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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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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속연어
작품등록일 :
2016.03.16 17:29
최근연재일 :
2016.04.08 13:44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9,497
추천수 :
201
글자수 :
81,015

작성
16.03.31 12:00
조회
271
추천
10
글자
7쪽

15. 가게 (3)

DUMMY



참외 한 상자는 생각보다 무겁다. 소형차라서 그런지 나 혼자 타고 왔을 때보다 차가 무거운 것이 느껴진다.

“수박이었으면 큰 일 날 뻔했어.”

가게로 돌아가는 길에도 계속해서 아까 본 환상이 머리 속에 멤돈다.

어떻게 해야 그 환상이 현실이 될 수 있지?

판을 키운다는 김동운의 말이 핵심일까? 아니면 다른 생각을 어떻게든 찾아내야할까?

나는 사업 경험이 전문하다. 그래서 결과를 알더라도 과정을 추리해내기 어렵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도 알지 못한채 노력해서 결과를 만들어낸다. 난 그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으으, 이 멍청한 놈!”

오늘따라 내 머리가 원망스럽다.



* * *


가게 앞에 차를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나처럼 게으른 자태로 티비를 보던 김동운이 날 반긴다.

“어떻게 됐어?”

“그쪽도 잘 모르겠다던데요. 사장님이 무슨 생각이 있는 것 같아서 일단 우리쪽에 물건 공급하면 싸게 해달라곤 해놨어요.”

“다른 말은 없고?”

무슨 말을 기대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딱히 특별한 말은 없었다.

“아뇨, 없었어요. 그쪽도 사장님이 무슨 생각으로 하신 말씀인지 모르겠다던데요.”

“에헤이, 그 새끼도 쓸모 없긴 매한가지네.”

김동운은 주섬주섬 서랍 속에서 담배를 꺼내서 가게 밖으로 나간다.

“계산대 좀 보고있어. 담배 좀 피고 올테니까.”

아무도 없는 텅 빈 가게.

생각해보면 어차피 김동운이 판을 키우든, 줄이든, 그대로 가져가든 나랑은 크게 상관이 없다.

뭐, 판을 키워서 잘 되면 나도 배울 것이 있고 또 지점이라도 만들면 나도 역할이 생길테니 좋긴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공했을 때의 얘기다.

모아둔 돈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결국 자본금 없이는 뭐든 불가능하다. 홍보를 하려해도 돈이 들고, 당분간 발생할 손해를 감수하려해도 돈이 든다.

게다가 동네 사람 상대로 장사를 하겠다면, 더더욱이나 그들의 머리 속에 우리 가게를 인지시킬 때까지 많은 손해가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동네마트에 대한 선입견. 대형마트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선 리모델링 비용 등이 들 것이다.

그때 문득 45억짜리 목걸이가 떠올랐다.

정말로 그 목걸이가 이 동네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차라리 그걸 팔아서 생긴 돈으로 장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전도일 사장이 물량을 대주고, 나와 김동운이 그 물량을 소비할 마트를 각각 운영한다면?

내가 본 환상은 지금으로부터 약 3년 후의 미래다. 지금으로부터 그때 사이의 어느 시점에서든 목걸이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목걸이의 존재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이 든다.

일반 주민들만 모를 뿐, 도둑놈들과 성제라는 인간은 분명 목걸이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게다가 도둑놈들이 말했었지. 이 동네의 어떤 집에 있을 것이라고.

그럼 나도 집 하나하나를 체크해봐야하나…

짝!짝!

난 정신 차리기 위해 내 양볼을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린다.

“에이, 무슨 생각하는거야. 그러다가 나도 도둑이 되겠어.”

“갑자기 웬 자학이냐? 쪽팔리는 기억이라도 떠올랐냐?”

담배 냄새를 풀풀 풍기며 김동운이 들어온다.

“사장님. 이런 마트 운영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뜬금 없는 질문에 김동운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왜? 가게 운영하고 싶어서? 매니저로는 부족해? 사실상 일도 니가 다 하잖아?”

잘 모르겠다. 김동운의 인맥으로 전도일이 물건을 싸게 공급해주고, 나도 거기에 낄 수 있는 지금이 적기 같은데.

내 얼굴이 진지한 것을 보곤, 김동운이 입을 연다.

“뭐 이런 가게야 다 월세 싸움이지. 인건비는 없는 셈 치면 말야. 식비도 남는 야채로 대충 처리한다면 뭐, 해볼 수는 있겠네. 적은 돈으로도 말야.”

“그래서 얼마 정도면 될까요?”

“글쎄… 자리 안 좋은 곳으로 하면 8천 만원정도면 시작해볼 법하지 않을까? 야채랑 과일만 팔 생각이면 한 3천이면 되려나, 구멍가게 같은 곳으로 하면 말야.”

3천? 수중에 있는 돈을 다 모아봤자 천 만원도 안된다.

투잡이라도 뛰면 돈이 좀 모이려나. 어떻게든 구멍가게 같은 곳에서 전도일이 주는 야채랑 과일만 싸게 팔면 될 것 같은데…


* * *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왜 사람들이 노점상을 하는지 이해가 갔다.

월세만 안 나가도 파는 족족 떨어지는 차액 전부가 내 돈이다. 지금 내 머리 속에도 괜히 노점할 만한 곳이 어디 없나 하는 생각만 든다.

홍제로를 걸으면서도 수많은 노점들이 보인다. 트럭형 노점부터, 돗자리만 펴놓고 하는 노점까지.

트럭형 노점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트럭이 없으니까.

돗자리만 깔고 하는 노점도 애매하다. 과일이랑 야채의 무게가 어마어마한데, 그걸 여기까지 날라놓기도 애매하다. 길도 많이 차지하고.

게다가 단속이라도 뜨면 옮겨야되는데, 그걸 계속 옮겨다니면서 설치하는 건 말이 안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동네 마트에서 일하는 주제에 동네 상인들 엿먹이는 짓을 하긴 좀 힘들다.

그럼 결국 돈을 모아서 작게 야채랑 과일만 팔 곳을 찾아야할텐데…돈이 없다.

“휴우…그냥 없던 셈치고 살까. 전도일이 물건 싸게 줘봤자 얼마나 싸게주겠어.”

그때 내 시선이 머무른 그곳. 흔하디 흔한 동네의 전봇대.

그리고 그 위에 붙은 과외 전단지.

전봇대마다 과외전단지가 붙어있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 전단지는 두 가지 점에서 약간 특별하다.

하나는 전과목 과외라는 점. 다른 하나는 학생이 과외 선생을 구한다는 점이다.

보통은 과외 선생이 학생을 찾거나, 업체가 선생을 찾는데 이건 좀 특이하다. 게다가 붙인지 얼마 안됐는지, 종이도 깨끗하고 빳빳하다. 전화번호가 적힌 부분은 아직 아무도 뜯어가지 않았다.

“…과외라…”

찌익!

왠지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지만, 전단지 전체를 뜯어버렸다.

삼촌이 말하셨지. 기회란 것은 왔을 때 눈감고 굳게 잡아야한다고. 왠지 이것도 그렇게까지 해서 잡아야할 기회 같다.

전과목이면 분명 꽤 비싼 과외일 것이다. 게다가 학생이 찾을 정도면 학생 쪽에 뭔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평소 가격에 플러스 알파가 되지 않을까?

난 일단 뒤돌아보지 않고 전단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건다.

누구든 일단 가르치기만 하면 되잖아? 나도 저학년 땐 과외 많이 했다고.

뚜루루루루룩…뚜루루루루룩…뚜루루루루룩…

안받는데?

끊어야하나 생각한 그때,

딸깍!

‘여, 여보세요’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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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도둑놈이 남긴 증거물 (1) +1 16.04.03 342 9 7쪽
17 17. 예의없는 학생 (2) +1 16.04.02 333 7 11쪽
16 16. 예의 없는 학생 (1) +1 16.04.01 329 8 8쪽
» 15. 가게 (3) +1 16.03.31 272 10 7쪽
14 14. 가게 (2) +1 16.03.30 274 11 7쪽
13 13. 가게 (1) +2 16.03.29 374 10 11쪽
12 12. 도둑들 (3) +1 16.03.28 345 6 7쪽
11 11. 도둑들 (2) +1 16.03.27 454 9 10쪽
10 10. 도둑들 (1) +1 16.03.26 414 8 9쪽
9 9. 동네 사람 (4) +1 16.03.26 424 5 7쪽
8 8. 동네 사람 (3) +1 16.03.26 382 7 10쪽
7 7. 동네 사람 (2) +1 16.03.26 511 10 7쪽
6 6. 동네사람 (1) +1 16.03.26 492 10 8쪽
5 5. 홍제동 (4) +1 16.03.26 582 12 10쪽
4 4. 홍제동 (3) +1 16.03.26 540 11 10쪽
3 3. 홍제동(2) +1 16.03.26 600 11 7쪽
2 2. 홍제동 (1) +1 16.03.26 750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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