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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5882_dnfvnfldh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JIB
작품등록일 :
2020.08.27 18:56
최근연재일 :
2020.09.13 22: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19
추천수 :
18
글자수 :
101,608

작성
20.09.10 18:10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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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죽기 위해 가는 길 (8)

DUMMY

‘재경 바이 빙의.’


[재경 바이 빙의권을 사용합니다.]

[지속 시간: 2분.]

[능력치가 올라갈수록 지속 시간이 길어집니다.]

[24시간 후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S급은 자아가 강합니다. 주의하세요.]


갈색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팔을 길게 쭉 뻗으면서 기지개를 크게 했다.


“흐아아아!”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듯한 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온다. 아니, 잠깐만. 내 몸이 맞긴 한 건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밤공기가 제법 상쾌하군. 물론 불이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키키킥.”


손가락이, 팔이, 다리가, 머리가, 그리고 혀까지.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 너가 날 꺼내준 이 몸의 주인인가? 고맙군. 뭐, 그리 좋지 않은 몸이지만 말이야. 크큭.”


이런, 시발. 망했다.

고대 영웅 중에서도 위대한 인물이라고. 신이라고까지 칭송받는 S급 영웅들을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 내 몸의 통제권까지 빼앗기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그나저나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째서 그렇게 조용한 거냐? 이 몸이 친히 너의 이 보잘 것 없는 몸에 강림해 준 것에 감사를 해야 할 것이 아니냐?”


[알았어. 감사하니까. 일단 앞에 좀 봐봐. 저것들을 해치우지 않으면 끝장이라고.]


내 몸, 아니 재경이 슬쩍 앞을 쳐다보았다.


-크그그아!

-그그극.


저마다 짐승의 그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뜯어먹고 저택까지 삼켜버릴 기세였다.


“뭐냐, 저 더럽고 하찮은 생명체들은.”


[그 생명체들에게 곧 잡아먹히게 생겼다고! 그러니까 어서 도와줘!]


“그렇다면 부탁을, 아니 구걸을 해봐라.”


[뭐?]


이런 미친. 이 급박한 상황에?


-그아아!


언데드들에게서 풍기는 악기와 악취가 여기까지 느껴진다.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데도 재경은 어떻게 할 생각조차 없는 모양이다. 입가에 가벼운 미소까지 띠며 달려오는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고대 영웅이라는 사람이 이런 미친놈일 줄이야. 그래도 지금이 이 미친놈의 힘이 간절하게 필요하다.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흠, 그게 끝이냐?”


하아, 진짜 이런 미친 새끼!


[위대하신 재경 님의 도움이 너무나도 필요합니다. 간절하게 부탁하오니, 은혜를 베풀어 주세요.]


“크하하하하!”


재경이 만족스러운 듯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좋아, 은혜를 베풀어 주마.”


나만 믿고 있던 뒤에서는 난리가 난 것 같다. 정원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까지 뒤로 뺀 마당에 언데드들이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이제 저택을 둘러싸고 있던 벽의 유리함도, 일말의 희망까지도 사라진 상황.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이 가득했다.


“제기랄, 역시 저 놈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보여주겠다더니, 가만히 서서 뭐하는 거야? 먹히는 걸 보여주겠다는 건가? 저런 미친놈!”

“아아아. 역시 틀렸어. 도망가야 해.”

“꺄아아아악!”


-크그그아!


귀 밑에까지 길게 찢어진 입이 재경을 향해 크게 벌어졌다. 금방이라도 몸뚱이가 산산조각이 나서 뜯어 먹힐 것 같았다. 하지만 재경은 여유로웠다. 주머니에 찔러넣고 있던 손을 꺼내 그들을 향해 천천히 뻗었다.

두근 두근.

순간 내 몸을 타고 도는 혈관을 따라 뜨거운 기운이 들끓기 시작했다. 마치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스으으.

그것도 부족해 몸 밖으로 흘러나온 기운들이 형상화되어 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어엇? 저게 뭐야?”

“뭐, 뭐지?”


깜짝 놀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심상치 않은 기운에 미친 듯이 달려오던 언데드들 조차 멈칫하는 것이 보인다. 이미 자아는 잃어버렸지만, 마치 본능적으로 위험한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언데드들을 향해 뻗은 손바닥 앞으로 붉은 빛을 내는 커다란 마법진이 빠르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 수십 개의 겹쳐진 원과 룬, 주문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그 모습을 두려움에 떨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 우왁스럽게 달려오던 언데드들까지 홀린 것처럼 쳐다보았다. 몇몇 언데드 녀석들이 다가오려고 했지만, 마치 투명한 막에 막힌 것처럼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마침내 허공에 그려진 룬이 붉은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내 몸 안에서 들끓던 기운들이 마법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니,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공기와, 기운, 마나들까지 모두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플레어>.”


조용하게 읊조린 시동어. 그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 사람들이 본 광경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퍼어어어엉!

커다랗게 그려진 마법진에서 내 키의 몇 배나 되는 거대한 불기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붉은 빛을 넘어 백색의 빛을 띤 불기둥은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몰려오던 언데드들도, 저택의 입구도, 그리고 폐허가 된 마을의 집들까지 모든 것이 하얗게 끓어올랐다. 무기와 화살에도 끄떡없던 언데드들의 단단한 몸이 하얀 불꽃에 덮여 빠르게 증발했다. 썩어문드러진 살점도, 근육도, 골격까지 가릴 것 없이 모조리 한순간에 사라졌다.

잠시 후, 영지 전체를 뒤덮을 것 같았던 거대한 불기둥이 사라졌다.


“크크큭. 잘 봤지? 위대하신 나의 능력을. 크크. 다음에 또 보자고, 꼬마.”


재경의 이 말을 끝으로 빙의가 풀렸다.


[재경 바이의 빙의 시간이 끝났습니다.]

[재경 바이의 능력치 백 분의 일만큼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재사용 가능 시간: 23시간 59분 58초.]


몸의 통제권이 돌아온 것을 느낀 것과 동시에.

털썩.

쓰러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몸에 있던 한 방울의 기력까지 모조리 빠져나간 것처럼 힘이 없다.

그리고 들어본 적도 없는 거대한 마법이 휩쓸고 간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언데드들의 몸이 터져나가면서 생진 핏물과 살점조차 증발했는지, 불꽃이 지나간 자리에는 오로지 녹아 흘러내리는 공백과 흩날리는 검은 재뿐이었다.


“혀, 혀, 형제님?”


뒤에서 루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았다. 어쩔 줄 모르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로 웨스티아와 기사들, 병사들이 들어왔다. 그들 중 제대로 서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커다랗게 떠진 눈과 벌어진 입을 아직까지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실수를 해버린 듯 하의가 축축하게 젖어버린 사람들도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은 놀라움과 공포, 경악 그 자체였다. 그들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렇게 있었다.


정신없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응접실에서 웨스티아를 마주했다.


“식사는 괜찮으셨습니까?”

“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는 제가 귀한 분에게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워낙에 심각한 사태여서 그랬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상황을 파악한 웨스티아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일단 고개를 숙이고 있기는 하지만, 속이 절대 편하지는 못할 것이다. 영지가 엉망이 되어버렸으니.


“절대 의도를 하지 않았지만, 영지가 이렇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나도 그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물론 진심이다.

사과를 받은 웨스티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칸들 상단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칸들 상단의 위스티 칸들이라고 했었습니다. 이지스 공주님의 이름까지 직접 거론했었고요. 마차와 돈을 주면서 네시아 영지까지 그 식량을 갖다달라는 의뢰를 받았었습니다. 정말로 그것 뿐입니다. 그렇지만 일이 이렇게 된 것,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군요. 이제 오해가 풀렸으니, 그만 죄송해하셔도 됩니다. 하긴 직접 제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 믿을 수 밖에 없군요. 만약 정말 제이드 님이 다른 마음이 있으셨다면 언데드들이라는 귀찮은 방법을 쓰지 않고 바로 영지와 저택을 날려버리셨겠죠. 그런 마법은 정말 처음 봤습니다.”


거대한 불기둥. 플레어를 말하는 모양이다. 그것을 떠올리던 웨스티아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오해가 풀려서 다행입니다. 혹시라도 칸들 상단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서신 보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지스 공주님까지 언급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보통 상단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전에 들어본 적도 없고요. 그나저나.”


웨스티아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가, 곧바로 내려갔다.


“혹시······ 저희 가문 소속······ 마법사가 되실 생각은······없으시겠죠?”


그답지 않게 자신감 없는 목소리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죄송합니다. 꼭 가야 할 곳이 있어서.”

“아닙니다. 애초에 이렇게 대단하신 마법사님께서 이런 시골 영지에 만족하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하고 싶군요.”

“네. 저도 그랬으면 좋겠군요.”

“타고 오셨던 마차는 준비해뒀습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뵐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웨스티아와 작별 인사를 하고 저택을 나왔다. 어젯밤 전투의 상흔으로 폐허가 된 정원과 마을에는 살아남은 병사들과 사람들의 보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찝찝하다. 일이 제대로 끝나지 않은 기분이다.

위스티라는 그 상인은 식량을 먹으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우리에게 전해주라고 한 것인가? 도대체 그자는 정체가 뭐지? 뭐하는 놈이길래 이런 짓을.

당장이라도 그 자에 대해 조사하고,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알아내고 싶지만.


“형제님, 어서 와요.”


미리 마차에 타 있던 루나가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일이 아니다. 일단 가문에 돌아가 백작님께 상황을 보고하고, 처벌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먼저다.

그래도 죽기 전, 좋은 일을 한가지 정도는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응, 가자.”


나도 마차에 올라탔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네시아를 뒤로 하고 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웨스티아 남작의 네시아를 출발하고, 삼 일이 지났다.

그리고 마침내. 뷰포트 가문의 저택이 있는 뷰포트 영지의 중심지.

비텐스에 도착했다.

간단한 검사를 마치고, 성벽 안으로 들어섰다. 북쪽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지라, 워낙에 많은 사람이 오고 가기 때문에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우와아아아아! 세상에! 뭐가 저렇게 크지?”


루나는 처음 와보는 도시가 신기한 모양이다. 첫눈을 맞은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높게 솟은 건물과 거리를 메운 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녀는 눈을 반짝거렸다.

한참 동안이나 그렇게 구경을 하던 루나가 입을 열었다.


“와, 드디어 도착했네요. 이제 어떡하죠?”


어떻게 한다라······.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저택에 들어가 백작님께 잘못을 고하고 처별을 기다려야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일단 밥부터 먹을까요? 배고파요.”


풋.

루나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래. 마지막 한 끼 정도는 먹어도 되겠지.


“그래. 가자. 지난 번에 받은 돈도 있으니, 제일 좋은 것으로 먹자.”

“오예.”


잔뜩 신이 난 루나를 데리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식사를 하러 갔다.


작가의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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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죽기 위해 가는 길 (6) 20.09.06 25 1 12쪽
13 죽기 위해 가는 길 (5) 20.09.05 31 1 11쪽
12 죽기 위해 가는 길 (4) 20.09.04 31 1 12쪽
11 10. 죽기 위해 가는 길 (3) 20.09.03 34 1 12쪽
10 9. 죽기 위해 가는 길 (2) 20.09.02 36 2 11쪽
9 8. 죽기 위해 가는 길 (1) 20.09.01 38 1 12쪽
8 7. 간단한 심부름 (7) 20.08.31 42 1 11쪽
7 6. 간단한 심부름 (6) 20.08.30 44 1 11쪽
6 5. 간단한 심부름 (5) 20.08.29 56 1 11쪽
5 4. 간단한 심부름 (4) 20.08.29 52 1 11쪽
4 3. 간단한 심부름 (3) 20.08.28 59 1 11쪽
3 2. 간단한 심부름 (2) 20.08.28 72 1 11쪽
2 1. 간단한 심부름 (1) 20.08.28 106 1 11쪽
1 0. 프롤로그 20.08.28 15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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