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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조의 배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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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작품등록일 :
2024.08.30 00:59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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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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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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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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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화-새로운 시작

DUMMY

조성일이 가볍게 고개 숙여 예를 표했다.

참관실 의사들은 끊임없이 손뼉을 치면서 조성일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모습이었다.


“내가 완전히 은퇴한다니까 좋아서 저러는 건가?”


수술실 선임 간호사가 조성일에게 말했다.


“그건 아닌 것 같거든요. 은퇴하시면 마음 곱게 쓰세요. 그렇지 않으면 맨날 주변 사람들과 싸움 날 거예요.”

“인정!”


조성일이 쿨하게 승복하며 수술실 밖으로 나왔다.


-지이잉-.


기다렸다는 듯 한철수가 꽃다발을 내밀었다.


“완전한 은퇴를 축하드립니다.”

“이런 거 하지 말라고 경고했지······.”


조성일은 한철수 내미는 꽃다발을 무시하고 걸었다.


“제발 받아주십시오. 저도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닙니다. 이사장님이 억지로 떠맡기니 어쩌겠습니까? 제발 받아주시지요. 네?”


한철수가 뒤따르며 간절히 부탁하는 그때.


“야!”


휠체어에 앉아만 있던 양일권이 소리쳤다.


조성일이 발길을 멈추고 되돌아왔다.


“방금 나 불렀냐?”

“그래, 닥터 조, 바로 너! 왜 맨날 수술실에 날 데려갔던 거야? 네 수술 솜씨 자랑하려고?”

“병신······.”


조성일은 같잖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 수술 솜씨는 원래 뛰어난데, 자랑까지 할 필요가 있나? 내가 네놈을 계속 데리고 다닌 이유를 정말 몰라?”

“모르니까 묻는 거지.”

“느끼는 거 없었나?”

“뭘 느껴야 하는 거지.”

“너는 나를 죽이려 했어. 만약 내가 죽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네가 봤던 수많은 환자가 죽거나 병신으로 살아야 했어. 과연 네놈이 했던 행동이 정당한 것이었나?”


양일권은 조성일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고 대답했다.


“교주님을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 해. 그것이 진심교도들의 첫 번째 사명이자 계율이야.”

“그러니까, 첫 번째 사명이자 계율부터 잘못되었다고. 너희 교주는 나한테 수술을 거부당하게 기분 나빴던 거야. 말 한마디로 세상 모든 병을 고친다는 작자가 왜 자기 병은 못 고치는데?”

“교주님을 모독하는 말은 하지 마라······.”

“제발 열심히만 믿지 말고, 제대로 믿어. 제대론 된 종교에서 살인을 방조하고 조장하겠냐고?”

“교주님을 모독하지 말라고 했다.”

“이놈을 불쌍하다고 해야 하나, 꼴 좋다고 해야 하나? 계속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으니까, 다음 생에는 제대로 살아.”

“내 삶이 어때서? 인성이 파탄 난 너보다 몇백 배는 잘살고 있었어. 너야말로 그렇게 살지 말라고.”

“······.”

“야! 닥터 조, 멈추지 않으면, 내가 죽여버린다!”


양일권이 조성일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칠 때다.


-휘청!


조성일이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었다.

이연희가 민첩한 동작으로 그를 부축했다.


“괜찮으세요? 조 박사님.”

“아, 짜증······ 저놈 때문에 고도하게 열 받은 것인지, 머릿속 병 증상인지 확인해야겠네. 내놔.”


조성일이 한철수에게 손을 내밀며 요구했다.


“꼬, 꽃다발이요? 여기요······.”


한철수는 가지고 있던 꽃다발을 내밀면서도, 아닌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미친놈······ 청진기 말이야.”


-확.


조성일은 한철수의 청진기를 빼앗다시피 가져갔다. 그러고는 청진기 이어팁을 귀에 꽂고 자기의 몸을 찬찬히 점검했다.


“젠장, 벌써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거야······ 서둘러 심전도 모니터 가져와.”


이연희가 재빨리 움직여 심전도 모니터 장치를 밀고 왔다.


“여기 있습니다, 닥터 조 선생님. 이거 맞지요?”

“응, 이 정도면 될 거야······.”


조성일은 모니터와 연결된 장지를 자신이 직접 연결했다.


“상태가 어떤 것 같아요?”

“안 좋아. 아니, 이건 너무 심각한데······.”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조성일이 한철수에게 명령했다.


“강진수 선생한테 가서······ 수술 준비하라고 해. 지금 당장!”

“아, 아, 알겠습니다.”


한철수가 눈썹이 휘날려라 뛰어갔다.


“모두 주목!”


조성일이 의료진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말했다.


“조만간 나한테 심정지가 올 거야······.”


순간, 주변에 있던 의료진이 웅성거렸다. 심장이 멈추는 카디악 어레스는(Cardiac arrest) 최고의 위급상황이기 때문이다.


“내, 내가 쉽게 죽지는 않을 거니까······ 매뉴얼대로 행동해. 알았지······.”


조성일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심전도 모니터를 살폈는데,


“온다, 온다, 온다~ 어, 어, 어레스트!”


조성일이 가슴을 부여잡고 의식을 잃었다.

다행히 미리 경고가 있었기에, 의료진들이 쓰러지는 조성일을 다치지 않게 붙잡았다.


@


조성일이 수술 대기실에서 눈을 떴다.


심정지의 여파 때문인지 정신이 약간은 몽롱한 상태였다.


“수술이 끝난 거야······ 이제 시작하려는 거야?”


마스크를 쓴 이연희가 대답했다.


“이제 마취하고, 수술을 시작해야지요.”

“잘하는 짓이다. 그냥 수술하지······ 왜 깨운 거야?”

“강진수 선생님이 그러는 편이 안전하다고 하셨어요.”

“머저리가 수술하니 어쩔 수 없지. 내가 참아주는 수밖에······ 그런데 왜 있어야 할 사람이 안 보이는 거지?”

“최 이사장님이요?”

“응······ 내가 눈 뜨는 순간, 눈물 쏟아내면서 몸 관리를 어떻게 했냐고, 혼내는 게 정상인데 말이야.”


이연희는 그러지 못하는 사정을 말해주었다.


“최 이사장님은 조 박사님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큰 충격을 받으셨어요. 의료진이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강제로 입원시켰어요.”

“멍청한 놈들, 미리 안정시키고 내 상태를 말했어야지!”

“그렇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예방 차원에서 입원하신 거니까요.”

“아, 불안하다······.”

“뭐가요?”

“다음 생에는 큰 누님이 내 엄마로 태어날 것 같단 말이야.”

“저도 동감이요.”


조성일을 수술할 강진수가 들어왔다.


“지금 기분은 어떠십니까?”

“심정지가 와서 깨어났는데, 어떨 것 같아?”

“최선을 다해 수술하겠습니다.”

“나는 최선 같은 거 싫어. 대충 하더라도 최고의 결과를 원한다고. 자신 없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던가.”


강진수는 눈웃음짓는 얼굴로 대답했다.


“이 수술은 저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습니다.”

“소심했던 머저리가 자신감이 많이 붙었네?”

“알려주신 방법대로 꾸준히 연습했습니다. 3D 가상 수술에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고요.”

“이 수술은 섬세함과의 싸움이야. 어떤 부분이 고비인지 잘 알고 있지?”

“부풀어 오른 혈관으로 침투할 때입니다. 몸에 이상이 생기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맞아, 수술하다가 엿 됐다고 생각하면, 그냥 메스를 그어서 날 죽여버려. 아무리 실력이 없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나는 치명적인 장애를 가지고 남은 생을 살고 싶지 않아.”


이연희가 끼어들었다.


“왜 수술할 선생님을 기죽이고 그래요? 강진수 선생님을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영혼 없는 칭찬이 수술 실력을 높여주진 않아. CPR로 구한 환자가 뇌사에 빠졌다고 방황했던 놈이야. 정신적으로 단련할 필요가 있어.”

“그런 단련 필요 없고요. 멋진 상상이나 하세요. 수술이 끝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예요. 천재병의 부작용이 사라지게 된다고요.”

“온 세상에 진동했던 썩은 내가 사라진다고······.”

“맞아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아요? 고소한 커피 향과 절로 군침이 도는 팝콘 냄새도 다시 맡을 수 있어요.”


조성일은 입 안에 침이 고이는 반응이었다.


곧바로 이연희가 눈웃음 짓는 얼굴로 말했다.


“기분이 나아졌을 때 마취 들어갈게요.”

“잠깐.”

“왜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 이 팀장은 은퇴하고 뭐할 건지 말해봐. 나를 보호하는 거 빼고.”


이연희는 의심의 눈초리로 조성일을 내려다보았다.


“설마······ 겁먹으신 거 아니죠?”

“아니야, 나는 올바르게 계산하려는 거야. 이 팀장도 수술받을 때 나에 관해 물어봤잖아.”


이연희 타당하다고 여겼는지 바로 대답해 주었다.


“저는 무조건 사장이 될 거예요. 이제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기는 싫거든요. 자주적인 삶을 살고 싶어요.”

“돈은 많이 모아 놨나?”

“아니요, 저희는 연금으로 승부를 보는데요.”

“돈도 없이 어떻게 사장이 된다는 거지?”

“뭘 모르시네요? 돈보다 중요한 건 아이템과 인맥이에요. 저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고요.”


조성일이 혀끝을 차며 대꾸했다.


“쯧쯧쯧, 여기도 ‘사업병’ 환자가 있군. 그리 만만한 생각으로 장사하면 망하기 딱 좋지.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쪽박 차기 십상이지. 아주 운이 좋아야 6개월일걸?”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작정하고 악담하시네요······.”


이어 그녀는 마취의에게 말했다.


“제 참을성이 한계에 이르기 전에 어서 마취시키세요.”


마취가 시작된 조성일은 서서히 의식을 잃었다.


“사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내 충고 듣고 그냥 포기해······ 지금은 화가 나도······ 나중에 나한테 고맙다고 큰절할 거야. 사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내 충고 듣고······.”


이연희가 강진수에게 물었다.


“왜 아직도 마취가 완전히 안 되는 거예요?”

“정신력으로 버티시는 거 같은데요.”

“조 박사님, 버티시면 안 돼요. 그냥 정신줄 놓으세요.”


***


-대한민국 의학계의 큰 별이 졌습니다. ‘신의’라 추앙받던 닥터 조가 사망했다는 소식입니다.


-닥터 조에게 수술받은 코마 환자들은 전부 무사히 깨어났으며······.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애도의 물결이 넘치고 있습니다. 유일한 가족이라 할 있는 최미영 이사장은 조용한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국가에서는 조성일 박사의 업적과 공로를 인정하여,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가 결정되었습니다.


@


청담동에 있는 최고급 맨션.


A동 101호에 이사가 한창이다.


새로운 집주인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다.


“이 쓸데없는 훈장은 왜 챙겨 준 거야.”


조성일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이다.

그에게 추서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띵동, 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조성일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문 열려있잖아. 그냥 들어와.”


이연희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들어섰다.


“진정한 은퇴를 축하드립니다. 수술이 예상보다 잘 되었다고 들었어요?”


조성일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애당초 기대치가 낮았으니까. 재활훈련도 잘 끝나서 일상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야.”

“다행이네요. 그럼, 저와의 약속은 지킬 수 있는 거죠?”

“무슨 약속?”


조성일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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