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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님의 서재입니다.

A급 헌터가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검미성
작품등록일 :
2024.05.23 21:16
최근연재일 :
2024.07.03 00: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946,762
추천수 :
38,777
글자수 :
248,440

작성
24.05.28 00:01
조회
27,935
추천
1,110
글자
13쪽

바위 정령 - [3]

DUMMY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성문영이 고함질렀다.


“존나 잘 싸운다 씨발! 그대로 죽여버려요!”


물론 그러려는 중이다.


‘쾅!’ 힘껏 망치를 내리친 뒤 내 몸이 흔들렸다. 내가 올라탄 정령의 어깨가 심히 들썩인 탓이다.


뒤이어 정령의 어깨가 폭발했다. 날 향해 산탄이 쏟아졌다. 수류탄 파편처럼 비산하는 콘크리트 조각과 자갈들, 언뜻 느끼기에도 탄속이 무지막지했다.


환각에서 정령은 이런 식으로 성문영의 온몸에 구멍을 뚫어 죽였을 것이다.


피하기엔 너무 빨랐기에 팔로 얼굴만 겨우 가렸다. 다음 순간 온몸에 산탄이 박혔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산탄이 신체강화자의 근육을 깊숙이 뚫어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상관없다.


돌조각이 박힌 살들에서 통증이 번졌지만 이내 아드레날린이 그 모든 통증을 날려 보냈다.


살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의 걸쭉함도 순식간에 잊혔다.


놈이 무슨 짓을 하든 슬레지해머를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이미 놈의 머리통은 사라진 지 오래다. 망치질 한 번마다 놈의 상체를 조각내고 분쇄했다.


또 한 번 망치를 내리치던 중에 정령이 발악했다. 내 시야를 가득 채울 만치 거대한 손이 날 낚아채려 했다.


물론 그 거센 손짓은 내가 있던 장소를 스칠 뿐이다.


“오!”


공간이동 하여 정령의 뒤에 선 나는 다시 드러난 놈의 오금을 두들겼다. 아까 부숴놓았던 놈의 오금은 잠깐 사이 꽤 복구되어 있었지만 망치질 두 번을 버틸 만큼은 아니었다.


‘쾅!’ 이제야말로 완전히 분쇄했다. 한쪽 다리를 잃어 기우뚱하는 놈의 등을 발로 밀어 쓰러뜨렸다.


그리하여 노출된 등짝을 강하게 후려쳤다. ‘쾅!’


이제 놈은 한쪽 다리도, 머리통도 없다. 등짝에는 큼지막한 금이 갔고.


물론 그것만으로는 죽을 괴물이 아니다. 주변의 돌조각들이 놈의 파괴된 부위에 자석처럼 달라붙는 게 보였다.


학원에서 가르치길 정령들은 신체 손상을 주변 물질을 통해 쉽게 복구할 수 있다고 했던가.


그 복구를 못 하게 하는 방법도 같이 배웠다. 복구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파괴하기.


“와!”


아까부터 계속 사방에서 감탄인지 안도인지 모를 함성이 들려온다. 비명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 어느 쪽이 압도하고 있는지 모두의 눈에 보이는 모양이지.


또 한 번 망치를 들어 올린 다음 온 힘을 실어 내리쳤다.


「하지 마!」


정령이 쓰러진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그 덩치와 무게에 걸맞지 않은 민첩한 동작이 놀라웠다.


하지만 소용은 없다. 놈이 도망친 그곳으로 공간이동 하며 망치질을 완성했다. ‘쾅!’


헛손질은 없다. 결코.


「떨어져! 떨어져, 못 배운 인간아!」


정령의 돌덩이 몸체는 이제 균열을 견디지 못했다. 정령이 발악하듯 몸을 뒤틀자 몸체 절반이 무너져 내렸다.


이쯤 되니 눕혀진 채로도 균형을 잡기 어려운 모양이다. 정령은 고개만 날 향하더니 우악스럽게 주먹을 뻗어왔다.


과연, 여전히 그 근력은 살인적이다. 공기 갈라지는 소리가 북 터지는 소리를 동반했다.


당연히도 그 주먹질이 내 머리를 터뜨리진 못했다. 이번에도 나는 망치를 내리치며 공간이동, 놈의 팔이 닿지 않을 장소에서 망치질을 마쳤다. ‘쾅!’


동작 먼저 하고 공간이동 하고서 동작을 완료하는 일련의 절차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쉽다. 어째서?


난 원래 이렇게 공간이동을 잘 다루지 못했다. 꾸준히 연습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며칠 배워서 겨우 젓가락질하는 법을 알게 된 미국인에 비할 수준이었지 아마.


이것은 불과 몇 분 전, 꿈속에서 가져온 솜씨였다. 그러니까 꿈속의 내게서.


꿈속의 내가 곧 환각 속 나인가? 아니다. 그놈에겐 이 정도의 솜씨가 없었다.


아마도 그보다 미래의 내게서······.


덕분에 지금의 나는 환각 속 나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 근육량만 해도 그렇다. 환각 속 나도 꾸준히 단련했지만 이 정도로 폭발적인 근육을 얻지는 못했다.


관절 가동범위를 위협할 만큼 부풀어 오른 근육으로 망치를 또 한 번 내리쳤다. ‘쾅!’ 돌조각이 폭발하듯 튀더니, 놈의 마지막 남은 팔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쯤 되니 다 끝났다는 게 파악된 모양이다. 흩어져있던 응시생들은 물론 심사관까지 가까이 다가와서는 구경하는 걸 보니.


“아까부터 뭐해요? 촬영해? 돌았어? 이 와중에 뭐 하는 거야 진짜.”

“이게 다 나중에 도움 돼······”


구경꾼 둘이서 뭔가 실랑이하는 것 같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뭘 하든 도움 되지 않긴 마찬가지니까.


망치질에나 집중했다. 식인 괴물을 치고 또 쳤다.


망치질마다 몸이 분해되어 그 크기가 줄어든 정령은, 이제 사지조차 없이 상반신만 남은 처지다.


「부탁해요」


그 상반신의 맨 위에 웬 얼굴 형상이 떠올랐다. 아까와 같은 침팬지 비슷한 얼굴은 아니었다.


가까이서 보고 있던 이종호가 뒤로 물러나며 기겁했다.


“씨······ 이 아줌마 얼굴 뭐야?”


주름지고 살찐 듯한 중년여성의 얼굴이 난데없이 정령의 몸 위에 나타났다. 그 중년여성이 말했다.


「저를 해치지 마세요」


목숨 구걸을 하려나 본데, 그 꼴이 동정심보다는 흉측함을 자아냈다. 말하는 것도 실제 한국인 아줌마의 말투라기엔 어색하기 그지없어서 더욱 그랬다.


「고백할게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뭐라는 거야, 이게?”

「당신과 러브호텔에 가고 싶어요」


몰려든 응시생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가운데 임형택 씨가 말했다.


“이거 그거네. 정령이 사람 잡아먹고서 완전히 소화할 때까진 잡아먹은 사람 기억이랑 동화된다잖아? 웬 아줌마 잡아먹고 그 기억 대충 끄집어내서 한국말 하고 있었나 봐.”


다른 응시생들도 하나둘씩 혐오감을 토해냈다.


“이게 그 잡아먹힌 아줌마 얼굴인가 봐요? 그럼 지금 이 괴물 새끼가 아줌마 얼굴로 김극 형 유혹하려는 거야?”

“미쳤나?”

“이렇게 생긴 정령들은 지능이 낮다잖아. 대충 아줌마가 암컷인 것만 파악하고 수컷을 유혹하려는 거지.”

“토 나오네, 진짜. 좆같이 생겨갖고······.”


불쌍한 아줌마. 이런 데서 잡아먹힌 걸 봐선 노숙하며 힘들게 살아온 모양인데 죽어서까지 조롱감이나 되다니.


「우리 프리허그 해요」


망치질 한 번으로 그 입을 닥치게 했다. 그 얼굴 형상을 후려치자 놈의 몸체는 완전히 갈라져 그 내부를 드러냈다.


그 안에 숨어있던 반투명한 것이 비로소 드러났다. 이게 뭔가?


환각 속에서 본 적이 있다. 정령의 본체 비슷한 무언가.


“뒤져, 씹새야.”


그마저 망치로 으깨자 내게 뭔가가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환각······.


‘킴극! 킴극―!’


머릿속에서 함성이 울려 퍼진다. 승리한 전사를 축복하는 관중의 함성이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자연스레 알겠다. UFC의 옥타곤.


그날 옥타곤에서 나는 승리자로 우뚝 서 있었다. 한쪽 팔을 들어 올린 내게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환호했다.


2승째, 딱히 전설적인 전적은 아니겠지만 내가 느끼건대 그날 세상은 날 위해 존재하는 배경에 지나지 않았다. 그 넘쳐나는 충만감 속에서 나는 여러 투사들의 환상을 겪은 뒤 신체강화자로 각성했다······.


그날의 옥타곤에 내가 다시 서 있었다. 그날 느낀 희열감 또한 재현되고 있었다.


승리가 내게 힘을 준다. 이건 단순히 정신적인 희열이 아니다.


쓰러뜨린 정령이 내게 흡수되고 있었다.


들어본 적 있다. 각성자의 성장. 괴수와 정령이 식인하여 힘을 키우듯, 각성자 또한 적들을 쓰러뜨리고 힘을 키울 수 있다고.


잠시 그 희열을 만끽하다가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현실 또한 환각과 다르지 않았다. 날 보며 환호하는 관중에게 둘러싸인 채였으니까.


“김극! 김극! 김극!”


나는 다시 팔을, 망치를 든 팔을 들어 내 승리를 선포했다.


보라, 나는 지금 다시 옥타곤에 서 있다.


내가 마땅히 있어야 할 그곳으로 돌아왔다. 한때 부당하게 쫓겨났던 그곳으로.


*******


상황이 종료된 후로도 편히 쉬기는 어려웠다.


나는 아까 쓰러진 사람을 병원에 옮긴 뒤 현장에 복귀했다. 그러고는 작업 시작.


협회 직원인 심사관이 협회에 상황종료를 알리느라 바쁜 가운데, 나는 슬레지해머를 들고 비상구를 가로막은 콘크리트 잔해들을 쳐 날렸다.


망치는 전보다 가볍게 느껴졌고 망치질 또한 수월하기 그지없었다. 기분 탓일까, 아니면 정말 신체강화자로서 능력이 향상된 결과일까? 후자인 것 같은데, 정말로 그렇길 바란다.


한편 내가 일하는 중에, 다른 응시생들은?


“뒤에서 구경만 하자니 눈치 보이네요······.”


정령과의 싸움에도 응원 기계에 불과했던 응시생들은 지금도 딱히 하는 일이 없었다. 옆에서 내 작업을 거들기엔 포크레인 근처에 사람들이 얼쩡거리는 꼴이라 방해되지 않게 뒤에서 폰이나 하라고 치워둔 마당이다.



하기야, 괴수 밥에 불과한 비각성 찌꺼기들한테 뭘 바랄 수야 없지. 물론 우리 부평 학원 사람들은 빼고. 신성한 인천 땅의 사람들은 각성을 했든 안 했든 날 응원해야 할 중요한 임무가 있으니까······.



어······, 갑자기 든 생각에 스스로 놀랐다. 갑자기 왜 이딴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아직 몸속 아드레날린이 다 빠지지 않았나?


“드디어!”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구를 뚫어냈다. 다시 한번 “김극! 김극!”하는 환호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 뭐야.”


다들 총을 들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헌터 팀인 것 같았다. 헌터들은 우릴 보더니 억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진짜 상황 끝났어요? 헌터 콜 보자마자 바로 달려왔는데 갑자기 상황종료 알림 뜨고 이게 뭐야, 씨발. 기름값 아까워 죽겠네.”


저 새끼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 상황이 종료돼서 좆같으시다? 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승리로 들떴던 내 기분을 저 버러지들이 망치려 하고 있었다.


내 불편한 심기를 눈치챈 듯 옆에서 임형택 씨가 속삭였다.


“참아요, 참아. 상대할 가치도 없는 양아치 새끼야······.”


협회 직원인 심사관이 다가가서 저 양아치들을 달래는 가운데 성문영이 욱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저 새끼들이 미쳤나. 이쪽은 죽다 살아났는데 저 씹새끼들은 상황 왜 끝났냐고 지랄이네?”


이 상황에 임형택 씨는 내 기분을 풀어줄 필요를 느낀 듯했다. 틈날 때마다 아부하는 그답게 아첨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마디 했다.


“하여간, 김극 씨 덕에 목숨 건졌어요 정말. UFC 선수라더니 진짜 헌터 라이플도 안 쓰고 맨몸으로 때려 부술 줄은 몰랐잖아!”


그러자 다른 응시생들도 내게 몰려들어 생명의 은인이라느니 뭐라느니 떠들기 시작했다. 그 모든 칭송을 담담한 얼굴로 받아들이자니 기분이 좀 풀렸다.


한편 저쪽 헌터 팀에서 양아치 하나가 다가왔다. 놈이 따지듯 물었다.


“진짜 정령 나타난 거 맞아요? 뭐 잘못 보고서 가짜로 신고해놓고 구라치는 거 아니야?”


그러자 우리 중에 한 명이 나섰는데, 의외의 인물이었다.


“뭔 일 있었는지 보여줘요?”


늘 군화를 신고 다니는 정진영이었다. 저 찐따 같은 양반이 웬일로 나서나 해서 봤더니, 갑자기 자기 폰을 들어서는 헌터에게 보라고 들이미는 게 아닌가.


“지금 뭐 하는 거래?”


내 물음에 김진준이 혀를 찼다.


“저 아저씨가 아까 그 장면 폰으로 영상 찍었어요. 그거 보여주나 본데요.”

“아니, 그 상황에 동영상을 찍었다고?”

“내 말이. 갑자기 왜 저러나 싶어 짜증 났다니까요? 확 폰 뺏어서 부숴버릴 수도 없고.”


한편 양아치 같은 헌터들은 정진영이 보여주는 영상을 감상 중이었다. 건성으로 보는 것 같던 그들이 점차 영상에 집중하는 것이 옆에서도 보였다.


“오······ 씨발. 개쩔어.”


영상 감상을 마친 헌터들은 날 보며 한마디 했다.


“몸값 개비싸겠네······?”


그리고 헌터들 상대를 마친 정진영이 내게 다가왔다.


정진영 이 양반은 날 대하기 늘 어려워한다. 방금 양아치 같은 헌터들 상대로는 그럭저럭 또박또박 말하더니, 지금도 내 앞에선 또 쭈뼛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영상······, 아까 그 싸우시는 영상 찍어놨어요.”

“알아요. 방금 진준이가 형 유튜버 데뷔하시려는 줄 알았다고 뒷담 하더라.”


내가 이상한 짓 좀 하지 말라고 우회적으로 말했건만 정진영은 알아들은 눈치가 아니었다. 그는 계속해서 횡설수설했다.


“방금 헌터들 긴급 출동시켰다가 취소시켰잖아요. 이거 꽤 큰일이니까 이따가 기자들 좀 올 거 같거든요? 그때 이 영상 보여주시면······”

“기자들이 영상 자료 활용해서 기사 이쁘게 써주나?”


그리고 심사관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용사님, 아직 각성자 심사 안 받으셨죠? 지자체랑 계약도 아직 안 맺으셨겠구요.”

“그런데요.”

“이야, 영상 찍어준 분한테 밥 좀 거하게 사셔야겠네.”


나는 오늘 은혜를 베푼 건 나인데 왜 내가 밥을 사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다음 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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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바위 정령 - [4] +51 24.05.29 26,827 1,012 11쪽
» 바위 정령 - [3] +55 24.05.28 27,936 1,110 13쪽
9 바위 정령 - [2] +77 24.05.27 28,506 1,125 13쪽
8 바위 정령 - [1] +59 24.05.25 31,341 1,074 14쪽
7 학원 수강생 김극 - [5] +74 24.05.24 32,005 1,112 12쪽
6 학원 수강생 김극 - [4] +42 24.05.24 32,233 97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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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학원 수강생 김극 - [2] +55 24.05.23 38,203 1,0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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