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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생강 님의 서재입니다.

신윤복의 월하정인은 스모킹건이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뿌생강
작품등록일 :
2021.09.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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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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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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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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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3. 술

DUMMY

“광견병 주의보 효과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지난번 시내 노숙자 사건도 설명이 되었고 사람들도 폭력성을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자동 조심들 하는 것 같더라고요.”

“흐흐흥.”


앉아있던 남자는 콧김을 내뱉고 장호의 이야기에 뚱한 표정의 얼굴을 돌려 버렸다.

‘광견병’이라는 단어가 가소로운 듯했다.


“차암, 서장이 존 물 먹이려 했던 말이 생각지도 못하게 참신했던 모양이야? 근데, 에단 확실하지? 그 서장 우리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게 맞지?”


키들거리며 말하는 준의 모습에 존이 콧잔등을 실룩였다.

지켜보던 에단은 가볍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장호를 돌아보았다.


“장호, 서장 어떤 사람이지?”

“음, 서장이요. 사실 저도 서장의 태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다른 때는 그러지 않는데. ···.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서 그런지 경직된 관계를 싫어합니다. 능력도 있고, 진급도 괜찮은 편이라 행정 하는 애들은 좋아라 하죠. 좀 먹히는 상관이죠. 가끔씩 행정을 쇼처럼 진행하는 부분에서 욕을 좀 먹기는 하지만···.”


“외국 어디에?”

“듣기로는 어릴 때 영국으로 이민 가서 중학교까지 거기서 나왔고, 고등학교 때 한국으로 다시 역이민 왔었답니다.”


“영어 이름하고 영국 어느 지역에 살고 있었는지 한 번 알아봐 줘. 그건 그렇고 어쩌면 페로몬 중력자가 좀 더 빨리 찾아질지도 모르겠어. 무슨 이유에선지 인영이를 계속해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아. 준이 인영을 계속해서 지켜보기로 했으니까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계기가 있지 않을까?”


서장에 대한 알아 봐 달라는 에단의 의외의 요구에 장호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에는 어제저녁 소나기처럼 시작된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장호와 경호가 저녁에 방문해 왔다. 지난 모임 이후의 진척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음, 저희도 오혜영 사건의 핵심은 앞선 사건들과의 유사성도 그렇고, 페로몬 섞인 술이 열쇠일 것 같아서 그 술 유통경로를 찾아보려고 해봤습니다. 역으로는 중력자 추적도 될 거 같기도 해서요. 사실 그것 때문에 경호가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슬쩍 공치사로 경호를 챙기는 장호의 말에 앉아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호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일시에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경호는 이들과 만남이 거듭됨에 이들이 단순히 초능력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세월을 지내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신들처럼.


경호는 자신에게 향해있는 쌍을 이룬 각각의 눈들이 공기의 무게를 조정한 것처럼 어깨를 내리누르는 묵직함을 느꼈다.


폐로 깊이 들이마신 공기를 뱉어냈다.


“파하아아~. 그, 그게. 마사장 쪽은 집중해도 걸리는 것이 없었습니다. 최근 주폭 사건들에 연루된 경우를 모두 탐문해 당시 마신 술의 출처를 확인해 봤습니다. 초기 접수된 몇몇 건을 제외하고는 마광호 사장과의 접점은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법 안정이 되니 말하는 재미가 생겼다.


“제가 특이점을 발견했는데, 술집에서 술을 마신 경우들도 자신들이 술을 가져왔던 경우들이 반드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술들이 증류주가 아니라 제법 가격이 나가 면세점 같은 곳에서 구매할 법한, 그래서 자랑할 만한 브랜디, 위스키 포도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설명이 신명날 즈음 에단과 눈이 딱 마주쳤다.


‘힉!’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속에서는 수저통을 손에 들고 로마법 운운하는 자신의 과거 모습에 ‘미쳤지’를 외치고 있었다.

속도 좀 더 빨리해 본론을 말했다.


“박상준이 걸려들었어요.”

“박상준?”

“네! 박상준은 박광수라는 지역 국회의원 보좌관입니다. 박광수 의원 친척으로 거의 서울에 있는 의원을 대신해 지역 일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자입니다.”



“딸랑, 딸랑.”

“아 몰라. 나도 몰라. 고만 가시라고요. 난 술도 안 마시고 선물로 들어 온 게 많아서 돈 좀 받고 팔았는데, 그게 죄야? 이런 식으로 가게에 형사가 찾아오면 장사 방해되는 거 몰라요? 아이, 재수가 없으려니까.”


경호가 뒷걸음치며 유리문에 부딪치자 문에 달린 방울이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


사나운 모습의 여자가 몸으로 경호를 유리 문밖으로 밀어내며 손을 휘휘 젓는다. 가게에서 밀려나와 휘청거리는 경호를 여자는 팔짱을 끼고 한 번 노려보고는 손을 탁탁 털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몸의 균형을 잡고 돌아보니 주변 상인들이 경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는 의도적으로 큰소리로 경호가 형사임을 가르쳐 주었나 보다. 경호가 돌아보자 모두들 경호의 모양새라도 익히려는지 힐끗 힐끗거렸다.


“참,”


경호는 쓴 입맛을 다셨다.


며칠 동안 개고생해서 찾아낸 곳이었다. 다들 끝난 사건에 뒤늦게 술의 출처를 묻고 다니는 경호에게 모두들 떨떠름하게 선물 받았다고들 말했다. 물론 선물을 준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도대체 공통분모가 없잖아! 공통분모가.


며칠 전 차 순경과 함께 지구대 앞에서 종이컵에 커피를 나눠 먹고 있었다.


“박 경위님, 요즘 얼굴이 안 좋아 보여요. 쉬엄쉬엄하세요.”

“하, 그게 얼굴에 나타나요? 요즘은 술이 엄청 고프네요.”

“술도 좋은 술을 먹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늙어서 골로 갈 수 있데요.”

“크크, 박봉 주제에 무슨 고급술. 그럴 돈 있으면 소주라도 쟁여 놓을 수 있으면 좋겠네.”

“내가 방법을 알려드릴까?”

“으허헉.”


경호는 뒤에서 갑자기 느물거리며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커피를 옷에 쏟아 버렸었다.


“에헤이. 젊은 사람이 이렇게 간이 작아서야. 벌써 간이 맛이 갔네, 갔어. 쯔쯧, 쪼오기 쪼기 가면 좋은 술 엄청 싸게 사는 곳이 있는데···.”

“아이고, 선생님. 이제 술이 좀 깨셨어요? 집에 찾아가실 수 있겠어요?”


차 순경이 숨결에 아직 술 냄새가 묻어나는 남자를 지구대 쪽으로 이끌었다. 만취 상태로 집을 찾지 못해 지구대 신세를 지고 있는 취객이었던 것 같았다.


경호는 옷에 튄 커피를 털어내던 손을 갑자기 멈췄다.


“! 자, 잠깐만요.”


급히 차 순경에게 이끌려가는 그 남자를 붙잡았었다.


경호는 그 취객을 살살 구슬려서 시장 통 입구에 있는 이 잡화점을 알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소품하고 가방류들을 파는 가게였지만 진짜 파는 것은 가짜 명품을 파는 곳이라고 했었다. 이곳에서 얼마 전부터는 고급술도 거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며칠 동안 가게 밖을 지켰다.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봤지만 그 취객이 말하는 것처럼 짝퉁을 사 가거나 고급술을 사 가는 사람을 볼 수는 없었다.


결국 경호는 직접 움직여 가게로 갔다.


문을 열어 본 내부는 길쭉하게 깊었다. 한 쪽 벽면에는 여러 가방들이 원래 벽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어서 오세요.”


주인인 듯 여자가 하이 톤의 영업용 인사를 하며 안쪽에서 뛰어나왔다. 여자는 경호를 아래위로 재빠르게 살피며 말했다.


“여자 친구? 와이프? 누구 줄 거 찾아?”


으레 남자 손님에게는 살짝 콧소리 섞인 반말을 할 것 같은 여주인에게 경호는 살짝 닭살이 돋았다.


“여기, 이거 구할 수 있다면서~요.”


술잔 쥐는 모양의 손가락을 여주인에게 보여주면서 얼굴을 살폈다.


“어머머, 이건 뭐야? 술? 여긴 술집 아닌데. 가게를 잘못 찾아왔네.”


여사장은 처음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술을 이야기하는 지를 묻더니 게슴츠레 해진 눈으로 쌜쭉거리며 이야기 했다.


“에헤에, 다 듣고 왔는데, 여기 가면 살 수 있다고 그러던데.”

“어떤 미친 새끼가 남의 장사 말아먹고 싶어 헛소리 지껄이고 다니는 거야. 잘못 알고 온 거예요.”

“에이이. 다 듣고 왔는데 그러네. 여기서 산 사람이 있는데, 사장님 왜 그러실까?”

“아니, 이 양반이 그런 거 안 판다니까. 사람 말을 왜 안 믿고 그래요? 어, 어머머머. 어머.”


얼른 쫓아내려 경호를 밀치던 여사장은 어머머를 연발했다.

밀쳐내던 여 사장 손에 경호 직업을 알 수 있는 물건이 느껴지자 여사장의 입에서는 호들갑스러운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형사세요?”


여사장은 눈동자를 떼굴떼굴 굴리면서 경호에게 물었다.


경호는 바로 자신의 신분을 확인 시켜준 꼴에 단박에 짜증이 확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 그래요 사장님. 다 알고 왔다고 했잖아요. 여기서 술 샀다는 사람들 명단 쫙 들고 와요? 그리고, 짝퉁도 판다면서요?”


신분을 감출 생각을 포기한 경호가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내 보이며 말했다.

여사장은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짝퉁 소리에 과장되게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 어머, 미쳤나 봐. 형사님 말씀 잘 하세요. 누구 망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요. 우리 가게 가방이 명품처럼 좋다는 이야기겠지. 누가 짝퉁을 판다고 그래요? 그래, 증거, 증거 있어요?”


“발뺌한다고 되는 거 아닙니다. 증인들이 다 있어요. 술 어디서 받아 오는 거예요? 대 주는 곳 있을 거 아니에요.”


여자는 경호가 가짜 명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음을 눈치 채고는 살짝 안도했다.

그리곤 태도를 바꿔 바락바락 질러대며 덤빈 적이 없었다는 듯 나긋하고 살짝 어리석어 보이도록 말했다.


“바깥양반이 옛날부터 양주 선물을 받으면 모으던 취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집에 양주가 좀 많이 모여 있어서 아는 사람들한테 몇 푼씩 받고 준적이 있는데. 저, 그것도 죄가 되나요?”


실제 확인 한 적도 없었지만 경호는 여기서 판매 된 확인된 양주의 양이 한 트럭을 넘는다며 여사장에게 어림없는 소리 말라며 엄포도 놓고 달래도 보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한동안의 실랑이 끝에 경호는 결국 가게에서 쫓겨났다.


“온 거 같습니다.”


길쭉한 케이스 같은 것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든 멀끔히 차려입은 남자가 가게에 들어갔다가 이내 빈손으로 나오는 것을 본 현수가 경호에게 전화로 연락을 해 왔다.


“정확한 것은 아닌데, 어떻게 할까요?”

“어떡하긴 어떡해. 가게에선 내 얼굴 아니까 일단 내가 따라붙을게. 넌 아닌 거 확인되면 바로 연락해.”


통화하면서 사내를 쫓던 현수는 맞은편에서 오는 경호를 보며 통화를 종료하며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이내 자신은 다시 가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호는 사내의 낯이 눈에 익었다. 사내의 걸음은 느릿하니 여유가 느껴졌다. 시내 이면 도로에 줄지어진 인근 상가 사람들과 연신 인사를 하고 인사를 받으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그런 인사를 받고 인사를 하는 행위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경호는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사내의 뒤를 쫓으며 현수의 전화를 기다렸다.


“띠리리. 띠리리.”


경호는 가게를 알려 준 취객의 도움을 받았다.


수사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며 취객의 공명심을 자극했다. 철저히 아는 사람이거나 그 사람들이 소개한 사람에게만 술을 판다고 했다. 그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술 종류를 확인해 주문하고 받을 날짜와 시간을 받았다.


“그 사람이 맞습니다. 같은 쇼핑백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술을 받아 나오는 취객의 손에 든 가방은 직전까지 지금 경호 앞을 유유히 걷는 저 남자의 손에 있었다.


전화를 끊고 경호는 사내가 올라간 이층 건물의 간판을 읽었다.


“국회의원 박광수”


올려다보며 중얼거리던 경호는 사내의 이름과 신분이 떠올랐다.


‘박상준! 국회의원 지역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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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술 21.11.05 26 0 12쪽
42 42. MT 21.11.04 22 0 12쪽
41 41. MT 21.11.03 25 0 12쪽
40 40. MT 21.11.02 21 0 12쪽
39 39. MT 21.10.29 18 0 11쪽
38 38. 너 입술에 피나. 21.10.28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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