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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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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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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미끄러지다

DUMMY

서울 지하철 인근의 커피숍.


병색이 완연한 여자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빈 찻잔을 보니, 한참이나 기다린 듯했다.


-딸랑띨랑.


출입문으로 고개 돌린 여자는 대번에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가 기다리던 남자가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남자의 표정은 짜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무슨 일이야?”


남자는 퉁명스럽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나와줘서 고마워요. 수일 씨······”

“안 나오면 계속 전화했을 거 아니야. 질척거리지 말고, 그만 좀 끝내자. 대체 뭘 원하는 건데.”

“수일 씨도 알다시피 제가 오래 못 살잖아요······.”

“암에 걸린 게 나 때문이야?”

“······.”

“네가 병 걸리고, 왜 남에게 부담을 주는 건데?”

“수일 씨는 남이 아니잖아요. 우리사 사귄 시간이 얼만데······ 제가 수일 씨 유학비용 대느라고 암보험도 깼잖아요. 돈이 없어서 병원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있어요.”


배신남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넌 참 이기적이다? 내가 너한테 보험 깨라고 했니? 왜 네가 저지른 행동으로 왜 남을 탓하지.”

“수일 씨는 어쩌면 이렇게 매정해요.”

“매정한 게 아니라 이성적인 거야. 암에 걸린 여자를 내가 왜 만나? 인생 망칠 리 있어······.”


-띠리링. 띠리링.


배신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 번호를 확인한 그의 표정은 환하게 밝아졌다.


“네, 도희 씨. 아니요, 잠시 밖에 나와 있어요, 골치 아픈 일 좀 해결하느라고요.”

“······.”

“그런데 도희 씨, 목소리가 왜 그래요? 혹시 어디 아파요. 감기가 얼마나 무서운 건데요! 잠시만 기다려요. 내가 약을 사서 바로 갈게요.”


배신남이 다급히 일어서며 말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마. 암 때문에도 죽었어도 말이야.”

“네가 사람 새끼야!”


아픈 여자가 참지 못하고 따귀를 때렸는데,


-텁.


배신남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끝까지 구질구질하네. 다시 연락하면 죽는다. 알았어!”


그가 아픈 여자를 매정하게 밀치는 때다.


-빠악!


커피숍 전체에 묵직하게 울리는 타격음.


“크윽.”


배신남은 뒤통수를 매만지고 뒤돌아보았다.


“뭐, 뭐야?”

“미안, 손이 미끄러졌네.”


조성일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배신남은 황당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반응이다.


“당신 장난해? 일부러 나를 때렸잖아?”

“증거 있어?”

“증거? 여기 CCTV 있어. 경찰 불러서 조사해 볼까?”


이연희가 끼어들어 말했다.


“경찰 부르시죠.”

“뭐?”

“제가 확실히 봤는데, 조 박사님의 손이 미끄러졌습니다.”

“아무렴!”


조성일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고, 배신남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당신들 한패지? 나 진짜 경찰 부른다.”


이연희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그런데 여기 CCTV는 당신이 맞는 게 정확히 잡히지 않았습니다. 왜냐? 내가 공교롭게 이 자리에 서 있어서 CCTV를 가렸거든요.”

“······.”

“지금 상황에서 공정한 목격자는 한 명뿐이네요.”


이연희가 아픈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박순애 씨 되시죠?

“네······ 그런데요?”


그녀는 어떻게 자기의 이름을 아는지 놀라는 반응이다.


“가장 가까이서 보셨으니 아실 겁니다. 여기 있는 조 박사님이 이 남자를 일부러 때렸나요? 아니면, 손이 미끄러졌나요?”

“손이 미끄러졌어요.”


박순애는 확실하게 대답했다.

배신남은 황당하고 억울해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거 뭐 하는 짓이야! 순애, 네가 꾸민 거지?”


이연희가 배신남을 가로막았다.


“대꾸하실 필요 없어요. 이런 새끼하고는 다시는 상종하지 말아요.”

“저도 그럴 생각이에요. 그런데 누구세요?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있죠.”


조성일이 박순애에게 물었다.


“두 달 전 ‘태강 종합병원’에서 MRI와 조직검사를 받았지요?”

“네······ 그런데요.”

“혹시 암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까?”

“네······.”

“돌팔이 의사가 실수한 겁니다. 당신은 암이 아닙니다.”

“!”


박순애는 기쁨보다 의심이 앞섰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저한테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약 같은 걸 팔려는 건가요? 저 돈 없어요.”


이연희가 증거 자료를 내밀었다.


“이것은 태강 병원에서 보내온 자료입니다. 조직검사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지요.”

“저는 지금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태강 병원 못 믿겠으면, 명신 병원으로 가시지요.”

“거긴 아무나 받지 않는다고······.”

“제가 추천서를 써 드리지요. 명신 병원 외과 과장 강진수 선생님이 무료로 특진을 해주실 겁니다.”

“저, 정말이요!”

“못 믿겠으면 명신 병원으로 직접 전화해 보세요.”

“암이 아니면, 왜 저는 이리 아픈 거죠?”


조성일이 대답해 주었다.


“없는 병이 생긴 겁니다. 암이라는 스트레스 때문에 식사도 거르고, 생활패턴 또한 엉망이 됐지요.”

“네, 맞아요.”

“죽을병 아니니까, 편안하게 생활하세요. 며칠 지나면 예전 상태로 건강해질 겁니다.”


배신남이 끼어들었다.


“순애야, 믿지 마. 이놈들은 사기꾼들이야.”

“꺼져. 안 그러면 손이 또 미끄러질 것 같은데.”

“!”


배신남이 주춤하며 물러났다.


“수, 순애야, 나 지금 급한 일로 가야 하거든. 나중에 연락할게. 내 전화 꼭 받아.”


배신남이 나가자, 박순애는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터트렸다.


이연희가 흐뭇하게 웃으며 조성일에게 말했다.


“웬일이에요? 아이들이 손잡는 것도 싫어하시는 조 박사님이 주먹까지 쓰고 말이에요.”

“나는 가만히 듣고 있던 이 대표가 더 이상했어. 이래서 살인하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진짜로 역대급으로 쓰레기 같은 놈이었어요.”

“하지만 나한텐 깊은 울림을 주었어. 이 느낌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여자를 매몰차게 배신하는 남자 역할 빨리 잡아.”

“······.”

“나 장난 아니야. 하루속히 인간쓰레기 배신남을 연기하고 싶다고. 내 느낌이 약해지기 전에.”

“알았어요! 그런 배역이 있는지 찾아보기는 할게요.”


@


금자탑 연기학원 특별반.

수업은 수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서범수 원장은 학생이 아닌 상전 대하듯 그들을 가르쳤다.


수업이 끝나자, 김정구 회장이 제안했다.


“이제 일주일 뒤에나 만날 텐데, 어디서 식사나 할까?”


특별반 원생들은 긍정적인 분위기였는데,


“죄송합니다.”


조성일이 초를 치며 말했다.


“저는 스케줄 때문에 안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스케줄인가?”

“당연히 촬영 스케줄이지요.”


순간, 특별한 원생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대서양 로펌의 외동딸 윤지나가 물었다.


“어떤 배역인데요?”

“모든 걸 바쳐 희생한 여자를 배신하는 쓰레기 같은 남자.”

“반장님은 악역이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영화에요? 드라마에요.”

“나도 잘 몰라. 기획사 대표가 잡았거든. 시청자들의 사연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던데.”

“재연배우네요. 그거 돈도 되지 않고요, 배우 커리어에도 좋을 것도 없다고 하던데요.”

“그런 거 따지고 어떻게 배우를 하지? 마음에 드는 역할이 있으면 무조건 하는 거야.”


김정구 회장이 조성일의 편을 들어주었다.


“반장 말이 맞아. 연기는 경험이 중요해. 학원에서 배우는 것과 직접 해보는 건 천지 차이야. 기획사와 계약도 제일 먼저 하고, 가장 앞서 나가는군.”

“저는 무슨 일을 하든 두각을 나타내지요.”


평범한 가정주부로 알려진 강소영이 부탁했다.


“우리도 촬영장에 구경갈 수 있어요?”

“이 대표에게 말하면 가능할 겁니다. 저와 함께 촬영장으로 가실 분은 따라오십시오.”


조성일이 먼저 강의실 밖으로 나왔는데, 특별반 전부가 따라왔다.


***


금자탑 학원 지하 주차장.


-띵동.


엘리베이터에서 특별반이 내렸다.

이연희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갔다.


“조 박사님, 어서 타세요.”

“촬영장이 어디지?”

“영등포에 있는 프린스 호텔이에요. 지금은 영업하지 않고, 촬영 대관 같은 것만 하고 있지요.”


조성일이 특별반 사람들을 소개해 주었다.


“이쪽은 나와 함께 연기 수업 듣는 동기들이야.”

“미래의 유명 연기자분들이네요.”


이연희는 명함을 주면서 진지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조 연예 기획사 대표 이연희입니다. 언제 한번 청담동 사무실로 놀러 오세요.”

“작은 사업하고 있는 김정구입니다. 회사가 정리되면 연기에 전념하려 합니다.”


명함을 받은 특별반원들은 기분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저는 윤지나예요. 내가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기획사 명함을 처음이에요.”

“평범한 가정주부 김소영입니다. 딸 대신 연기학원 다니고 있어요. 이렇게 기획사 명함까지 받은 줄은 몰랐네요.”

“저는 엄마 대신 다니는 고등학생인데······.”

“받아? 내가 담배나 술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이름이 뭐니?”

“신지환이요.”


인사가 끝나자, 조성일이 말했다.


“오늘 나와 함께 촬영장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괜찮지?”

“당연히 괜찮지요.”


신지환이 이연희의 차를 보며 감탄했다.


“이거 최고의 안전을 자랑하는 방탄차 타이탄 아니에요? 돈 많은 아랍부호들도 몇 년은 기다려야 한다는데요. 어떻게 국내에 들어왔죠?”


최미영 이사장은 조성일의 안전을 위해 무엇이든 다했다.


이연희가 차 문을 열며 말했다.


“같이 타고 갈래?”

“저희는 다 차 있어요. 대표님이 출발하면 따라갈게요.”


특별반원들이 VIP 주차장으로 향했는데, 엄청난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기사들이 서둘러 내려 문을 열어주었다.


“타시지요. 회장님.”


김정구는 롤스로이스.


“수업 듣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가씨.”


윤지나는 30억에 가까운 엔초 페라리.


“어디로 모실까요? 사모님.”


평범한 가정주부라는 김소영은 최고급 벤츠.


“어서 타십시오, 막내 도련님.”


고등학생 신지환은 벤틀리였다.


이연희가 차 안에서 감탄사를 터트렸다.


“우와~ 역시 특별반 클래스······ 스포츠카에 기사 두는 건 처음 보네요.”

“오늘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겠지?”

“무슨 일이요.”

“촬영이나 캐스팅 관련해서는 항상 사고가 발생하잖아.”

“걱정하지 말아요. 오늘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니까.”


이연희는 장담하며 차를 출발시켰고, 특별반 차들이 줄지어 따라붙었다.


@


영등포에 있는 프린스 호텔은 난리가 났다.


“누가 여기서 촬영하라고 했어!”


조폭들이 몰려와서 스태프를 위협하고, 촬영 장비를 걷어찼다.


“왜들 이러십니까? 저희는 정당한 돈을 내고······.”

“누구한테 돈을 냈는데!”

-와장창!


호텔 밖도 소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여기에 차량 못 대게 막아. 어떤 차량이든 그냥 다 부숴버려 알았지?”

“네, 형님!”


조폭들이 큰소리로 대답하는 때다.


타이탄을 위시한 고급 차들이 호텔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조폭들은 함부로 부수지 못하고 그냥 두었다.

들어오는 차들의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특별반 차들이 일렬로 멈춰서고, 사람들이 내렸다.


이상함을 느낀 조성일이 이연희에게 물었다.


“오늘 조폭 촬영신도 있나?”

“글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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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하늘이 내려주신 캐스팅 24.09.09 145 5 12쪽
15 15화-특별반 24.09.08 162 5 11쪽
14 14화-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24.09.07 161 6 11쪽
13 13화-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24.09.07 17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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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종교의 탄생 24.09.04 24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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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정신 개조 24.09.01 295 9 12쪽
5 5화-척살 +1 24.09.01 30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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