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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Star Dust)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제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9
최근연재일 :
2019.05.11 00: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4,626
추천수 :
90
글자수 :
139,322

작성
19.05.04 04:14
조회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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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스타더스트 : 전우를 위한 위령제(1) <무법지대편>

DUMMY

도적떼들이 붉은바람단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어서 뛰어라! 공을 세운 녀석에겐 노예를 먼저 선택할 권리를 주마!”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경박한 목소리로 작은 트로크가 도적들에게 외쳤다.


“오늘 밤 드디어 거미년들을 취하는 구나!”

“크큭. 너 같은 작은 놈들은 금방 머리가 따여버릴걸?”


도적들은 발정이라도 난 듯 전리품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말을 탄 어느 남자가 트로크의 옆에 나란히 섰다.

“뭐야, 어서 네놈들도 빨리 돌격하라고.”


이 자의 이름 페르카도.

백사자 산하 도적단 서열 십 위, 아인델의 자손과 친위대의 군단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론 서열 삼 위인 ‘악어이빨’의 두목이었다.


페르카도는 자신을 타박하는 작은 트로크를 보았다.

“난 남들이 남긴 음식을 좋아하는 취향이라서 말이야. 먼저 간 놈들은 항상 급하게 먹다 저세상을 가더라고.”


“흥, 누가 도적 나부랭이 아니랄까봐.”

“오합지졸들을 먼저 보내는 것이 바로 오래 사는 방법 아니겠―.”


여유를 부리며 말을 하던 페르카도는 말에서 스르륵 떨어졌다. 트로크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부터 뒤통수까지 화살이 일자로 꽂혀있었다. 그렇게 그는 즉사했다.


화살을 쏜 자는 하얀늑대의 수장 미겔이었다.


“오합지졸은 네놈이었나봐. 흠, 그나저나 이런 먼 거리에서 맞추다니, 실력이 대단한데? 후후후··· 이봐 빅(Big), 저놈은 될 수 있으면 생체로 잡아보자고.”


작은 트로크의 그릇된 애정이 미겔을 향하기 시작했다.


큰 트로크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기 시작했다.

“우오오! 이제 싸워도 되는 거야? 베이비?”


그러나 베이비는 아직 그를 나무랐다.


“안돼! 우리가 나서면 너무 싱겁잖아. 우리 뒤에 있는 놈들을 보라고. 시체가 더 필요해! 아직 그 잘난체 하는 놈들이 요구하는 양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고.”

빅은 여전히 참기 힘들다는 듯 발만 동동 굴렀다.




장벽의 위에서 일렬횡대로 배치된 하얀 늑대단이 자아내는 공기는 위엄이 가득했다. 날아간 미겔의 화살을 시작으로, 그들은 몰려오는 도적떼들을 향해 화살을 빗발처럼 퍼부었다.


달거미단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러나 오십 명의 인원으로 이천의 병력을 무너뜨리기는 불가능했다. 어느새 개떼처럼 달려오는 도적들은 장벽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아래에서 로엔의 신호를 확인한 츠오츠가 목청을 높였다.

“「거마」 개방!”

그의 명령에 장벽 바깥으로, 단단한 쇠로 만들어진 창들이 튀어나왔다.


시끄러운 함성으로 가득했던 공격군의 목소리는 어느새 비명으로 바뀌어갔다.

불쑥 나타난 거마를 보았다하더라도, 뒤에서 계속 밀치고 들어오는 탓에 피할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했다.

“으악, 밀지 마! 이 잡놈들―··”


장벽이 새빨간 피로 뒤덮여져 갔다.


그렇지만 거마의 기세도 잠시, 시체들이 산을 이루자 창은 더 이상 닿지 않았다.


“헤헤, 후방에 있던 나에겐 아무 소용이 없다고.”

쓰러져있던 시체들을 발판 삼아 도적들이 장벽을 올랐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카제스와 검은해골단.


“너희들 너무 늦게 도착한 거 아니야? 잠들 뻔 했다고.”

이들은 올라오는 머리를 무채 썰 듯 잘라냈다.


이에 질세라 샤키라를 포함한 몇 명이 시체 산을 향해, 기습작전 후 남은 폭탄들을 투하했다.


츠오츠와 나머지 인원들은 장벽을 뚫고 들어올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진영을 갖추고 대기 중이었다.


연합군은 수적으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방어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수백의 피해를 입은 백사자에 비해, 아직 이들의 사상자는 아무도 없었다.



“으아악! 뭐하는 거야. 이 멍청한 자식들이 한 놈도 못 죽이고 왜 자꾸 혼자 쳐 나가떨어지는 거냐고!”


망원경으로 보던 베이비가 화를 토해내며 발광했다.

“내 등 때리지 마라. 나 잠자고 싶다.”


베이비가 전황을 보고 있는 탓에, 등을 돌리고 있어야 했던 빅은 피곤했는지 졸고 있었다.


“화차랑 돼지를 가져와!”


도적들은 자동차들을 끌고 와 불을 붙였다. 미리 걸어놓은 잠금장치를 풀자, 아무도 타지 않았음에도 차들은 혼자 매섭게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빠르게 달리던 화차들이 장벽을 들이박았다. 그 충격에 불이 더욱 거세져 큰 폭발이 일어났다, 장벽이 흔들렸다.


“으악 젠장! 미겔, 우리 이러다 떨어져 죽겠어.”

쿵쾅쿵쾅 화차들이 연달아 장벽을 박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십 년 간 외부로부터 붉은바람단을 지켜왔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장벽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런 씨X 저건 또 뭐야.”

아직 진군하지 않은 군대 속에서 커다란 실루엣이 보였다. 그것이 내뱉는 커다랗고 사나운 포효소리도 들려왔다.


“왜 뭔데!”

하칸이 카제스를 향해 소리쳤다.


“···사막 돼지야! 그것도 엄청나게 큰―!!”


하칸은 말문이 막혔다.


카제스의 말대로 실루엣의 정체는 사막돼지였다. 그러나 여타 다른 사막돼지와는 다른 변이체. 몸 곳곳에는 뿔들이 우후죽순 솟아나 있었으며 높이가 족히 5미터는 되어보였다. 그것은 동공 없이 흰자위만 남은 채로,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쇠사슬과 재갈로 묶여있던 사막돼지는 고통스러운지 몸부림치고 있었다. 결박을 풀려던 도적들은 감당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떨어져나가기 십상이었다.


“이런 개똥에도 되지 못하는 놈들 다 나와! 빅 저 녀석 좀 어떻게 해라.”

“하암 졸린데~”


하품을 하던 빅은 마지못해 성큼성큼 변이체에게 걸어갔다.

“죽기 싫으면 너희 비켜라.”


그는 자신이 쥐고 있던 도끼로 쇠사슬을 뚝뚝 끊어냈다. 모든 사슬을 끊어내자, 흥분상태였던 사막돼지는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돌진했다. 그 여파로 주위에 있던 도적들 몇 명이 압사하고 말았다.


변이체는 곧장 그대로 튀어나가 장벽에 쾅하고 머리를 박았다. 이번엔 달랐다. 벽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사막돼지한테 밀려서 공을 받기는커녕 먹이 꼴이 되기 싫으면 어서 너희들도 진군해라!”


남은 병력들이 진군하는 것을 본 빅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베이비를 곁눈질했다.

“그래 우리도 이제 출발이다. 이 썩을 것들. 처리하고 나면 이놈들도 그냥 죽여 버려.”


기쁨에 취한 빅은 ‘우오우오’하며 쿵쾅쿵쾅 앞으로 달려갔다.

트로크가 움직이자 가장 후방에 있던 기묘한 부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의 생김새가 트로크와 비슷했다. 곳곳에 역시나 수술자국들이 보였다.

머리는 하나였지만, 두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 이 부대도 변해버린 ‘팡’의 몸처럼 베이비의 악랄한 작품들이었던 것이다. 다시 봐도 더 이상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사막돼지가 머리를 박을수록, 균열은 더욱 심해져갔다. 화살과 총 등 갖은 방법으로 변이체를 제압해보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장벽 위에 있던 이들이 다급히 대피하기 시작했다.


변이체가 한 번 더 박아대자 결국 장벽이 무너졌다! 그 틈새 사이로 군대가 진입하기 시작했다.


벽을 뚫은 사막돼지는 모든 것을 초토화시킬 기세로 연합군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시간의 뒤틀림 같은 것이 느껴졌고, 이 광기 가득한 동물은 더 이상 본능대로 날뛸 수 없었다. 녀석의 몸이 두 개로 절단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놈을 갈라버린 건 바로

츠오츠의 거대한 낫, ‘사투르누스’.


토성의 아니마는 작은 능력이지만 매우 특별했다. 혹시 로마신화를 알고 있는가? 신화 속에서 ‘사투르누스’는 크로노스라고도 불리며, 제우스의 아버지이자, 시간의 신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츠오츠의 스타더스트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다만 그 주기는 십초 가량밖에 되지 않으며, 공명자가 인지하는 상황만을 제어 할 수 있다.


즉, 인지만 할 수 있다면 츠오츠는 짧은 시간동안 수만 가지의 행동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눈앞의 변이체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던 건 단순 그의 무력만이 아닌, 이런 ‘사투르누스’의 힘이었다.


“하핫, 돼지 녀석이 힘이 좋구만!”

흩날리는 희뿌연 먼지 사이로, 아니마의 능력을 끝없이 반복했던 츠오츠가 한껏 웃어 보았다. 아마 그에게 있어 그 시간은 영겁과도 같았으리라.


연합군에게 여유가 생기려던 찰나, 그가 인지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푸욱―.


그것은 갑작스레 자신의 복부를 헤집고 나온 창날.


창을 찌른 이는 다름 아닌 죽은 줄로만 알았던 ‘팡’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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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스타더스트 : 죽음의 폭우단 <무법지대편> 19.05.11 69 0 11쪽
36 스타더스트 : 탈출 <무법지대편> 19.05.08 46 0 8쪽
35 스타더스트 : 아인델의 첫째아들, 다모스 <무법지대편> 19.05.07 38 0 7쪽
34 스타더스트 : 쌍둥이 <무법지대편> +1 19.05.05 57 1 7쪽
33 스타더스트 : 전우를 위한 위령제(2) <무법지대편> 19.05.05 42 0 9쪽
» 스타더스트 : 전우를 위한 위령제(1) <무법지대편> 19.05.04 57 1 9쪽
31 스타더스트 : 네 팔의 트로크 <무법지대편> 19.05.02 55 0 11쪽
30 스타더스트 : 급습작전 (3) <무법지대편> 19.04.30 65 1 7쪽
29 스타더스트 : 다정 <무법지대편> 19.04.28 65 1 10쪽
28 스타더스트 : 급습작전 (2) <무법지대편> 19.04.27 63 1 8쪽
27 스타더스트 : 급습작전(1) <무법지대편> 19.04.26 64 1 8쪽
26 스타더스트 : 뿌리를 튼 꽃 <무법지대편> 19.04.24 65 1 8쪽
25 스타더스트 : 모의 <무법지대편> 19.04.23 67 0 8쪽
24 스타더스트 : 붉은바람단 츠오츠 <무법지대편> 19.04.22 65 0 7쪽
23 스타더스트 : 떠나는 가온 <무법지대편> 19.04.21 79 0 8쪽
22 스타더스트 : 抱痛西河(포통서하) <무법지대편> 19.04.20 72 0 10쪽
21 스타더스트 : 광기의 하칸 <무법지대편> 19.04.19 59 0 9쪽
20 스타더스트 : 공명자 <무법지대편> 19.04.17 77 1 9쪽
19 스타더스트 : 하얀 아이 <무법지대편> 19.04.16 72 0 9쪽
18 스타더스트 : 지하감옥 <무법지대편> 19.04.15 69 0 10쪽
17 스타더스트 : 아닉산의 달거미 도적단 <무법지대편> +2 19.04.14 90 2 9쪽
16 스타더스트 : 흑호랑이 도적단 하칸 <무법지대편> 19.04.13 77 3 9쪽
15 스타더스트 : 미네르바와 블랙코어의 힘 19.04.12 83 3 9쪽
14 스타더스트 : 양치기 소년 가온 19.04.11 118 3 9쪽
13 스타더스트 : 불곰도적단 19.04.09 154 4 8쪽
12 스타더스트 : 샤키라(2) 19.04.08 83 3 9쪽
11 스타더스트 : 샤키라 (1) 19.04.07 90 5 8쪽
10 스타더스트 : 펠테니 (4) 그리고 여정의 시작 +2 19.04.06 109 6 9쪽
9 스타더스트 : 펠테니 (3) 19.04.05 116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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