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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조의 배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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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작품등록일 :
2024.08.30 00:59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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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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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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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척살

DUMMY

명신 병원 회복실.

마취에서 풀린 이연희가 천천히 눈을 떴다.


한철수가 반색하며 물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네······.”

“수술은 잘 끝난 것 같습니다. 닥터 조의 수술이니 당연한 결과지요. 어디 불편한 곳은 없습니까?”

“머리가 멍해요······.”

“그건 당연한 증상이고요. 제가 누군지는 알아보겠지요?”

“네, 신경외과 전문의 한철수 선생님이요. 아버님은 국정원 차장님이고, 옛날부터 비밀문서를 몰래 훔쳐봤지요······.”


한철수는 더욱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기억력은 정상이고, 언어 구사 능력도 완벽합니다.”

“제가 얼마 만에 깨어난 거예요?”

“수술 끝나고, 20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조금 있다가 닥터 조가 직접 상태를 확인하실 건데요.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3, 4일 후에 일반 병실로 옮길 겁니다.”

“물 좀 줄 수 있어요······.”

“그럼요!”


한철수는 종이컵에 물을 조금만 따라왔다.


“아직 물을 마시지는 마시고요, 입술하고 입안만 살짝 적시는 수준으로요.”

“알았어요.”


한철수는 이연희의 입에 종이컵을 갖다 대며, 조심스럽게 기울였다.


종이컵의 물이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음!”


이연희는 깜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한철수는 그녀보다 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왜, 왜, 왜요?”

“물이······ 안 짜요.”

“예에? 바닷물도 아닌데 왜 짤까요? 저희 명신 병원은 최고 품질의 생수만 씁니다.”

“호호, 호호······ 정말 물이 안 짜요······.”


이연희는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이었다.


“저기요, 이 팀장님? 평소에 물이 짜다고 느끼는 편이었습니까? 혹시 설탕을 찍어 먹으면, 어떤 맛이 나야 정상일까요?”

“매운맛 2단계요.”

“이게 마라탕도 아니고,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시죠? 잠시만이요, 제가 닥터 조를 모셔 오겠습니다.”


한철수는 황급히 회복실에서 뛰어나갔다.

이연희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708호 여자병실.

언제나 찾아오는 점심시간.


병실 환자들은 이연희가 먹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음~ 맛있어! 너무 맛있어. 이것저것 다 맛있어!”


그녀는 40녀 가까이 느끼지 못했던 음식 맛에 푹 빠졌다.


주신혜가 농담을 섞어 물었다.


“언니, 누가 보면, 먹방 찍는 줄 알겠어요. 병원 밥이 그렇게 맛있어?”

“환장하게 맛있어!”


병실 대빵 강은실도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처음 왔을 때는 평범하게 먹었던 것 같은데······.”


귀부인 스타일의 정순진이 대신 대답했다.


“그때는 수술 전이라 입맛이 없었겠지요. 역시 닥터 조의 수술은 다르네요. 일주일 전에 뇌수술을 받은 사람이라고 누가 믿겠어요. 그런데 닥터 조는 진짜 은퇴하는 건가요? 내일부터 수술도 없다던데?”

“닥터 조도 사람이잖아. 그렇게 쉬지도 못하고 수술만 했으니, 이제 은퇴할 때도 됐지.”

“은실 언니가 제일 아쉽겠네요?”

“뭐가 아쉬워? 진짜로 내가 그런 기대를 했겠어······.”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은퇴 기념으로 우리가 뭐라도 사서 선물할까요?”

“닥터 조가 받겠냐고?”

“맞아요.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다 먹었다!”


이연희가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곧바로 그녀는 옆 침대의 주신혜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 먹었으면, 내가 식판 치워 줄게.”

“고마워요. 산책도 좀 할 수 있어요?”

“그러지 뭐.”


이연희는 재빨리 식판을 반납하고, 주신혜를 휠체어에 태워 병실 밖으로 밀고 나왔다.


점심시간이 끝나면서 분주해지는 복도.


이연희가 천천히 휠체어를 밀며 물었다.


“조 박사님의 은퇴와 은실 언니가 무슨 상관일까? 뭐가 아쉬울 거라는 거였지?”

“은실 언니 외아들이 이 병원에 입원한 거 아시죠?”

“응······ 코마 병실에 있잖아. 7년 동안 똑같은 상태라 깨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하던데?”

“원래 여기는 코마 병실이 없었어요. 은실 언니가 닥터 조에게 간절히 부탁하여 허락받은 거죠. 그러면서 내심 닥터 조가 아들을 살려내지 않을까, 기대했던 거지요.”

“뇌사 상태를 어떻게 살려. 그건 화타가 와도 불가능하지?”

“아니죠, 우리에게 닥터 조는 살아있는 신이에요. 어떤 병이든 치료해 줄 거라는 간절한 믿음이 있죠.”

“거의 종교 수준이네······.”

“불치병 환자들에겐 진짜 신이나 다름없죠. 그리고 닥터 조의 은퇴로 순진 언니도 굉장히 아쉬울 거예요.”

“왜? 그 언니는 불치병도 아니잖아?”

“불치병은 맞는데, 생명이 위독한 게 아닌 거죠. 오른쪽 눈은 이미 실명했고, 왼쪽 눈도 머지않아 보이지 않게 될 거예요. 닥터 조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었거든요.”


그녀들은 7층에서 내려와 로비를 가로질렀다.


“아쉬운 건 신혜도 마찬가지잖아. 닥터 조의 수술을 받고 다시 걷고 싶지 않아?”

“제가 그런 말하면, 심하게 욕먹죠.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평생 쓸 운을 다 쓴 거라고요.”

“응급실에서 조 박사님을 만났다고?”

“네, 딱 10년 되었네요. 닥터 조가 응급팀 혼내주러 왔다가 저를 본 거예요. 심정지가 와서 가망 없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닥터 조는 자기 눈앞에서 환자가 죽는 꼴은 절대로 용납을 못한데요,”

“그래?”

“야밤에 저를 제1 수술실로 올렸잖아. 목숨만 건져도 기적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상반신은 움직일 수 있게 된 거지요. 어떻게 제가 더 욕심을 부리겠어요.”

“정말로 운이 좋았었네?”

“그다음부터 닥터 조가 응급실로 절대 안 내려온다는 소문이······ 잠시만이요!”


이연희가 황급히 휠체어를 멈춰 세웠다.


“왜?”


주신혜는 로비 접수처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기 저 남자, 진심교 신자가 확실해요. 765번 접수처 불이 들어온 곳이요.”

“링거대를 붙잡고 있는 남자 환자 말이야.”

“네, 언니 수술받고 회복하는 동안 제가 알아봤어요. B동 입원실 환자인데요, 제가 알고 있는 진심교의 정보와 일치해요.”

“어느 정도 확실한 거야?”

“은실 언니와 순진 언니도 각자 정보통 가동했는데요, 제 말이 맞는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고마워”

“빌려준 돈 5천만 원 꼭 받아내세요. 파이팅!”

“그래, 파이팅!”


@


조성일 박사의 사무실.


비서들은 퇴근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다.


-똑똑.


이연희가 빠끔 문을 열었다.


“뭐 하세요?”


책상 의자에 앉은 조성일은 차갑게 대꾸했다.


“몰라서 물어. 죽을 준비하고 있지······.”


이연희는 사무실로 들어와 조성일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대체 뭘 보시는 건데요? 내일부터 수술도 없잖아요.”


조성일은 두툼한 서류 같을 걸 읽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수술했던 환자들······ 4명의 머저리에게 인수인계할 환자가 있는지 살피는 거야.”

“와~ 엄청나게 수술을 많이 하셨네요? 이 환자들의 목숨을 전부 살리신 거예요?”

“그냥 목숨을 살리는 건 의미 없어. 혼자 밥은 먹을 수 있게 건강하게 살아야지.”

“죄송한 질문인데요, 조 박사님은 수술 실패가 한 번도 없었나요?”


조성일은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의사의 실수는 곧 죽음이야. 특히나 나한테는 그랬지. 내가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을 할 것 같나.”

“조 박사님의 까칠함은 완벽주의적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실력 없는 것들은 항상 시기심이 넘치지. 내가 완벽하지 않았다면, 벌써 모함당해 의료계에서 매장되었을 거야. 나는 언제나 두 목숨 살린다는 각오로 수술에 임했어. 하나는 환자 목숨, 또 하나는 바로 나.”

“조 박사님은 눈빛부터 교정할 필요가 있겠어요. 지금 이런 상태로 사회에 나가면, 맨날 시비붙어 멱살 잡힐 거예요.”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여긴 왜 온 거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찾아오지 말라고 했지.”

“특별한 경우니까 찾아왔지요.”


곧이어 그녀는 A4 용지에 인쇄한 사진을 내밀었다.


“이 사람을 꼭 조심하세요.”


하지만 조성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누군데?”

“B동 입원실 환자예요. 진심교 신자이고, 조 박사님을 노릴 가능성이 커요. 병원비도 못 내던 상태였는데, 며칠 전에 큰돈이 입금되었어요.”

“필요 없어. 은퇴 선언한 나를 더는 노릴 이유가 없잖아.”

“아니지요? 조 박사님의 수술 거부는 진심교주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감을 줬어요. 광신도들은 조 박사님을 척살 대상으로 규정지었다고요.”

“척살~?”


조성일은 기가 찬 반응이다.


“그들은 사명을 완수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조 박사님을 사망 처리까지 하는 것이고요.”

“그건 큰 누님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거야. 나는 개념 없는 광신도 놈들이 무섭지 않아. 은퇴 후에도 내가 ‘닥터 조’라고 명찰 달고 살 거야.”

“제발 이사장님 생각도 해주세요. 그분이 오죽하면 이러겠느냐고요? 제발 저를 믿고 따라주세요. 조 박사님의 안전을 위해 이러는 거잖아요.”


이어 그녀는 A4 용지를 조성일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꼭 기억하셨다가 피하세요. 조 박사님의 경호가 백 퍼센트 안전할 수 없거든요. 그리고 다시 한번 부탁드리는데, 저를 반드시 믿으셔야 해요. 아셨죠?”


@


늦은 밤.

명신 병원에 있는 조성일의 사적 공간.


두 명의 보안요원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조성일이 나타나자 짧게 묵례하여 인사했다.


걸음을 멈춘 조성일이 이연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젠 됐지? 돌아가.”

“아니요, 아직 안 됐어요.”


이연희가 보안요원에게 말했다.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마스크를 쓴 조성일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연희가 조성일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위험성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나왔다.


“이젠 됐어요. 제가 드린 사진은요?”

“여기.”


-툭툭.


조성일은 가운 옆 주머니를 소리 나게 쳤다.


“좋아요. 이제 마지막 하나만 남았네요.”

“뭐가 또 남은 건데?”

“이거요. 비상 버튼이에요. 위급 시에 누르면, 제가 바로 달려올 거예요.”


조성일은 그녀가 내미는 비상 버튼을 빤히 바라만 보았다.


“이런 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나 쓰는 거지······.”

“저에는 조 박사님은 환자나 다름없지요. 아주 까탈스러운 환자요. 제가 목에 걸어드릴까요?”

“됐어!”


조성일은 낚아채듯 비상 버튼을 움켜주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


조성일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는 곧장 침대방으로 행했다.


“이런 게 무슨 소용이라고······.”


조성일은 손에 쥔 비상 버튼과 가운 주머니에서 꺼낸 사진을 침대 옆 협탁에 내던졌다.


잠시 후.

조성일이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웠다.


머리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 수면 모자도 썼다.

수술한 환자에게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내 전쟁은 끝난 건가······.”


그의 병은 불안정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수술 없는 삶에도 적응해야 했다.


지그시 눈을 감은 조성일은 평소처럼 잠이 들었다.


***


깊은 새벽.


조성일은 몽롱함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일어나, 닥터 조. 어서 일어나야지?”

“별 희한한 꿈도 다 있네······ 환청인가······.”

“왜 그리 뭐든 제멋대로 판단할까? 당신은 이게 꿈처럼 여겨지나, 닥터 조!”


-툭툭.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이 생생했다.


환청이나 꿈이 아닌 현실.


“!”


조성일이 번쩍 눈을 뜨며 상체를 일으켰다.


수면 등이 켜진 어두컴컴한 조명.

의문의 남자가 조성일에게 칼을 겨누고 있었다.


“안녕? 닥터 조.”


조성일은 즉시 침대 옆 협탁으로 손을 뻗었는데,


“이걸 찾고 있는 건가?”


침입자가 비상 버튼을 흔들어 보였다.


“아니······.”


조성일이 손을 뻗어 잡은 것은, 이연희가 주의하라고 당부한 사진이었다.


“뭐야, 하나도 안 닮았잖아?”


사진을 확인한 조성일의 인상이 구겨졌다.

이내 그는 A4 용지 사진을 침입자에게 내밀며 따졌다.


“넌 누구야? 이 사진 속에 있는 놈은 어디 가고, 왜 네놈이 있는 거냐고? 너는 이 사진과 닮았다고 생각하나?”

“뭐, 뭐라고?”


조성일의 갑작스러운 추궁에, 침입자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당황스러운 반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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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전설 NEW +1 8시간 전 46 2 10쪽
23 23화-진심 어린 충고 24.09.16 94 5 10쪽
22 22화-면접 +1 24.09.15 100 5 10쪽
21 21화-치사함의 끝판 24.09.14 106 5 15쪽
20 20화-죽이는 타이밍 24.09.13 119 7 13쪽
19 19화-촬영은 계속되어야 한다. 24.09.12 127 6 11쪽
18 18화-미끄러지다 24.09.11 134 6 11쪽
17 17화-그놈의 향기 24.09.10 140 7 13쪽
16 16화-하늘이 내려주신 캐스팅 24.09.09 145 5 12쪽
15 15화-특별반 24.09.08 162 5 11쪽
14 14화-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24.09.07 161 6 11쪽
13 13화-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24.09.07 170 6 13쪽
12 12화-갑시다. 24.09.06 184 5 10쪽
11 11화-1호 배우 24.09.06 240 6 12쪽
10 10화-새로운 시작 24.09.05 249 8 11쪽
9 9화-종교의 탄생 24.09.04 249 9 12쪽
8 8화-금단의 수술 24.09.03 268 9 13쪽
7 7화-로또 24.09.02 294 10 11쪽
6 6화-정신 개조 24.09.01 295 9 12쪽
» 5화-척살 +1 24.09.01 302 8 12쪽
4 4화-천재만 걸리는 병 +1 24.08.31 329 7 12쪽
3 3화-소원 풀이 24.08.31 388 9 12쪽
2 2화-상담 +1 24.08.30 440 10 13쪽
1 1화-닥터 조 24.08.30 53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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