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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조의 배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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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작품등록일 :
2024.08.3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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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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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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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화-금단의 수술

DUMMY

크린룸 분위기의 거실.

이연희는 조성일과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최미영 이사장은 답답함과 애처로움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닥터 조, 지금 자신이 환자인 거 몰라? 내가 수술을 만류하는 게 아니잖아. 몸에 무리가 생기지 않게 적당히 하란 말이야.”

“큰 누님······ 아니, 이사장님. 내가 완전히 은퇴한 후를 생각해 보세요. 명신 병원의 인력과 투자금 이탈이 시작될 게 뻔하다고요. 새로운 치료법의 성과를 내줘야 미리 막을 수 있어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자신들의 이득에 따라 언제든지 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요. 실력으로 밟아주고, 뒤통수 맞기 전에 대비해야지요.”

“닥터 조,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살자. 너는 아버지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어?”

“큰 누님이 아버지를 싫어하는 거 잘 알아요. 큰누님 처지에서는 당연히 그럴 만도 했지요. 하지만 나는 사장님을 존경해. 그분이 아니었다면 지금 나도 없었어요.”


최명신 회장은 마초적 성격으로 유명했다.

사생활 문제도 심했고, 유일한 공은 조성일을 의사로 키워낸 것이었다.


최미영이 갑자기 이연희에게 물었다.


“수술 후 경과는 어때요?”

“매우 좋습니다. 조 박사님이 수술하셨으니까요.”

“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요. 이 팀장의 집도의는 원래 닥터 조가 아니었어요.”

“누구였는데요?”

“닥터 조를 수술할 강진수 선생님이요. 이유는 말 안 해도 알겠지요?”

“저를 먼저 수술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 박사님을 수술하려는 것이었나요?”

“맞아요. 하지만 닥터 조가 극구 반대했어요. 환자에게 가장 이로운 수술을 해야 한다고요.”


이연희는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너무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생님이 수술했다면, 이만큼 결과가 좋지 않았겠지요.”

“내가 하고 싫은 말은, 닥터 조가 환자를 대하는 마음은 진심이라는 거예요. 말은 차갑게 해도, 심성 자체는 누구보다 올바른 의사지요.”

“말씀만 예쁘게 하시면, 전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의사가 되었을 텐데요.”

“우리 아버지 때문이에요. 닥터 조는 아버지의 말투와 표정, 습관까지 닮으려 했지요. 그러다 진짜 삐뚤어진 성격이 된 것이고요.”

“안타깝네요······.”


조성일이 끼어들었다.


“큰누님, 내가 이렇게 된 건 최 사장님 때문이 아니야. 아니, 사장님처럼 사는 게 어떤데요? 내가 고분고분했다면 기존 의료계에 굴복하고 말았고, 지금의 명신 병원도 없었을 거라고.”


최미영 이사장은 조성일의 말을 무시했다.


“이 팀장이 은퇴하는 닥터 조를 잘 챙겨주세요. 자기 삶이 없었던 불쌍한 인생이었어요.”

“내가 왜 불쌍하지······ 전 세계에서 찾아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내 연봉이 얼만지 다시 상기시켜줘요?”

“닥터 조는 평범한 아이처럼 뛰어논 적이 없었어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공부만 해야 했어요. 분명, 하고 싶은 게 많았을 것인데······.”


이어 최미영은 이연희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부탁이에요. 닥터 조가 사람답게 살게 해줘요. 은퇴 후 남은 삶이라도 평화롭게요. 지금의 닥터 조는 더는 싸울 수 없는 투견 같은 거예요. 사회성이 전혀 없지요.”

“큰 누님, 이러면 내가 정말 불쌍한 놈 같잖아······.”


이연희가 최미영의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 돌봐 드릴게요. 조 박사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잖아요.”


최미영은 안심이 되는 눈빛으로 조성일을 보았다.


“닥터 조?”

“왜요······ 계속 투명 인간 취급하시지요.”

“중요하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지금이라도 수술 선생님을 바꾸는 게 어때?”

“내 수술 말입니까?”

“응.”

“강진수 선생이 어때서요?”


최미영은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 선생도 훌륭하지. 하지만 기술적으론 신현우 선생이 더 뛰어나다고 보는데.”

“아니, 내 수술은 강 선생이 맡을 거야. 내가 이사장님에게도 말했잖아요. 강 선생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머저리라고요.”

“지금은 신 선생의 수술 실력이 더 뛰어나. 그건 닥터 조도 인정하고 있잖아.”

“강 선생이 지나치게 조심하기 때문이야. 그건 누님도 알다시피 심리적인 영향 때문이고.”

“그러니까, 강 선생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때까지 더는 기다려 줄 수가 없는 거잖아.”

“기다릴 수 없으면······ 없애줘야지.”


순간, 최미영은 두 눈을 부릅떴다.


“닥터 조, 설마······!”

“이사장님이 지금 생각하는 거 맞아. 내가 완전히 은퇴하기 전에 의학계를 발칵 뒤집어엎고 싶어.”


@


708호 여자병실.


주신혜는 자기 혼자 침대 주변을 돌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 양손으로 침대 난간을 힘겹게 의지하며 한 발씩 걸음을 뗐다.


이연희가 침대 중앙에 앉아 라이브 방송을 찍어주었다.

확대하여 잡은 그녀의 얼굴에선 땀이 뚝뚝 떨어졌고, 댓글 창에는 격려의 글이 넘쳐났다.


-언니! 조금만 더 힘내세요.

-우와~ 내가 대신 걸어주고 싶다!

-신혜님, 얼마 안 남았어요. 파이팅!!

-한 걸음만 더! 제발 한 걸음만~~ 성공!!!


모든 힘을 쏟아부은 주신혜가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다.


“여, 여러분······ 제가 혼자 걷는 거 봤지요. 헉헉······ 너무 힘들어서······ 이만 방송 마칠게요.”


벅찬 숨을 진정시킨 주신혜가 고개를 돌렸다.


“순진 언니는 재활훈련 같은 거 안 해요?”


검은 안대를 한 정순진은 침대에 바로 누운 채로 대꾸했다.


“나는 이게 재활훈련이야. 시신경이 자극받지 않게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했거든.”

“순진 언니의 절대 안정 끝나면, 제가 멋진 안경 사드릴게요.”

“무슨 소리야? 신혜가 걷게 되었으니, 내가 선물을 줘야지. 마음 같아선 내가 디자인해서 만들어 주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내가 잘 아는 디자이너 옷을 사줄게.”


병실 대빵 방은실이 그녀들을 만류했다.


“아서라, 너희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막내 옷하고 순진이 안경 모두 내가 축하 선물로 사줄게.”


주신혜가 다급히 손사래 쳤다.


“아니에요? 이러면 너무 부담스럽잖아요. 저희만 닥터 조에게 수술받아서 언니한테 얼마나 미안한데요.”

“미안할 게 뭐 있어? 이럴 때는 그냥 ‘감사합니다’하고 받는 거야. 알았지?”

“네······.”


이연희가 작은 소리로 주신혜에게 물었다.


‘아들 병원비가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정말 괜찮을까?’

‘언니, 몰랐어요? 여기서 은실 언니가 제일 돈이 많아요.’

‘정말? 나는 시장에서 일수 놓는다고 알고 있는데?’

‘기업에 돈 빌려주는 거예요.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명동 사채시장의 큰손이요. 바로 우리 은실 언니라고요.’

‘오~ 그래······.’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고, 강진수가 들어왔다.

조성일이 인정하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머저리다.


방은실은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다.


“어서 오세요? 강 선생님.”

“몸은 좀 어떠세요?”

“저야 뭐 맨날 그렇지요······.”


주신혜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강 선생님은 코마 병실에 있는 은실 언니 아들의 주치의예요. 7년 전, 은실 언니 아들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사람도 강 선생님이고요.’

‘그래~?’

‘하지만 20분 가까이 뇌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서 뇌사에 빠졌지요. 살아도 산 게 아닌 거지요. 그때 강 선생님도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이후로는 닥터 조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데요.’


이연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성일이 언급한 강진수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강 선생님과 은실 언니가 닥터 조를 설득하여 코마 병실을 만들었잖아요. 강 선생님이 자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세요. 그런데 오늘은 분위기가 수상한데요······.’


방은실도 뭔가 주저하는 강진수의 기색을 느꼈다.


“선생님, 저한테 해야 하는 말이 있으세요?”

“죄송합니다, 방 여사님······ 닥터 조가 은퇴해서 더는 코마 병실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방은실은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한 심정을 참고 대답했다.


“네, 그랬지요······ 그때 닥터 조하고 약속한 것이니까요. 다른 병원 알아보고 바로 뺄게요.”


주혜림이 훌쩍거리면서 708호 병실은 나라 잃은 침통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리고 병실을 빼기 전에요. 아드님이 닥터 조에게 수술받을지를 결정하고도 하셨습니다.”

“!”


주신혜가 훌쩍거림을 멈추고,


방은실은 눈을 부릅뜬 표정으로 물었다.


“닥터 조가 제 아들의 수술을 해주신답니까?”

“네, 그동안 코마 병실이 너무 거슬렸다고요. 자신이 병원을 떠나기 전에 없애버리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수술 성공 확률은 50%라고 하셨고요.”


방은실은 감정이 북받치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해야지요······ 하염없이 기다려도 깨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했는데, 절반의 확률이면 기적에 가까운 것이지요.”

“방 여사님은 아직도 닥터 조를 모르시네요. 아드님이 깨어나서 아무 이상 없이 살아갈 가능성을 말하는 겁니다. 단순히 의식이 돌아올 확률은 70%입니다. 물론, 성공 가능성 98% 이상만 수술했던 닥터 조에겐 크나큰 모험이지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방은실은 강진수에게 따질(?) 여유가 생겼다.


“왜 아까 병실을 빼라는 말부터 하셨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요.”

“죄송합니다, 닥터 조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습니다. 억지로 코마 병실 허락을 받아낼 때의 앙금이 남아 있었나 봅니다. 닥터 조의 뒤끝은 만리장성이지요.”

“하지만 실력은 인류 역사상 최고지요. 어떤 의사가 뇌사에 빠진 사람을 살릴 수 있겠어요.”

“수술은 내일 아침 시작될 겁니다. 전 세계 기자들과 의사들이 몰려올 것이니, 병원 안에만 있으세요.”

“알겠습니다, 선생님.”


강진수가 병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708호 식구들이 방은실을 축하하려 움직였다.


주신혜는 힘들게 쩔룩쩔룩, 안대를 한 정순진은 더듬더듬.


보다 못한 방은실이 황급히 만류했다.


“오지 마, 오지 마······ 내가 갈게.”

“축하해요, 언니~.”

“모두 고마워······.”


그녀들은 동시에 껴안으며 행복한 기분을 만끽했다.


@


다음 날 아침.


명신 병원은 취재 전쟁이 벌어졌다.


-두두두두.


저명한 의사들을 태운 헬리콥터가 연이어 내려앉고, 전 세계에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한철수가 이를 표현하길,


‘은퇴한 닥터 조가 기존 의료계에 핵폭탄을 터트린 거지요. 수술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겁니다. 뇌사 소생술은 진짜 신의 영역이지요.’


세상이 들썩이고, 이번에는 닥터 조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제1 수술실과 이어지는 복도.

조성일이 휠체어를 미는 이연희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놈 잘 감시해. 오늘은 특히 중요한 수술이야. 내 수술을 방해하려 하면 총을 쏴도 좋아.”


이연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심교 때문에 굉장히 열받은 거 알아요. 조 박사님의 황소고집도 잘 알아요. 그러나 이건 너무 무모한 도전 아닐까요?”

“내가 저놈 때문에 이번 수술을 결심했다고?”

“아닌가요?”

“내가 완전히 은퇴하면 명신 병원을 어떻게 될 것 같아.”

“4분의 천재 의사가 있어도 충격은 있겠지요.”

“그 4명의 천재 의사가 몇 명이나 여기에 남을 것 같은데? 큰 누님은 전부 남을 거란 착각을 하는데, 천만의 말씀. 단 1명이라도 남으면 성공이지.”

“설마요? 특히나 강진수 선생님은 남지 않을까요?”


조성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놈이 제일 위험해. 억지로 참고 있는 거야. 내 수술을 마치자마자 의학계를 떠날 거라고”

“예에~?”

“강 선생의 천재성을 회복할 방법은, 코마 환자를 살리는 것뿐이야. 내 수술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거라고. 명신 병원과 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도전이지.”

“그렇군요.”


-지이잉-.


이연희가 조성일을 따라 수술실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그녀는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엄청나다······.’


세계 최고의 의사들과 의료기업의 CEO들이 수술 참관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모든 과정을 세세히 기록할 촬영팀도 수술실 안에 있었다.


마침내 조성일이 환자 앞에 섰다.


흔들림 없는 눈빛, 굳건한 표정, 백전백승의 장수 같은 도도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깔끔하게 끝냅시다. 메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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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촬영은 계속되어야 한다. 24.09.12 127 6 11쪽
18 18화-미끄러지다 24.09.11 135 6 11쪽
17 17화-그놈의 향기 24.09.10 140 7 13쪽
16 16화-하늘이 내려주신 캐스팅 24.09.09 145 5 12쪽
15 15화-특별반 24.09.08 162 5 11쪽
14 14화-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24.09.07 161 6 11쪽
13 13화-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24.09.07 170 6 13쪽
12 12화-갑시다. 24.09.06 184 5 10쪽
11 11화-1호 배우 24.09.06 241 6 12쪽
10 10화-새로운 시작 24.09.05 249 8 11쪽
9 9화-종교의 탄생 24.09.04 249 9 12쪽
» 8화-금단의 수술 24.09.03 269 9 13쪽
7 7화-로또 24.09.02 295 10 11쪽
6 6화-정신 개조 24.09.01 295 9 12쪽
5 5화-척살 +1 24.09.01 302 8 12쪽
4 4화-천재만 걸리는 병 +1 24.08.31 329 7 12쪽
3 3화-소원 풀이 24.08.31 388 9 12쪽
2 2화-상담 +1 24.08.30 440 10 13쪽
1 1화-닥터 조 24.08.30 53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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