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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의 노래

수호자의 노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정상호
작품등록일 :
2020.05.04 01:40
최근연재일 :
2022.03.19 23:5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3,548
추천수 :
125
글자수 :
397,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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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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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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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6쪽

오렌지빛 호수 (5) 린

DUMMY

의사당의 내부는 높고 광활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놓인 수많은 의자에 린은 감탄을 내뱉었다.


“도이니아르의 기사단 분들이시죠?” 의사당의 사용인이 물었다.


린이 레이지를 대신해 대답했다. “예, 맞아요.”


사용인은 공손하게 절했다. “저쪽에 의자가 딸린 책상으로 가시지요.” 사용인이 오른편의 자리를 가리켰다. “저쪽이 도이니아르 분들의 자리랍니다.”


“고맙소.” 레이지는 평소와 다르게 진중하게 대답했다.


레이지는 먼저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린은 조용히 기사단장의 뒤를 따르며, 주변을 살폈다.


이미 의사당에는 수많은 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린의 눈에 익은 얼굴은 전혀 없었다.


의자가 딸린 책상은 모두 아홉 개가 있었다. “이곳이 우리 자리인가 봐요.” 린은 레이지에게 말하며, 깨끗하게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마련된 아홉 개의 책상에서 린은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그 자리는 기사단을 위해 준비된 자리였다. 산맥 너머의 제국은 아홉 대륙을 정복하면서, 편리한 통치를 위해 기사단을 설립했다. 물론, 싸우지 않고 제국의 발밑에 들어간 난쟁이 연맹이나 카민 연합과 같은 곳에는 기사단이 없었다.


오보이 기사단의 의석에 앉은 린은 의사당의 주 무대를 바라보았다. 무대의 한가운데, 가장 높고 위대한 자리에는 프레이의 옥좌가 있었다. 옥좌로 이어지는 계단 바로 앞에는 단상이 있었다. 그 단상은 의사당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자리였다.


그 단상 아래에는 아홉 개의 자리가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제국의회의 장관들을 위한 자리였다. 아직 개회하기에 이른 시간이었지만, 벌써 아홉 개의 자리는 조금씩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린은 그들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얼굴이 있었다. 그는 마치 온몸에 먹을 끼얹은 듯, 짙은 천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얼굴의 절반을 새까만 가면으로 뒤덮고 있었는데, 반대편 얼굴을 소름 돋을 정도로 새하얬다. 얼굴에는 볼살이 없어, 광대가 튀어나오려 했다. 린은 자칫 초점 없는 초록빛 눈동자와 눈을 마주칠 뻔했다. 린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피했다.


레이지가 물었다. “왜 그래?”


“아뇨.” 린은 고개를 수차례 저었다. “별일 아니에요.”


“그러면 다행이고.” 레이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 투덜댔다.


린은 레이지의 옆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하나둘씩 의사당의 의자들은 제 주인을 찾아가고 있었다. 의사당에 모인 이들의 얼굴색은 다양 각색이었다. 산맥 아래에서 볼 수 없었던 머리 색깔과 눈동자가 가득했다.


그러다, 린은 오른편에 시선이 꽂혔다. 다른 기사단 의석에 웬 꼬마가 홀로 앉아있었다. 소년의 피부는 구릿빛이었고, 눈동자는 붉다 못해 빨갰다. 탱탱한 볼살과 검은 머리카락 덕분에 더욱 앳되게 보였다. 옆에는 어울리지 않게 엄청나게 큰 검이 놓여있었다.


린은 신기함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자, 레이지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히슬렌트 기사단의 단장이야.”


“···예?”


“듀마르 엘 디나스. 꼬마처럼 보여도 꽤 나이를 먹은 늙은이라고. 뭐 때문에 저런 꼴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레이지는 특유의 귀찮은 듯한 말투로 말했다.


“흐음···.” 린은 살짝 흥미가 생겼지만, 이내 생각을 거뒀다.


린은 히슬렌트 기사단 의석 너머로 다른 의석을 살폈다. 듀마르 엘 디나스가 자리한 의석 바로 너머에는 덩치 큰 사내가 앉아있었다. 산맥 너머의 복식을 갖춘 사내는 머리카락은 아름답게 은색으로 빛났다. 그러나 각지고 살이 없는 얼굴은 그와 대비되어 섬뜩하게 보였다.


린은 그 사내의 출신을 추측할 수 있었다. 사내의 행색은 지난날, 산맥 아래를 찾아왔던 정복자와 닮아있었다. “저분은 황족이신가요?” 린이 레이지에게 물었다.


레이지는 몸은 엎드린 채 고개만 들었다. 그리고 린이 가리킨 곳을 보며 말했다. “···어. 맞아. 테데르탈드 기사단의 토렌 마이아르 공이야. 폐하와는 사촌 관계고.”


“그렇군요···.” 린은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린은 재차 토렌 마이아르를 쳐다봤다. 올곧게 뻗은 자세에서 왠지 모를 기품이 느껴졌다. 린은 정복자 이외에는 다른 황족을 본 적은 없었지만, 황족의 기품을 이해할 수 있었다.


린은 토렌 마이아르 너머로, 다른 의석을 살폈다. 아직 비어있는 기사단 의석이 여러 군데 있었다. 의사당에 거의 끝자락에 붙은 의석에는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그도 토렌 마이아르와 마찬가지로, 은발을 가진 사내였다. 테데르탈드 기사단장보다는 훨씬 덩치가 작았다.


“그자는 브룬탈드 마이아르. 데네르의 기사단장이지. 토렌 마이아르처럼 그도 황제의 사촌이야. 선황 게드브렌트의 막냇동생인 루다인의 아들이지.” 레이지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웬일로 말씀이 많으시네요.” 린은 작게 웃었다.


“칫. 시끄러워.” 레이지는 툴툴거리며 다시 무대로 고개를 돌렸다.


린도 레이지를 따라 다시 무대를 쳐다봤다. 이제, 비어있는 자리는 하나도 없었다. 엄숙한 아홉 개의 자리에 앉은 이들은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 꽤 많네···.” 레이지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린도 따라서 혼잣말을 하듯 말을 걸었다. “저에게는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인걸요.”


“재무장관이 바뀌었다는 소리는 들었었지만, 새로운 얼굴이 하나 더 늘었는걸···.” 레이지는 흐느적거리며 말했다.


“재무장관이요···?” 린이 물었다.


레이지는 엎드린 채 집게손가락을 펼치며 누군가를 가리켰다. “저기 가면 쓴 놈 보이지? 가면을 쓴 독특한 사내가 새로 재무장관이 됐다고 소식을 들었었거든. 이름이 뭐였더라. ···그래. 게르한. 게르한 발루케.”


“···특이한 이름이네요.” 린은 가볍게 맞장구쳤다.


레이지는 말을 이어갔다. “그 밖에 얼굴들은 몇 번이나 본 적 있지만, 저 얼굴은 처음이야.” 레이지의 손가락은 어딘가에서 멈췄다. 린은 그 손가락의 끝을 따라갔다.


손가락의 끝에는 어느 사내가 앉아있었다. 덥수룩한 붉은 머리에는 새치가 섞였다. 흐릿한 눈동자에는 희미한 붉은빛이 겨우 보였다. 얼굴에는 볼살이 겨우 붙어있었다.


린은 겉보기에 아름다운 옷을 걸친 사내를 보며 레이지에게 물었다. “저분은 누구인가요? 고귀한 출신 같은데요.”


“잘 모르겠는걸. 기억에 없는 얼굴이야. 뭐, 저 자리는 대장군 자리니. 새로운 대장군이겠지.”


“대장군이요?” 린이 물었다.


“응. 예전에는 저 자리에 덩치 큰 호랑이가 앉아있었거든. 워낙 인상에 남아서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지.”


“호랑이가 앉아있었다고요?” 린은 화들짝 놀랬다.


“모한 바르도나. 하얀 호랑이 부족의 우두머리인 사내야. 황제의 수호기사였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저기 대장군 자리에 앉아있었지. 너만 한 자식도 같이 있었었는데. 하지만 지금 없는 거 보면, 모종의 이유로 교체된 모양이네.” 레이지가 말했다.


레이지가 말을 마칠 무렵, 때마침 회의가 시작되려 했다. 아홉 자리의 가장 오른편에 앉은 사내가 일어났다. 고운 천으로 만든 옷을 걸친 사내는 앞에 앉은 이들 중 가장 어려 보였다. 그는 천천히 단상으로 걸어왔다.


단상에 선 사내는 목놓아 외쳤다. “아홉 대륙의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본 회의의 진행을 맡은 황실집사 솔람이라고 합니다. 우선 진행에 앞서,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려 합니다. 어떤 양해를 구하려는지는 본인께서 직접 설명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아홉 신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프레이루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솔람은 소리높여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뒤이어 어느 여성이 단상으로 올라갔다. 린이 보기에도 아름답게 보이는 그 여성은 새빨간 머리카락을 자랑했다. 고귀한 옷을 걸친 그녀는 단상에 손을 올리고 말을 시작했다.


“아홉 신의 이름으로. 아홉 대륙의 재상들과 기사단, 그리고 수많은 영주 여러분 반갑습니다. 방금 소개받은 에이샤 마이아르입니다. 아실 분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제국의 황후입니다. 저는 황후로써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숨을 골랐다.


“폐하께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셨습니다. 참으로 애석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회의가 올바르고 공정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황후로써 황제를 대리하는 섭정으로 꽤 시간을 보냈습니다. 본 회의에서도 제가 섭정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우선, 동의를 구합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단상 아래에 있던 솔람이 그녀의 말을 거들었다. “혹여 반대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의사당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반대를 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황후는 가볍게 인사했다.


다시 의사당에 활기가 돌아오자, 린은 레이지에게 물었다. “어째서 황후께서 저런 걸 일일이 물으시나요? 산맥 너머의 황제라면 상관없지 않나요?”


“아홉 대륙을 정복한 제국이라기에는 이상하게 느껴지기는 하지.” 레이지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름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 제국의 기틀을 만든 이는 목 상국이라는 자였더랬지. 폐하는 상국을 아버지라 부르며 따랐고. 그러니, 지금의 저런 절차들은 그 상국이 남긴 유산이라는 거야.”


“유산이라는 건···.”


“그래. 꽤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야. 나도 이름만 들은 사람이지.” 레이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무대로 시선을 옮겼다.


어느새 단상에는 다시 솔람이 올라와 있었다. “···태초의 프레이가 프레이루엘에 입성한 지, 올해로 990년째입니다. 그리고 브렌티르멜 폐하께서 21세의 나이로 제위에 오르신 지 33년째 되는 해이고, 아홉 대륙에 평화가 찾아온 지 15년째 되는 해이지요. 서론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그만 개회하도록 하지요.” 솔람이 말을 마치고 단상에 있던 의장봉을 몇 차례 두드렸다. 의사당에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박수가 멎어 들자, 솔람은 다시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우선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새로운 장관들을 소개하지요.” 솔람은 손날을 펼치며 아홉 자리의 이들을 가리켰다. “먼저, 대재상 론헤스 트리할트 공입니다. 지난번 회의, 그러니까 981년 불의의 사고로 전사하신 티룬할 하인쿠르드 공의 후임이지요. 또한, 재무장관이었던 페트리반 공의 장남이기도 하지요.”


소개를 받은 론헤스 트리할트 공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짧은 박수가 이어졌고 멎었다. 다시, 솔람이 말을 이어갔다.


“다음으로, 재무장관 게르한 발루케 공입니다. 전임 재무장관이셨던 페트리반 트리할트 공께서 지난 985년 사임을 표하시고 고향으로 돌아가셨고, 우리 장관들은 새로이 게르한 발루케 공을 재무장관으로 임명했습니다.” 역시 소개를 받은 게르한 발루케 공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분 나쁜 가면을 쓴 사내가 일어서자, 잠시 의사당의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무거운 공기는 박수 소리에 뒤덮였고, 게르한 발루케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마지막으로, 대장군 자리입니다. 앞서 두 분과 달리, 대장군 자리는 올해 갑작스럽게 공석이 되었지요. 전임 대장군이셨던 모한 바르도나 공께서 갑작스레 귀향하셨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새로이 대장군을 선임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아실 분이 있으시리라고 믿습니다. 하인델 다이아르 공.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하인델 다이아르라고 소개받은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전 레이지가 가리켰던 사내였다.


“아홉 신의 이름으로. 반갑습니다, 여러분. 소개받은 하인델 다이아르입니다.” 사내의 목소리는 의사당에 크게 울려 퍼졌다. 핼쑥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저는 섭정 황후 마마의 추천으로 대장군 후보가 되었고, 이후 만장일치로 대장군이 되었습니다. 마이아르의 관리자에 불과한 저를 대장군에 앉혀준 것은 제 가문의 후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기실 분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그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훌륭한 대장군이 되겠습니다. 아홉 신의 이름으로. 멜리시아의 이름으로. 감사드립니다.” 의사당에 또다시 박수가 울려 퍼졌다. 하인델 다이아르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괜찮은 연설이었네요.” 린은 레이지를 보며 말했다.


레이지는 지루한 듯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응? 어, 그래.”


“너무 건성이시네요.” 린은 뺨을 부풀리며 대답했다.


어느새 솔람은 진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럼 간단한 소개도 끝났으니, 간단한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죠. 아홉 대륙 각지의 재상과 관리자 여러분. 아홉 대륙 각지의 논의할 소식이 있다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발언해주세요. 첫날이니 그리 무거운 주제보다는 가볍고 간단한 주제부터 처리하도록 합시다. 우선, 새로이 대장군이 되신 하인델 다이아르 공의 영지가 마이아르였으니, 마이아르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공.” 하인델 다이아르 공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폐하의 성은 덕분에, 마이아르는 지난 수십여 년간 험한 전쟁이나 재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저도 지난번 회의에는 대리인을 보냈었지요. 아무튼, 마이아르에는 그다지 이렇다 할 주제가 없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했던가요. 이만,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하인츠 공.” 솔람이 하인츠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다시 청중을 향해 말했다. “그럼 마이아르의 영주 중에서, 논제를 꺼내실 분은 없으신가요?”


린은 주변을 살폈다. 조용한 무리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솔람이 그 사내를 지목하자, 사내는 천천히 무대로 나왔다.


그 소년의 얼굴은 아직 앳되어 보였다. 그럼에도 모두의 이목을 끄는 얼굴이었다. 아름다운 금발은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얼굴과 잘 어울렸다. 고급스러운 황금실이 박힌 옷은 무척이나 호화스러웠다.


단상에 올라선 소년의 목소리는 의외로 굵었다. “아홉 신의 이름으로. 반갑습니다, 여러분. 제 이름은 웨드보르 몬디리스. 한때 이름을 날렸던 마이아르의 기수인 토바르곤트 몬디리스의 적자입니다. 저희 가문인 몬디리스 가문은 마이아르의 작은 성인 하인글라우를 본성으로 두고 있습니다. 전 성주였던 선친께서는 제가 어렸을 때 에르칼의 곁으로 가셨습니다. 그렇기에 기수였던 나르다인 경을 후견인으로 삼으셨었지요. 그러나 저는 곧 성인이 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정식으로 성주가 되기 위해, 폐하의 허락을 구하러 왔습니다.” 소년의 말투에서는 기품이 흘러나왔다.


“정말 심심풀이로 알맞은 주제네.” 레이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러면서 레이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린은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어디 가세요?”


“잠시 바람 좀 쐬고 올 테니까. 나 대신 잘 듣고 있어.” 레이지는 짧게 대답하고 의사당 뒷문으로 걸어나갔다.


린은 한숨을 쉬며 다시 무대를 주시했다. 어느새 황후 섭정이 단상에 자리했다.


“잘 알았습니다. 웨드보르 몬디리스. 폐하를 대신하여, 웨드보르 몬디리스의 하인글라우 계승을 윤허합니다.” 에이샤 마이아르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후 지루한 회의가 이어졌다. 린은 거의 잠결에 회의를 들었다. 포르실나스에서 온 주교 차림의 관리자는 거미 괴물에 관하여 역설했고, 데네르와 테르훈트의 영주들은 잦은 도적들을 막기 위한 제국군의 파병을 요청했다.


지루한 회의가 끝날 때까지 레이지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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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마지막 장작 (2) 린 21.08.07 18 1 7쪽
72 마지막 장작 (1) 에리크 21.07.17 17 1 7쪽
71 안개빛 희극 (9) 카이 바르도나 21.06.19 33 0 8쪽
70 안개빛 희극 (8) 하인츠 21.05.29 28 1 7쪽
69 안개빛 희극 (7) 린 21.05.15 23 1 8쪽
68 안개빛 희극 (6) 글라드 21.05.01 25 1 7쪽
67 안개빛 희극 (5) 아라기 21.04.10 39 1 8쪽
66 안개빛 희극 (4) 하란 21.03.20 138 1 9쪽
65 안개빛 희극 (3) 에리크 21.03.13 78 1 7쪽
64 안개빛 희극 (2) 카이 바르도나 21.02.27 55 1 7쪽
63 안개빛 희극 (1) 하인츠 21.02.13 58 1 7쪽
62 업의 그림자 (9) 에리크 +1 21.01.30 75 2 9쪽
61 업의 그림자 (8) 린 21.01.16 67 1 8쪽
60 업의 그림자 (7) 하란 21.01.02 61 2 8쪽
59 업의 그림자 (6) 하인츠 20.12.26 103 2 8쪽
58 업의 그림자 (5) 아라기 20.12.19 116 2 8쪽
57 업의 그림자 (4) 린 20.12.05 44 2 10쪽
56 업의 그림자 (3) 프리아 20.11.28 52 2 8쪽
55 업의 그림자 (2) 하인츠 20.11.21 36 2 14쪽
54 업의 그림자 (1) 에리크 20.11.14 44 2 8쪽
53 백야 (9) 어린 소년 20.11.07 69 2 7쪽
52 백야 (8) 하인츠 20.10.31 55 2 10쪽
51 백야 (7) 글라드 20.10.24 24 2 10쪽
50 백야 (6) 장소윤 20.10.17 22 2 13쪽
49 백야 (5) 카이 바르도나 20.10.10 23 2 7쪽
48 백야 (4) 에리크 20.10.03 25 2 10쪽
47 백야 (3) 아라기 20.09.26 27 2 8쪽
46 백야 (2) 하인츠 +1 20.09.19 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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