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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생강 님의 서재입니다.

신윤복의 월하정인은 스모킹건이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뿌생강
작품등록일 :
2021.09.15 19:41
최근연재일 :
2021.12.1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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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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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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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 MT

DUMMY

미닫이문으로 분리된 두 방은 넓은 사랑채였던가 보다.


“영훈아 이 풋사과 아오리라고 했냐? 맛있다.”


사과를 우물거리며 성호가 건너편 방에 드러누워 있는 영훈에게 말을 건넸다.


“너어나 많∼이 먹어라.”


영훈이 성호와 그 뒤편에 앉아 있는 석우를 힐끗 흥미 잃은 눈초리로 보다가 느닷없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야, 시훈아. 우리 방에 모기향 더 필요하다. 지금 방충망에 어제보다 뭐가 더 날아드는 것 같다. 무슨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영훈이 말을 듣던 시훈이 기대앉았던 문갑에서 모기향과 스프레이를 꺼내어 일어섰다.


“형, 그럼 건넛방에도 좀 뿌려주고 올게.”


연습을 마친 이후부터 다들 씻고 앉아있었지만 별다른 말들이 없었다. 방안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모기향은 핑계고 답답한 분위기가 맘에 들지 않았나 보다.


영훈은 미닫이문을 열고 대청마루로 나가는 시훈을 보며 자신도 나가 볼까란 생각이 들었다.


“저 ···, 저게 뭐지?”


윙, 윙.

시훈은 마루 끝과 발끝을 맞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빛의 처마 끝으로 작은 빛 조각들이 무수히 떠다니고 있었다. 아니 날아가고 있었다. 분명 강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점점 지붕을 넘어오는 수가 많아지고 있는지 처마 끝은 더 이상 먹빛이 아니었다.


“준이 형! 형, 나와 봐요. 하늘에 이상한 게 있어요. 형어엉.”


건넛방을 보며 시훈이 준을 찾아 소리를 질렀다. 한 번에 반응이 없는 방문을 보며 시훈이 애타게 다시 불렀다.


‘덜컹’ 소리와 함께 양쪽 방에서 소란스럽다는 표정들로 나왔다.

그리고 시훈이 손이 가리키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우와. 저, 저거 뭐야.”


모두들 하늘 풍경에 놀라워하는 동안 준은 급히 신발을 신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시훈도 목적지도 알 수 없이 무작정 따라 뛰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안채로 뛰어 들어간 준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마루를 뛰어올랐다. 마주 보는 두 문 중 하나를 벌컥 열었다.


“아악, 뭐야.”


방안에는 앙칼진 혜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은 손을 살짝 들어 주고 반대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야! 너 뭐야. 사과 안 해.”


혜리가 방을 뛰쳐나왔지만 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방문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수진아. 인영이 어디 있어?”


준이 소리쳤다.


시훈은 그제야 준이 인영을 확인하기 위해 뛰어나온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


“인영이오? 인영이는 저기 답답하다고 혼자 바람 쐬러 정자 쪽에 다녀온다고···.”


방에서 나오는 수진의 대답을 다 듣지도 않고 준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수진도 방에서 뛰쳐나왔다.


“야! 너 거기 안 서.”


혜리는 모두가 자신은 안중에도 없는 것에 화가 나 뒤를 쫓아 나왔다. 순식간에 앞에 뛰어가는 준과 시훈의 뒤를 수진과 혜리,

그리고 은주가 쫓아가기 시작했다.

하나의 줄이 되어 뛰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같이 뛰던 줄에서 수진이 멈춰버리자 은주와 혜리가 살짝 부딪히면서 멈췄다.


“아이 씨. 정말, 짜증나게. 야, 너 뭐하는 거야?”

“와아···. 저게 뭐야. 별똥별인가.”


혜리는 수진에게 신경질을 내다가 수진이 바라보는 하늘을 바라봤다.


“어머어어어.”


혜리와 은주는 그 자리에서 빙빙 돌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수한 하늘의 별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에단, 인영이 정자에 있어!"


수진도 멍하니 하늘을 보다가 담 너머에서 준이 에단에게 지르는 소리에 정신이 퍼뜩 차려졌다.

석우와 성호 영훈도 하늘을 어지럽게 올려다보며 나왔다.


“저거 반딧불이지?”

“맞는 것 같은데, 저렇게 많은 건 처음 봤어.”

“근데, 내 느낌인가? 왠지 정자 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대화를 듣다가 수진이 대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뒤에 남아 있던 아이들도 그 행동을 복사하듯이 하나 둘 대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밖으로 뛰어나온 모두는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하는 장관에 그 자리에 우뚝 설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 눈에는 고택 담을 넘은 반딧불이 공중에서 회오리치듯 한자리로 모여들고 있었다.

존과 에단의 눈에는 이미 형체를 갖춘 페로몬 덩어리에 반딧불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것 좀 봐. 꼭 사람 같아.”


반딧불이가 빛으로 여인의 형체를 빚어내고 있었다. 모여든 반딧불이 내는 빛으로 만든 음영으로 이루어진 여인은 춤을 추고 있었다.

회전하며 뛰는 여인 뒤로 빚의 물결이 엷은 빛의 커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 인영이.”


인영을 찾아 나온 것이란 생각이 든 수진은 여인의 형상에서 눈을 급히 떼어냈다.


빛의 화려함에서 겨우 깨어나 정자 근처를 빠르게 훑었다.

시선 끝에는 희끄무레한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봐. 저기 유인영 아냐?”


수진이 외에도 누군가 인영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허공의 춤추는 여인의 형상이 정자 쪽으로 가까이 가고 있었기 때문에 정자 아래쪽에 있는 인영이 모두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쟤 좀 이상한 것 같지 않아?”


인영이도 춤을 추고 있었다.

동작이 낮 연습 때 추던 동작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보았다. 인영은 소란 속에서도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다.


“어, 저것 봐.”


인영의 주변을 한 바퀴 돈 여인이 천천히 인영의 뒤쪽으로 내려와 서 있었다. 인영이 마치 여인에게 안겨 있는 듯 보였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다음 동작을 이어가는 인영과 함께 여인도 손을 들어올렸다.


이어지는 장면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인은 마치 인영의 그림자처럼 느껴질 만큼 정확히 같은 동작으로 움직였다.

침 삼키는 소리마저 크게 들릴 만큼 주변이 고요했다.

모두 숨죽이며 자신들의 눈앞을 지켜보고 있었다.

인영의 동작에 여인의 동작이 더해져 빛점들의 궤적은 인영이 그리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아, 너무 예쁘다.”


자신도 모르게 탄식하는 은주의 말이 혜리를 일깨웠다.


돌아보니 모두의 눈들이 하나같이 은주와 다를 것 없었다.


“도대체 저게 뭐야. 딱 봐도 쑈네. 쑈! 저거 눈속임 같은 거 아냐? 무슨 장치 같은 거 설치한 거 아니냐고. 이게 지금 말이 되는 거야?”


더듬더듬 중얼거리던 혜리의 목소리가 동의를 구하기 위해 점점 커졌다.


“귀···신. 그 불에 타 죽었다는 기생! 그 기생 귀신 아니야?”


무언가를 알아버렸다는 확신에 찬 커다랗게 뜬 눈으로 성호가 말했다.


그러다 옆에 서 있는 석우와 영훈이에게 다시 소리쳤다.


“왜, 정자 옆에서 불에 타 죽었다는 춤 잘 췄다는 기생 말이야. 그 기생이 한을 품고 귀신으로 나타난 것 아냐?”

“그러면 지금 인영이 위험한 거 아니야? 한 풀이로 해코지를 할지도 모르는 거잖아.”

“그런 애, 아니야. 남을 해코지하거나 할 사람 아니야.”


흥분한 영훈의 말을 준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가로막았다.

모두 준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인상을 찌푸리고만 있는 준의 입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잠깐만요. 불빛이 인영이한테서 떨어졌어요.”


수진의 목소리를 신호로 모두의 시선이 다시 인영에게로 집중되었다.


빛점들이 이 번에는 허공을 날아 인영의 반대편에 마주 선 형상을 만들었다.

갈등에서 벗어나는 몸 동작을 하는 인영과 빛의 여인은 정확히 거울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들 왠지 긴장되었다.


‘두근, 두근’


수진은 방망이질하는 가슴과 꽉 쥔 손에 땀이 배어나는 것을 느꼈다. 긴장감을 참지 못한 시훈이 뒤늦게 인영에게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인영과 여인이 동시에 마주 달렸다.

가슴을 펴며 함께 공중으로 점프해 올랐다.

두 사람이 서로 부딪혀 갔다. 아니 인영이 빛의 여인을 통과해 가고 있었다.


‘팍’


충돌했다.

모두들 충돌을 느꼈다. 인영이 여인과 정확히 합쳐지자 빛점들이 사방으로 폭발했다.

모든 반딧불이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올랐다.

땅에는 인영 혼자 내려섰다. 내려선 인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이이, 인영아! 깨어났어? 몸은? 몸은 괜찮아?”


단 잠에서 깬 인영은 기분 좋게 일어났다.

그리곤 자신을 보며 호들갑을 떨며 문자를 보내는 수진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수진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수진이 인영을 끌어안고 왕 울음을 터트렸다.


“예? 제가 그렇게 오래 잤어요? 저도 어제 연습 끝나고 정자에 나간 것까지 기억이 나요. 그리고 밖이 어두워서 방에 들어와 잠깐 잠들었나 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수진이 저를 보고 울어요.”

“몸이 특별히 이상하거나 그런 점은 없어?”


수진의 문자에 인영의 방으로 찾아온 에단이 물어왔다.


“아뇨. 오히려 몸이 가뿐하고 날아갈 듯이 상쾌해요.”


웃으면서 대답하는 인영의 얼굴은 정말 편안하고 밝아 보였다.


“인영, 너 어제저녁 얼마나 엄청났었는지 알아? 어제 너 페로몬 덩어리들과 춤추다가 합쳐지기까지 했다니까.”


존이 어제의 상황을 이야기 하려 했지만 외려 인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요? 전 어제 꿈을 꿨는데요?”

“꿈을 꿨다고?”


“꿈인 것 같아요. 어제 답답해서 정자에 나가서 살짝 몸을 풀고 기대앉아 있었어요. 그 이후에 잠에서 깼는데 사실 그게 계속 꿈을 꾸고 있었던 가 봐요. 꿈에서 정자로 찾아온 어떤 소녀를 만났어요.”

“소녀가 찾아왔었다고? 어떻게 생긴 소녀였어?”

“화질이 흐린 화면 같았어요. 정자에서 흐느끼는 소리 때문에 꿈에서 잠을 깬 것 같았어요.”


‘너 잠에서 깬 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은지 입을 달싹이는 존을 보며 인영이 ‘알아요.’란 웃음을 드리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자 옆에서 소녀가 나무를 안고 울고 있었어요. 제 또래처럼 보였는데, 한복을 입고 있었어요. 제가 지켜보고 있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울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 인영은 자신에게도 그 서러움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소녀는 불탄 나무에 새로이 자라난 나무를 다시 손으로 어루만지기 시작했었다. 실제 소녀의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영은 소녀가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제는 내 것이 아닌 거지. 잠시 가지고 있던 것, 벌써 돌려줘야 했었는데···. 미안해. 그것 때문에 그분과 만날 수 있어서 미련을 떨쳐내기가 힘들었어.”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져 인영은 살짝 몸이 떨려 왔었다. 소녀가 갑자기 인영에게로 돌아섰다.


“아가야. 마지막으로 나 하고 춤추지 않으련. 내 마지막 춤.”


소녀는 자신을 아가라고 불렀다. 이상하지 않았다. 그냥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죄송해요. 전 춤을 잘 못 춰요. 그래서 지금 많이 답답해요.”


다 안다는 것처럼 빙긋이 웃고는 소녀는 끄덕였다.


“알아, 하지만 이젠 안 그럴 거야. 이리 와 나하고 같이 추자.”


연습처럼 몸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인영은 여전히 자신의 팔 다리가 부담스러웠다.


소녀의 움직임은 너무 아름답고 역동적이고 슬펐다.

그 걸 보자 잘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팔다리는 그 욕심의 무게 때문인지 더 뻣뻣해지기만 했다.

같이 추자던 소녀는 놀리는 듯 자신만의 춤에 취해 있었다.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름인데도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인영은 가슴이 울컥해 왔다.


“저, 저는 이제 못하겠어요.”


소녀가 다가와 뒤에서 살포시 안아왔다.


“도와줄게.”


신기했다.

몸이 가벼웠다. 마치 새털 같았다.


더 이상 팔다리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움이 차오는 것 같았다.


마지막 점프를 준비했다. 소녀가 맞은편에서 어서 오라는 듯 웃고 있었다.


인영은 소녀와 함께 가볍게 날아올랐다.


‘하하하. 하하.’


인영과 소녀의 웃음이 어우러졌다.

웃던 소녀가 인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짧게 스쳐가며 흩어지고 있던 소녀 눈빛에서 짧게나마 차가움이 순간 들어차는 것이 보였다.


“조심해. 몸에 맞지 않는 넘치는 것은 몸을 해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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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축제 21.12.09 22 0 11쪽
60 60. 축제 21.12.07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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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술 21.11.08 24 0 13쪽
43 43. 술 21.11.05 26 0 12쪽
» 42. MT 21.11.04 23 0 12쪽
41 41. MT 21.11.03 25 0 12쪽
40 40. MT 21.11.02 21 0 12쪽
39 39. MT 21.10.29 18 0 11쪽
38 38. 너 입술에 피나. 21.10.28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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