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완 작가의 서재입니다.

스타더스트(Star Dust)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제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9
최근연재일 :
2019.05.11 00: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4,622
추천수 :
90
글자수 :
139,322

작성
19.05.05 16:07
조회
41
추천
0
글자
9쪽

스타더스트 : 전우를 위한 위령제(2) <무법지대편>

DUMMY

장벽이 뚫린 후,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와중에 안일한 건지 아니면 자신감이 넘치는 건지, 카제스와 하칸은 누가누가 더 많이 죽이나 내기를 하고 있었다.


“오십팔!”

“오십구!”


드세게 밀어닥치는 도적들을 쓸어버리며 미겔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쟁 중에 한심하기 짝이 없군.”


둘에게 한눈을 판 사이, 그의 목숨을 앗아가려하는 하나의 칼날. 하지만, 미겔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가볍게 막아냈다.


“어딜 보는 거냐, 미겔. 너의 상대는 나다.”

“예전부터 그 오만방자한 표정이 거슬렸지.”

“오늘이야말로 그 역겨운 낯짝을 잘라 내주마.”


주위를 둘러보니 열댓 명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던 이들은 한명 한명이 전쟁에 참여한 산하 도적단의 두목이었다.

“날 아는가? 난 처음 보는 얼굴들이네만. 흠···내가 그대들을 기억 못하는걸 보니, 하찮은 놈들이겠군.”


하찮은 놈들이 격분했다.

“이익― 네놈을 죽인 뒤, 그 몸에 우리들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겨주마!”


보잘 것 없는 놈들답게 실력도 그럭저럭 이었지만, 그래도 우두머리는 우두머리. 단순 졸개들은 아니었다. 이런 녀석들의 칼 열 자루가 동시에 자신을 찌르려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방 벌집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겔은 그들과의 차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쉽사리 밀리지 않았다. 싸움의 형세는 비등비등했다.


힘이 부치기 시작한 하찮은 우두머리들은 아인델에게 하사받은 타이탄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반면에 미겔은 스타더스트가 없다. 기습작전에서 회수한 타이탄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른다. 전력이 중요하더라도 전쟁을 코앞에 둔 입장에서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완력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늑대단원들이 합류했지만, 이들을 제압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검은 옷이 피범벅이 되도록 로엔도 쉬지 않고 적군들을 베어냈지만, 그녀의 앞에 쉽지 않은 적들이 등장했다. 트로크의 작품 ‘네 팔의 기형부대’가 달거미단을 막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들은 용맹하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놈들은 다른 도적들과는 달랐다. 힘을 맞대어보니 알 수 있었다.

외형뿐만 아니라 근력자체가 인간을 상회했다. 게다가 두 개씩 더 달린 팔다리들은 더욱 그녀들을 고전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름 잘 막아내는 달거미였다. 하지만 순간, 불안한 생각이 로엔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녀는 붉은바람단원들이 있는 곳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죽어있던 정찰대원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츠오츠―!”


그는 여전히 복부에 창이 박힌 채로 다시 일어난 팡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살아 있었구나.”


다른 팔에 쥔 칼로 이번엔 가슴팍을 베려하자, 라하드가 그를 제지했다. 주먹의 여파에 팡은 멀리 밀려났다.

“아저씨 정신 차려요!”

“···살아있어.”


여전히 츠오츠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오오! 드디어 시작됐구만. 아 이럴땐 팝콘이 있어야 되는데 말이야.”

트로크 베이비가 그들의 광경을 지켜봤다. 비대하게 늘어난 몸무게 때문에 그들은 이제야 전장에 도착했다. 성큼성큼 열심히 뛰어 온 빅은 지쳐 헥헥 대고 있었다.

“야! 허리 숙이지 마. 안보이잖아!! 일어서!”



다른 정찰대원도 츠오츠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라하드의 주먹질에 한 정찰대원의 팔이 나가떨어졌다.

“내 부하에게 뭣 하는 짓이야!”


그의 느닷없는 호통에 라하드가 당황했다.

그 순간, 팡이 둘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미처 수비자세를 취하지 못한 찰나, 때마침 등장한 하칸에 의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츠오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죽을 거면 혼자 뒤져!”



“크하핫, 이봐 빅 저거 봐봐 이제 지들끼리 싸운다. 아 미안 내가보면 네가 못 보지?”

베이비가 요란스럽게 떠들어댔다. 흘러넘치는 여유로움을 보면 전쟁터가 아니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한스는 그 허점을 놓치지 않고 블랙 스피어를 꺼내들었다. 빠르게 접근한 뒤, 그에게 창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비명소리 조차 살을 가르는 느낌조차 나지 않았다.


“간지럽다.”

이게 대체 어찌 된 건가! 분명 혼신을 담은 일격이었지만 그에겐 아무런 상처조차 나지 않았다. 빅은 그저 몸을 긁기만 했다.

그는 손도끼를 높이 올려 그에게 내려찍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베이비는 등너머로 일어나는 일을 보기 위해 아등바등 애썼다.

“잠깐, 저 자식. 아스트라 공명자다! 생체로 잡아야 해. 죽이지 마!”



한스의 상황을 알아챈 하칸이 라하드에게 말했다.

“넌 니 친구한테 가. 이 영감탱이는 내가 맡을 테니까.”


“너 혼자서 무슨 수로!”

라하드가 방패, 하칸이 칼이 되어 쉴 새 없이 퍼붓는 공격에 대응하는 중이었다. 그의 말대로 혼자서 맞서게 된다면 균형이 깨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고르형제도 샤키라도 모두 처절하게 전투를 하고 있었기에 한스를 구할 이가 없었다.


“그럼 네 친구녀석 내버려 둘 거냐! 잔말 말고 꺼져!”

“제길.”

정찰대원들을 최대한 멀리 튕겨낸 뒤, 어쩔 수 없이 라하드는 한스를 돕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이런 한심한 꼬라지를 죽기 전에 봤다면, 이 놈들이 좀비가 될 일도 없었겠지.”

“날 그냥 놔둬라.”

“당신 이 녀석들이 그렇게 소중해?”


팡과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아주 오래전, 다른 도적단과의 싸움에서 이겼던 츠오츠는 노예 밭에서 태어난 갓난아기를 보게 되었다. 노예는 자신의 주인을 죽인 붉은바람단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아이를 부탁했다. 자신과 같이 있다가는 언젠가 죽고 말 것이라며 울고불고 사정하는 통에 억지로 그녀의 부탁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팡이었다. 어느새 훌쩍 자란 팡은 명랑하고 선했다. 그의 성격이 무거웠던 붉은바람단의 분위기를 바꿔주었다. 게다가 무예실력이 출중했다.

그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천재이자 붉은바람에게 찾아온 축복이었다. 그런 팡이었기에 젊은 나이임에도 부두목이 될 수 있었다.


츠오츠는 그를 자신의 아들처럼 여겼다. 몇 년 뒤에는, 후계자로서 그에게 ‘사투르누스’와 함께 자신의 자리를 넘겨줄 생각이었다.


팡뿐만이 아니다. 무식하고 실상은 여린놈들이었지만 자신을 따라주는 붉은바람단원들이 있었기에 이런 불모지에서도 즐겁고 호탕하게 살 수 있었다.



“···소중하다. 내 목숨만큼.”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남은 붉은 바람단원들이 츠오츠의 주변을 에워쌌다. 그들은 하칸을 도와 옛 전우였던 이들로부터 자신의 대장을 지키기 시작했다.

“부두목님을 한 번도 이겨보진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이길 겁니다.”


“호구들이 따로 없구만! 두목에 비해 아랫것들은 훨씬 똘똘하잖아. 부하들이 소중하다는 인간이 이런 호구 녀석들을 내팽개치려는 거야?”


하칸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놈들은 끝없이 베어내도 당최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타격감은 있었지만 급소공격이 할 때면 녀석들이 이리저리 괴상한 몸짓으로 피하기일 수였다. 그는 거친 힘 싸움을 벌이며 말을 이어갔다.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아. 죽으면 모든 게 끝이야···. 그러니까 호구 녀석들은 살리고, 죽었어야 할 놈들은 이만 쉬게 해주라구.”


흐릿했던 츠오츠의 머릿속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하칸에게 말했다.

“어린놈의 자식이 입이 왜 이렇게 험해?, 훗. 고맙다.”


츠오츠는 사투르누스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돌진하는 팡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 오랜만에 대련을 시작해보자꾸나! 팡, 이번 내기는 상대의 목숨이다.”


기백이 넘치는 거대한 낫이 공기를 갈랐다. 그 상대하기 어려웠던 정찰대원들이 한방에 갈라졌다. 그러나 생전에도 민첩했던 팡인지라, 가볍게 그의 공격범위 위로 점프했다. 회피동작은 곧바로 공격으로 바뀌었다. 그의 창끝이 츠오츠의 어깨를 스쳤다. 하지만 이는 모두 그의 계산. 그는 손에 쥔 낫을 놓아버렸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그는 공중에 있는 팡의 다리를 잡아챘고, 그대로 땅에 내리박아 찍었다.


“이놈, 나를 이기려면 아직 한참은 멀었다!”

그의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팡이 쥐고 있던 창으로 가슴을 꿰뚫었다. 몇 번의 피를 토해내던 팡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고요한 분위기. 널브러져있는 팡의 시체. 그리고 그의 가슴에 박힌 창을 쥔 채로 무릎 꿇고 있는 츠오츠.


붉은바람단의 수장은 눈앞에 있는 자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렸을 적 그때 그 얼굴처럼 해맑은 표정만이 남아있었다.


마치 ‘고맙다’라고 말하는 듯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타더스트(Star Dust)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스타더스트 30화 급습작전(3) 후반부 관련 공지입니다 ㅠㅠ 19.05.01 77 0 -
37 스타더스트 : 죽음의 폭우단 <무법지대편> 19.05.11 68 0 11쪽
36 스타더스트 : 탈출 <무법지대편> 19.05.08 46 0 8쪽
35 스타더스트 : 아인델의 첫째아들, 다모스 <무법지대편> 19.05.07 38 0 7쪽
34 스타더스트 : 쌍둥이 <무법지대편> +1 19.05.05 57 1 7쪽
» 스타더스트 : 전우를 위한 위령제(2) <무법지대편> 19.05.05 42 0 9쪽
32 스타더스트 : 전우를 위한 위령제(1) <무법지대편> 19.05.04 56 1 9쪽
31 스타더스트 : 네 팔의 트로크 <무법지대편> 19.05.02 55 0 11쪽
30 스타더스트 : 급습작전 (3) <무법지대편> 19.04.30 65 1 7쪽
29 스타더스트 : 다정 <무법지대편> 19.04.28 64 1 10쪽
28 스타더스트 : 급습작전 (2) <무법지대편> 19.04.27 63 1 8쪽
27 스타더스트 : 급습작전(1) <무법지대편> 19.04.26 64 1 8쪽
26 스타더스트 : 뿌리를 튼 꽃 <무법지대편> 19.04.24 65 1 8쪽
25 스타더스트 : 모의 <무법지대편> 19.04.23 67 0 8쪽
24 스타더스트 : 붉은바람단 츠오츠 <무법지대편> 19.04.22 65 0 7쪽
23 스타더스트 : 떠나는 가온 <무법지대편> 19.04.21 79 0 8쪽
22 스타더스트 : 抱痛西河(포통서하) <무법지대편> 19.04.20 72 0 10쪽
21 스타더스트 : 광기의 하칸 <무법지대편> 19.04.19 59 0 9쪽
20 스타더스트 : 공명자 <무법지대편> 19.04.17 77 1 9쪽
19 스타더스트 : 하얀 아이 <무법지대편> 19.04.16 72 0 9쪽
18 스타더스트 : 지하감옥 <무법지대편> 19.04.15 69 0 10쪽
17 스타더스트 : 아닉산의 달거미 도적단 <무법지대편> +2 19.04.14 90 2 9쪽
16 스타더스트 : 흑호랑이 도적단 하칸 <무법지대편> 19.04.13 77 3 9쪽
15 스타더스트 : 미네르바와 블랙코어의 힘 19.04.12 83 3 9쪽
14 스타더스트 : 양치기 소년 가온 19.04.11 118 3 9쪽
13 스타더스트 : 불곰도적단 19.04.09 154 4 8쪽
12 스타더스트 : 샤키라(2) 19.04.08 83 3 9쪽
11 스타더스트 : 샤키라 (1) 19.04.07 90 5 8쪽
10 스타더스트 : 펠테니 (4) 그리고 여정의 시작 +2 19.04.06 109 6 9쪽
9 스타더스트 : 펠테니 (3) 19.04.05 115 4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