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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조의 배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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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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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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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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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1호 배우

DUMMY

이연희가 실망했다는 기색으로 물었다.


“그새 까먹으신 거예요?”

“내가 대체 뭘 까먹었을까? 수술 후에도 기억력의 문제는 전혀 없었어. 여전히 내 아이큐는 200을 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거지.”


이연희가 도장을 찍은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거 기억 나시나요?”

“내가 돈이라도 꿨나······.”


조성일은 그녀가 내미는 계약서를 자세히 살폈다.


이연희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조 박사님, 이건 차용증이 아니라 계약서에요. 조 박사님이 저의 1호 배우라고요.”

“아, 기억났다. 이 팀장은 사장이 되고 싶다고 했었지.”

“맞아요. 조 박사님은 배우를 하고 싶다고 하셨고요.”

“내가 적극적으로 배우를 하겠다고 한 건 아니야. 이 팀장이 하도 귀찮게 묻기에, 그렇다면 배우나 해볼까······ 하는 식으로 말했던 거지.”

“제가 봤을 때는 무척이나 ‘적극적’이셨는데요? 그러니까 저한테 이왕 사장할 거면, 기획사 사장을 하라고 했고요. 조 박사님이 1호 배우로 계약하셨잖아요.”


조성일이 이연희에게 물었다.


“그래서 기획사 사장은 되었다고?”

“당연하지요. 여기 제 명함이요.”


이연희는 조성일에게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이&조 연예 기획사 대표 이연희······ 배우 전문 기획사······ 회사 이름은 이 팀장과 나의 성을 따서 붙인 건가?”

“네, 맞아요. 로펌 같은 이름이라 신뢰도가 확 올라가는 것 같지 않아요?”

“전혀.”

“······.”

“어쨌든 축하하고. 사무실은 어디 있지?”

“여기서 가까워요.”

“나는 명신 병원에서 갇혀 지낸 신세와 다름없어. 서울 지리 자체를 몰라. 자세히 설명해야 알아듣는다고.”

“바로 옆이요. 청담동 맨션 A동 102호가 저의 집인 동시에, 이&조 연예 기획사의 사무실이에요.”

“······.”

“최 이사장님이 너무 큰 집을 빌려주셨어요. 그냥 잠만 자기에는 아깝잖아요.”

“뭐, 내가 빌려주는 집도 아니니까. 만약 시끄럽게 떠들면 총 들고 쳐들어갈 거야,”


이연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직원이 저밖에 없으니까요.”

“뭐야? 돈 없어서 직원도 못 구한 건가?”

“아니요, 제가 기획사를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관리하는 배우들도 몇 명 안 돼서, 혼자 해결할 수 있거든요.”

“가장 유명한 배우가 누구지?”

“말하면 아시나요?”


조성일은 바로 고개 저었다.


“아니, 몰라. 나는 TV 자체를 안 보니까. 내가 최근에 봤던 드라마는 ‘허준’이야.”

“의학에 관계된 드라마라 보신 건가요?”

“아니, 최명신 사장님이 재밌다고 권하시더라고.”

“어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신 건가요?”

“첫 회는 다 봤지.”

“네? 첫 화만 보셨다는 건가요?”

“내가 그 드라마를 다 챙겨 봤으면 수십 명이 사망했어.”


이연희는 흔쾌히 인정하며 물었다.


“그때는 그랬겠지만, 지금은 정주행에 재방송까지 봐도 상관없지요?”

“그렇지······ 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

“이제 저와 함께 배우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면 되지요. 그리고 저의 충고도 확실히 따라주셨네요.”

“무슨 충고?”


이연희가 조성일의 얼굴을 손짓하며 말했다.


“안경 쓰셨잖아요? 아직 진심교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에요. 소소해도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 같네요. 안경 쓴 닥터 조는 상상이 되지 않네요.”

“이 안경은 얼굴을 가리거나 멋으로 쓴 게 아니야.”

“그럼이요?”

“수술의 부작용 때문에 시력이 나빠졌어. 어쩔 수 없이 안경을 써야 했지.”

“그런 부작용도 있었어요?”


똑같은 수술을 받았던 이연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조성일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내가 수술했으니, 당연히 그런 부작용이 없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이야.”

“갑자기 손을 떠는 것도 수술의 부작용이에요?”


조성일은 경련을 일으켰던 오른손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맞아, 외과 의사에겐 치명적인 부작용이지. 이미 은퇴하여 상관없기는 하지만······.”


이연희는 바삐 움직이는 이삿짐센터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1층은 거의 정리가 다 끝나가네요. 2층엔 무엇이 있는지 구경해도 돼요.”

“그러든가 말든가.”


이연희는 허락(?)받고 2층 계단을 올랐다.


그녀가 사는 집과 똑같은 구조였다.

찬찬히 구경하던 그녀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어머, 명성 병원 수술실을 집으로 옮긴 거예요. 모형이 아닌 진짜 수술 장비와 도구들이네요?”

“마음의 안정 때문이야. 나한테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는 거지.”

“외과 의사로 다시 복귀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요? 몇몇 부작용을 빼놓고는 정상인과 다름없잖아요.”


조성일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가 했던 수술은 일반적인 수술과 레벨이 달라. 의학은 이제 취미 생활로 삼고, 다른 인생을 찾아야지.”

“훌륭한 마음가짐이에요. 최 이사장님은 그동안 못했던 거 마음껏 즐기며 살라고 하셨어요, 조 박사님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요. 짐 정리 끝내고, 가장 먼저 할 게 무엇인지 아시지요?”


조성일은 곰곰이 생각하다 대답했다.


“짜장면 먹는 거?”

“조 박사님 휴대전화 만들어야지요. 짜장면은 그다음에 먹으러 가요.”

“족쇄를 채우겠다는 거군.”

“조 박사님의 안전과 원활한 배우 생활을 위해서요. 여기는 명성 병원이 아니에요. 지금부터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야 한다고요.”

“귀찮은데······.”


이연희는 강력하게 말했다.


“최 이사장님이 저한테 개인적으로 당부했어요. 조 박사님이 보통 사람들과 섞여서 살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요.”

“알았어. 그러면 밖에 나갈 때 이걸 꼭 들고 따라와.”


조성일은 수술대에 묵직한 가방을 올려놓았다.


-퉁.


이연희는 검은색의 수상한 가방을 보며 살피며 물었다.


“이게 뭔데요?”

“응급처치 가방.”

“예? 우린 왕진 가는 게 아닌데요?”

“밖에 나가면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교통사고가 나서 승객들이 다칠 수도 있고,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내가 은퇴했어도, 내 앞에서 사람이 죽는 건 절대로 용납 못 해.”


조성일의 진지한 표정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


휴대전화 매장 근처에 있는 중국집.

조성일과 이연희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점심시간 때라 손님이 많았다.

항시 인상을 써서 미간 주름이 낙인처럼 새겨진 조성일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음~ 냄새가 죽이는군. 이럴 땐 정말 수술받길 잘했다는 생각이야. 더는 썩은 내가 나지 않고 감미로운 향기가 나잖아.”

“저는 음식 먹을 때요. 억지로 욱여넣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들이 시킨 짜장면이 나왔다.

조성일은 짜장면을 비비며 이연희에게 물었다.


“요즘 짜장면값이 엄청나게 올랐군. 내 기억 속의 짜장면은 500원이었는데 말이야.”

“언제 적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어머니가 나한테 처음 짜장면을 사주셨을 때······ 그러고는 곧 죽을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

“이러면 내가 못된 년 같아지잖아요. 조 박사님은 수술에만 전념해서 현재 물가도 전혀 모르시죠?”

“알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었지. 나한테 필요한 건 무엇이든 제공되었으니까.”

“일단은 사회 적응이 먼저인 것 같아요. 아니면 핸드폰 매장처럼 이상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어요.”

“무슨 오해?”

“몰랐어요? 조 박사님이 몇십 년 만에 교도소에서 나온 게 아닌지 의심했잖아요?”

“그랬어?”

“네, 그랬어요.”


이연희와 조성일은 짜장면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조 박사님의 은퇴 후 경호를 책임지라는데, 저는 진짜로 난감했어요.”

“왜? 나처럼 신사적인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때는 그런 오해를 했었지요. 슈바이처 박사님처럼 아프리카 오지에 가면 어쩌나 고민했거든요. 다행히 청담동이네요.”

“내가 왜 그런 곳을 가야 하지? 나는 이미 세계 인류의 번영에 충분히 봉사했어.”


-띠리리링- 띠리리링-.


이연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죄송해요, 이건 꼭 받아야 해요.”


이연희는 입 속에 남은 음식을 급히 넘겨 삼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김승현 조감독님, 안녕하시지요?”


-이 대표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저야 뭐, 성과는 없이 바쁘게만 지내고 있지요. 무슨 일로 전화 주셨어요? 이왕이면 좋은 소식이면 좋겠네요.”


-저한테는 난감한 상황인데, 이 대표님에게는 좋은 일일 수도 있겠네요.


이연희는 눈이 번쩍 뜨이는 반응이다.


“섭외 전화인가요?”


-맞습니다.


“어떤 배역인데요?”


-격투 장면을 원활하게 소화하고, 3층 건물 높이에서 뛰어내릴 여자 배우가 필요합니다.


“그 정도면 스턴트우먼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대역을 쓰지 않고도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가 있지 않습니까? 요즘 관객들이 수준이 너무 높아져서요. 대역을 쓰게 되면 바로 말 나옵니다.


“제가 또 출연해야 하는 건가요······.”


-한 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기로 했던 배우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서요.


이연희가 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촬영이 언제인데요?”


-내일입니다. 정확한 장소는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촬영장에서 뵙지요.”


통화를 마친 이연희에게 조성일이 물었다.


“이 대표도 배우를 하네?”

“배우보다는 스턴트우먼에 가깝지요. 이래야 다른 배우들의 배역도 딸 수 있고요.”

“나도 가.”

“어디를요?”


조성일은 짜장면을 먹던 손길을 멈추며 말했다.


“촬영장 말이야. 앞으로 배우 생활하려면, 분위기를 익혀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누가 알아? 나의 능력을 알아보고 현장에서 바로 캐스팅될지 말이야.”

“자신감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연기가 뭐 어려울 게 있나? 힘 빼고 자연스럽게 감독의 의도에 맞게 연기하면 되는 거지.”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 아니에요?”

“······.”

“조 박사님은 아직 보조출연도 어렵다고 보는데요.”

“보조출연이 엑스트라를 말하는 거지?”

“맞아요, 진정한 배우는 ‘단역’부터 시작이라 생각해요. 보조출연은 작품의 배경과 같은 것이지요.”


“풉!”


조성일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러세요? 제가 웃긴 농담을 하는 게 아닌데요.”

“갑자기 예전 코미디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야. 엑스트라는 카메라에 오래 잡히길 바라잖아. 총 맞아서 쓰러져야 하는데······ 으악~ 비명만 지르며 안 쓰러지고, 다른 엑스트라들이 죽으라고 애원하는데도 다시 일어나고······ 풉, 나는 그보다 웃긴 코미디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


이연희는 앞날이 순탄치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드라마 촬영 현장.


조성일은 현장에서 단역 배우로 캐스팅되었다.


“거봐, 내가 뭐랬어?”


이연희는 황당하면서 기쁜 표정이다.


“진짜 이런 일이 있기도 하네요. 아무튼, 감독님 눈에 들게 열심히 하세요.”

“걱정하지 마.”


촬영 준비가 끝나고, 감독의 사인이 떨어졌다.


“액션!”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 장면이다.


-탕, 탕, 탕!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조성일과 함께 있던 엑스트라 배우들이 쓰러졌다.


-탕!


곧이어 조성일도 총에 맞았다.


“으악!”


비명을 지르면서 비틀······ 하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탕, 탕!


“크아악~.”


비명만 커졌다.


조성일은 비틀거리면서 카메라 쪽으로 다가갔다.


웅성거리는 촬영장.

하지만 조성일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쓰러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타타타타타탕!


“끄아아아악~.”


조성일을 감전된 듯 몸을 떨면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뭐야~ 저 미친 새끼?”


열받은 감독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 새끼, 죽여버리라고!”


-번쩍.


***


조성일이 새로 이사한 맨션에서 눈을 떴다.


“헐, 무슨 꿈이 이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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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미끄러지다 24.09.11 136 6 11쪽
17 17화-그놈의 향기 24.09.10 141 7 13쪽
16 16화-하늘이 내려주신 캐스팅 24.09.09 147 5 12쪽
15 15화-특별반 24.09.08 163 5 11쪽
14 14화-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24.09.07 162 6 11쪽
13 13화-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24.09.07 172 6 13쪽
12 12화-갑시다. 24.09.06 186 5 10쪽
» 11화-1호 배우 24.09.06 245 6 12쪽
10 10화-새로운 시작 24.09.05 250 8 11쪽
9 9화-종교의 탄생 24.09.04 251 9 12쪽
8 8화-금단의 수술 24.09.03 271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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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정신 개조 24.09.01 296 9 12쪽
5 5화-척살 +1 24.09.01 303 8 12쪽
4 4화-천재만 걸리는 병 +1 24.08.31 330 7 12쪽
3 3화-소원 풀이 24.08.31 38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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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닥터 조 24.08.30 533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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