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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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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28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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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3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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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185. 버로우Burrow

DUMMY

*


검은 구덩이. 주위가 모두 다 꽉 막힌 통로였다. 점액질의 무언가가 끈끈하게 묻어 있었고, 군데군데 내장처럼 보이는 기관 따위가 들어 있으나 전체적으로 길다란 통로이다. 뼈도 없는 그 살덩이, 근육으로 이루어진 외벽이었다.


거대한 몬스터 트럭의 그것처럼 지름이 큰 긴 굴. 생명체의 몸뚱아리 내부였고, 빛도 들지 않는 그 통로에 MP가 활발히 움직인다. 수백 여 미터 정도 되는 트랙에 구간마다 MP를 증폭시키고 컨트롤하는 기관이 있었다.


내장처럼 생기고, 포인트 지점을 뜻하는 듯한 기관에서 오래도록 묵혀 온 검은 용의 MP들이 타올랐다. 끝없이 샘솟아 소모된다. 진정한 의미로 끝이 없지는 않았다. 단지 지나칠 정도의 세월이 쌓여 검은 용을 죽이려 하는 사냥꾼들에게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한 번을 거진 죽여도 다시 살아나고, 다시 한 번을 죽여도 살아난다. 검은 용의 개체마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그 시간마다 축적한 MP의 양이 다시 다르다. 하나같이 끔찍한 수준의 재생력과 끈질김이라는 건 같았지만. 개중에서도 다시 급수가 나뉘는 것이다.


제냐 일행이 잡고자 하는, 검은 용은 불행히도 상당히 강한 녀석이었다. 대형종을 넘어 거대종에 속하기도 했고. 활화산처럼 솟는 놈의 MP는 아직 지칠 줄 몰랐다. 고작 4명의 딜러가 그 MP 활성화를 막고, 재생력을 최대한 억제시켜 HP를 깎아내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제냐는 장기전도 준비를 하고 있다. 한 번 시작한 전투이니 끝장은 볼 셈이었다. 설령 도중에 파티원들이 무슨 일이 있어, 몇 명은 로그아웃을 해봐야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정 안되면 어그로 담당이 남고, 나머지가 볼 일을 보고 들어오는 식으로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도 있었다.


몇 시간이 되고 반나절을 넘어간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않겠는가. 만일 플레이어가 직접 초래한 이런 토벌 사냥의 상황이 아니라, 시스템이 제공한 퀘스트 상황이었다면 자연스럽게 로그아웃을 할 수는 있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장기 퀘스트가 게임 컨텐츠로 들어가 있는 것이었고.

그게 플레이어들이 플레이하는 주된 컨텐츠이다 보니. 적절한 배려가 게임성으로 들어가 있는 편이다. 임시 AI가 플레이어 캐릭터를 대신 조작해서 상황을 주사위 굴리듯 해결해준다. 이전까지 유저가 발휘했던 게임 내에서의 퍼포먼스와, 가지고 있는 스펙의 수치에 따라 중간값 정도를 실력으로 잡는다.


그래서 연계 퀘스트를 해결할 때는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높여두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어려운 상황, 난적이 나와 그들과 싸워 이겨야 하는 점을 제외하고서도 말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플레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평판과 실력을 올려두어야 AI가 제대로 장애물을 넘어가는 법이었다.


그런 점에서 검은 용 살해자, 용 토벌자 따위의 희귀한 칭호들은 아주 중요했다. 그런 경험과 칭호가 AI 조종 상황에서 캐릭터의 한계 능력을 높여주니까 말이다.


다시 달리 말하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지금 제냐 일행이 도전하고 있는 토벌 자체가 말이다.


검은 용은 원래의 제 난이도를 다 보여주려는 듯, 신체의 내부에서 애를 쓰고 꿈틀거렸다.


검은 용의 MP는 그것의 피 색깔을 닮았다. 검붉은, 그리고 티도 잘 나지 않는 아주 짙은 초록색이 섞인. 상당히 불유쾌한 질감과 빛깔의 체액이다. 검은 용의 몸 속에서 그와 같은 빛깔의 힘들이 응집한다.

상당 부분은 재생에 투자를 해야 했다. 검은 용에게 타격을 주고 있는 사냥꾼들이 제법 매서웠기에 말이다.


그러나 재생의 일부를 포기하고서라도, 그리고 오래도록 모아온 MP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일이라 할 지라도.

검은 용은 공격을 준비한다.


하단부부터 시작된 에너지의 흐름 릴레이가 곧 아가리 근처에 닿았다.


용은 여전히 상반신을 꼿꼿이 세워, 하늘 위를 노려보며 춤을 추고 있었다.


릿샤가 몇 번의 헬파이어를 더 먹였다. 검은 용이 느끼기에, 자신의 HP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여겨졌다. HP라는 개념은 알지 못하지만. 대강의 체력을 인지하는 건 본능이다. HP로 바꿀 수 있는 MP의 양과, 재생력의 여분을 가늠한다.


재생력을 일부 포기했고, 들끓는 용암처럼 맹렬한 기세의 MP가 솟구친다.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는 것이었고, 일반적으로 사람이 거기서 나올 것이라곤 토사물 뿐이었다. 어떤 병이 있다면 토혈을 할 수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많이 겪는 건 고작해야 위액이나 음식물이리라.


검은 용은 보통이 아니었고, 이곳 역시 콘란드 세계다. 애초에 산맥의 내부를 파먹고 살아가는 거대한 벌레도 있을 리 없지만. 기왕 만들어진 판타지는 조금 더 비현실을 더한다. 용의 입에서, 그 색깔을 닮은 검은 톤의 MP가 결집해 튀어나왔다.


릿샤가 헬파이어를 만들어 쏘아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벌린 아가리가 숨결을 토해냈다.


MP라는 에너지가 만들어낸, 지독하게 강한 물리적 파괴력을 지닌, 뭐 그런 숨결이었다.


진짜배기 용종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용의 별명을 가진 몬스터가 드래곤 브레스Breath를 토해냈다. 선형의 기운이, 그 입으로부터 맹렬한 소리를 내며 쫙 뻗어나갔다.


검은 용은, 계속해서 알짱거리며 불덩어리를 쏘아대는 릿샤를 겨냥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검붉은 줄기가 그대로 직진하며, 삽시간에 릿샤가 있는 자리에 닿았다.


*


“이런,”


쉼표 다음에 올 말은 쌍욕이었다. 릿샤는 그만큼 급박하고, 당황스러워 했다. 검은 용이 브레스를 토해낸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보통은 이렇게 빨리 쓰지 않는다. 브레스는 검은 용이 자주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으니까.

거기에 자신이 이렇듯 데미지를 주면서 재생력을 빨아먹고 있다면 MP 낭비가 심해서, 더욱 그러하다.


이 순간에 브레스가 날아올 줄은 몰랐고, 생각보다 느껴지는 MP의 밀도와 기세가 대단했다.


그대로 자신을 넘어 하늘 저 위까지 뻗어나갈 듯한 검은 색의 발사체.


릿샤는 눈 앞의 시야를 가득 메우며 가운데에서 날아오는 검은 색을 보았다.


붉고, 자세히 관찰하면 녹빛조차 조금 섞여 있다. 어찌 되었든 예쁜 모습은 절대 아닌 것이, 지독한 마기를 풍기며 날아왔다.


그 속도가 빨라서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릿샤는, 그냥 거의 다 만들어진 헬파이어를 정면으로 날려 처박았다.


쾅!


하는,


단순한 글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음이 일어났다. 두 종류의 MP가 부딪히며 한 번 폭발했고, 그 열풍이 릿샤의 몸을 밀어낸다.


검은 용의 체급이 어마어마했기에,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MP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릿샤의 공격과 검은 용의 발사형 공격은 위력면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아직 다 완성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하나, 릿샤의 약식 헬파이어가 그대로 씹혀버렸다.


거대한 뱀이 작은 포유류를 한 입에 삼켜버리듯. 그대로 씹어 죽이듯 헬파이어가 무너진다. 그 뒤로, 릿샤는 바람의 술을 조작해 최대한 뒤로 제 몸을 옮긴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도달해버린 검은 용의 브레스가 릿샤의 바로 앞으로 지나갔고, 그녀가 만들어둔 MP적 보호막이 깨졌고, 달고 있는 아티팩트들도 비명을 지르듯 기능 이상이 생겼다. 오른 발의 끝이 조금 걸렸는데, 지독한 암기가 그 발로부터 스며드는 것 같았다. 릿샤는 해독과 관련된 스킬을 부랴부랴 사용했고, 자신의 MP를 발치로 몰아 최대한 초월 방어력을 높였다.


MP를 모아 집중시키는 건 공격이던 방어이던, 술사들의 싸움의 기초였다. 한 군데로 MP를 모으면 물리적인 충격에도 능히 대비할 수 있었고, 순수한 MP의 충격도 조금 더 견딜 수 있다.

더군다나 상당한 악의로 빚어진 스킬. 그러니까, 잘 정련된 상대의 공격 스킬이 추가적인 피해를 주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지속 데미지를 막는 셈이다.


릿샤는 그렇게 복잡한 방어 동작을 취하면서, 최대한 뒤로 멀어졌다.


검은 용은 피해 나가는 릿샤가 괘씸했는지, 들어올린 상태에서 뒤로 누웠다. 90도의 각도로 뻗어 올라왔던 상체가, 100도 혹은 110도 이상으로 눕는다. 그대로 아가리가 릿샤의 움직임을 따라갔고,


낭패다,


라고 여긴 릿샤는 측면 이동으로 다시 황급히 피한다.


순간적으로 여기자마자 릿샤의 몸이 빠졌고, 보호막이 한 번 더 스쳐서 깨졌다. 그녀의 MP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자신이 그러모은 MP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뭉텅이로 소멸되었다. 방어력을 더해주는 대신 손실이 났다. 제대로 공격을 해보기도 전에 손해를 봤고, 다시 한 두 개의 배터리 아티팩트가 꺼졌다. 잔량이 다한 것이다. 릿샤는 입술을 씹듯 물며 표정을 찡그렸다.


찰나의 순간에 수 미터, 그리고 수십 미터까지 이동하며 검은 선의 전진을 피한다.


그대로 뻗어 나간 물줄기처럼, 선형의 숨결파는 뒤로 넘어가 다시 카운트 산의 절벽을 때렸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절벽이었고, 가운데 부근에는 검은 용이 튀어나왔던 동굴의 구멍이 있다. 그 상단부를 쾅, 하고 때렸고, 절벽이 굉장한 소리를 내면서 크게 무너졌다.


검은 용의 브레스는 그 지점에서 더 이상 나오기를 멈춘다.


와르르르,


절벽의 일각이 다시금 붕괴하면서 산사태가 일어났다.


아마 카운트 산에 닿아있는 플레이어가 있었다면 죽었을 지도 모르는 변화였다.


여기서 사냥을 제대로 끝내지 않고, 나몰라라 도망가면 이제 사달이 나리라. 한 번 심기가 건드려진 검은 용은 완벽하게 무작위로 행동할 테였다.


평소에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며 암석을 부수어 먹던 놈이, 그대로 지표면 위를 달리며 산맥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홧김에 근처에 있는 인간들의 도시까지 먹어 치울지 몰랐다. 로키 시티. 데슈칸 산맥 초입에 있는 영지와 도시는 물론 강력한 유물 아티팩트와 마법사단, 기사단이 보호하고는 있었지만.


지금 제냐 일행이 잘못 건드린 보스 몬스터로 인해서 대단위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었다. 성벽의 일각 정도가 부서질 수도 있었고.


NPC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시뮬레이션 게임을 풀어가는 입장이다. 그런 식으로 쉽게 행동하다보면, 직접적인 악행이 아니더라도 악, 혼돈 성향의 수치가 많이 올라가리라.

게임 내에서 캐릭터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었다.


여기서 끝내는 것이 가장 좋다. 제냐는 그렇게 생각한다. 요동치는 검은 용의 몸뚱이였다. 제냐는, 흑색 장도와 비스트 슬레이어를 모두 용의 표피에 박아넣었다. 그리고 깊이 썬더 볼트를 토해낸다. 그러다가,


용의 몸부림이 지나치게 다이나믹해지자, 자신이 파낸 살점의 구덩이 속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표면에 붙어 있다가는, 용이 몸을 구를 때 땅과 부딪혀 찢겨나갈 판이었다.


호아킨의 경우에는 몸집이 커서 숨기가 어려웠다. 폼Form을 변화시키는 건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MP가 소모된다. 한 번 변신을 풀면, 다시 처음부터 스킬을 발휘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전력 소모였고, 한 번의 싸움에서 일단 완전 변신을 했다면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좋았다.


인간의 형태에서 완전 변신으로 옮겨 갈 때가 가장 많은 MP를 소모한다. 이미 변신한 상태에서, 다른 종류의 폼으로 바뀌는 건 생각보다 큰 소모가 아니다. 사자에서 늑대로, 늑대에서 곰으로 따위의 일 말이다.


호아킨은, 묘기를 부리는 서커스 단의 사자가 된 기분으로 움직였다. 입에는 거대한 배틀 엑스를 질끈 물었다. 그립을 감싼 천은 아주 단단히 묶었고, 또 특질의 것을 사용해서 쉽게 뜯기지 않는다. 보호구로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는 종류였다. 어지간한 명검이 아니라면 상처를 내는 것도 쉽지 않으리라.


다종의 인챈트가 들어간 아이템을 손잡이용 천으로 쓴 셈이다. 상당히 값비싸지만, 갈 필요도 없고 제 값을 한다. 입에 물 때의 감촉도 좋고, 쉽게 미끄러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서커스의 한 종류처럼, 거대한 공 위에 올라간 짐승마냥.

호아킨은 굴러가는 검은 용의 몸뚱이 위에서 신나게 스텝을 밟았다. 집중이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 검은 용의 몸이 포개어질 지 몰랐다. 주위를 잘 살피고, 기력 감지술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3차원적 데이터를,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게 난전 중에 상당한 도움이었다.


주변의 시야가 어떻게 변하던, 육체적 시각과 상관없이 머리 위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기력 감지술은 그와 같다. 3인칭적, 전지적 시점. 그 범위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눈돌아가는 환경 속에서도 시점에 적응만 한다면 안정적으로 극한의 속도를 내게끔 돕는다.


거대한 용의 몸뚱이가 뒤로 돌아, 접힌다.


릿샤는 허공 위에서 데미지를 입어 잠깐 전장의 바깥으로 빠졌다. 그녀의 몸을 침투해오는 용의 브레스를 물리쳐야 했다. 검은 용의 입장과 정반대가 된 셈이다. 용 역시 그녀의 MP로부터 공격력을 분해하고, 자신의 재생력을 끌어올려야 했었는데. 덕분에 소극적이 되었다가, 손해를 감수하고 공세를 취했더니 일단 원거리 딜러 한 명을 침묵시켰다.


라이엔과 최태현, 썬더스는 뒤로 뒤집힌 용의 배때기를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릿샤와 정확히 마주하는 방향에서 멀리 떨어진 허공이다. 최태현이 중얼거린다.


“백룡시.”


백룡각궁이라는 아이템을 얻어서 활용하고 있으니만큼, 새롭게 만들어진 스킬이다. 스킬은 이미 갖고 있는 기본 재료들을 엮어서 최고의 데미지를 만들어낼 때 탄생하기도 한다. 중첩 스킬과 비슷한 셈이다. 일반적인 스킬보다 유저가 짜낸 스킬들은 훨씬 더 어렵고, 개성이 넘친다. 시전 시간이 길거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대신 그만한 위력을 보장하기에 사용한다.


최태현 역시 기력을 그러모았다. 화살을 날리기 직전의 동작에서 멈추었다. 아까의 장력보다 더한 힘을 끌어내 당겼다. 백룡각궁이 뒤틀린 신음을 낸다. 끼리릭, 하고 여러가지 강력한 소재로 벼려진 활대가 운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다.

계속해서 부하에 부하를 걸었고, 어느 몬스터의 털가닥과 각종 섬유질, 광물질을 섞어 만든 시위도 울었다.


자철시는 한 번의 사격임에도 세 대가 걸려 있었다. 사이좋게, 나란히 위 아래로 걸린 자철시의 촉들이 검은 용의 드러난 배를 노린다.

어차피 산흙벌레였고, 놈의 몸뚱이는 크게 다른 부분이 없었다. 외피만을 봤을 때는, 꼬리와 대가리의 구분 정도만 있었지 배이든 등이든 강도의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일단 검은 용의 주의가 뒤쪽으로 넘어갔다는 게 중요하다.


적어도 MP라는 건 의지력에 의해서 움직이기에 말이다. 저것이 고등 생물은 아니었지만, 그 본능으로 MP를 움직인다. 산흙벌레의 주의력이 뒤쪽에 쏠렸다면 자연스럽게 배 쪽의 MP들은 약화되는 게 맞다. 그것이 생명체의 움직임이고, 정확하게 자신의 체표현 모든 부위에 완벽한 밸런스를 맞추는 기력술사는 드물다. 기계에 가까우며, 극도로 단련된 이들이 갖은 정신 집중을 통해 만들어내는 상태이리라.


그리고 또 그런 평형 상태가 그리 효율적일 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고 말이다. 어차피 제한된 MP가, 한계가 있다면. 공격이 들어오는 곳에 더욱 집중을 하고. 다시 공격을 할 때 타격 부위에 집중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적을 빠른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지금은 검은 용의 시선을 완벽하게 잡아둘 수 있는 훌륭한 사냥꾼들이 여러 명 있기 때문에 찾을 수 있는 빈틈이었다.


백룡시라는 건 스킬의 이름이었고, 날리는 화살의 종류와는 관계가 없다. 백룡각궁이라는 소재의 강력함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낸다.


자연물이라는 건 모두가 SP를 담고 있었고, 특별한 몬스터의 소체를 가지고 만들어진 각궁은 더욱 많이 품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자연력의 산물이라고 보아도 좋았다. 강력하게 응축된 물질이었고, 다만 그것이 귀신의 손아귀에 올라가 추잡하게 변했을 뿐이다. 에너지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몬스터는 아주 훌륭한 에너지원이었다.


듬뿍 담겨 있는 SP는 소재의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었고, 그걸 끄집어내어 속성 데미지를 추가하는 식이다. 초상술사는 아니지만, 기력술사로서 극도에 다다라가고 있는 자가 부리는 재주이다.

검술가이던, 궁술가이던 상관없다. 검신합일이라고. 이 경우에는 궁신합일일 거다. 자신이 다루는 도구의 호흡을 느낀다는 감각이다.


그 내면에 잠들어 있는 어떤 특별한 기운을 느낀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남들보다 도구를 더 잘 이해할 뿐이다. 어떤 이는 나뭇가지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지만, 장인의 심유한 이해력으로는. 가끔 그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을 뿐이다.

감각하지 못하는 세계를 이해하기에 장인의 행위가, 아무 도구로나 일을 벌이는 묘기처럼 보일 뿐이다. 그건 외형과 상관없는 사물의 본질을 고찰한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장인은 도구를 더욱 깊이 가린다.


먼지 쌓인 명검을 발견해 그것으로 돌덩이를 베는 것이다. 장인은 타고난 눈을 갖게 되고.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주변의 것들에 민감하다. 그제서야 간신히 일류라고 말을 할 만한 분야의 실력자가 되는 셈이다.

사람이 얼마나 빈약한 손을 가졌는지, 하루하루 여실히 깨달아가는 것이 어떤 분야에서 경지에 오르는 과정이다. 그런 마음가짐이 올바르다.

곧 분야 최정상에 오른 자는, 자신의 보잘것 없음을 아주 정확하게 깨닫는다. 가장 겸손한 이가 위에 오른다. 그 자야말로, 주변의 것들과 호응하는 완벽하며 조화로운 움직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타고난 관절과 체형을 무시하며 어떤 댄서가 완벽에 가까워질 수 없다. 자신의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서, 타고난 것들을 개발하고 보완하면서 올라가는 셈이다.


백룡각궁이라는 좋은 소재와, 도구는 최태현이 그런 길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충분한 고급품이었다.


한기가 내면에 서려 있다. 속성 데미지를 혼자서는 발휘할 수 없었지만, 백룡궁을 사용한다면 일부 끌어올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잠들었던 빙한의 기운이 최태현의 MP를 물들인다. 혼자서는 아무런 재능도 정보도 없었던 태현의 MP가, 백룡각궁의 오랜 SP들과 마주해 새로움을 겪었다.


주변의 성질에 따라가는 것이다. 태현의 MP가 급조적으로 훈련을 하고, 주변 병사들을 따라해 특수한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태현의 MP가 그 일에 점차 익숙해지고, 의지력이 올라온다면 한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초상술사들 못지 않은 탁월함을 보일 수도 있었다. 아직은 멀었다. 지금은 스크롤을 쏟아내는 것이 차라리 낫기는 하리라.


그러나 당장, 한 발에 실을 수 있는 최대한의 위력인 것은 사실이다. 써먹을 수 있는 수단은 모두 사용한다. 백룡시를 날려보낸 뒤에는 적절한 기회를 보아서 스킬 페이지들을 사용할 것이다. 찢고, 그 스킬을 구현하기 위한 MP를 재빠르게 수습해서 자신의 스킬 샷에 투입하면 된다.


주변에서 불러온 용병들을, 재주 좋은 지휘관이 빠르게 추슬러 본대에 합류시키는 일과도 비슷하리라.

일단 지금은, 자신의 병사들만으로 특수 작전을 시행한다.


백룡시에 걸린 세 대의 화살이 희뿌연 기운을 머금었다. 안개와 같은 것이 화살촉과 활대에 머물렀고, 마치 둘둘 감싸는 뱀, 혹은 비단처럼 근처에서 맴돈다.


태현은 자신의 기력을 가능한한 때려박았다. 의지력의 한계까지 말이다. 육체를 컨트롤하는데 사용하는 기력 역시 양을 늘렸다. 과소비,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지만, 강력한 기술을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면이다.


라이엔은 최태현이 무언가를 한다고 깨달은듯, 섣불리 썬더스를 이동시키지 않았다. 검은 용이 아까 전처럼 브레스라도 토해내려 한다면 당장 몸을 뺄 것이었지만. 아직은 아무 낌새도 없었다. 라이엔은 늘 그렇듯 몸을 앞쪽으로 납작 엎드려 기대고, 주변을 관찰하고 있었다. 브라운과 썬더스의 높은 시야가 라이엔의 눈이 되어주었다. 제 눈으로 바라보고, 기력 감지술도 적절히 섞어서 쓰고.


두 마리 새의 시각까지 공유하여 느끼면서. 라이엔은 제 나름대로 전장을 통제한다. 관측을 하고, 적절히 움직이는 셈이다. 그녀가 다룰 수 있는 MP나 물리력의 양이 그리 크지 않아서 겉보기에 화려하도록 드러나는 역량은 아니다. 그러나 있어야 하는 장소에 동료를 데려다 주고. 자신이 대기를 하고. 또 움직일 만큼만 움직이는 건 전장 전체로 봤을 때, 아주 큰 지원이자 그것만으로 든든한 도움이었다.


제냐와 태현, 호아킨 등은 확실히 라이엔이 생각 이상으로 잘 움직여줘서 편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었다. 릿샤는 아까까지 그런 점을 느꼈으나, 지금은 MP를 돌리며 상처를 회복해내려고 애를 쓰느라 다른 생각이 들 여유가 없었다.


멀리서 고생하는 릿샤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최태현은 스킬 샷의 차지를 최대한 길게 끌었다. 충분한 에너지가 모였고, 거기에서 조금 더 사용한다. 태현의 MP들이 요동친다. 평범한 궁술에 들어가기에는 과량의 MP였다. 조준이 불안정해진다면, 결국 궁술을 하는 의미가 퇴색되는데 말이다.


그 아슬아슬한 선에서 태현은 정확히 멈추었다. 그의 뛰어난 궁술 스킬로 탄착지를 제어해낼 수 있는 만큼까지.

웅웅거리면서, MP들이 운다고 느껴진다. 라이엔 역시 초상술사의 한 갈래로, 주변의 MP 흐름을 느끼는 건 잘 하는 편이었다. 그녀는 오싹한 한기가 뒷덜미를 쓰다듬는다고 생각한다. 태현이 어떤 스킬을 쓰는 지는 모르겠으나 강력하리라고 여겼다. 썬더스는 천천히, 허공에서 날갯짓을 치고 자신의 MP를 소모해가며 최대한 움직임을 줄였다. 허공에 가만히 떠 있는 것은 UFO나 비슷한 움직임이기는 하다만. 적어도 그와 비슷해지려고 최대한 노력은 한다.


일반적인 거대 조류로서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멈춰 있었다. 허공에 멈춰있는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번거로운 일이었다. 중력 에너지에 반발하면서, 과하지 않은 힘을 쓰거나 혹은 과한 힘으로 자신을 고정시켜야 했으니 말이다.


썬더스가 퍼드덕 거릴 때마다 조준점이 아주 조금씩 바뀌었다. 적어도 수십 센티 미터 이상은 위 아래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의 뛰어난 궁술 솜씨가 미묘하게 자세를 바꾸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최태현은 때가 왔다고 느꼈고, 그건 최초에 백룡시를 쓰기 위해 시위에 화살을 걸었을 때로부터


약 삼십 여 초가 지난 다음이었다. 상당히 빠른 페이스였고, 그게 궁술가가 원거리 딜러로서 갖는 역할과 위치였다. 초상술사처럼 긴 딜레이 타임을 갖지 않고, 빠른 템포의 공격들을 계속해서 연이어 갈겨주는 것.

상대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미리 먹여 두었던 치명적인 데미지들이 회복되지 않고 계속 누적되도록 하는 역할이다. 주역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도 필요한, 유지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최태현은 입술이 비틀리도록 하얀 톤의 굵은 시위를, 당겨 갖다 대었다. 세 대의 화살이 그 다음 순간, 시위가 줄어듬과 함께 날았다.


키릭거리며 내구성의 한계를 슬슬 알리는 듯 소리를 내던 백룡궁이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을 찾았고, 그 직전에 최고조의 에너지를 쏘아냈다.


화살은 밀리는 힘을 받고 허공을 날았고, 그 위에 밀도 높게 뿌려지고 스며들은 MP가 화살의 비행을 조종한다. 아름다운 궤적을 세 대가 모두 그리며 찰나의 시간차를 두고 난다. 검은 용의 대가리는 여전히 뒤를 향했고, 슬슬 넘어지고 있었다. 호아킨은 위를 바라본다. 벌레의 몸뚱아리 위에서 말이다.


하늘을 뒤덮는 듯한 거대한 그림자가 먼저였고, 백 수십 미터 정도 올라갔던 거대한 건축물이 쓰러지는 듯한 광경을 목격했다. 냉큼, 사자는 도끼를 문 채로 옆으로 날았다. 데슈칸 산맥의 카운트 산. 남부면을 마치 비호처럼 날아갔고, 용의 몸으로부터 올 지진의 충격까지 대비했다.


기력술을 돌리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주먹을 맞기 전에 자기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을 주고 경직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에 반해, 기력 감지술로 주변 상황 변화에 집중한다. 땅이 부서지고 떨릴 때, 타이밍에 맞춰 공중으로 뛰어야 한다. 지진에 휩쓸릴 수는 없었다.


제냐는 더욱 더 안쪽으로 깊이 파고들어갔다. 두 자루의 검을 든 검사는 검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푸르게 빛나는 완성적 검기가 검은 용의 몸 내부를 파헤친다.


플레이어들의 시선으로는, 빛의 입자가 흩뿌려지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적 시선과 연출을 보여준다면 검붉은, 진득한 액체였지만 말이다. 제냐는 빛나는 공간 내부로 계속해서 들어갔다. 눈이 아프지는 않았다. 그런 색감을 표현할 뿐이고, 직접 마주하면 그 광량은 생각보다 격렬하지 않다. 눈을 보호하는 막이 하나 쳐져 있는 느낌이다. 플레이어들이 느끼기에, 정확하게 그 색깔만 그렇게 보인다. 과도하게 눈앞에 들어오면 명도가 톤다운이 되어 눈을 찌르지 않게끔 말이다.


제냐는 빛무리의 속에서 몸을 최대한 웅크린다. 그것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몬스터 트럭만한 굵기라고 한다면, 중심부까지 상당히 파고들어야 했다. 거진 2층짜리 건물만한 길이를 파헤쳐야 했으니 말이다.


두 자루의 검은 삽도 아니었건만. 땅은 아니고 검은 용의 살더미를 갈라 주인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제냐는 어느 정도 심도 있게 들어가서 멈춘다. 거기서 기력을 돌렸고, 두 자루의 칼을 베어 들어간 틈새와 수직 방향으로 찔러 넣는다. 살더미에 칼을 넣고, 버틴다. 기력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보호막의 수단으로도 쓰였고, 동시에 버티어 선 자리에서 빠지지 않게끔 붙어 어ᅟᅵᆻ는 용도로도 쓰인다. 접착력이 필요한 법이었다.


제냐는 충격에 대비했고, 감지술 역시 발휘한다. 현재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검은 용이 트위스트를 추었다. 순식간에 회전이 시작되었고, 몇 바퀴가 돌아간다. 세상이 뒤집히는 듯했지만, 그 다음 순간에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몇 바퀴만 돌다 보면 어디가 위이고 아래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게끔 된다.


그것 때문에 기력 감지술이 필요했다. 극한의 혼란과 어지러움이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3인칭의 시야로 자신의 위치와 자세를 파악할 수 있다면 정신적인 혼란은 확실하게 줄어든다. 캐릭터의 평형감각은 순발력이 올라가면서 강화된다. 물리 스탯들은 단순히 근력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전체적인 신체 기관들의 능력을 상승시킨다.


거기에 더해, MP가 체내에 흐르게 되는 기력술은 강화와 동시에 자극을 반복했다. MP가 몸의 각 부위의 안팎을 감싸고, 강한 파괴력을 낸다면. 당장 몸은 부서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최소한의 충격과 자극은 받게 된다. 기력술을 사용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물리 스탯이 절대적으로 따라가주어야 올바른 위력을 낼 수 있었다.

그런 자극을 반복하다 보면, 그 자체로 고련이 되어서 물리 스탯들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기력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니 MP 사용에 따른 의지력 증가와, 정신력 계열 스탯들의 증가 효과도 도모할 수 있었고.


직전 레벨에서의 가상 점수(Imaginary Point)는 이번 레벨 구간에서, 모조리 정신력에 때려 박았다. 일단 기력이 받쳐준다면, 조금 더 고강도의 전투를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몸의 외부를 감싸는 보호막이 되기도 하고, 상대의 갑주를 잘라내는 칼날이 되기도 한 힘이다. 근력을 비롯한 물리적 스탯들은, 기력이 이끄는대로 강력한 적에 맞서 싸우다보면 알아서 늘 것이란 계산이었다.


그만큼 험한 전투를 반복하겠다는 뜻이었고, 까딱하면 게임 오버가 목전에 닿게 되는 난적들만을 잡겠다는 의미였다.

레벨이 올라가면서 몸을 사리게 되는 플레이어가 있고, 도리어 더욱 도전적으로 구는 유저들이 있었다. 리스크를 즐기는 모험가들이 있었고, 최하로 만들기를 갈구하는 안전주의자들이 있는 법이다. 제냐는 중간 지점이었지만, 굳이 따진다면 전자이다. 거기에 그럴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극도의 리스크 역시 추구할 수 있었다.

고작해야 게임이지 않은가.

고작 게임에 많은 진지함과 열정을 투입해 즐기고 있는 것이었지만. 다시 말해서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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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202. 방패, Shield 24.01.07 21 1 14쪽
202 201. 짜증 24.01.07 16 1 24쪽
201 200. 공습 24.01.06 18 1 22쪽
200 199. 필멸창 24.01.06 12 1 20쪽
199 198. 둘러 앉아서 24.01.05 19 1 14쪽
198 197. "…시작인가?" 24.01.05 18 2 23쪽
197 196. 띄어쓰기 24.01.05 16 2 15쪽
196 195. 호아킨은 웃었다. 24.01.05 11 2 11쪽
195 194. 귀퉁이 24.01.03 1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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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191. 터뜨리다. 23.12.20 21 2 13쪽
191 190. 턱 밑에서 23.12.19 16 2 16쪽
190 189. 검은 선 23.12.19 14 2 17쪽
189 188. 지난한 과정 23.12.19 14 2 16쪽
188 187. 진검기眞劍氣 23.12.18 20 2 26쪽
187 186. 블러디 아이시bloody icy 23.12.13 20 2 21쪽
» 185. 버로우Burrow 23.12.13 15 2 29쪽
185 184. 준비 23.12.12 17 2 29쪽
184 183. 원거리 딜링Dealing 23.12.07 17 2 15쪽
183 182. 초토화 23.12.07 14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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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180. 낙하의 순간 23.12.03 15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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