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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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에서 떨어졌다.
‘떨어졌다’라는 말이 어떻게 들리는가.
그래 뭐, 무리에서 떨어졌다는 말도 된다.
그 말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 나는 무리에서 떨어지고, 집에서도 떨어졌다.
고래로부터 하늘 위에 살던 비인족, 조인족이라는 집단이 있었다. 그들은 사실 날개 따위는 없었고, 그냥 초첨단 과학 혁명이 몇 차례나 일어나서 하늘 위를 터전으로 삼은 집단의 후손이다.
‘후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도시 문명을 하늘 위의 부유섬으로 끌어 올린 그 때의 초과학적 기술들은 전부 사라졌다. 에브리띵. 올 더 띵. 넛-띵.
전부라는 말은 조금 심할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초첨단 과학 기술의 산지에서 사는 사람들치고는 빈약한 생활 수준은 맞았다.
그럼에도 꽤 살만했다. 나는 불만이 없었다. 집안에 대해서도, 도시나 사회에 대해서도.
그런데 떨어졌다.
이 부분이 참으로 환장할 노릇이다.
아니, 나는 그냥 그대로 살고 싶었다니까. 완벽히 만족하고 있었다니까.
“어쩌면 이것도 운명일지 몰라.”
아니 그게, 할 말입니까 어머니.
많은 수의 가족들, 일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래로 구멍이 숭 뚫려 있어 다소 위험하게 생겨먹은 집의 정원에서.
나는 툭 하고 떨어졌다.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이 빌어먹을 조인족 집단이 오랜 세월 기술을 잃고 떠돌면서, 이상한 사이비 종교 같은 게 생겨나서 인신 제사의 풍습이 만들어졌다는 게 사연의 전부다.
그렇게만 하면 영원 불멸의 부유섬이 될 거라는 어느 미치광이의 말이 관습이 되었고, 하필 우리 집안은 그걸 신봉하는 작자들이 몇 있었다.
그런 주도적인 흐름에 따라, 막내이자, 가장 작고 힘없고 모자란 내가 떨어져 나갔다.
딱히 어떤 언질을 주지도 않았다. 그냥 마당 딸린 집의, 2층 테라스에서 놀고 있던 나를 사람들이 우루루 들이닥치더니 휙 들어서 훅, 하고.
마지막에 들었던 목소리가 어머니의 그것이었고, 사람들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읽었다.
인신 제사라고는 하지만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었는지, 비인족들이 땅에 일을 보러 갈 때 쓰곤 하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내게 달아는 주고 던졌다.
다만, 우리 문명은 예전의 기술력을 잃어서, 땅에 볼 일을 한 번 보러가면 다시는 못 올라온다. 고도가 더럽게 높거든.
나는 곧이어 아득해지는 속도감을 느끼면서, 압력에 의해 정신을 잃어버렸다.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가운데, 희미한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펑.
긴급 낙하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소음이었다.
*
- 작가의말
흠
가벼운 무언가를
써보고자 하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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