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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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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속연어
작품등록일 :
2016.03.16 17:29
최근연재일 :
2016.04.08 13:44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9,504
추천수 :
201
글자수 :
81,015

작성
16.03.27 14:05
조회
454
추천
9
글자
10쪽

11. 도둑들 (2)

DUMMY

11.



아까로부터 약 두 시간이 지난 지금. 난 김동운에게마지막으로 던진 장작을 후회하고 있다.

왜 던졌지? 도대체 왜 CCTV 얘기를 꺼낸거야?

눈이 돌아간다는 표현이 있다. 지금 딱 내 상황에 적합한 말이다.

화면 네 개를 동시에 켜놓고 2배속에서 8배속을 왔다갔다하며 비슷한 사람만 나오면 멈추고 확인하고를 반복 중이다.

신은 왜 두 개의 눈동자가 서로 다른 것을 자유자재로 볼 수 있게 하지 않으셨나요! 그럼 제가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텐데.

아니지, 4개의 눈이 필요할테니 여전히 힘들었겠군.

물론 그 전에 신이 있었다면, 애당초 좀도둑 같은 놈들을 만들지 않으셨겠지.

…혹시라도 계신다면, 부디 저 좀도둑 놈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려주셔서 존재를 증명해주시길....

“찾았냐?”

“아뇨. 아직까진 못 찾겠는데요.”

“천천히 해. 저기 유통기한 오늘까지인 거 가격 낮추고, 지난 것들은 너 먹어. 가져가진 말고.”

“아, 예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래, 그래. 대신 CCTV 다 확인해 놔.”


하아, 유통기한 지난 김밥 까먹으면서 CCTV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미 경찰이라도 된 것 같다. 김동운이 지금 내 모습을 CCTV로 보고 있으면 옛추억에라도 잠길 지경.

그건 그렇고, 일단 CCTV에 잡혔을지도 모른다고 말만 했지, 확실하지도 않다. 이거 괜히 고생하는 거 아냐?

딱보니 김동운도 크게 기대 안하는 눈치다. CCTV 돌리다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안 나오면 ‘수고했다’ 한 마디로 끝날 분위기.

안 되지, 안돼. 잡아야 돼. 내 두 시간의 시간을 이렇게 허무하게 날릴 순 없어. 게다가 이 놈들 분명히 내 타블렛 가져간 놈들이랑 관련있어 보인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없던 초능력이라도 생기는 느낌이다. 정말로 눈동자 두 개까 자의식을 갖고 두 개의 화면을 보는 느낌이 든다. 뭐, 이것도 일종의 자기최면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이런 자기최면이 효과가 있었는지, 약 이틀 전 화면에서 어딘가 익숙한 사람을 발견했다.

분명 모르는 사람이다. 얼굴이 명확히 보이진 않지만, 이 동네에 내가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니까.

하지만 익숙하다. 왜인지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어딘가 익숙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사람… 환상 속에서 본 놈이랑 닮았다. 게다가 내 방에 들어와서 내 물건들 품평하던 바로 그 자식이랑 닮았다.

이 놈이야. 아니, 이 놈이어야해. 그래야 잡아서 내 물건 뱉으라고 하지.

난 급하게 김동운을 부른다. 그러자 사장실에서 김동운이 짜증과 미묘한 기대를 반씩 품은 표정으로 나타난다.

“사장님, 이거 보세요. 여기 이 사람. 이 사람 좀 이상해요.”

“어디 봐봐... 흐음, 차림새도 아까 그 놈들이랑 비슷하고, 덩치나 체구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물건을 사러 온 놈이 물건은 만지지도 않고 계속 걷기만 하잖아?”

“그쵸? 이상하죠? 이 놈인 거 같죠?”

빨리 잡으러가자는 말이 턱밑까지 올라온다. 하지만 꾹꾹 누른다. 김동운 성격상, 불이 붙으면 끝까지 달리겠지만, 잘못 붙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동운은 CCTV 속의 그 놈을 보고서도 여전히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분명 눈동자 속에는 약간의 분노와 복수심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천성적인 게으름이 열심히 물을 뿌려대는듯, 잠잠하다.

지금 김동운 마음은 내가 초능력이 없어도 알 수 있겠다. 도둑놈들을 잡고는 싶은데, 어디서 잡아야할지도 모르겠고, 그걸 알아내려 노력하는 건 또 귀찮고.

그럼 내가 적당한 떡밥을 던져야 김동운이 물텐데. 나한테 그런 떡밥이 있던가?

곰곰이 생각해보자. 내가 갖고 있는 정보들. 분명 중요한 정보들이 있을거야.

우선 처음 봤던 환상을 떠올려보자. 그 놈들이 한 말 중에 힌트가 있을지도 몰라.

원래 살던 놈을 털려고 했지, 그래서 일찍 오자고 했고…내가 학생이란 걸 단번에 알아챘어. 어째서지?

그리고 전자기기만 골라서 훔쳐가는 선택을 굉장히 빨리 내렸어.

잠깐, 기다려봐. 내 노트북을 보고 바로 옛날 모델이란 걸 알았잖아? 그리고 타블렛을 보고 이게 비싸다는 걸 바로 알아챘어.

내가 쓰는 타블렛은 이전모델들하고 외관이 똑같아. 이전 모델들은 값이 비싸지 않고.

혹시 전자기기를 잘 알고 있는 놈인가? 아니면 혹시 이미 전자기기샵을 털어서 장물들 팔아넘기느라 전자기기에 대해 빠삭해진 건가?

전자라면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지만, 후자라면 얘기가 다르지. 이런 동네에 전자기기 파는 곳이 많진 않을테니까.

난 즉시 포탈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 동네의 컴퓨터 관련 업체들을 검색해본다. 꽤 많은 검색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다행히 이 주변 동네에 위치한 컴퓨터 샵은 단 세 개 뿐이다.

그마저도 사설 수리점이 하나, 대기업 서비스센터가 하나, 그리고 가전제품이 주력인 마트가 하나다.

분명 사설 수리점이 가장 좀도둑에 취약해보인다. 하지만 위치가 제일 멀다. 동네 반대편.

지도를 펼치고 동선을 짜보니, 가전제품 마트에서 출발해서 대기업 서비스 센터, 그리고 사설 수리점 순서로 가는 게 제일 좋아보인다.

좋아. 김동운한테 말하고 같이 가봐야겠어.

근데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았다고 하지?

그냥 대충 우연히 엿들었다고 해야하나?


* * *


“야, 너 이번에도 아니면 진짜 죽는다.”

낭패다.

아니, 여기까진 예상했던 낭패다.

가전제품 전문 마트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마트다. 이런 곳이 좀도둑들한테 쉽게 털릴 리가 없다.

만약에 털렸더라도, 이미 손을 써서 경찰쪽에서 좀 더 신경쓰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럼 내가 타블렛만 훔쳐갔다고 신고했을 때 좀 더 관심있게 들었겠지.

대기업 서비스센터도 마찬가지. 애당초 컴퓨터 자체가 거의 없는 곳이다. 도둑질을 하려면, 훔칠 물건이 많은 곳에 가야지, 이런 곳에 올리가 없다.

그렇다면 역시 남은 곳은 사설 수리점 하나 뿐이다. 보안도 취약하고, 훔칠 물건도 많은 곳.

“이번에도 아니라면 제가 당분간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 안 먹겠습니다!”

“너 그 말 지켜라.”

무의미한 잡담이 이어진 끝에 우리는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했다.

은제 컴퓨터.

김동운은 말은 무심하게 해도,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자 눈빛에 생기가 돈다.

역시 경찰출신이라 이건가. 현장 조사하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딸랑,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 그리 크지 않은 공간 속에 빼곡히 노트북 상자들이 가득차있다. 한쪽 구석엔 카운터와 문이 있고, 그 외의 공간 전부가 컴퓨터 창고 같은 곳.

이윽고 카운터 뒤의 문을 열고 주인인듯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의 안경이 눈에 띈다. 부러진 뿔테 안경을 테이프로 칭칭 감은채 고정시켜놓았다.

무슨 의미지? 가난? 게으름? 아니면…예상치 못한 사고?

“어서오세요! 무슨 일이시죠?”

맑은 목소리. 가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열정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안경이 저렇게 된 이유로 게으름은 빼야겠군.

잠시 뿔테 안경에 정신이 팔린 사이, 김동운이 성큼성큼 다가가 말을 꺼낸다.

“혹시 여기서 최근에 도난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도난? 아, 그거 때문에 오셨구나. 경찰이세요? 신고한지 벌써 이주 정도 됐는데, 범인이 잡혔대요?”

순간 김동운의 눈빛에 나타났던 열정이 미지근하게 사라진다.

“아뇨. 경찰은 아니고, 저쪽 반대편에서 마트 운영하는데 거기에 떼거지로 누가 도둑질을 했는데 걔네가 전자제품도 훔친 거 같아서요. 혹시 그 놈들 얼굴 기억해요?”

하지만 수리점 주인은 고개를 젓는다.

“내가 없을 때 일어난 일이라,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감시카메라가 있긴한데, 하필 그 날 서버가 폭주해서 데이터가 날라갔다네요.”



“야, 그렇게 티나게 많이 가져가면 어떡해.”

“그럼 도둑이 티나게 많이 가져가지, 티 안내려고 일부러 조금 가져가냐?”

뭔가 보인다. 게다가 익숙한 목소리.

그 도둑놈들의 목소리다.

“아니 밖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그렇지.”

“우리가 괜히 오토바이 끌고 온 줄 아냐? 누가 핸드폰 불 좀 켜봐. 여기 너무 어둡다. 비싼 거 싼 건 구분해서 가져가야지!”

딸깍. 핸드폰 후레쉬에 따라 주변이 보인다.

여기… 여기잖아? 내가 지금 있는 바로 여기, 은제 컴퓨터!

이 지저분하고 빽빽한 공간을 보니까 알겠다.

“여기 128GB짜리들만 쓸어담아. 나머지는 손 되면 가져가고. 비싼 것만 잔뜩 가져가자고.”

목소리와 얼굴. 모두 익숙하다. 이 놈들, 분명히 오늘 우리 가게를 털어간 그 놈들이다. 하겐다즈 훔친 이 놈 얼굴만은 내가 똑똑히 기억하지.

“크흐, 수철이 때문에 진짜 호강한다. 그 자식 진짜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았대? 완전 보물창곤데?”

“이게 다 설계 아니겠냐, 설계. 지방에서 올라온 불쌍한 공대생 컨셉. 공부해야하는데 돈이 없어서 수리점에서 알바를 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불쌍한 공대생이 공학의 ‘공’자도 모르는 도둑이었다, 이거지.”

잠깐만, 그럼 여기서 알바한 놈이 범인이었단 말?

“일단 최대한 집어. 아직 우린 이 동네에서 할 게 많아.”

할 게 많다고? 근데 그게 우리집 터는 거였니…?



딸랑.

환상? 현실?

어디선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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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도둑들 (3) +1 16.03.28 345 6 7쪽
» 11. 도둑들 (2) +1 16.03.27 455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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