고. 며칠 쉬는 거야. 알겠지? 동훈아. 철진이 집에 좀 데려다주고 와라. 이걸로 택시 타고 다녀 와.”


서태진은 무슨 깡패 두목이 부하에게 하사금을 내리듯 자기 카드를 내밀었고, 김동훈은 감격했다는 표정으로 맞아서 곤죽이 된 철진이의 목덜미를 잡아 끌고 나갔다.


“다들, 아무 일 없던 거다. 알았지?”


서태진은 그걸로 모든 일이 해결됐다고 믿고 있었다.

이우형은 교실에서 폭력을 휘두른 자신을 탓하지 않고 감싸준 서태진을 믿음이 가득한 눈길로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서태진 앞으로 다가간 이우형은 고해성사라도 하듯 귓속말로 서태진에게 있었던 일을 말하고 서태진은 이번엔 내게로 다가왔다.


“반장.”

“왜?”

“담탱이에게 꼬바를 거냐?”

“어.”

“왜?”

“언제까지 니들 눈치 보면서 사냐? 그냥 두고 보는 것도 귀찮아져서.”

“괜찮겠냐?”

“뭐가?”

“감당못할 텐데? 괜한 흰소리로 거짓말이나 하는 놈이 될 텐데. 해보려면 해 봐. 밤길은 조심하고. 현서중에 무서운 애들 많거든. 요즘엔 중학생들이 제일 무섭다니까.”


서태진은 빙글거리며 웃더니 태연하게 협박을 늘어놓았다.


“반장 편에 설려는 놈은 그렇게 해. 학교에 큰 미련 있어서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내일 없는 놈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줄라니까.”


서태진의 협박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의리는 서태진에게 힘이 있을 때나 통하는 거다.

난 얼마든지 상황을 내 쪽으로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수업종이 울리고 국사 선생님이 들어왔고, 난 선생님이 들어오자마자 학교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선생님은 당황했지만, 더 당황한 건 서태진이었다.


내가 이우형이 아니라 서태진을 폭행 당사자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서태진. 너 일어나서 따라 와. 재성이 너도.”


수업은 중단됐고, 서태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즉각적으로 담임과 학생주임 선생님이 상담실로 호출됐고,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당연하게도 선생님들은 철진이의 행방을 물었다.


하지만, 철진이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함께 따라간 동훈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은 내게 다시 한번 내가 말한 일이 사실인지를 물었다.


“네. 점심을 먹고 왔더니 서태진이 2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돌려받지 못할 것 같아서 없다고 했더니 계속 빌려달라고 하길래 거지냐 라고 한마디를 했는데, 부들거리기만 하지 절 때리진 못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철진이가 들어왔고 철진이를 죽일 듯이 때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거짓말. 거짓말이에요. 선생님. 전 김철진을 건드리지도 않았어요. 다른 애들에게 물어보세요.”

“물어도 나서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제가 이 일을 문제 삼겠다고 했더니, 중학교 후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촉법 소년들을 시켜서 밤에 습격을 하겠다고 협박하더라고요.”


학주와 담임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서태진을 봤지만, 서태진은 정말로 억울하다는 듯 제 입으로 사실을 털어놓았다.


“거짓말이에요. 반장에게 돈을 빌리려던 것도, 김철진을 때린 것도 다 이우형이에요. 우형이 불러서 물어보세요.”


난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태진을 비웃었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냐? 왜? 우형이가 네 졸개니까? 네가 무슨 조폭 두목이냐? 이우형이 아무리 네 졸개라도 네 죄까지 뒤집어쓰라고 하는 거냐? 이우형이 김철진을 때렸는데, 네가 네 카드까지 주면서 김동훈더러 철진이 집까지 딸려 보냈다고?”


선생님들은 누구도 서태진의 억울한 진실을 믿지 않았다.


“이 선생, 철진이 부모님께 연락드려. 서태진이 아버지에게도 연락하고.”

“씨팔. 진짜라니까요. 우형이 불러주세요. 맞다. 철진이에게도 물어보세요. 누가 때렸는지.”


서태진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이우형이 불려왔다. 이우형은 서태진의 눈도,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우형아. 한 가지만 묻자. 철진이 때린 게 너냐? 재성이는 태진이가 돈 빌리려다가 무시당하고 철진이를 때렸다고 하는데, 태진이는 그 걸 한 사람이 너라는데 누구 말이 맞아?”


답은 듣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제왕처럼 굴던 서태진의 입에서 자기 이름이 나왔다는 말에 배신이라도 당한 눈으로 본 이우형은 선생님들께 고개를 빳빳이 들고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제가 한 게 아닌데요. 반장 말이 맞아요. 태진이가 그랬는데요.”


서태진은 졸개의 배신을 참지 못했다.

바로 100미터 선수처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서태진이 선생님들 앞에서 이우형에게 스트레이트를 한 방 꽂는 순간 서태진의 폭행 사건이 확정됐다.


서태진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거센 들소처럼 말리는 학생주임의 제지를 뿌리친 서태진은 이번에는 내 쪽으로 다가왔고 준비하고 있던 나는 자리를 피하며 상담실 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 경찰서죠?”


내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성난 들소는 타올랐던 분노를 멈췄다.

그리고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


“야. 반장. 너 나한테 왜 그러냐?”

“말했잖아. 니들 눈치 보면서 학교 다니기 귀찮아졌다고. 그만 할래. 쓰레기는 먼저 본 사람이 주워야지. 이제 우리 각자 어울리는 인생을 살자. 난 공부하고, 넌 네가 제일 잘 쓰는 주먹 쓰면서 살고. 좋잖아. 너 학교에 미련도 없다며.”


경찰은 부르지 않았다.

난 당황하는 선생님들에게 재다이얼을 눌러 내가 전화를 건 것이 112가 아니라 시간을 알려주는 116번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크게 한숨을 쉬는 선생님들에게 난 냉정하게 대접했다.


“철진이 부모님과 서태진 부모님이 오셔서 시비를 가려야 하거나, 학폭위를 열어야 하면 언제든지 제가 참고인이나 증인으로 나와서 사실을 밝히겠습니다.”

“그래. 쉬운 일 아닌데, 나서줘서 고맙다.”

“네.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우형이 너도 돌아가.”

“네.”


상담실을 나와서 교실로 가려는데, 복도가 꺾이자마자 이우형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 줘.”

“어. 살려 줄게. 대신 임경택이랑 김동훈이는 네가 책임지는 거야. 뭐, 나야 서태진이든 너든 둘 중 누가 짤려도 큰 상관은 없으니까.”


난 무릎을 꿇고 날 올려다보는 이우형에게 한 가지 인생의 진리를 가르쳐줬다.


“배신할 거면, 끝까지 배신해. 최소 소년원이야. 어설프게 정학이나 강제 전학 같은 걸로 끝나면 넌 끝이야. 서태진도 대가리가 있으면, 나랑 너 중에 누굴 건드려야 할지 제일 잘 알거니까. 이번에 끝내는 거야. 알겠지?”

“어. 알았어. 걱정하지 마. 서태진은 소년원 서너 번은 들어가도 될 만큼 개 쌍놈의 새끼니까.”


작가의말

새로 시작하는 글입니다.


시원하고 뚜렷한 글을 쓸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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