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5882_dnfvnfldh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JIB
작품등록일 :
2020.08.27 18:56
최근연재일 :
2020.09.13 22: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23
추천수 :
18
글자수 :
101,608

작성
20.08.30 14:00
조회
44
추천
1
글자
11쪽

6. 간단한 심부름 (6)

DUMMY

“와. 아시네요? 네. 그곳에 가서 이것을 보여주면 절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하셨어요. 무엇이든지.”

“무엇이든지라고?”

“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말이 좋아 교단이지, 신전은 하나 뿐이고, 왕국에서 전혀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곳이다.

그런데 백작님이 왜? 도대체 왜?


“확실히 들은 거야?”

“네. 주교님이 엄청 진지하게 말씀하셔서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요?”

“응? 뭐가?”

“아니, 형제님 표정이······.”


아.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깜짝 놀라서. 실은 나도 뷰포트 저택으로 가야 하거든.”

“네? 왜요?”

“그야, 내가 뷰포트 저택에서 출발했으니까.”

“정말요? 우와! 진짜 신기해요.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가야 하나 앞이 깜깜했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그곳에 가서 라비 사제를 만나, 형제님의 오해를 풀도록 할게요!”


정말로 신기하고, 반가웠는지 루나는 박수까지 쳐가며 기뻐했다.

그 사제를 만난다고 해서 오해를 어떻게 푼다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일단 마을로 가자.”

“네. 길은 아시죠?”

“······.”

“그럼, 뷰포트 저택에서 출발하셨다니, 그곳에 가는 길은 아시겠죠?”

“······.”


그냥 말에 타서 길잡이 뒤만 따라왔을 뿐인데, 내가 알 리가 없다.


“에휴.”


루나는 대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숨길 생각조차 없는 적나라한 한숨이었다.


“왜? 뭐? 왜? 너도 모르는 건 똑같잖아!”

“에휴. 네, 맞아요. 그냥 우리 이 방향으로 쭉 따라가 보도록 해요.”

“응.”


루나와 함께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날 공격했던 남자와 같은 문신을 가진, 같은 교단인 여자를 너무 쉽게 믿는 것이 아닐까. 만약 루나의 목적이 옆에서 날 감시하는 거라면-.


“잠깐만요.”


루나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그녀를 따라 걸음을 멈췄다.

설마, 또 주변에 몬스터 떼라도 있는 건가?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형제님. 제가 씻고 있던 것을 몰래 보고 계셨던 건가요? 뒤에서? 응큼하게?”

“아니, 그, 그게.”

“제가 만약 샤워라도 했으면!”


루나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향해 꽂힌다.

하아. 차라리, 몬스터 떼가 훨씬 반가울 것 같다. 제발.


“일단 내 말을 좀 들어-.”

“이 변태! 괴물!”

“그러니까, 나는-.”

“으으 변태! 왜 이렇게 내 옆에 붙어있어요? 이 변태!”


하아. 정신이 하나도 없다.


“······미안해. ······잘못했어.”


나는 눈을 가만히 내리깔고 조심스럽게 길을 걸어갔다. 그 후로도 난 변태라는 말을 수 십 번이나 들어야 했다. 그리고 사과는 그보다 더 많이.

하아.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한나절이었다.



**



저녁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완전히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이끌고 간 곳은 여관이었다.


“설마, 무엇을 하려고, 이곳에! 역시 변태!”


하아. 미치겠다.


“방은 무조건 두 개 잡을 테니까 걱정 마. 내가 사과하는 뜻으로.”


끼익.

나무로 된 여관 문을 열자,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에서 음식 냄새가 밀려 나왔다. 막 구워낸 빵과, 따뜻한 수프. 거기에 지글지글 잘 구워진 고기까지. 어떠한 꽃보다 향기로운 음식 냄새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코끝을 어지럽혔다.


“저녁을 대접하도록 할게. 그러니까-응?”

“츄릅.”


세상에 방금 침까지 흘린 건가?

루나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네. 그 사과 지금 당장 받을게요. 형제님은 변태 절대 아니에요. 완전 천사! 최고!”


사과가 무척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그, 그래. 일단 들어가자.”

“네! 오예!”


루나의 활기찬 대답을 남기고, 우리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우와, 맛있다. 이제 좀 우리 쉬면서 먹을까요?”


순식간에 세 그릇을 비워낸 루나가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응, 제발······.”


텅 비어버린 접시들을 보며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사과의 방법을 잘못 생각해낸 것 같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마음으로 전했어야 했는데 싶다.


“호호호. 정말, 잘 드시네요. 뭐, 좀 더 갖다 드릴까?”


음식을 거의 흡입하다시피 하는 루나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여관 주인이 다가와 물었다.


“네! 일단 고기부터-.”

“잠시만요!”


눈을 반짝이며, 음식을 시키려는 루나의 말을 다급하게 끊었다.


“혹시, 이곳에서 뷰포트 저택까지 가는 길 아시나요? 그러니까, 도시 ‘리아’요.”

“으음. 리아라면······. 여보, 저번에 자기가 다녀왔던 곳이 리아였었나?”


여주인이 주방에서 고기를 자르고 있는 남편에게 물었다. 잠시 칼질을 멈추었던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우리 마을에서 북쪽 길을 따라 쭉 따라가면 돼.”

“그렇다네요.”


다행이다. 그 정도라면 길잡이 없이도 충분히 갈 수 있다.


“감사합니다. 혹시 얼마나 걸릴까요?”

“흐음. 그러니까. 일주일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와, 다행이네요. 그래도 걸어서 일주일이면 생각보다 그렇게 멀지는 않네요.”


루나의 말에 남편이 혀를 끌끌거렸다.


“무슨 소리야. 말을 타고 일주일이지. 걸어서는 갈 곳이 아니야.”

“네?”


어쩐지. 이렇게 가까웠나 싶더라니.

다행히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비상금이 제법 남아있다.


“그렇다면 이 마을에서 말을 살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그런 곳이라면 촌장 집이 있기는 한데······.”


대답하는 여주인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런데요?”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네?”

“뭐, 일단 한 번 가보면, 알게 될 거야. 고기 가져올게.”


여주인은 자연스럽게 주문을 추가시키며 물러갔다.


“일단 밤에 방문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까, 자고 내일 아침에 가보자.”

“고기! 고기! 고기!”


······.

루나는 당분간 대화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



고기와 함께 했던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다.

여관 주인이 알려준 길을 따라 루나와 함께 나섰다. 마을에서 가장 커다란 집을 가지고 있다는 촌장은 마을의 중앙에 살고 있었다.

그의 집은 마을의 다른 집들을 서너 개를 붙여 놓은 것처럼 컸고, 딸려 있는 마굿간에는 몇 마리의 말들도 보였다.

부푼 기대를 안고 촌장을 만나기 위해 들어갔다.


“다시 말하지만 안 돼. 내가 제시한 가격이 아니면 팔 생각이 없어.”

“하지만 그건 보통 말 가격에 10배에 가까운 돈이잖아요.”

“맞아요. 그런 돈이 저희한테 어떻게 있어요.”

“그거야 너희들 사정이고. 그만큼 낼 자신 없으면 꺼져. 이봐!”


애처로운 부탁에도 말도 되지 않는 조건만 늘어놓던 촌장이 근처에 있던 용병을 불렀다. 한걸음에 달려온 용병이 위협하려는 것처럼 날이 선 검을 꺼내 들었다.


“돈을 주던가, 아니면 꺼져. 뭐, 돈이 정 없으면······.”


촌장의 끈적거리는 시선이 루나의 몸을 훑었다. 루나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네 년만 들어오던가. 얼굴이 반반하니 값을 제법 쳐주도록 하지. 흐흐흐.”


촌장이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빌어먹을 변태 새끼.

상종도 못할 놈이다. 아직도 놀란 듯한 루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휴우. 이제 어쩌죠?”


루나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걸어서 가는 것은 무리다.


“생각보다 더러운 놈이네. 그런데 이런 작은 마을에 살면서 용병들은 왜 고용하고 있는 거야?”


촌장의 집을 지키고 있던 용병들이 생각났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이런 작은 시골 마을의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처음에는 이 주변 숲에 살고 있는 고블린들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고용했었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이야기를 하던 루나의 시선이 어디론가 향한다. 그 시선을 따라간 곳에는 촌장의 용병들이 거칠게 술집 문을 박차고 나오고 있었다.


“아이고! 돈은 주고 가셔야죠. 이건 너무 하시잖아요.”


따라나온 술집 주인이 용병의 다리에 매달리며 말했다.


“이런 씨. 다음에 준다고 했잖아!”

“그렇게 말씀하신 게 이번 달만 열 번도 넘습니다.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주세요.”

“하. 이 새끼가! 정신 못 차리고!”

“으윽! 으앗!”


용병들이 술집 주인을 가운데에 놓고 발로 짓밟기 시작했다.


“지금은 마을에서 왕 노릇을 하기 위해 필요하고요.”


루나가 씁쓸하게 말했다.

어느 곳에나 왕을 하고 싶은 녀석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좋은 왕이든, 나쁜 왕이든.

그보다.


“이 마을 주변 숲에 고블린들이 있어?”

“네. 숲에 고블린 마을이라도 있는지, 엄청 많아요. 며칠 전만 해도 농작물 때문에 난리였어요.”


어쩌면.

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발도르 신의 이름으로 징벌의 철퇴를 내리겠다는 루나를 간신히 말려 숙소로 데려왔다.

그녀가 방에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 나는 숙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마을 너머 동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숲으로 향했다.


“이제 나올 때가 됐는데.”


일부로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숲을 돌아다녔다. 위협적으로 느낄 것을 염려해 무기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다녔을 때.


- 끼끼끽.

- 끄끽.


기다리고 있던 녀석들이 나타났다. 허리보다 살짝 큰 키에 초록색 피부를 가진 고블린들이었다.

나를 발견한 녀석들이 엉성하게 만든 무기를 꺼내들었다. 살짝 뒤로 물러서면서.


‘케케로 사용.’


[열정적인 몬스터 학자 케케로 빙의권을 사용합니다.]

[사용 가능 시간: 15분.]

[능력치가 올라갈수록 사용 가능 시간이 길어집니다.]

[24시간 후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케케로의 지식들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몬스터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고 평생을 주장해왔던 케케로의 삶, 그리고 허무한 죽음까지.

마치 빠르게 그의 인생을 경험해보고 온 것 같다.


“읏.”


머리가 살짝 어지럽기는 하지만, 참을만하다.

내 행동에서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녀석들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

케케로가 빙의되어서 일까. 혐오스럽기 그지없던 녀석들의 모습이 조금은 귀여워 보인다.


-이 녀석 이상한데?

-조심해. 물지도 몰라.


세상에.

지금 고블린 녀석들의 말이 들리는 거야? 케케로. 당신이란 사람은 도대체.

그렇다면.


-안녕.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


된다!

정말로 내가 고블린 언어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 유창하게.


-우아앗! 이 인간 녀석이 우리 말을 하고 있어!

-뭐하는 거냐, 인간!


당황한 고블린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내 입꼬리가 날카롭게 올라갔다.


-너무 놀라고 있지만 말고 내 말을 들어봐.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 사실 저 마을에는 말이야······.


나는 고블린들에게 이빨을 털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빙의의 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새롭게 (2) 20.09.13 20 0 12쪽
19 새롭게 (3) 20.09.13 19 0 11쪽
18 새롭게 (1) 20.09.12 22 0 12쪽
17 죽기 위해 가는 길 (9) 20.09.11 22 1 11쪽
16 죽기 위해 가는 길 (8) 20.09.10 26 1 12쪽
15 죽기 위해 가는 길 (7) 20.09.07 27 1 12쪽
14 죽기 위해 가는 길 (6) 20.09.06 25 1 12쪽
13 죽기 위해 가는 길 (5) 20.09.05 31 1 11쪽
12 죽기 위해 가는 길 (4) 20.09.04 31 1 12쪽
11 10. 죽기 위해 가는 길 (3) 20.09.03 34 1 12쪽
10 9. 죽기 위해 가는 길 (2) 20.09.02 37 2 11쪽
9 8. 죽기 위해 가는 길 (1) 20.09.01 39 1 12쪽
8 7. 간단한 심부름 (7) 20.08.31 42 1 11쪽
» 6. 간단한 심부름 (6) 20.08.30 45 1 11쪽
6 5. 간단한 심부름 (5) 20.08.29 57 1 11쪽
5 4. 간단한 심부름 (4) 20.08.29 52 1 11쪽
4 3. 간단한 심부름 (3) 20.08.28 59 1 11쪽
3 2. 간단한 심부름 (2) 20.08.28 72 1 11쪽
2 1. 간단한 심부름 (1) 20.08.28 106 1 11쪽
1 0. 프롤로그 20.08.28 158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