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항상™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조의 배우 생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항상™
작품등록일 :
2024.08.30 00:59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269
추천수 :
166
글자수 :
126,982

작성
24.08.31 22:05
조회
328
추천
7
글자
12쪽

4화-천재만 걸리는 병

DUMMY

명신 종합병원 야외 휴게실.


한철수의 추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연희가 대답했다.


“땡! 틀렸어요.”

“정말이요?”

“정확히 반대로 말씀하셨네요. 708호 병실 환자들은 닥터 조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높은 환자들이에요. 저의 눈과 귀가 될 조력자라고 보면 돼요. 장기간 입원하여 병원 환자들과도 친하고, 호기심도 넘치지요.”

“헐,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민망해하진 말아요. 나머지는 맞았으니까요. 국정원은 진심교도의 돌발적인 행동을 우려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한철수가 겸연쩍게 뒷머리를 긁는 때다.


-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 한 대가 병원 옥상에 내려앉았다.


“저 헬기는 뭔가요? 소방청의 응급환자 이송 헬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이사장님이 타시는 헬기입니다. 불안한데요······.”

“왜 불안하다는 거죠?”

“이사장님의 헬기 출근은 뭔가 큰 결심을 하셨다는 겁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야외 휴게실 있는 의료진도 우려의 시선으로 병원 옥상을 바라보았다.


-지잉, 지잉, 지잉~.

-깨똑, 깨똑, 깨똑······.


사방에서 문자에 왔다는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한철수도 서둘러 문자를 확인했는데,


“우왁, 씨!”

“왜요?”

“이사장님께서 핵폭탄급 결심을 하신 것 같습니다.”

“무슨 내용인데요?”

“사내 게시판에 이사장님이 공지를 띄우셨는데요. 닥터 조가 은퇴하신답니다.”

“정말이요?”

“확실한 것 같습니다. 협박범 때문일까요?”

“그건 저도 이사장님을 만나서 물어봐야 알겠네요.”


@


명신 병원 본관 건물.

검은 양복 사내들이 이사장실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이연희를 보자 깍듯하게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팀장님. 환자복이 잘 어울리십니다.”

“나 진짜 환자라니까, 왜들 안 믿지······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안에 김태영 차장님도 계십니다.”

“알았어.”


-똑똑.


이연희가 형식적인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통유리 창가 옆의 응접실 소파.

최미영 이사장과 김태영 차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연희는 조용히 김태영 옆에 앉았다.

그들이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듣기만 했다.


“최 이사장님, 닥터 조가 조기 은퇴하면, 명신 병원이 받을 타격이 엄청나지 않겠습니까?”

“예전에는 병원의 존망을 걱정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최고난도 수술이 가능한 천재 의사가 4명이나 있습니다.”

“다행이면서도 걱정이 되네요. 혹여 닥터 조의 후계 문제로 천재 의사분들이 싸우게 되는 구도인가요?”

“아니요, 4명의 수술 과장은 전공이 다 다릅니다. 힘을 합쳐도 닥터 조의 빈자리를 못 메우는데, 왜 싸우겠습니까?”

“그분들이 조 박사님과 비슷한 실력이 아니군요?”

“닥터 조는 천재의 경지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모든 의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지니고 있지요.”


-덜컹!


노크 없이 문이 열리고,

마스크를 쓴 조성일이 들어왔다.


“큰 누님, 내가 은퇴한다니, 이게 무슨 소립니까?”

“잘 왔다. 여기 앉아.”


조성일은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최미영이 손짓하는 옆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내 의사도 묻지 않고······.”

“조금만 기다려. 얘기 중이잖아.”

“네······.”


성질 더럽다고 소문난 조성일도 최미영에겐 꼼짝 못 했다.


“김 차장님, 제가 바라는 건 하나뿐입니다. 우리 닥터 조가 은퇴하고 평화롭게 사는 거지요.”

“이미 대통령께도 보고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멀쩡히 살아계신 조 박사님을 사망 처리하는 건······.”


조성일이 식겁하여 물었다.


“큰 누님, 날 사망 처리할 셈이에요?”


최미영은 조성일의 반응을 철저히 무시했다.


“닥터 조가 우리나라 의학계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는지는 말 안 해도 아시겠지요? 은퇴한다고, 진심교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잖아요.”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보호할 겁니다.”

“아니요, 저는 닥터 조가 은퇴 후 삶이라도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런 부탁까지 하는 건, 그동안 닥터 조가 얼마나 전쟁 같은 삶을 살았는지 잘 알기 때문이에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고마워요.”


곧바로 최미영이 조성일을 사납게 쏘아봤다.


“성일이, 너!”

“왜, 왜요······?”

“강진수 과장에게 다 들었다. 너의 병 말이다. 1년이 아니라 한 달도 버티기 힘들다고 하던데? 언제까지 나를 속을 속셈이었어.”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믿을 게 못 되는군요. 머저리 선생이 그새 고자질했군요.”

“나 지금 화 많이 참고 있거든? 최대한 빨리 이연희 팀장님 수술 날짜 잡아. 그리고 너도 얼른 수술받고.”

“······.”

“대답!”

“알겠어요.”


조성일은 마지못해 승낙하는 모습이다.

곧이어 이연희를 바라보는 최미영의 눈길은 부드러웠다.


“닥터 조를 잘 부탁드릴게요.”

“저는 뭐가 뭔지 도통······ 어찌 된 사정인지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저는 영문 모를 폭풍우가 한차례 지나간 느낌이에요.”


@


명신 종합병원 MRI 검사실.


이연희는 또다시 원통형 기계 안에 들어가 있었다.


-조 박사님, 그러니까 저하고 조 박사님이 똑같은 병이라는 건가요?


“맞아,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병이라 할 수 있지.”


-정확한 병명이 뭔데요?


“천재만 걸리는 병.”


-호호호, 무슨 병명이 그래요? 뭐, 기분은 좋은데······ 누가 붙였는지 몰라도, 네이밍센스는 꽝이다.


“내가 지었어.”


-······.


“모든 의사가 치료 불가능한 뇌동맥류 판정을 내렸었지. 멍청한 것들.”


조성일이 기계를 조작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마루타에게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마루타는 저를 지칭하는 말이죠? 뭐든 물어보세요.


“이 병의 특징은 신체적 감각이 발달한다는 거야.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공감각적 능력까지 보통 사람을 뛰어넘어. 그 덕분에 어떤 분야에서든 두각을 나타내지.”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제 자랑은 아니지만 대체 불가능한 국정원 요원이었어요.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도 있지. 너무 과도하게 발달한 감각이 문제를 일으켜. 나의 경우는 후각이야. 항상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아.”


기계 속의 이연희가 뭔가를 알아챈 반응이다.


-아하! 조 박사님의 마스크요? 수술 때문에 항상 쓰고 계셨던 게 아니네요?


“맞아, 어디서나 썩은 내가 진동했어. 그나마 알코올 냄새가 견딜만했지. 그런데 이 팀장은 과도하게 발달한 오감이 없는 것 같아. 특별한 케이스인가?


-아니요~ 저도 있지요. 먹는 미각이 문제에요. 신선한 생수를 마셔도 짠맛이 느껴져요.


“보통 사람과 똑같이 식사하던데? 커피도 자주 마시고.”


이연희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참는 거예요. 그렇게 훈련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도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제가 수술받게 되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나요? 조 박사님 은퇴하시면 제가 보호해드려야 하잖아요.


“지금과 별로 달라지는 건 없을 거야.”


-정말이요?


“내가 수술하는 거잖아. 하지만 1, 2년 정도는 예후를 철저히 지켜봐야 해.”


-와~ 우리는 하늘이 내려준 공생 관계가 되었네요? 저는 조 박사님을 지켜드리고, 조 박사님은 저를 돌봐주고요.


“나는 이 팀장에게 지켜달라고 한 적 없는데?”


-그러면 경호팀을 주렁주렁 달고 지내셔야 하는데요.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어요?


“······.”


-참, 조 박사님은 누구에게 수술받아요?


“머저리······ 아니, 이젠 고자질쟁이가 되었지.”


-조 박사님을 위해 어쩔 수 없었잖아요. 어떻게 그런 걸 숨기라고 할 수 있어요? 어쨌든, 그 선생님에게 수술받으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해요?


“최악의 상황이면 ‘테이블 데스’, 아주 운이 좋으면 90% 정도? 어떤 경우라도 의사 생활은 끝나는 거지.”


-대한민국의 의료계의 엄청난 손실이네요. 가짜지만, 조 박사님의 죽음이 알려지면 슬퍼한 사람도 많겠고요.


“아니, 기뻐할 놈들이 더 많을걸?”


-설마요~?


“MRI 찍어서 특별한 이상 없으면 내일 수술할 거야.”


-그렇게 빨리요?


@


명신 종합병원 708호 여자병실.

100만 인풀루언서 주신혜가 휠체어에 앉아 물었다.


“조금 있으면 수술인데, 기분이 어때요?”

“글쎄, 행사 직전처럼 약간 떨리는 정도?”

“생사가 달린 수술이잖아요. 원래 겁이 없어요, 애써 태연한 척하는 거예요?”

“닥터 조가 수술하는데, 무슨 걱정이야.”

“하긴, 그런데 둘이 무슨 사이예요? 저도 여기 장기 입원 환자인데요, 언니처럼 신경 쓰는 경우는 처음 봤어요?”

“환자와 의사 관계. 그 이상이 뭐가 있겠어? 내가 꼬리 친다고 닥터 조가 넘어오나?”

“당연히 안 넘어오겠지요. 닥터 조 게이설, 고자설, 진정한 성인설 기타 등등,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것만은 확실해요. 아무리 예쁜 여자를 봐도 인상부터 쓰더라고요.”


이연희의 생각엔 화장품 냄새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내가 세계적으로 희귀한 병이거든. 그래서 신경을 조금 더 써주는 것 같더라고.”

“일 리 있는 설명이에요. 닥터 조는 희귀병 환자들에게 관심이 많은 편이지요.”

“그보다 이 병원 환자 중에 진심교 신자도 있어?”

“진심교는 자기들이 신자임을 밝히지 않잖아요. 비밀 결사 단체처럼 움직이고요.”

“신혜하고, 다른 언니들은 여기 터줏대감이잖아. 입원한 환자와 보호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지 않나?”

“에이~ 아무리 우리라도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모르죠. 중요한 수술 앞두고 그게 왜 궁금한데요?”


이연희는 미리 생각한 이유를 말했다.


“내가 예전에 진심교 신도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거든. 지금은 연락도 되지 않아.”

“얼마나 빌려줬는데요?”

“오천만 원······.”

“무슨 돈을 그리 많이 빌려줬어요? 혹시 남자예요?”

“아니, 친하게 지내던 여자 후배야. 장기간 입원할 텐데, 할 일도 없잖아. 여기서 진심교 신도를 찾으면, 그 후배 행방을 알려달라 설득해보려고.”

“알았어요. 제가 언니들하고 찾아볼게요.”

“고마워. 창피하니까 우리 병실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해줘.”

“걱정하지 마세요.”


주신혜가 이연희의 손을 잡고 대답하는 때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고, 한철수가 들어왔다.


“이 팀장님, 수술받으러 가야 합니다.”

“알았어요.”


이연희는 의료진들이 밀고 온 환자 이송 카트에 누웠다.


@


명신 종합 병원, 1번 수술실.


조성일이 마취를 앞둔 이연희에게 물었다.


“기분은 어때?”

“뭐, 그냥······ 저는 목숨이 위험한 작전도 여러 번 뛰었거든요. 그런데도 솔직히 조금 떨리네요.”

“무엄하네? 감히 내가 집도하는데, 떨리다니.”

“아, 제가 깜박하고 못 물어본 게 있어요. 조 박사님은 이런 수술이 몇 번째에요?”

“두 번째.”

“헐, 너무 적은 거 아니에요? 아니, 이제 물릴 수도 없고······ 첫 번째로 수술받은 환자는 어떻게 됐어요.”

“나도 몰라.


이연희가 눈을 치켜뜨며 따졌다.


“아니, 무슨 대답이 그리 성의 없어요? 내가 지금 얼마나 불안해 죽겠는데요?”

“그놈은 퇴원하고서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어. 너무 수술이 잘 됐는지, 어떤 부작용으로 죽었는지 진짜로 모른다고. 이제 마취 시작할까?”

“잠깐이요!”

“왜 또?”


이연희는 숨을 길게 내쉬며 물었다.


“은퇴하시고,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이라도 생각해 보세요. 저는 어떻게 임무에 성공할지 생각하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은퇴한 조 박사님을 보호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임무잖아요.”

“글쎄, 어머니는 내 얼굴이 잘생겨서 배우 해도 되겠다고 말씀하셨지.”

“풉~ 허를 찌르는 농담이네요. 정말로 웃겼어요.”

“이봐, 내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인데, 그렇게 반응하나? 임종 직전에 내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며 하신 말이야.”

“죄송해요, 풉! 슬프기는 한데······ 풉, 자꾸 웃음이······.”


조성일이 절레절레 고개 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빨리 마취시켜.”

“네, 조 박사님.”


마취과 의사가 나섰고, 이연희는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닥터 조의 배우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24화-전설 NEW +1 8시간 전 46 2 10쪽
23 23화-진심 어린 충고 24.09.16 94 5 10쪽
22 22화-면접 +1 24.09.15 100 5 10쪽
21 21화-치사함의 끝판 24.09.14 106 5 15쪽
20 20화-죽이는 타이밍 24.09.13 119 7 13쪽
19 19화-촬영은 계속되어야 한다. 24.09.12 127 6 11쪽
18 18화-미끄러지다 24.09.11 134 6 11쪽
17 17화-그놈의 향기 24.09.10 140 7 13쪽
16 16화-하늘이 내려주신 캐스팅 24.09.09 145 5 12쪽
15 15화-특별반 24.09.08 162 5 11쪽
14 14화-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24.09.07 161 6 11쪽
13 13화-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24.09.07 170 6 13쪽
12 12화-갑시다. 24.09.06 184 5 10쪽
11 11화-1호 배우 24.09.06 240 6 12쪽
10 10화-새로운 시작 24.09.05 248 8 11쪽
9 9화-종교의 탄생 24.09.04 249 9 12쪽
8 8화-금단의 수술 24.09.03 268 9 13쪽
7 7화-로또 24.09.02 294 10 11쪽
6 6화-정신 개조 24.09.01 295 9 12쪽
5 5화-척살 +1 24.09.01 301 8 12쪽
» 4화-천재만 걸리는 병 +1 24.08.31 329 7 12쪽
3 3화-소원 풀이 24.08.31 388 9 12쪽
2 2화-상담 +1 24.08.30 440 10 13쪽
1 1화-닥터 조 24.08.30 530 1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